연재칼럼 | 지난칼럼 |
시인: 송 재학
세상의 모든 낙타들은 다 길들여졌으나
고비 사막 어딘가
야생 낙타가 남아 있다고 한다
신기루 따라 걷는 야생 낙타는 타박타박,
그 소리는 사막
아래의 지하수 물이 우는 소리와 비슷하다
한때 이곳이 바다였듯이
내가 물고기라면 검은 아가미가
가만가만 열리고 닫히는
소리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낙타가 먹는 소소초라는 풀,
사막의 먹을 거리란 뻔한데
그마저 가시가 있는 낙타풀,
다른 짐승이 얼씬도 못하게
심술이 닿은 소소초의 운명은
고비 사막이 자꾸 넓어지는 것과 닮았다
소소초 안에도 모래와 자갈뿐인
사막이 있어 타박타박
야생 낙타가 걸어가고
물고기였던 나는 화석으로
발견되곤 한다
소소초를 씹을 때 낙타의 입은
가시 땜에 피가 흥건하지만,
내 육신은 막 떨어지는 해를
떠받치지 못해 피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