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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
비 오는 날
동구릉 이성계 능 앞에 섰다
능 위로 무성한 억새는
아직도 그대의 뛰는 심장 소리를
허공에 흩 뿌리고
한 나라를 뒤엎은 결기
새로운 나라를 세운 기개 앞에서
누군들 두려워하지 않았으리요
나도 한때 그대처럼
이름 떨치며 살아보고 싶었다
만인의 관심으로 살고 싶었다
그런데 살아보니
우산 살 타고 떨어지는
빗방울을 돌리며
출출한 배를 건빵으로 채우는
이 궁상도 참 괜찮치 싶다
천 원 입장료이면
나라 호령하던 그대를 만날 수 있으니
그대도 나도 더 외로워지는
아무도 찾아 오는 사람 없는 비 오는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