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칼럼 | 지난칼럼 |
용감한 꼬마재봉사(독일)
어느 여름날 아침 키가 자그마한 재봉사가 창가에 있는 작업대 위에 걸터앉아 바느질을 하고 있었다. 바로 그때 시골 아낙네 한 사람이 거리를 걸어가며 잼을 사라고 소리쳤고, 재봉사는 잼을 사서 빵에 발라 옆에 놓은 후 재단을 마치고 나서 먹기 위해 일을 시작했다. 그런데 달콤한 잼 때문에 수많은 파리들이 빵에 달려들었다. 계속 파리를 쫓다 화가 난 재봉사는 옷자락을 들어 파리들을 후려갈겼다. 떨어진 파리들을 보니 일곱 마리도 더 되었다. 그러자 그는 자신의 용맹에 감탄하여 이 도시의 모든 사람들이 이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말하며 급히 바지의 혁대에 ‘한 방에 일곱을 처치하다!’라는 글자를 큼직하게 수놓았다. 그런 후 이 도시 사람들뿐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이 알아야 하는 일이라며 큰 세상으로 나가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는 치즈 한 덩이를 주머니에 넣은 후 길을 나섰고, 성문 밖에서 덤불 속에 갇힌 새 한 마리를 발견하여 주머니 속에 넣고 길을 따라 가다가 마침내 어느 산속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그 산의 가장 높은 봉우리에 이르렀을 때 그는 두 발을 뻗고 앉아 산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는 힘센 거인과 마주쳤다. 작은 재봉사를 얕보았던 거인은 재봉사가 보여주는 혁대를 본 후 일곱 사람을 처치했다는 뜻으로 알고, 시험해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한 손에 돌을 주워 들고 돌에서 물이 나올 때까지 쥐어짰다. 그러자 재봉사는 주머니 속에서 물렁한 치즈를 꺼내 물이 흘러나올 때까지 쥐어짰다. 그걸 본 거인은 믿을 수 없어 다시 돌 하나를 집어 들어 공중으로 던졌고 돌은 육안으로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까마득히 높은 곳까지 솟아올랐다. 그러자 재봉사가 그 돌은 결국 땅에 떨어졌지 않느냐고 말하며 주머니 속에서 새를 꺼내 들고 공중으로 던졌다. 자유를 되찾은 새는 기뻐하며 하늘 높이 날아올라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그러자 거인은 거대한 참나무를 함께 져 나르자고 했고, 재봉사는 거인 몰래 참나무 가지에 걸터앉아 거인이 혼자 져 나르게 한 후 자기도 함께 나무를 나른 것처럼 했다.
거인은 다시 재봉사에게 그렇게 용감하다면 다른 거인들과 함께 사는 동굴로 가서 같이 밤을 보내 보자고 말했다. 그들이 동굴에 도착했을 때 거인들은 각자 구운 양 한 마리씩을 들고 열심히 뜯어먹고 있었다. 거인은 재봉사에게 침대 하나를 보여주며 푹 자라고 했으나 재봉사는 침대가 너무 커서 그냥 동굴 한 구석에서 잠을 잤다. 자정이 되었을 때 거인은 쇠몽둥이로 침대를 내리쳐 두 조각을 내고는 재봉사가 죽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다음 날 숲속으로 가는 길에 흥겹게 자기를 따라오는 재봉사를 보고 거인들은 자기들을 죽일까봐 모두 도망을 치고 말았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