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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의 공원길을 걸었습니다.
한적하게 사브작사브작 시간을 즐기는 산책은 아니었지만 며칠만에 다시 찾아온 여름 하늘은 그 아래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신나고 설레이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초여름의 맑은 햇살은 마치 청포도 같습니다.
환하고 선명하지만 눈부시지 않고, 밝고 따뜻하지만 화끈거리지 않는것이.. 새콤하지만 시큼하지 않고 달콤하지만 달치근하지 않은 청포도맛을 떠올리게 합니다. 어쩌면 아직은 미숙하지만 내일의 삶에 대한 희망으로 가득 차 있는 우리의 아이들을 보는듯 해 마음마저 뿌듯해집니다.
건조하고도 까슬한 햇빛의 질감을 만끽하며 종종걸음으로 건너는 공원길 여기저기엔 한 해가 선사할수 있는 가장 화사하고도 청량한 시간들이 늘어서 있습니다. 이름도 알수없는 꽃무리들이 엎어놓은 사발마냥 툭툭 나앉은채 향기를 돋우고, 이제 제법 어른티가 나는 청소년 나무이파리들은 나풀대는 산들바람을 애써 모른척하며 무게를 잡습니다. 난쟁이 꽃들과 눈인사를 나누고 중2병 이파리들에게 엄지척을 해주다보니 어느새 발걸음이 아름드리 덩치의 떡갈나무 아래에 닿았습니다. 아직은 설익은 파란하늘을 머리에 이고서 사금파리처럼 반짝이는 햇살아래 눈부신 떡갈나무.. 그의 진한 그늘속에서 올려다보는 하늘은 청포도빛으로 내비치는 환한 이파리들과 어우러져 한껏 싱그럽습니다.
떡갈나무 그늘 아래에 잠시 멈추어 생경할만치 널찍한 나무속 세상을 즐겨봅니다. 제 스스로의 그늘로 경계를 지은 나무의 세상은 이파리와 줄기, 둘이서만 살아가는 소꿉놀이 마당입니다. 아직 여린 이파리는 볼이 빨개지도록 애를쓰며 광합성을 하고 몇 해를 살아왔는지 모를 회갈색 줄기들은 하냥 덤덤하게 물을 뽑아 올립니다. 빤들빤들한 이파리들은 화려한 연두색으로 맵씨를 더하고 그 아래 두텁게 주름진 줄기들은 빼곡히 늘어서서 든든히 연대합니다. 팔랑대며 뛰어노는 4살 손주와 만면에 미소를 띈 할아버지처럼 그 둘은 그렇게 서로에게 사랑이고 서로에게 자랑입니다. 이파리가 없어지면 줄기도 할 일을 잃고 줄기가 없어지면 이파리도 기능하지 못하는 그 필요불가결의 관계를, 그 둘은 그렇게 소꿉놀듯 즐기며 살아갑니다.
하나의 존재와 특성이 또 다른 하나에게 영향을 미치고, 이 영향이 단방향이 아닌 쌍방향으로 이루어질때 우리는 이를 ‘뮤츄얼(Mutual)’한 관계라고 일컫습니다. 흔히들 ‘뮤추얼펀드’라는 단어를 통해 들어보셨을텐데요. 줄기가 물과 미네랄을 뽑아 올려 공급해주어야만 광합성을 할 수 있는 나뭇잎과, 반대로 나뭇잎이 비물질인 햇빛을 물질화시키는 신통방통한 방법으로 녹말을 만들어주어야만 생존할수 있는 나무줄기는 Mutual한 관계가 무엇인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시인듯 합니다. 이 둘의 관계는 단지 기능상의 상호협력만으로 제한되지 않습니다.
이것은 사실 존재가치의 문제입니다. 한쪽의 기능이 쇄하면 다른쪽은 단순히 기능을 잃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아예 존재의 이유마저 잃게 됩니다. 줄기가 제 역할을 못하면 광합성도 하지못할 나뭇잎은 있을 필요가 없어지고, 나뭇잎이 녹말을 뿜어내지 못한다면 그것을 온몸으로 옮겨 나를 관다발을 품은 줄기들은 무용지물이 되고 맙니다. 그리고 이러한 뮤츄얼한 둘의 관계는 제게 기출문제와 시험문제의 관계, 그것도 인터넷혁명이 가져다 준 기출문제 풍년인 요근래의 관계를 떠 올리게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또 직업병이 도진겁니다.
인터넷으로 기출문제를 원하는 만큼 구할수있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NZQA는 초기부터 아예 공식사이트에 기출문제들을 공개해왔기 때문에 문제가 없었지만 각종 국제교육과정들은 사정이 달랐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2007년경까지만 해도 온라인상에 공개된 기출문제라고는 정말 오래된 구닥다리 문제들이 전부였구요. 어느 개인이나 해적사이트가 비교적 최근의 기출문제를 입수해서 공개했다가는 당장에 저작권침해로 고발되는 사단이 나고는 했습니다. 그렇게 엄격하게 기출문제를 관리하던 시절엔 매년 출제되는 시험문제의 형식도 비슷해서 어쩌다 운좋게 구한 기출문제 몇 개를 들고 연말시험문제를 가늠해 보아도 꽤 적중율이 높을 정도였습니다.
전 세계의 시험문제는 동일하지만 시험을 치루는 시간은 시차때문에 다르다는 사실에 착안한 국제부정행위가 암암리에 저질러지던 그런 시절이었지요. 그러던 것이 2010년 즈음이 되어서 해적사이트들이 우후죽순으로 번져나가기 시작했고, 시험관리기관에선 그 모두를 다 고소할 수가 없는 지경에 이르고 맙니다. 결국 시험관리기관들은 항복할수 밖에 없었고 부랴부랴 새로운 대안을 찾습니다.
한 해의 시험문제를 여러개의 버전으로 만들어 세계시간권역별로 다른 문제들을 배분하는 것이었지요. 또 동시에 공식사이트에선 기출문제를 공개하지 않지만 개인이나 단체가 자신들의 기출문제를 공개하는 것에 대해 묵인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기출문제 제공사이트들은 경쟁적으로 번성해왔고 지금은 기출문제에 더해서 주제별로 문제를 소분해서 묶어놓은 Topical Questions까지 활발히 업로드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기출문제를 비롯한 학습자료의 전성시대를 맞이한 것입니다.
한국과는 달리 딱히 이렇다할 문제집을 구할수없는 뉴질랜드의 각종 학습과정을 실전형으로 공부하고 연말시험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기출문제의 확보와 풀이가 필수적입니다. 누구나 상당히 많은 양의 기출문제들을 인터넷을 통해 손쉽게 구할수 있는데요. NCEA만 해도 벌써 17년치의 기출문제들을 보유하고 있고 국제 공인 과정들의 기출문제 베이스는 100년이 넘는 긴 역사에서 짐작하실 수 있듯 몇십년을 가뿐히 넘깁니다.
단 컴퓨터 파일의 형태로 저장되기 시작한 것이 얼마되지 않아 실제로 인터넷을 통해 입수할 수 있는 것은 1980년대의 시험지가 한계이지요. 이렇게 긴 시간동안 쌓이고 쌓인 기출문제는 우리 아이들이 올해의 연말시험을 대비하기 위한 소중한 자료로 사용될 뿐만 아니라 한 해의 시험문제를 출제하는 출제위원들에게도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됩니다.
시험운영기관의 공식적인 발표자료에 의거해 말씀드리자면....
시험문제 출제위원들은 일선의 선생님들 중 일정한 자격기준을 만족하는 분들로 선발되며 그 분들이 한 해의 시험문제를 만들기 위해 가장 먼저 하는 작업이 바로 지난 기출문제들의 분석입니다. 총 2회에 걸쳐 기출문제를 세밀하게 분석하며 가능한한 많은 토픽들이 시험에서 언급될 수 있도록 시험지를 작성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습니다.
시험문제라는 것이 일단 출제되고 난 후엔 바로 다음날부터 기출문제로 전환되어 다음해 시험문제의 참고자료로, 또한 학습자료로 활용된다는 것을 생각해 볼 때, 오랜 시간동안 쌓여온 기출시험문제들은 막 태어날 새로운 시험문제의 든든한 배경이 되고 새로이 만들어진 문제들은 그 바탕이 되었던 기출문제의 데이터베이스를 더욱 풍성하게 성장시키며 서로가 서로의 존재가치를 증명해주는 뮤츄얼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필수불가결한 존재인 시험문제와 기출문제.. 이 둘의 뗄래야 뗄수없는 관계는 우리의 아이들이 기출문제풀이를 기반으로 시험준비를 해야하는 이유를 잘 설명해줍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학생들은 문제에 손대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합니다. 심한 경우엔 시험에 임박해서도 Syllabus나 Textbook만 붙들고 있는 경우도 많은데요.. 문제풀이에 대한 압박감이 너무 심하거나 아니면 문제를 풀기는 하지만 틀리는 것을 지극히 싫어해서 그런 경우가 많습니다. 어느정도 심리적인 요인이 작용한다는 것이지요.
그런 학생들은 우선 가벼운 마음으로 문제를 읽어보기만 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최소한 자신이 공부한 내용이 어떠한 문제로 연결되는지는 확인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우리 학생들이 꼭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어떠한 개인적인 성향의 차이, 심리적인 장벽이 있다 하더라도 시험의 준비는 문제풀이가 가장 기초가 된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기출문제야 말로 연습이 실전으로 연결되는 임계점이며 이를 간과하고는 목표한 결과를 이룰수 없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요즘 아이들이 말하는 ‘틀딱’이나 ‘라떼’ 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만 예전에 군생활을 하면서 연습과 실전의 차이를 인식하게 되었던 경험을 간단히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훈련중에 로프오르기가 있었습니다. 약 5미터쯤 되는 설치물에 로프 세개가 나란히 걸려있고 각 로프에 한 명씩 매미처럼 달라붙어서 꼭대기까지 올라가는 훈련이었는데요. 훈련 조교는 엄격하지만 차근차근 요령을 설명해 주었고 소대 전인원이 요령을 완벽하게 습득해 한명도 낙오하지 않고 꼭대기에 오를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인원이 오르기를 마친후 조교께서 갑자기 테스트를 하겠다는 겁니다. 이미 훈련이 끝난줄로 알고있던 소대원들은 좀 불만이 생겼지만 어느 안전이라고 입을 삐죽거릴수 있었겠습니까.. 그냥 시키면 시키는대로 할 밖에요. 다시 팔힘을 써야하는 것이 영 마뜩하기는 했지만 이미 충분히 연습을 한 터라 그리 염려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왠걸요.. 첫번째 세명이 로프에 달라붙어 중간쯤 다다랐을 때 조교가 밑에서 로프를 거세게 흔드는 것이었습니다. 그냥 오르기도 어려운데 회오리감자처럼 꼬여버리는 로프를 붙들고 버텨낼 재간이 있는 병사는 없었지요. 결국 세명 다 흙탕물에 입수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습니다. 불만이 가득서린 얼굴로 열중쉬어를 하고 있는 소대원들에게 조교가 물었습니다.
“불만 있습니까?”
-당연히 불만 있습니다. 그럼 뭐 불만 있으니 담배도 보태줄겁니까?- 라고 생각만 했습니다.
조교는 다시 말을 이었습니다.
“불만 있는 줄 압니다. 하지만 이것이 훈련과 실전의 차이입니다. 훈련은 가는길을 알려주고 안전하게 따라오도록 지도하는거지만 실전은 인도자가 없이 혼자가는 길이며 예상치못한 어려움이 숨어있는 법입니다. 여러분은 훈련에 만족하지 말고 실전을 준비하는 마음의 각오를 다지도록 합니다. 알겠습니까?”
이제는 까마득해서 기억도 희미한 옛날 일이건만 아이들을 가르치는 입장이 된 이후로, 특히 시험을 코 앞에두고 책만들여다보는 아이들을 설득할 때 종종 꺼내드는 예시가 되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시험은 실전입니다. 따라서 아무것도 모르는 학생에게 나아가야 할 길을 친절히 알려주는 Textbook이나 연습문제들 만으로는 그 실전을 준비해 낼수가 없습니다. 온갖 함정들과 고의로 조작된 애매함과 도무지 분간해 낼수 없을듯한 논리적 결함들을 경험하고 해결해 나갈때 실전에 대비하는 응용력을 갖춘 문제풀이 베테랑이 될수 있는 겁니다.
지금까지 시험 대비를 위해 기출문제 풀이가 가진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 했습니다. 그럼 이제부터는 기출문제를 풀어가는 실제적인 방법에 대해 이야기 하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기출문제지를 확보하는 것이겠습니다. 우선 NCEA 학생들은 NZQA 웹 페이지에서 지난 2012년부터의 모든 페이퍼들을 다운받을 수 있습니다. 그 이전의 페이퍼들, 그러니까 2004년부터 2011년까지의 페이퍼들은 몇 년전부터 서버에서 빠져버렸습니다만 ‘No Brain too small’ 이라는 사이트에 들어가서 Resources for teachers 메뉴에 가면 사라져버린 페이퍼들을 모두 다운받을 수 있습니다. 다운로드에 관련해서는 두 가지 팁이 있는데요.
하나는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고 둘째는 학년별로 약간 다르지만 지난 Syllabus 문제도 풀어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서둘러야 하는 이유는 시험보기 2주 정도 전부터는 사이트 접속이 매우 어렵고 상황에 따라 잠시 다운되기도 하며 아예 사이트 오픈이 불가능해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최근 기출문제의 메뉴가 오픈이 안되는 일도 가끔 있으니 지금부터 미리미리 파일을 다운받아 놓을 일입니다. 책상 위에 랩탑을 펼쳐놓고 사이트에서 직접 읽어가며 눈으로만 훑는 공부는 그 방법에도 문제가 있지만 아예 공부 자체가 불가능해 질 수도 있는 것이지요.
또한 2010년부터 3년에 걸쳐 Syllabus가 바뀌었는데 말이 변화를 준 것이지 실제로 External paper는 그다지 변동이 없습니다. 변경 이전의 문제들을 위에 말씀드린 사이트에서 다운 받은 후 차근차근 풀어본다면 점수 향상에 많은 도움이 될겁니다.
캠브리지 학생들은 기본적으로 대부분 기출문제를 검색해서 이미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한가지 더! 우리가 보는 CIE 문제는 영국에서 출제가 되는데 정작 영국에서는 극히 일부의 학교를 제외하고는 CIE 과정을 공부하지 않습니다.
대신 영국내 캠브리지 과정을 위한 AQA, Edexcell, OCR 등의 과정을 공부하고 있지요. 그래서 당연히 CIE 문제도 이들 영국내 과정의 분위기를 답습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심지어는 2년정도 터울을 주고 페이퍼가 거의 동일하게 출제된 경우도 있으니 기출문제를 준비하면서 꼭 영국 내 과정의 기출문제 풀이도 병행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2020년 시험에서는 이미 문제의 형식에 많은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가능한한 최근 2년치의 페이퍼들을 아주 자세히 공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IB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기출문제 확보에 대해 거의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아마도 공부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학생이라면 이미 모든 과목에 걸쳐 Question Bank 라는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을텐데요. 현재 버전 4까지 출시가 된 Question bank는 그 동안의 기출문제들을 챕터별로 재 편집하여 구성한 아주 유용한 프로그램입니다.
원래 개발된 의도가 각급 IB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시험지를 편리하게 구성하도록 돕는 것이었던 만큼 다양한 옵션이 제공되어 학생 개인별로 자신의 상황에 맞는 시험지를 만들어 풀어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한가지 기억할 것은 가장 최근 Question Bank는 온라인 버전으로만 접근이 가능하고 학교 선생님들에게만 비밀번호가 제공되므로 바로 전 버전 (version 3) 까지만 활용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그 이후의 문제들은 시험지별로 따로따로 다운받아야 하는데요. 최근에는 기출문제지만을 모아서 제공하는 사이트들도 많이 있으니 조금만 살펴보면 어렵지 않게 문제지를 확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기출문제 페이퍼를 준비했다면 이제 푸는 일만 남았습니다. 제가 학생들에게 누누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기출문제 풀고 나서 자기 점수 매겨놓고는 스스로 뿌듯해 하는 것처럼 바보스러운 일도 없습니다. 우리가 분명히 해야 할 것은 기출문제를 푸는 이유입니다. 학생들은 답을 맞추기 위해 예전 문제를 푸는 것이 아닙니다.
질문의 내용을 논리적으로 파악하는 훈련을 하고 문제풀이에 요구되는 스킬을 훈련하며 동시에 자신이 이미 가지고 있는 지식의 정도를 파악하기 위해 기출문제를 푸는 것입니다. 이러한 기출문제 풀이의 목적을 제대로 이루어가기 위해서는..
첫째. 큰 그림속에서 문제의 위치를 파악해야 합니다.
저는 수업 도중 이 화두에 대한 설명을 할 때마다 꼭 게임을 비유로 들어 이야기 하곤 합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게임을 하기 위해서는 전체 화면의 한 구석에 조그만 ‘맵’을 항상 띄워놓고 자신의 위치가 어디인지, 내 전우는 어디에 있는지를 계속 확인해야만 하는데요. 이와 같이 시험이라는‘게임’을 풀어나가기 위해 task를 분석할 때는 가장 먼저 이 문제가 어떤 챕터에 해당되는지, 어떤 컨셉에 대한 문제인지를 먼저 정확히 판단해야 합니다.
그래야 그에 맞는 풀이 방법이나 중요 컨셉을 자동적으로 꺼내 놓을수 있는 것이지요. 당장은 어렵게 들리겠지만 몇 번 시도해 보면 그리 어렵지 않은 일임을 바로 알 수 있을 겁니다. 평소 공부할 때 마인드맵 등등의 노트법을 활용한다면 문제의 위치 파악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질수 있을 것입니다.
둘째. 풀고 나서 채점한 후 Tab 붙이고 약한 부분을 보강합니다.
저는 다른 선생님들과는 좀 다르게 오답노트 만들기 같은 뭔가 시간을 많이 소모하는 추가 작업을 권하지 않습니다. 투자한 시간과 노력에 비해 효과가 미미하다고 판단되기 때문입니다.
그보다는 기출문제를 풀고 나서 마킹한 후 그대로 파일링을 하는 것을 권합니다. 오답이 있다면 반드시 정답뿐 아니라 자신이 틀린 이유도 찾아 내야 하며 그 내용을 머리 속에 각인 시킨 후 시험지에도 메모해 놓아야 하겠지요. 때로는 오답의 이유에 따라 각기 다른 색의 탭을 붙여 파일링 할 수도 있는데요.
예를들어 문제를 자세히 읽지 않아 틀린 문제에만 빨간색 탭을 붙여 정리해 놓는다면 파일을 열지 않고도 문제의 심각성을 바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몇가지의 색을 어느 구분에 맞추어 사용하느냐에 따라 얼마나 많은 문제를 다시 리뷰해야 하는지, 혹은 주로 어떤 방식으로 틀리는지를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셋째. Topical question solving을 활용합시다.
간혹 학생들이 자신은 아직 기출문제를 풀 정도의 실력이 아니므로 일단은 전 과정을 요약해 놓은 책으로 공부를 한 후에, 혹은 자신만의 노트를 만들고 난 연후에 문제를 풀겠다고 말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지만 시험문제 중에서 요약집 (Study guide)에 등장할 정도로 뻔한 내용을 질문하는 문제는 거의 없다고 보는것이 타당할 겁니다.
그리고 학생들이 만드는 노트라는 것이 실상은 자기위안 이상의 역할을 감당하기는 어렵다고 누누히 이야기 했으니 더 이상 말하는 것도 손가락만 아플 뿐이구요. 하지만 학생 입장에서는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일년간 뭐를 배웠는지 도통 알수 없다는 어려움이 있을수도 있습니다. 만약 이렇게 평소 학습량이 적어서 얼마 남지 않은 준비기간이 당황스러운 학생들이 있다면 각 챕터별로 기출문제를 모아놓은 페이퍼를 구해 풀어보길 권합니다. 기본적인 내용만 숙지한 후 계속 되풀이해서 문제를 접하다보면 해당 챕터에 대한 이해와 문제 경향을 더 잘 파악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이렇게 한챕터 한챕터 정리하면서 전체 큰 그림을 그려가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장 적절한 시험준비 방법이 될 것입니다.
한 해의 마지막 일사분기를 여름휴가 대신 연말시험에 집중하며 살아온 시간이 이제 얼추 20년이 다 되어갑니다. 하지만 매년 이맘때면 찾아오는 긴장감은 해가 갈수록 더하면 더했지 쉬이 누그러지지는 않는것 같습니다. 아이들의 시간표에 맞추어 일상을 살다보니 저 또한 매년 external 시험을 치르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고나 할까요..
이제 정말로 얼마 남지 않은 올해의 마지막 시험을 준비하며 우리의 사랑하는 아이들이 마음에 품었던 자신의 목표를 이루어 낼수 있기를, 힘들지만 보람있는 한해의 마무리가 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