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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의 역사는 길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탐식이나 비만을 죄악시했고 ‘너 자신을 알라’던 소크라테스(Socrates)는 ‘식욕이 강하면 몸이 망가지는 것은 물론 인간의 영혼도 위험에 처하게 된다’고 했다. 채식을 하던 소크라테스와 그의 제자 플라톤을 포함한 일곱 명은 그리스의 시인 아가톤의 집에서 물에 희석한 와인을 마시면서 밤새 토론을 했다. 모임은 향연이란 의미의 ‘심포지엄(Symposium)’이었는데, ‘함께 마신다’ 라는 뜻의 그리스어 ‘심포시온(Symposion)’에서 나온 말이다. 오직 소크라테스만이 끝까지 정신을 잃지 않고 토론을 마쳤다고 한다. 당시엔 와인을 가죽주머니나 항아리에 숙성시켰는데 아주 시었고 부패를 막기 위해 도수가 너무 높았기 때문에 물에 희석한 후에 꿀이나 허브를 타서 마셨다고 한다.
술보다는 같이 먹는 안주가 변수가 되겠지만 아무리 좋은 핑계를 대도 술을 마시면 살이 찐다. 하지만 현대에 와서 와인이 새로운 다이어트 식품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레드와인이 동물성 지방의 분해를 촉진시켜 체지방이 쌓이는 것을 막아주고 신진대사를 높이며 피부의 기미나 주름, 처짐 등의 현상을 없애고 자외선에 의한 피부 트러블을 해소시켜주는 등 건강과 미용에 좋은 다이어트 식품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온 까닭이다. 음식전문가들은 와인을 ‘마시는 야채’ 라고도 하는데 와인은 수분 85%, 알코올 9-13%, 당분, 비타민, 유기산, 각종 미네랄, 폴리페놀 등을 함유하고 있다.
와인은 우유 다음으로 완벽한 식품이고 수소이온농도(ph)가 3.0-3.5인 알칼리성 술로서 체질개선에도 도움이 된다. 프랑스의 과학자 파스퇴르는 낮은 수소이온농도와 알코올 성분 때문에 박테리아가 서식할 수 없다는 점을 들어 ‘와인은 가장 위생적인 음료’라고도 했다. 식사와 함께 하면 입맛을 돋우고 식사 후 소화를 돕는다. 그리고 흥분을 조절하고 진정시켜 숙면을 하도록 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진 바 있다.
여성의 비만은 실제 체중보다도 체지방과 관계가 깊은데 비만은 체지방이 표준보다 오버되어 있는 상태를 말한다. 그러니까 살을 빼려면 체중이 아니라 체지방을 감소시켜야 하는 것이 우선이다. 와인 속에 함유된 폴리페놀은 바로 이 체지방을 분해시키는 효소의 작용을 돕고 신진대사를 활성화시키기 때문에 여분의 에너지가 지방으로 축적되는 것을 막아준다. 비만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지방이나 당분이 적은 식사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핵심이 되는 것은 가능하면 체내에 활성 산소를 만들지 않는 것이다. 레드와인은 바로 활성 산소의 발생을 억제시켜 주는 폴리페놀을 다량 함유하고 있으며 다른 종류의 술에 비해 비타민이나 미네랄 성분이 풍부한 것이 특징이다. 미네랄은 혈관을 강화시키고 노폐물의 배출을 촉진시키는 것은 물론 동맥의 노화를 방지하고 혈액 중의 산성과 알칼리성 농도를 조절해주는 작용을 하기 때문에 다이어트를 할 때는 필수적으로 섭취해야 한다.
반면에 화이트 와인은 레드 와인보다 알코올 함량이 낮기 때문에 위(胃)에 부담이 적고 식욕의 조정을 돕는 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병에 대한 저항력을 키워주는 각종 유기산이 레드 와인보다 많고 각종 미네랄과 비타민 B, C 등 몸에 좋은 영양소도 레드 와인 못지않게 풍부한 것이 밝혀졌다. 다이어트의 어원은 그리스어 ‘디아이타(Diaita)’인데 정신적, 육체적 건강을 지키는 일을 의미한다고 한다. 어떤 일이든 균형과 조화가 필요하다.
레드와인의 맛을 결정하고 제조와 보관 중에 구조가 변화해 가는 타닌(Tannin)은 아직까지도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 중에 하나다. 레드와인이 복합적인 풍미를 가지면서 발전해 가도록 역할을 하는 것이 타닌이며 산화를 막아줘 장기 숙성을 가능하게 한다. 주로 씨, 줄기, 껍질에 함유되어 있고 떫은 맛을 낸다. 타닌은 레드와인의 숙성(Aging), 구조(Texture, Structure)와 형체(Shape)의 유지에 필수적인 요소이기도 하다. 마치 화이트와인에 산(Acidity)이 반드시 있어야 하는 이유와 같은 이치다. 잘 숙성된 와인에 녹아 든 타닌은 와인의 세계를 한결 미묘하고 우아하게 이끌어 주는 주인공이다. 타닌은 그 자체가 이합 집산하여 분자의 크기가 500에서 20,000까지 달라질 수 있고 단백질이나 다른 화합물과 결합하기 때문에 현대과학으로도 그 정체를 파악할 수 없는 신출귀몰의 존재라고 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우리는 와인을 ‘신(神)의 선물’이라고 한다.
특히 와인은 성인병을 예방하는데 도움을 준다. 와인에 함유된 칼슘과 칼륨은 골다공증과 성인병을 예방하며 타닌과 페놀 성분은 고혈압, 동맥경화, 심장병을 예방한다. 포도에 많이 들어 있는 ‘레스베라트롤(Resveratrol)’이란 물질은 항암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의 신경학 전문지의 보도기사에 따르면 하루에 2잔 정도 와인을 마시는 사람은 마시지 않는 사람보다 노인성치매의 발병위험이 75%정도 낮아진다고 한다. 그리고 얼마 전 영국의 의학저널에선 하루에 레드 와인 150밀리리터(대략 2잔)를 마시면 심장질환의 위험이 32%는 줄어들고 6년은 더 장수할 수 있다고 한다. 물론 지나치면 안된다.
‘고향의 부모님을 찾아 뵙지 않는 것이 오히려 효도’라는 추석명절에 TV콘서트로 전국민을 위로하고 응원한 나훈아는 소크라테스에게 힘든 세월과 험난한 세상의 이유를 묻고 따진다. ‘테스형(兄)도 모른다’며 정답 없는 인생을 자신만의 도전정신으로 헤쳐 나가자고 주먹을 쥐어보인다. 모두를 춤추게 만들며 한바탕 노래한 나훈아는 불필요한 것을 없애고 간결하게 사는 것에 집중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멋지게 늙는다’는 건 멋진 어른이 되는 일이다. 유치하고 초라하게 자가당착에 빠진 이들이 지천에 깔린 시대엔 더욱 그렇다. 우리 삶의 본질은 자립(自立)과 자존(自尊)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