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알바트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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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알바트로스

0 개 1,610 김준

십 수년전의 어느날. 발길 닿는대로 남섬을 여행하던 중 더니든에 다다르게 되었습니다. 스마트폰은 커녕 인터넷카페도 몇 개 없었던 그 시절엔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오로지 ‘여행자 정보센터’에서 얻을수밖에 없었는데요. 전화기 하나 달랑 들고서 놀거리 볼거리에 길찾기부터 숙소예약까지 못하는게 없는 지금에 비하면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불편하긴 했습니다만, 여기저기 숨어있는 보석같은 장소들을 찾아다니는 재미가 쏠쏠해서 나름 낭만적이었던것도 같습니다. 때론 우연히 들른 화장실의 낙서에서 여행지 정보를 얻기도 했고, 다른나라에서 온 관광객의 사진을 찍어주다가 인근의 좋은 숙소를 소개받기도 했습니다. 한마디로 사람냄새 물씬 나는 아날로그식 여행이었던 것이죠. 더니든의 여행자센터에서 발견한 ‘알바트로스 번식지’도 그런 ‘아날로그식 보석’ 중의 하나였습니다. 


제대로 된 정보도 없이 지도 한장에 의지해 찾아간 알바트로스 번식지..


낮에는 먹이사냥을 위해 둥지를 비우기 때문에 이른 아침이나 해질녘이 되어서야 모습을 볼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던 저는 늦은 오후가 될 무렵 그 장소에 도착했습니다. 남극해 인근의 깍아지른 절벽끝에 주차를 하며 마음이 설레었습니다. 하얗고 곧은 해안절벽을 배경으로 이름모를 검은 새들이 점점이 활공을 하고 있었고 파랗게 짙은 하늘 위로는 또렷한 하얀색의 바다제비들이 곧고 빠르게 무리비행을 하고 있었습니다. 마치 애니메이션 ‘붉은돼지’의 한 장면처럼 극단적인 색과 선의 대비가 만들어내는 생경함이 이국적인 감흥에 젖게했던듯 합니다. 


하지만 가슴이 뻥 뚫리는 풍광에 젖는 것도 잠시.. 자발맞은 성격을 이기지 못하고 알바트로스를 찾아 여기 저기를 들쑤시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어 이름은 ‘신천옹’으로 ‘조상이 보내주신 새’라는 뜻이며 영어 이름 Albatros는 ‘창공을 가르는 자유로운 영혼’이라는 뜻이니.. 도대체 어떻게 생겨먹어야 그렇게 멋드러진 이름으로 불리워질 수 있는지 궁금하지 않을수가 없었습니다. 더구나 십대 락밴드의 반 이상이 선택한다는 그룹명 ‘불사조(피닉스)’의 실제 모델이 바로 이 알바트로스인데에야.. 

 

너무 이른시간에 도착한 줄도 모르고 여기저기 헤집다가 멍하니 서서 그저 하염없이 하늘만 올려다 보기를 반시간.. 뻣뻣해진 뒷목을 견디지 못하고 휘휘 고개를 저어 풀어주던 중 먼 발치로 조그마한 안내소를 발견했습니다. 오래된 등대를 개조했음이 분명한 안내소는 겨우 대여섯사람이 동시에 들어가 설수 있을 정도로 비좁았지만 알바트로스에 대한 정보가 나름 빼곡히 들어차 있어서 지난 30여분의 노력이 완전 헛수고였음을 단박에 깨우쳐 주었습니다. 잘 정돈된 자료들 중 특히 어린 알바트로스의 박제와 연속으로 재생되는 관련 동영상이 인상적이었는데요.. 4살바기 아이 정도의 몸크기를 가진 박제가 유조(幼鳥)라 하니 성조(成鳥)는 도대체 얼마나 클까 기대가 되었습니다. 


더구나 박제를 통해 본 날개의 크기라니요.. 두 번이나 접힌 날개가 아직도 너무 길어서 날개관절이 등쪽으로 삐죽이 튀어나온 것이 마치 항공모함에 실린 비행기의 날개 접은 모습 같았습니다. 자료를 살펴보니 성조의 날개 폭이 3.5~4미터에 이른다 했습니다. 그러니까 한쪽 날개 길이만 해도 제 키정도 되는거지요.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제가 그렇게 단신축에 들지는 않습니다. ㅎㅎ 두 명의 김원장이 머리 꼭지를 마주대고 누워있다고 생각해보시면 대충 그 크기가 짐작되실겁니다. 어마어마한 날개 크기에 기대감이 한층 고조되어 동영상으로 눈길을 옮겼습니다. 고고하게 하늘을 가르는 자유로운 영혼을 기대하면서 말이지요. 


그런데 아뿔싸... 5분쯤 되는 동영상은 온통 알바트로스의 착지장면으로만 이루어져 있었는데요.. 착지가 얼마나 엉성하고 우스운지 말로 표현하기가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앞으로 고꾸라지는 것은 기본이요 때로는 두세바퀴를 떼굴떼굴 구른 후에야 겨우 멈춰서기도 했습니다. 마치 불시착하듯 땅을 완전히 들이받으며 착지한 후엔 두 발을 하늘로 치켜 들고 버둥거리다가 잠잠히 누워서는 한 동안 숨 고르기를 하는 장면도 포착되어 있었습니다. 이래가지고야 착지에 목숨을 걸어야겠다 싶어 안스러울 정도였지요. 저런새를 보기위해 이 먼 외길을 달려왔다니.. 여행자 센터에서 보았던 안내문의 자유로운 영혼이니 조상이 보냈다느니 했던 말들이 모두 허풍인듯 싶어 실망스러울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그저 참 우스꽝스러운 새도 다 있다.. 생각하며 한껏 부풀어 올랐던 기대감을 가라앉힐 밖에요. 


살짝 김이 빠진 김원장.. 아니 당시의 김청년은 일정을 고민합니다. 


‘숙소를 잡으려면 시간이 빠듯할텐데 저녁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그냥 돌아갈까? 어차피 볼건 다 본것 같구만.. 석양까지 기다렸다가 돌아가려면 어두워질테니 그것도 좀 불안하고..

아냐 아냐. 여기까지 일부러 한시간 넘게 외길을 달려왔는데 기름값이 아까워서라도 기다려야지. 혹시 알아? 민망한 착륙장면을 비디오에 잡을수 있을지..’


결국 후자를 선택했습니다. 알바트로스의 입장에서 봤을 때 자신의 흑역사를 영상기록으로 남기겠다는 발칙하고 불순한 의도를 품은 못된 관광객이 되기로 결정한 겁니다. 더니든 외각의 밤운전을 감수하기로 결심하고는 서쪽으로 반쯤 기울어진 태양을 향해 두 손바닥을 펼쳤습니다. 수평선에서 태양까지의 거리를 팔 쭉편 상태에서 손가락 굵기로 측정하면 하나에 15분씩 눈금을 매길수 있습니다. 왼손 네손가락으로 거리를 잡고도 세 손가락쯤 더 필요하니 아직도 두시간 가까이 기다려야 석양을 볼수 있을겝니다. 


그리 넓지 않은 운전석을 뒤로 쫙 밀치고 드러누워 앞 창문을 액자삼아 펼쳐진 초여름 오후의 파란 하늘과 그에 응수하는 쪽빛 바다와 둘 사이를 가로지르는 대리석 해안단구의 하얀 실금을 즐기며 파도를 들었습니다. 얼마뒤 저 멀리 흰 대리석 절벽에 붉은기가 돌 무렵 전설의 새라는 알바트로스가 홀연히 나타나 허공을 활공하겠지요.


까뭇 빠져들었던 선잠에서 깨어나니 벌써 하늘은 붉게 물들었습니다. 너무 늦었나 싶어 놀란 마음에 후다닥 차에서 나와 하늘을 올려다보았지만 보이는 새라곤 ‘끼아악’ 거리는 괭이갈매기 몇 마리 뿐, 기다리던 거대한 새는 감감무소식입니다. 혹시 다들 둥지를 찾아 들어갔나.. 아니면 멀고 먼 섬으로 이사를 갔나.. 한국에서 온 흑역사 지킴이가 무서워서 도망을 갔나.. 요즘이 번식기라서 저녁이면 꼭 둥지에 돌아온다 했는데.. 알바트로스보다는 낭비했을지 모를 시간이 안타까워 주변을 둘러보며 혀를 차고 있을 때, 


뉘엿뉘엿 채도를 잃어가는 일몰을 배경으로 하나 둘 박혀나가는 멀고 먼 점 한 두개.. 


이미 하늘에 찍혀있던 점들인 듯 너풀거리는 날개짓도 하나 없이 알바트로스 무리는 성큼 상상에서 현실로 들어섰습니다. 보일듯 말듯하던 점의 크기에서 확연하게 드러나는 새의 크기로, 그리고 이해할 법한 새의 크기에서 당황스러울 정도의 거대함으로 알바트로스는 아무 거리낌없이 확대되었고, 순식간에 등장한 거대한 생명체의 교교한 위용에 주눅이 든 저는 감탄사 한마디도 입에 내지 못한 채 알바트로스 서너마리의 글라이딩에 매료되고 말았습니다. 오죽했으면 비디오카메라를 꺼내 들 생각도 못했을까요. 미동도 하지 않는 긴 날개를 펼치고서 바람을 타고 바람을 비끼며 활강하던 그 장관을 저는 지금도 잊지 못합니다. 마치 윷가락들이 가로로 날고 있는듯 부자연스럽지만 그것들이 이어가는 바람의 곡선만은 한 없이 매끄러웠던.. 그 명료하고 아름다운 비행에 기가 질려 우스꽝스러운 착지를 비웃었던 무지몽매를 후회할수 밖에 없었습니다. 


알바트로스는 땅 위를 걷는 새가 아닙니다. 


새벽에 한번 절벽 꼭대기에서 날아내리면 저녁에 둥지로 돌아올 때까지 잠시도 땅을 딛지 않는 새 입니다. 한번 맘 먹으면 하늘길만을 날아 하와이를 왕복하고, 청년기가되어 짝을 찾을 무렵엔 10년동안 비행을 하며 공을 들이는 새 입니다. 그 10년의 시간동안 단 한 순간도 착지를 하지 않은 채 날면서 잠을 자고 날면서 사냥을 하고 날면서 사랑을 찾는, 땅에서 태어 났으나 80년 삶의 대부분을 하늘에서 살아가는 진정한 새중의 새가 바로 알바트로스 입니다. 하늘을 날수 있는 동물을 ‘새’라고 정의했을 때 그것의 본질을 가장 충실히 만족시키는 존재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 하늘의 삶을 위해 그의 날개는 그리도 거대하고 장쾌합니다. 한번 펼쳐 날아오르면 지구상의 어떤 생명체보다 편안하고 안정적으로 가장 오랜시간을 공중에 머무르는 이가 바로 알바트로스 입니다. 


때때로 꼭 땅에 내려서야 할 때.. 그의 거대한 날개와 육중한 체구가 장애물이 되어 구르고 넘어지며 창피를 당하기도 하지만 이는 그의 거주지가 땅이 아니라 하늘이라는 증거일 뿐입니다. 어느 누군가는 거추장스럽고 균형이 맞지 않는 ‘과유불급’의 날개라며 조롱할 수도 있겠지만, 일단 하늘을 호령하는 그의 위용을 접하고 나면 겨우 아침 해 밝은빛에 방정스런 횟대질이나 하는 자신의 날개가 너무도 초라해서 고개를 떨구고 말겁니다. 



제가 K를 만난지 이제 1년쯤 되어가는 듯 합니다. 


깡마른 체구에 선하지만 강단있어 보이는 눈매를 한 K는 보면 볼수록, 그리고 알면 알수록 신비로운 구석이 있는 친구입니다. 어느때는 제 고집이 강해서 도무지 꺽일 기색이 없는 듯 하다가도 또 어느때는 인도하는대로 술술 잘 따라오기도 하는 가변적 고집스러움을 가진 친구입니다. 전혀 상상하지도 못했던 취미를 가지고 있는가하면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던 성취를 이루어내기도 한 친구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학습이 직업이어야 하는 학생의 견지에서 바라본다면 K는 그의 성격이나 취미나 성취를 초월하여 최고수준의 학습능력을 지닌 학생이라 말할수 있을듯 합니다. 그는 저와 12학년 연말시험을 함께 준비하고 치루어냈으며 흔히들 공인시험이라 이야기하는 SAT Subject 물리, 화학과 AP물리, 화학을 함께 준비했습니다. 물론 최고의 점수를 획득했음은 말할 것도 없었지요. 장장 8개월여의 시간이 소요되는 준비와 응시기간동안 K는 단 한번도 과도한 양의 숙제를 불평하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고차원적인 문제들에 난색을 표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묵묵히 스스로가 풀어갈 과제라고 여기며 하나하나 해결해 갈 뿐이었습니다. 


마치 흐트러짐없는 강물같다고나 할까요.. 아니면 펄럭이지 않는 알바트로스의 날개 같다고나 할까요. 13학년에 들어서서 각종 Internal 시험에, AP 준비에 도무지 여력이 없을것만 같던 어느 날, 한층 파리해진 얼굴의 K가 멋적은 웃음을 띄워 올리며 입을 열었습니다. 


‘선생님.. 저.. 이번에 환경관련 과학경진대회에 출전하려고 하는데요.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다보니 조금 공부를 더 해야하는 부분이 있어서요.. 혹시 질문 하나 드려도 될까요?’


‘뭐라고? 과학경진대회? 작년에도 하나 나갔었잖아. 요즘 공부해야할 양도 만만치 않은데 꼭 참여해야하겠니? 자칫 잘못하면 이도 저도 안되고 힘만 뺄 수 있어. 내 생각엔 그냥 학교공부하고 AP에 집중하는것이 좋을것 같은데..’


그런데, 마뜩치않아하는 제 만류에 K가 한 대답이 더 가관이었습니다.


그동안 저는 모르고 있었지만 K가 학교에서 과학관련 동아리를 두개나 맡고 있었다 했습니다. 하나는 생물학 관련 동아리이고 다른 하나는 일반적인 과학 동아리인데 이번에 일반과학 동아리의 부원들이 한 팀을 구성해 환경보호에 관련된 경진대회에 출전하기로 했다는 겁니다. 아무래도 리더인 자신이 빠지면 안될것 같아서 함께하기로 했다는군요. 


K의 고집스런 성격을 잘 알고있던 저는 걱정이 되었습니다. 누군가가 자신의 뜻에 맞지 않아도 그저 빙그레 웃으며 넘어가지만 끝끝내 주장을 굽히지 않는 그 모질고 끈질긴 고집.. 아이가 품행이 바르길 망정이지 속썩이는 아이가 그런 고집을 피운다면 정말이지 생각만으로도 끔직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고집장이 K가 출전을 하겠다고 맘을 먹었답니다. 그럼 그 다음은 ‘명약관화’ 입니다. 분명히 그나마 모자란 잠을 더 줄여가며 공부를 할거고 맨날 눈이 벌개져서 저를 보러 오겠지요. 수업시간에 깜빡깜빡 조는 횟수도 더 많아질 것이 분명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개월 남은 AP시험에서 만점을 받겠다며 기를 쓸겁니다. 언젠가처럼 수업시간에 코피나서 후다닥 화장실로 뛰어가야할지도 모르겠고, 그러잖아도 얇디 얇은 한줌 허리가 더 가늘어져서 허리띠를 줄이며 속상해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본인이 해야겠다는데 어떻게 말릴수가 있을까요? 그저 도와주어야겠지요.  


몇 번인가 K의 궁금증을 풀어주며 수업을 하던 어느 날, 생각난 김에 K의 학교생활에 대해 물어보았습니다. 사실 저야 그동안 K의 과학 성적에만 관심이 있었지 그가 어떠한 자세로 어떻게 생활하는지는 알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덤덤한 말투로 지난 2년과 당장의 1년을 이야기하는 K의 목소리에서 피곤함이 묻어났습니다. 그 나이 또래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노숙함과, 활기찬 10대의 그것이라고 보기엔 마음 아픈 기진함이 저를 속상하게 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근 50년을 살아온 제가 생각하기에도 답이 없을듯한 고비들을 극복하며 하루하루 성장해온 한 젊은 청년의 정신력에 심장이 부르르 떨리는 감동을 받기도 했습니다. 


마치 ‘이번 작전은 내 목숨을 걸고 성공시키겠다!’ 라고 단언하는 전쟁영화속의 영웅을 보는 느낌이라 할까요? 비장한 분위기의 배경음악이 깔려야 할듯한 이야기들을 K는 참 아무렇지도 않게 이어나갔습니다.


유학초기 부모님 없이 혼자 생활하며 경험했던 외로움과 불안함..


엄격하고 단호한 학교의 규율에 주눅이 들었지만 그것을 이겨내기위해 오히려 적극적으로 임했던 학교 생활..


두 개의 학술클럽을 세우고 운영하기위해 밤잠 설쳐가며 고민하고 이 선생님 저 선생님 쫓아다니며 자문을 구하던 시절과 클럽의 멤버가 경진대회에 출전해 전국권의 고득점을 획득하던 날의 환희..


학교에서 연계해 준 장애우를 돕기 위해 더 효과적인 교육방법을 찾아 온갖 교육기관에 연락하며 자료를 모아 적용해보던 의미있던 시간들..


여러가지 활동에 치여 혹시라도 성적이 뒤쳐질까 노심초사하며 없는 시간을 만들어가며 공부하던 지난 3년..


그리고,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는 K의 행보를 기특해하던 선생님들과 박수치며 응원해주던 친구들.. 한편, 있지도 않은 흠집을 찾아 그의 주변을 뒤지고 어떻게 해서든 K의 성취를 평가절하하려 노력하는 또 다른 부류의 친구들..


간간히 민망한 웃음을 섞어가여 지난 시간들을 풀어내는 K의 얼굴에 십 몇년전 제 오금을 저리게 했던 알바트로스의 이미지가 겹쳐지며 떠올랐습니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바람의 결을 넉넉하게 다스리며 조금의 불안감도 없이 허공을 활강하던 알바트로스.. 남사스러운 착지를 비웃는 다른 새들의 험담 따위는 땅에서 들려오는 잡음으로 흘려듣고 오로지 푸르고 푸른 창공만을 염원하던 알바트로스.. 그의 자유함은 능력과 노력을 기반으로 한 자유였으며 그의 장쾌함은 꿈꾸는 자만이 가질수 있는 특권이었습니다.   

 

많은이들에게 회자되는 한 유명한 미국대학교의 입학축하연설문이 있습니다. 읽어본지 오래되어 연사가 누구였는지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습니다만 속칭 잘 나간다는 IT기업의 사장님이었던것만은 확실합니다. 이 사장님이 입학축하연설을 하는데 미식축구 장학생으로 입학한 몇몇의 신입생들이 소란을 피웠나봅니다. 사장님은 단호한 어조로 이렇게 말 했습니다. 


‘오늘 이 학교에는 많은 수의 다양하고 흥미로운 학생들이 입학했습니다. 개중에는 소위 Geek라 불리우는 공부벌레들도 있고 힘이 세고 체력이 강한 미식축구 선수들도 있습니다.’


순간 왁자하게 떠들며 분위기를 흐리던 일단의 덩치들이 조용해졌습니다. 단상위의 연사 입에서 자신들을 거론하는 말이 나왔으니 당연히 관심이 갔을겁니다. 사장님은 말을 이었습니다. 


‘이 다양하고 훌륭한 학생들 중 한 그룹에게 저의 진지한 충고를 전하고자 합니다. 미식축구부원 여러분, 여러분들이 Geek, Nerd라며 비웃고 조롱하고 때로는 물리적으로 협박하기도 하는 그들에게 앞으로 잘 보이십시요. 왜냐하면 이 대학교를 졸업한 후 그들이 바로 여러분의 고용주가 되고 팀장이 되고 인사담당자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제가 이 학교 졸업생으로서 실제로 경험한 일 입니다.’


순간 장내는 숙연해졌고 철없는 덩치들은 당황한듯 눈을 굴렸고 그동안 놀림받았던 Geek들은 미소를 지었다 합니다. 아마 그들 모두는 자신이 알바트로스가 되어가는 중인지 아니면 닭이 되어가는 중인지 알고 있었을 겁니다. 


그렇습니다. 우리의 아이들은 모두 무엇이 되어가는 과정에 서 있습니다. 예술적 감각이 뛰어나서 예술가의 길을 걷는 아이들도 있고 공부에 관심이 많아서 학업의 길로, 운동에 재능이 있어서 운동선수의 길을 가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아이들이 어떠한 성장의 과정을 걸어가던지 그 길위엔 언제나 선택의 기회가 놓여 있습니다. 세상 어디에나 놓여있는 이 선택의 기회는 세상 어디에나 있는 두 부류의 군상으로 결론지어집니다. 교교하게 창공을 가르는 알바트로스가 되느냐 아니면 오늘도 횃대에 올라앉아 그 창공을 바라보기만 하는 닭이 되느냐..


코로나 19로 인해 거진 망가져버린 2020년의 공교육은 우리의 아이들을 이분시키고 말았습니다. 


어떠한 사태의 변화에도 굴하지 않고 가야할 방향과 목적지를 향해 잰걸음을 늦추지 않는 첫번째 부류와 핑계거리 넘쳐나는 세월을 잘 활용하여 게임할때는 멀쩡하던 인터넷이 온라인 수업만 하면 느려지고 끊어지는 두번째 부류가 그들입니다. 2020년은 이렇게 중간층이 없이 양극화된 학력구조를 이루며 마무리되어 가고있고 우리의 아이들은 그 두 부류중 어느편에 설 것인가를 결정하는 선택의 하루하루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연말 시험을 얼마 남겨놓지 않은 요즈음, 사랑하는 우리의 아이들이 높은 바람을 타고 하늘을 제어하는 알바트로스의 삶을 살수 있기를 간절히 소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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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옵시고..

댓글 0 | 조회 1,642 | 2021.02.23
며칠간의 반짝 Lockdown은 제가 그동안 얼마나 이 세계적인 대재앙에 대해 무디게 살아왔는지를 반성하게 했습니다. 불과 몇 개월전인 작년 말만 하더라도 Cov… 더보기

360도 뷰가 아름다운 혹스베이의 Te Mata Peak

댓글 0 | 조회 2,167 | 2021.02.23
노후에 오클랜드가 아닌 다른 지방에서 “한달 살기” 하고픈 도시들을 추천한다면 그 중 으뜸인 곳이오클랜드에서 동쪽으로 약 6시간거리에 있는 네피어 근방의 Have… 더보기

친구에게 때가 한참 지난 사과를 하면서

댓글 0 | 조회 1,774 | 2021.02.23
현직 기업체컨설턴트와 코칭 전문가로 맹활약중인 고등학교 절친 중 한 명으로부터 그 동안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던 책이 탈고를 마쳤다는 소식을 들었고, 다른 친구가 … 더보기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lockdown과 최저임금

댓글 0 | 조회 3,125 | 2021.02.23
오클랜드 지역이 코로나바이러스 (Covid-19)로 인해 2021년 2월 15일부터 17일까지 삼일간 세 번째 lockdown에 들어가면서 lockdown기간 고… 더보기

오래된 풍경

댓글 0 | 조회 1,318 | 2021.02.23
‘풍경은 자기 안의 상처를 경유하면서 해석된다.’고 하던가. 그럴지도 모른다. 풍경 속에서 떠올리는 것들은 대개 자기 안의 익숙한 어떤 것들이다. 자라면서 독특하… 더보기

소망없는 세상에서 사랑과 사람으로 연결되다

댓글 0 | 조회 2,117 | 2021.02.23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드려요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김상혁이라고 하고, 영어 이름은 Joseph Kim입니다. 현재는 뉴질랜드 Reconnect 대표를 2020년부… 더보기

세계 암의 날

댓글 0 | 조회 1,349 | 2021.02.20
우리나라 국민들이 평균수명까지 생존할 경우 암(癌, cancer)에 걸릴 확률은 37.4%로, 남자는 5명 중 2명(39.8%), 여자는 3명 중 1명(34.2%… 더보기

나라의 근본 체력은 국방력과 조세제도

댓글 0 | 조회 1,503 | 2021.02.11
국방과 조세는 자의적 해석이나 타협-양보-유보를 할 수 없는 문제근본이 제대로 서야 강국이 되고 국제 주도권 갖는다축구는 이미 운동 경기라는 테두리를 넘어서서 정… 더보기

젖이 잘 나오지 않나요?

댓글 0 | 조회 1,640 | 2021.02.11
사람의 몸에서 생산해내는 유일한 음식이 바로 모유이다. 포유류, 즉 젖먹이동물인 인간은 태어나서 일정 기간 동안 젖으로 양육되는 유아기를 거치는데, 이 시기의 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