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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최 재호
울음 그친 하늘이 다시 내게로 온다
짓눌렸던 평온을 쓰다듬어
희망의 늦잠을 깨우며
거리엔 청소 끝난 하수를 흘려 보내듯
그 눈물로 긴 여정 끝의 내 더러운 머리 가루들을 씻어
수채 구멍으로 말끔히 퇴장시킨다
다행히 하늘의 연민으로
오늘의 거리는 다시 말게 허락되었다
하늘이 내 눈을 열어 주고
희망이라 잘못 이름 붙여진
친구들을 불러내
다시 새 판을 재촉한다
내 또 그 속삭이는
기회의 유혹을 따라
오늘도 노름을 하러 간다
도대체 하늘은 왜 이 몹쓸 판들을 열어주고
우리 생을 걸고 놀게 하는지
그래서 저질러진 어둠의 부스러기들을
연민의 비로 씻어주면서
버릴 수 없는 자식이
이생서 좋은 씨앗을 제 손으로 따내
다음생에 뿌릴 수 있게
죽음으로 끝나기 전까지
어떻게 놀아도 잃는 생명
다만 다음 생엔 무슨 열매가 열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