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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질랜드에서 연구중인 디지털 헬스케어 로봇들
코로나19가 바꾼 세상 (2)
뉴질랜드는 한 동안 신규 확진 환자도 없었고, 한 때 액티브 환자가 0이었기에 레벨 1로 내려온 지금 코로나 이전과 별반 차이 없는 생활을 지속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해외 유입 환자가 생기면서 뉴질랜드만 잘해서는 절대로 해결되지 않을 문제라는 것을 직접 확인했다.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국경을 폐쇄한 채 우리끼리 잘살자 라는 생각으로 살 수는 없으니 참으로 답답한 상황이다. 한국이나 대만을 보더라도 2차 확산은 뉴질랜드도 경계해야 할 부분이기에 코로나 19는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있다.
아직 진행중인 코로나 19 상황이 우리 생활에 단기간 많은 제약을 주었고, 우리도 그 동안 겪어보지 못했던 락다운이나 사회적 거리두기 등을 체험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 기대와는 달리 이런 경험들이 앞으로 체험이 아니라 우리 일상이 될 수도 있음은 어느 정도 각오를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는 어느 정도의 의료 서비스가 가능한 한국 그리고 뉴질랜드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니, 사실상 의료 시스템이 붕괴된 미국이나 의료 시스템이 미비한 인도나 아프리카에 살고 있는 분들에 비하면 이렇게 라도 이전과 비슷한 생활을 하고 있음에 감사해야 할 것 같다. 여기는 검사도 쉽고, 만약 양성이 나오더라도 어느 정도의 진료는 받을 수 있으니 말이다. 물론 의료 서비스를 받기 위한 경제적인 상황 역시 고려할 필요가 없으니 더욱 안심이다.
필자는 지난 칼럼에서 비대면 서비스의 확산과 로봇의 가능성에 대해 말한 바 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비대면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고, 코로나 19 상황에서 비대면 서비스를 운영하는 기업들의 주가는 연일 상승하고 있다. 이 중 헬스케어 관련 기업들의 주가는 특히나 관심을 받으며 상승 추세에서 급등락의 반복을 보여주고 있다. 그 만큼 기대감이 크다는 반증일 것이다.
필자는 비대면 서비스 중에서도 비대면 의료 서비스, 크게 보면 디지털 헬스케어의 가능성에 대해 얘기하고자 한다. 한국형 뉴딜 정책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디지털 헬스케어는 사실 로봇과 함께 최근 10여년간 한국의 새로운 먹거리 정책에는 빠지지 않고 등장했던 키워드들 중 하나이다. 디지털 헬스케어의 어플리케이션 중 하나인 헬스케어 로봇은 이미 미래에 중요한 산업으로 여겨져 왔고, 코로나 19로 인해 더욱 중요해진 것이다.
디지털 헬스케어와 헬스케어 로봇은 그 동안 사회적인 논쟁이 있어왔고, 관련 법률도 수정해야 했기에 한국에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던 연구 분야이자 사업 분야였다.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일이기에 안정성이 가장 중요하다는 의견도 맞고, 의료 서비스 인프라가 미비한 도서지역 등에 먼저 투입해서 의료 서비스 보편화 환경을 만들자는 의견도 맞다. 그리고 어느 정도의 밥그릇 싸움도 있는 것 같다. 앞으로도 수많은 토론과 논쟁이 필요하겠지만, 정부에서 의지를 가지고 추진한다면, 앞으로 빠른 시일 내에 현실화가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필자가 디지털 헬스케어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앞으로 건강에 대한 니즈는 더욱 커지겠지만, 의료 자원은 니즈를 충족시킬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서울에 비해 경북지역은 의료인력 한 명 당 환자수가 두배정도 많다. 도서지역의 열악한 의료 자원은 더 이상 얘기할 필요가 없다. 국경없는 의사회는 예멘서 코로나19 대참사가 시작되었다고 경고했다. 미국은 코로나 확진자를 방치하는 수준이며, 일본은 이를 막고자 검사에 소극적이다. 앞으로는 정기 건강 검진은 필수이고, 정기적으로 바이러스 검사까지 해야 할 지 모른다. 이 과정에서 의료진도 위험에 노출될 수 있기에 자동화 시스템, 특히 로봇은 필수로 사용해야 할 것이다. 이미 미국과 유럽 몇 개국에서는 코로나19 검사 및 환자 케어에 로봇을 투입해서 가능성을 체크하고 있다.
둘째, 뉴질랜드는 복지 강국이면서 헬스케어 산업에서 동서양의 다리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뉴질랜드에서는 복지에 많은 예산을 사용하고 있고, 이 시스템을 다른 국가에서 배워간다. 또한 서양의 병원 시스템을 다양한 국적과 인종의 뉴질랜드 구성원들이 이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 일본, 싱가폴 등 기업이나 연구팀들이 서양 마켓으로 진출하기 전, 뉴질랜드에서 테스트를 많이 한다. 디지털 헬스케어에서 뉴질랜드는 훌륭한 테스트베드라는 것이 이미 검증되었고, 그만큼 뉴질랜드에는 기회가 많을 것으로 전망한다.
셋째, 뉴질랜드는 이미 실환경 디지털 헬스케어 연구에서 세계적으로 선두권에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오클랜드 대학교 로봇 연구 그룹 CARES에서는 지난 20년간 디지털 헬스케어에 대한 연구를 해왔고, 상업화를 준비하고 있다. 독거 노인 케어 로봇, 실버타운과 공동 요양 시설에서의 노인 케어 로봇, 치매환자 케어 로봇, COPD(만성폐쇄성폐질환) 환자 케어 로봇, GP룸 간호사 로봇, 내방 환자 상담 로봇, 병원 가이드 로봇, 입원 환자들을 위한 식사 배달 로봇, 혈액 등 샘플 배달 로봇, 건강 및 생활 정보를 기록하는 메디컬 서버 등 디지털 헬스케어 연구로는 세계적인 연구팀이다. 특히 모든 연구는 실환경 기반으로 하고, 모든 과정에서 건강심리학, 의학, 간호학, 노인학 전문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상업화를 준비하고 있다. 한국 등 해외 연구팀들과의 공동연구도 뉴질랜드를 더욱 유리한 포지션으로 가져왔다.
지난 두 달 간의 격리생활동안 변화된 사회적인 인식 또한 디지털 헬스케어의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그 동안은 “로봇이 도움이 되면 얼마나 되겠어?”, “내가 전문가 도움 없이 로봇을 사용할 수 있을까?” 라고 걱정 또는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필자가 락다운 기간동안 수행했던 연구결과에서는 “로봇이 더 안전할 수도 있겠다”, “생각보단 어렵지 않은 걸!” 이라는 피드백을 받았다. 디지털 헬스케어를 받아들일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다.
아플 때만 병원에 가서 의료 서비스를 받는 것이 아니라 일상 생활에서 케어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병원에서 멀리 살더라도 비슷한 의료 서비스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의료 정보의 공유를 통해 치료법을 더 빨리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치료 보다는 예방에 더 중점을 둘 것이다. 그리고 이런 의료 서비스 만큼은 빈부의 격차에 무관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디지털 헬스케어의 긍정적인 미래이고, 필자가 디지털 헬스케어 연구를 하는 이유이자 꿈꾸는 미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