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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뭐라고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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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주제로 이야기를 시작한다면 아마도 남자들 군대 이야기 못지 않게 할 말이 많을 것이다. 술의 역사는 꽤차지 않았더라도 한국인은 술을 좋아하고 술에 대해 여전히 다른 나라에 비해 비교적 관대한 편이라고 생각한다. 

 

시험에 합격을 해서 축하하려고, 사는게 억울해서, 군입대 하는 친구와 아쉬움을 나누고자, 연인과 헤어져서 슬픔을 이기려고, 직장 생활에서 꼭 필요한 것이여서… 그 이유와 핑계는 무궁무진하다. 심지어 멀쩡히 살아계신 친구 아버님을 팔아 상가집에 다녀온다고 하기도 한다. 

 

현진건의 1921년 ‘술 권하는 사회’ 라는 소설을 발표했다. 줄거리는 이렇다. 아내는 결혼한지 7.8년째 홀로 동경에 간 남편을 기다린다. 공부라는 것을 돈 나오는 도깨비 방망이라고 굳게 믿으며 말이다. 

 

그러나 돌아온 남편은 아내의 기대와는 다르게 그닥 똑똑한 사람이 아니다. 게다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술에 만취해 집으로 들어오는 것이다. 어느 날 새벽녁에 만취해 귀가하는 남편에게 아내는 술좀 그만 먹으라고 바가지를 긁는다. 

 

남편은 무엇이 자신에게 술을 먹이는지 아느냐고 아내에게 물어본다. 아내는 하이칼라와 홧병이라고 답하지만, 남편은 둘 다 답이 아니라고 한다. 남편은 조선 사회가 자신에게 술을 권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아내는 ‘사회’라는 단어를 이해하지 못하고 그저 요릿집 정도로만 생각한다. 

 

남편은 “아아! 답답해!” 하면서 집을 나서고 아내는 “그 몹쓸 사회는 왜 술을 권하는고!” 라고 하며 절망한다는 줄거리이다. 

 

자신의 주량을 과시하고자 혹은 좋은 안주 소개라는 명목으로 요즘은 유튜브에서도‘먹방’못지 않게 다양한 유튜버들이 음주를 방송 컨텐츠로 하여 구독과 좋아요를 눌러달라 애교를 부린다. 

 

사람에 따라 그리고 상황에 따라 술이 가지는 긍정적인 면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과유불급이라는 말처럼 사람이 술을 마시는 것이 아니라 술이 사람을 마셔버리는 상황에 발생할 수 있다. 굳이 일일이 나열 하지 않더라도 과음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많은 의학 전문가들이 경고를 하고 있다. 

 

장기간 과음은 단순히 알콜을 흡수하고 분해하는 신체 장기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뇌에도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바로 알콜성 치매가 가장 대표적인 것이다. 최근에는 젊은 층에서도 치매 환자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는 과다한 술 섭취로 인한 알콜성 치매가 흔한 원인 중 한 가지이다.

 

알코올성 치매는 지속적이고 과다한 음주로 인해 뇌의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 부위가 손상을 입으면서 발생한다. 그래서 비단 노인들뿐만 아니라 젊은 층에서도 발병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노화에 따른 신경계 퇴행성 변화에 의해 발생하는 알츠하이머 치매와는 다르다. 

 

알콜은 혈관을 통해서 우리 몸에 흡수되는데 술을 많이 마시게 되면 혈액 속의 알콜이 뇌세포에 손상을 주게 되고 이러한 문제가 반복되면 회복 불가능한 상태로 뇌에 영구적인 손상을 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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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일반적인 증상이 흔히 필름이 끊긴다고 하는 블랙아웃 (Blackout), 즉 단기성 기억장애로 음주 중 있었던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다. 블랫아웃이 반복되면 장기적으로 뇌에 손상을 입히고 치매로 발전하게 된다.  

 

또 하나의 증상은 폭력성이다. 감정과 충동을 조절하는 뇌 앞부분의 전두엽이 알콜에 의해 손상되어 술만 마시면 공격적으로 돌변하거나 폭력성을 보인다. 알콜성 치매의 가능성을 보여 주는 증상이다.  

 

이러한 단기 기억 장애와 폭력적 성향이 자주 나타나게 될 경우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의 기억 장애로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치매 전문가들은 대부분의 알콜로 인한 치매 환자들 대다수가 상태가 심각해 지고 나서야 도움을 찾는다고 한다. 따라서 평소 음주 습관과 음주 후 증상을 잘 관찰 한다면 치매 예방과 조기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필자도 한마디로 소싯적에 술을 꽤나 마셨다. 같은 자리에 함께 하는 지인들의 숙취를 대신 안고 가겠다며 호기롭게 부어라 마셔라 했던 때가 있었다. 게다가 그럴듯 한 안주가 있을 때면 더 할 나위없는 음주를 위한 좋은 핑계 거리 였다. 

 

좋은 사람과 잔을 기울이며 좋은 안주가 차려지면 현진건 소설의 남자 주인공 못지 않게 과음으로 이어졌다. 물론 한 때 였지만 그 후유증인지는 몰라도 아직 중년의 나이에 아내에게 자주 묻는다 “방금 뭐라고 했지?”  

 

 

새움터 회원  장요셉 

 

※ 새움터는 정신 건강의 건전한 이해를 위한 홍보와 교육을 하는 비영리 단체입니다. www.saewoomtor.org.n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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