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없는 관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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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없는 관찰자

0 개 1,953 김지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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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ID19가 남쪽 끝의 작은 섬나라인 뉴질랜드에도 도착했다. 과거의 바이러스와 달리 무척 똑똑한 바이러스로 빠르게 진화를 해가면서 퍼져 나간다. 

 

사람의 의식만 진화를 해나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반려 동물들만 해도 예전보다 훨씬 더 똑똑해져 가고 있으며, 인간의 수명이 길어지는 것만큼이나 그들의 수명 역시 점점 늘어가고 있다. 

 

이번 COVID19 사태를 보면 바이러스들까지도 덩달아 생존의 법칙에서 살아남으려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것 같다. 숙주 안에서 숙주와 함께 기생하는 기생충들과 달리, 숙주가 죽던 말던 상관하지 않고 그들의 목적만 달성하면 그만인 바이러스이다.

 

자신을 숨기는 상당한 기술로 슬며시 다가와서 폐로 접근해 나간다. 약자에게 강하고 강자에게 약하며, 인간의 이기주의를 교묘하게 이용할 줄도 안다. 오랫동안 인간을 관찰해온 것만 같다. 

 

관찰자.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관찰자를 신으로 생각한다. 어떤 영성인들은 자기 자신을 자신의 관찰자로 생각한다. 명상을 통하여 자신의 내면을 관찰하는 사람들도 있고, 자신으로부터 조금 떨어져 자신의 행동을 관찰자의 눈으로 바라보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이번에 나는 코비드19를 통하여 나 자신의 관찰자가 오직 신이나 나 자신으로 한정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우주가 마음작용이라는 생각에 대한 폭이 넓어진 것이다. 

 

세상이 나의 거울이라는 것, 상대를 통하여 나 자신을 본다는 것에 대한 이제껏 갖고 있었던 생각을 확장하게 해 준 코비드19. 코비드19사태가 전 세계를 휘두르는 것을 보면서 내 시야가 확 넓어진 느낌이 들었다.

 

이 세상을 오직 인간 위주로만 생각했었던 내 어리석음에 대한 부끄러움이 앞섰다. 우주의 의식이 사람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고, 삼라만상 모든 것에 골고루 갖춰 있다는 걸 왜 이제야 기억해 낸 것인지.

 

돌멩이나 내 몸이나 알고 보면 모두 다 텅 빈 상태인 에너지. 돌멩이라고 생각이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들만의 언어가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서로 대화를 나누고 있을 수도 있다. 우리의 청력이 들을 수 없는 주파수 너머의 언어로.

 

우주의 삼라만상이 보기에 인간이라는 존재가 참 신기할 수도 있겠다. 얼마나 재미있게들 사는가? 지구를 어지럽히고 난장판을 만들고 핵폭탄이니 이상한 것들을 만들어 서로 으르렁 거리면서 전쟁놀이나 해대고 말이다.

 

인간들처럼 재미있는 존재들도 사실 없다. 나 자신만 봐도 정말 재미있다. 나 자신을 까발려 보면 한도 끝도 없는 것들이 마구 튀어나와서 얼른 싸매버리게 된다. 이렇게 인간들이 워낙 재미있고 신기한 존재라서 인간들끼리 법을 만들어 통제해가면서 살고 있을 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 법이란 것이 공정하기만 하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심사숙고하여 공정하게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아주 교묘하게 그 법을 이용하여 못 된 짓을 일삼는 자들도 있지 않은가? 아니면 권력으로 법을 어겨 가면서도 큰소리 떵떵 치고 사는 자들도 있고. 인간세상은 정말 요지경 속이다.

 

내가 나 자신으로부터 좀 떨어져서 나 자신을 관찰하는 것에 익숙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렇게 글로서 나 자신을 정리해가면서 다시금 들여다 볼 수 있는 것도 다행으로 여겨지긴 하다. 그러나 내게 있어서 이 작업이 쉬운 것은 아니다. 한 달에 두 번 하는 이 작업도 완전하게 나 자신으로부터 떨어져 나 자신을 바라보기가 힘이 든다.

 

올해 들어 많이 아팠다. 아직도 죽에 의존하는 날이 많고, 왼팔의 통증과 씨름을 하면서 지낸다. 그러나 귀는 자연치료가 된 거 같다. 고름이 나오지 않고 한결 편안하니 말이다. 

 

피지오 테라피스트가 Frozen Shoulder 라는 말을 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그 말이 오십견을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영어도 이렇게 재미있는 구석이 있음에 감탄했다. 

 

몇 년 전에 오른쪽 어깨에 오십견이 왔었는데, 그때와 다르게 너무 아프다고 말했더니, 수술로 다친 근육이 다 낫기도 전에 오십견이 되서 더 아플 거라고 했다. 하지만 몸이 스스로 치유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해주었다. 그 말 그대로 내 어깨가 조금씩 풀려가고 있어서 감사하다. 코비드19 퇴치 역시 시간이 해결해주겠지.

 

코비드19는 면역성이 좋아야 이겨낼 수 있다고 한다. 나처럼 나이가 많은데다 지병이 있는 사람은 감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는 게 첫째지만, 운이 없어서 감염이 된다고 해도 면역성이 강하면 이겨낼 수 있다니, 면역성 증강에 힘을 쓰면서 살아야겠다. 

 

에어비앤비도 당분간은 문을 닫아야할 것 같다. 이미 다음 주 손님은 그쪽에서 예약 취소를 했다. 메시대학에 강의를 들으러 오는 학생인데, 강의가 취소되었단다. 4월 달 손님들도 취소를 한 상태이다. 서로 조심하면서 이 어려운 시국을 잘 넘겨야 할 것 같다.

 

코비드19로 한국의 기상이 높아져 가고 있다. 먼저 맞은 매로 다른 나라보다 더 아픈 상처를 입었지만, 그 와중에도 정부와 온 국민이 힘을 합하여 코비드19를 제대로 관찰하며 맞서서 전 세계의 모범이 되었다. 내가 한국인인 것이 자랑스럽다.

 

막내한테 얼마 전에 내가 한 말이 생각이 난다.

 

“젊은 너야 코비드19가 겁나지 않겠지만, 그래도 항상 조심해야 해. 네가 너 자신도 모르게 감염이 되어서 남들한테 전염을 시키게 될지도 모르니까. 그 사람이 엄마가 될 수도 있고, 네 친구가 될 수도 있는 거야.”

 

이제 시작인 뉴질랜드의 방역이 성공적인 결과를 얻게 되기만을 바란다. 나 역시 코비드19로부터 나 자신을 잘 지켜낼 수 있도록 코비드19와 나 자신의 관찰자가 되는 것을 소홀히 하면 안 되겠다. 이 또한 다 지나갈 일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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