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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출신 거장 영화감독들이 만든 뉴욕 스토리
‘인생은 흘러가고 흘러가는 것’
우디 앨런, 마틴 스콜세지 등 참여
한때 뉴욕이란 곳에서 3년 정도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새 천년이 시작되는 밀레니엄 초입, 일주일 동안 뉴욕 5번가 등 맨하탄과 감미로운 멜로 영화에 등장하는 센트럴 파크등을 돌아다니면서 뉴욕이 주는 로맨틱과 도시 분위기 매력에 푹 빠져있을 때였다. 무엇보다 미국 마피아 영화에 자주 등장했던 브루클린 브릿지를 봤을 때의 그 행복감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유명 감독들이 옴니버스로 세계 각국 유명 도시를 배경으로 각자의 개성과 주제를 담아 만든 영화들이 있지만 그중 <뉴욕스토리>는 프란시스 코폴라, 마틴 스콜세즈, 우디 앨런등 3명의 현대 거장 감독들이 뭉쳐 개성있는 스토리와 독특한 주제 및 소재로 다양한 뉴요커들의 삶과 문화 예술을 스크린에 담아낸 뛰어난 수작으로 평가받는다. 주지하듯 마틴 스콜세지 감독은 갱스터 무비로 뉴욕의 밤을 주로 다뤘는가 하면, 이와 반대로 우디 앨런은 뉴욕 중산층 유태인들의 삶에 포커스를 맞춰 뉴욕의 낮을 배경으로 일상을 다룬 소재가 많다. 특히 우디 앨런 감독은 특유의 감칠맛 나는 대사와 미장센으로 “인생은 흘러가고 흘러가는 것이다.”는 서사와 철학을 보여주는 대표적 감독으로 손꼽힌다.
이번 <뉴욕스토리>에서 우디 앨런은 다시 한번 스토리 텔러로서 자신만의 독특한 재미와 감동을 선사한다. 우선 이번 작품에서 우디 앨런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라는 제목을 통해 어머니와 자식 간의 불편한 사랑과 애정에서 비롯된 감정과 생각에서 연유한 기막힌 영화적 허구와 상상은 놀랍다. 뉴욕의 큰 로펌(법률)회사에서 출세한 중역으로 일하는 주인공 자신의 큰 걱정거리는 예상외로 어머니다. 매사 사사건건 간섭하고, 50세가 다 된 자식을 무안 주기를 밥 먹듯이 하고, 무엇보다 자신의 약혼녀(미아 패로우 분)와의 결혼을 반대하는 캐릭터로서의 어머니. 로펌회사 중역회의 때 뜬금없이 나타나 회의 중인 아들을 불러내어 연극 <캐츠>를 보고 왔다고 자랑하는가 하면 주변인들에게 어렸을 때 ‘빨강머리 아이’였다고 말하고, 우디의 어린 날 남들과 달랐던 행동들에 대해 수다스럽게 떠들어대는 어머니가 자신의 인생의 장애물이라 생각하는 우디는 어머니가 사라져 버리기를 꿈꾼다. 그런데 실제로 그런 일이 발생한다. 우디와 약혼녀의 아이들과 보게 된 중국 경극 무대의 마술쇼 관람 도중 객석의 게스트로 무대에 올라와 마술쇼 도중 진짜(?)사라진 것이다.
우디는 어머니가 사라지자 처음에는 사설탐정을 고용해 어머니를 찾아나서나 이내 평정심을 되찾고 평생 느낀 적 없는 해방과 자유를 만끽하는 행복감에 사로잡힌다. 이는 그동안 전에 없던 일로 약혼녀와의 깊은 베드신 경험이 되살아나고 로펌회사에서의 자신감 있는 일처리와 주변인들과의 교감 등에서 보여진다. 우디는 어머니가 죽은 게 아니고, 신비롭고 평화롭게 사라졌다고 마음의 위안을 삼는다. 그 행복감은 약혼녀 리사와 뉴욕 맨하탄 야경을 감상하며 절정에 이른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뉴욕 한복판에 놀랄 일이 벌어진다. 그 사라졌던 어머니가 뉴욕 마천루의 빌딩 사이로 나타난 것이다. 길 가던 자동차들이 멈춰서고 사이렌과 경적을 울리는 도로에 운전자들이 나와 선 가운데 마치 신(神)처럼, 예수처럼 큰 바위 얼굴로 뉴욕 시내를 내려다보며 우디 자신을 비웃고 결혼을 반대하는 이유를 만천하에 고해버린 것이다. 우디는 다시 고통과 모욕에 몸서리치며 악몽으로 되살아난 이 사건이 뉴스 속 사건으로 비화되면서 열띤 취재경쟁으로 번지면서 자신의 잘못을 깨닫게 되는데...
우디 앨런의 <오디 콤플렉스>에 곁들여 프란시스 코폴라의 <라이프 위즈아웃 조>, 마틴 스콜세즈의 <인생 수업>등 세 작품의 옴니버스 연작 <뉴욕 스토리>는 뉴욕을 배경으로 그 안에 살고 있는 다양한 뉴요커들의 삶과 사랑, 예술을 담아낸 뉴욕의 자화상이다.
■ 백 학기 (시인, 영화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