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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몸병’은 우리나라 국민 3명 중 1명이 앓고 있을 정도로 흔한 ‘국민병’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엔 감기 환자(약 1200만명)보다 잇몸병 환자가 더 많다. 2022년 한 해 동안 약 1천800만명이 잇몸병으로 병원을 찾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구강 질환이 심각한 건강 문제와 관련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잇몸병이 폐렵(肺炎), 당뇨, 치매, 심혈관질환, 골다공증, 관절염, 비만, 조산 등의 발생 확률을 높인다는 사실이 늘어나고 있다. 흡인성(吸引性) 폐렴(aspiration pneumonia)은 열악한 구강위생으로 인해 구강 내 침착하게 된 호흡기계 병원균을 호흡기로 흡인하게 돼 발생하므로 흡인성 폐렴 위험이 높은 노년층의 경우 구강위생에 더 힘써야 한다.
구강질환 전문연구기관인 미국 포사이스(Forsyth)연구소는 보스톤대학과 협력해 치주 질환과 알츠하이머병(치매)의 특징인 아밀로이드 플라그(amyloid plaque)의 형성 사이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뇌로 이동하는 구강 세균이 뇌세포의 기능 부전을 유발하여 신경염증을 촉진한다는 내용이다. 아밀로이드 플라그로부터 뇌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미세세포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잇몸 질환은 입 속 박테리아가 혈류로 들어가 신체의 다른 부분으로 순환하도록 만드는 열린 통로이다. 이들 박테리아는 혈액과 뇌 장벽을 통과해 뇌의 미세 신경 세포를 자극할 수 있다. 구강은 신체의 일부이며, 구강 염증과 감염을 관리하지 않으면 알츠하이머병(Alzheimer’s disease, AD)과 같은 전신 질환을 실제적으로 예방할 수 없다.
유럽치주학회(EFP) 회장을 역임한 스페인 마드리드대학 마리아노 산즈 교수 연구팀은 치주염(齒周炎)과 코로나19(COVID-19) 감염 심도 간의 상관관계를 발표했다. 이 연구는 2020년 2월부터 7월 사이에 코로나19 확진을 받은 568명의 환자 데이터를 대상으로 치주염을 앓고 있는지 여부와 코로나19 합병증 관계를 살펴봤다. 연구결과 잇몸병이 있는 코로나19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사망 확률이 8.81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톨릭관동대학 국제성모병원 호흡기내과 정내호 교수는 만성폐쇄성폐질환(COPD)과 치주질환과의 상관관계를 연구했다. 2016년 연구에서 COPD환자에서 치주염의 심도가 높게 나타나고, 중증 이상 치주염에 대한 유병률도 정상인에 비해 높게 나타남을 밝힌 바 있다. 정 교수는 치주염, COPD, 코로나19 사이에는 서로 상호작용이 있을 수 있음을 유추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국가건강검진을 받은 약 47만명의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검진 코호트(cohort) 자료를 활용한 연구에서는 구강검진을 받은 사람들의 심혈관질환(뇌졸중, 심근경색, 심부전 등)이 10% 낮게 나타났다. 일반건강검진을 받은 경우에도 구강검진까지 받았을 때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9%까지 낮게 나타나 정기적인 구강검진의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나라 구강검진 수검율은 30% 수준이다.
대한구강보건협회와 필립스의 구강 헬스케어 브랜드 소닉케어(Sonicare)가 한국인 구강건강 및 양치습관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전국 성인 남녀 1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2023년)에 따르면, 국민 대다수가 잇몸병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으며, 잇몸 관리를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는 등 잘못된 양치습관을 가지고 있은 것으로 드러났다.
설문조사 응답자 72.5%가 잇몸병이 전신질환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고, 잇몸병 예방의 핵심인 잇몸선 세정에 신경 쓴다는 응답자는 37.4%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 62.9%는 양치 시 잇몸 출혈을 경험했다. 잇몸병을 경험한 응답자 554명 중 45.1%는 잇몸이 아파도 참거나 신경 쓰지 않고, 오직 9.4%만이 잇몸병 발병 시 잇몸 통증에 효과적인 잇몸 마사지 또는 바스(Bass)양치법을 실천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세계치과의사연맹(World Dental Federation)은 구강 보건에 대한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매년 3월 20일을 세계 구강보건의 날(World Oral Heaslth Day)로 제정해 세계인을 대상으로 다양한 캠페인과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는 대한치주과학회(Korean Academy of Periodontology)에서 ‘(3)개월에 한 번씩 잇몸(2)을 사(4)랑하자’는 의미에서 3월 24일을 ‘잇몸의 날’로 지정했다. 잇몸병을 예방하기 위해 만들어진 날이다.
잇몸질환을 예방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양치질로 치태(dental plaque, 치아 표면에 지속적으로 형성되는 무색의 세균막)을 제거하는 것이다. 양치할 때는 치아를 닦는 데만 집중하지 말고, 치아와 치아 사이, 치아와 잇몸 사이를 닦는 데도 집중해야 한다. 잇몸과 치아의 경계부를 중심으로 치간 사이에 칫솔모가 들어갈 수 있도록 힘을 주며 상하 진동하듯이 닦는 것이 좋다. 또 치간 칫솔이나 치실로 치아 사이에 낀 음식물 찌꺼기와 치태를 없애주는 것이 좋다.
잇몸(gums, gingiva)은 신체의 피부기관 중 하나이며, 의학 용어로는 치은이라고 한다. 잇몸은 치아의 목 부분에서부터 치아뿌리를 덮고 있는 분홍색 점막조직, 즉 위턱과 아래턱에 있는 치아와 그 뿌리를 덮고 있는 것을 일컫는다. 잇몸의 건강은 치아의 건강과 직결된다.
건강한 잇몸의 색은 엷은 분홍색이며, 탄성력이 있다. 치아와 잇몸 사이에 치은열구라 불리는 v자 모양의 좁은 틈(sulcus)이 있는데, 플라크와 치석이 쌓이면 이 틈이 벌어지면서 잇몸이 치아로부터 들뜨게 된다. 건강한 성인을 기준으로 이 틈의 깊이는 약 2mm내외이다. 치과적으로 정상치는 3mm 이하로 본다. 건강하고 젊은 사람의 경우는 0mm인 경우도 많다.
치주조직(치아지지조직)은 치은(잇몸), 치주인대, 치조골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치은(잇몸)은 치아를 둘러싸고 있는 연조직으로 치아를 보호한다. 치주인대는 치아와 잇몸을 강한 결합력으로 부착시켜주는 조직으로 음식을 씹을 때 생기는 압력을 완충한다. 치조골(齒槽骨)은 치아를 단단하게 잡아주는 잇몸뼈이다.
잇몸병(치주병)이란 치아를 지지하고 있는 조직에 생기는 염증 질환이다. 10세 이상 인구 중 73.9%는 잇몸질환을 앓고 있으며, 40대 이후에 급격히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당뇨병 보유자의 경우 잇몸병의 합병증으로 발병할 위험이 매우 높다. 치주병은 치아지지조직에 생기는 질환으로 잇몸, 치주인대, 치조골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
치주질환(periodontal disease)은 흔히 풍치(風齒)라고도 하는데, 병의 정도에 따라 치은염(gingivitis)과 치주염(periodontitis)으로 나뉜다. 치은염은 잇몸에 염증이 유발되었지만 치조골(잇몸뼈)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은 상태이다. 통증이 별로 없어 소홀히 여기기 쉬우나 방치하면 치주염으로 발전할 수 있다. 치주염은 치은에 생긴 염증이 치주인대나 치조골까지 퍼진 상태이다.
잇몸병의 증상은 증상이나 진행 정도에 따라 다르나, 일반적으로 잇몸병의 증상은 아래와 같다. ▲잇몸이 붉게 변한다, ▲잇몸이 붓는다, ▲음식섭취 후 부분적 통증 및 압박감, ▲이가 시리다, ▲이물감이 있다. ▲잇몸에 피가 난다, ▲구취(口臭, 입 냄새), ▲고름이 나온다, ▲이가 흔들린다 등이다.
잇몸질환의 치료는 완치라는 용어를 사용할 수 없다. 즉, 진행된 잇몸병은 치료한다고 하더라도 원래의 건강한 잇몸상태로 회복할 수 없고, 관리가 소홀해 지면 재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잇몸질환의 증상이 호전되었다 할지라고 전문가의 지속적인 점검 및 관리가 필요하다.
치주질환의 치료에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세균성 플라크와 치석을 깨끗이 제거하여 세균의 번식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지 않는 것이다. 클로르헥시딘 양치액을 사용하거나 잇몸과 치아 사이에 특수 약제를 넣기도 하며, 잇몸에 있는 특수한 세균을 박멸하기 위한 항생제를 사용할 수도 있다. 치주 수술은 잇몸을 열어 치아와 그 뿌리가 잘 보이도록 한 다음 잇몸 속의 세균성 치석 등을 깨끗이 제거하고 잇몸을 닫아 봉합하는 과정을 거친다.
잇몸병을 예방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식사 후나 취침 전 양치질을 통해 구강 내에서 치태(齒苔)와 치석(齒石)의 형태로 존재하는 세균을 없애는 것이다. 균형 잡힌 세끼 식사를 한 후 칫솔질을 하고 치실과 치간 칫솔을 사용하여 치아 인접면을 깨끗이 한다. 올바른 방법으로 칫솔질을 시행하지 않으면 충치(蟲齒) 뿐 아니라, 잇몸병이 생기기 쉬워진다. 치석은 6개월이나 1년 간격으로 치석제거술(스케일링, tooth scaling)을 받는 것이 잇몸병을 예방하는 방법이다.
PQ(Perio-Quotient) 지수란 잇몸 건강 정도를 간편하게 측정하는 자가 체크 도구이다. 잇몸질환에 대한 대국민 홍보를 위하여 개발되었다. 12개 문항에 대한 간단한 체크를 통해 자신의 잇몸건강을 확인할 수 있다. 대한치주과학회 및 동국제약(주)에서 잇몸건강 향상을 위해 잇몸의 날(3월 24일) 행사와 함께 PQ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잇몸건강지수(PQ) 테스트 체크리스트> (1)이를 닦을 때 잇몸에서 피가 나온다/10점, (2)이 사이에 음식물이 자주 낀다/6점, (3)치아에 치석이 있는 것 같다/10점, (4)나쁜 입냄새가 난다/8점, (5)잇몸에 통증을 가끔 느낀다/8점, (6)이가 시린 적이 있다/7점, (7)이가 조금씩 흔들리는 곳이 있다/10점, (8)잇몸이 자주 붓는다/10점, (9)부모님 중에 틀니 하신 분이 있다/8점, (10)피곤하면 이가 들뜬다/8점, (11)당뇨병으로 치료 중이거나 치료한 적이 있다/10점, (12)현재 담배를 피우고 있다/5점.
PQ 테스트 결과는 치주병의 정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전형적인 증상의 경우 높은 배점을 부여했고, 간접적인 영향을 주거나 낮은 영향을 줄 경우에 낮은 배점을 부여했다. 이에 점수가 낮을수록 건강한 상태, 높을수록 심각한 상태를 나타낸다. 각 점수 구간별로 건강한 편(0-25), 적극적 관리 필요(26-50), 적극적 치료 필요(51-75), 중증의 치주병(76-100)으로 구분했다. 당신의 잇몸건강지수는 몇 점입니까?
건강 100세 시대에 행복한 노년을 위해서는 잘 먹는 게 중요하다. 이를 위해 첫 번째로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은 건강한 치아와 잇몸이다. 우리나라 성인의 약 80%가 잇몸 질환을 보유하고 있어 OECD 국가 최하위 수준에 해당한다. 잇몸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발병 전부터 구강 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 치과에서 정기검진과 스케일링을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