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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
부활절 아침에
어머니가 흰 봉투에 넣어준
부활절 헌금은 십원짜리
지폐 한 장이었습니다
교회선생님이 출석부 이름을 부르면
나는 자랑스럽게 선생님께 드렸고
출석부에 출석 표시가
사선으로 그어지고
그 아래에 깨알 글씨로
부활헌금이라 쓰셨습니다
그때가 내 생애
가장 큰 헌금이였습니다
어린이예배가 마칠 무렵
어머니는 흰 한복을 곱게 입고 오셨고
예배당은 온통 흰색으로
꽃밭을 이루었습니다
어머니의 예배가 시작되면
껍질 깨고 나오는 기적 일어나려나
부활절 계란을 품는듯 따뜻히 쥐고
어머니를 기다렸습니다
다음날 학교 점심시간
가난한 목사 아들의
뚜껑 열은 도시락에는
일년 중 단 한 번
가지런히 썰린 계란으로
소년의 얼굴 환했습니다
이제 어머니는
빛나는 흰 옷을 입으시고
하늘에서 아들을 지켜보고 계십니다
그 때의 부활절 아침
그 순결한 기쁨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는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