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변호사의 애환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Danielle Park
김도형
Timothy Cho
강승민
크리스틴 강
들 풀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멜리사 리
Jessica Phuang
휴람
박기태
채수연
독자기고
EduExperts
이주연
Richard Matson

소송변호사의 애환

0 개 688 강승민

조금은 부끄럽지만, 필자는 미국드라마 ‘굿와이프’를 보면서 변호사의 꿈을 키웠습니다. 주인공 변호사들이 법정에서 어려운 법조항을 읊으며 현란한 말솜씨로 판사를 감복시키고 상대방을 굴복시키는 모습, 묘수를 써서 싸우지도 않고 이기는 모습, 그리고 약자를 도와 큰 승리를 쟁취하는 모습 등을 보면서 소송변호사가 되리라 마음을 먹었습니다.


처음 뉴질랜드에서 법대를 졸업하고 소송분야의 일을 배우는게 생각보다 쉽지는 않았습니다. 어느 통계에 따르면 뉴질랜드 변호사의 85% 정도는 다양한 자문일을 하고, 단 15%정도만이 전문적으로 소송일을 한다고 할 정도로 그 문이 좁았습니다. 


그래도 어찌어찌 기회가 되어 민사소송쪽 경력이 쌓이면서, TV에서 보던 법정에서의 모습은 소송변호사의 생활에서 단지 일부분일 뿐이며 그 이면에는 화려하지많은 않은 일상이 존재한다는 것을 충분히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이번에는 그러한 민사소송 변호사의 일상 속 애환을 저의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경험을 토대로 풀어보려고 합니다.


재판이 없는 날의 아침은 비교적 여유롭습니다. 필자의 로펌은 탄력적 근무가 가능하여 재판이 없는 날에는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하고 있어서, 보통 아침에는 애들과 애들엄마를 먼저 준비시키고 내보내고 나서 출근준비를 시작합니다. 대신에 재판이 있는 날은 주말도 반납하고 매일 새벽까지 준비하기도 하지만요.


고객을 대리하여 싸움을 하는 소송변호사의 숙명이 있으니, 출근길에서부터 전쟁터에 나가는 것 같은 비장한 마음을 갑니다. 커피를 연료삼아 투지를 불태우기도 합니다.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새로 받은 이메일들을 처리하는 것입니다. 경우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저는 풀타임 기준 대략 40개의 사건을 동시에 진행하고, 대부분의 일은 이메일로 처리합니다. 상대변호사들로부터의 이메일 및 레터들은 가시처럼 날이 서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변호사들은 고객대리일 뿐이니 자기들끼리 감정싸움을 할 필요가 없건만은 사람이다보니 그걸 잊어버릴 때가 종종 있습니다. 저도 날카롭게 맞받아칠까 생각하다가도 마음 속으로 ‘참을 인’을 세 번 새기며 참아봅니다. 그 후에 정중하면서 단호한 답변 초안을 작성한 후 고객의 승인을 요청하는 것으로 마무리합니다.  


가끔 중요한 서면이나 변론서 제출기한이 다가온 경우, 하루 종일 혹은 최소 반나절은 블록으로 비워놓고 집중하여 판례조사 및 작성을 합니다. 제 경험 상 민사소송을 전체적으로 보면 법정에 나가는 소위 ‘외근’일은 대략 10%도 안 될 것 같고, 이렇게 사무실 안에서 고객, 상대방 변호사 혹은 법원직원과 하는 의사소통, 그리고 혼자서 하는 판례조사 및 각종 서류작성 등이 90%를 차지하는 것 같습니다. 심지어 그마저도 재판 없이 합의로 종료되는 경우가 더 많으니, 그런 경우는 사무실 안에서 100% 해결되기도 합니다. 타지 고객분들을 원격으로 많이 도와드리는 제 특성상, 하루종일 로펌 직원들 말고는 사람을 아예 안 만나는 날이 꽤 많습니다.


점심시간이 되어 겨우 한 숨 돌리며 밥을 먹는데, 눈치없는 로펌직원이 고객전화를 돌리면 먹던 밥을 입으로 먹는지 코로 먹는지도 모른 채 고객대응을 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고객분들도 일을 하시는 경우가 많고, 그러면 그분들도 아무때나 시간을 내실 수가 없어서 점심시간이나 퇴근 후에 연락주시는 경우가 많기에 십분 이해가 됩니다.


오후에도 비슷한 일을 하기도 하고, 혹은 재판의 판결문들이 나오면 보통 오후에 전달이 되기 때문에 그걸 읽고 고객분들께 전달해드리면서 어떻게 집행할지 혹은 항소할지 등의 전략을 의논하기도 합니다. 승소 판결문이 나오면 아무리 자주 받아봐도 내 일처럼 매번 기쁩니다. 드물게 패소 판결문을 받아보면 원래 예상을 했든 잘못된 판결이든 고객을 뵐 낯이 없어지고 술이 고파지곤 합니다.


퇴근 전에는 하루 종일 한 일을 6분 단위로 기록하는 ‘time recording’을 합니다. 고객에게 비용을 청구하는 방법에는 여러가지 있겠지만 그 중 가장 기본은 기록한 시간에 변호사별 시간당 비용을 적용하는 방식이므로 귀찮지만 꼭 필요한 작업입니다. 퇴근 후에는 저녁이 깊어질 때까지 전투육아에 참전을 해야하기 때문에, 어찌 보면 집도 직장도 모두 전쟁터나 다름이 없습니다.


재판에 참석하는 날은 아무리 경력이 쌓여도 긴장이 안 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그보다는 설렘과 비장함이 더 큽니다. 한 번 재판을 위해 수십 수백일동안 (어떤 사건은 총 4년간) 사무실 안에서 준비를 해왔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변호사가 증인석에 선 상대편의 증인을 반대심문 하는 것은 마치 맹수가 구석에 몰린 먹이를 대하는 것과 같습니다. 또한 판사님들은 보통 최소 20년 이상 변호사 경력을 가진 분들 중에서 임명되시기 때문에, 그분들과의 설전에서 이기지 못하더라도 배우는 점이 너무나도 많고 혹은 설득을 시켰을 때 그 짜릿함은 말로 다 표현을 못 할 정도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자문변호사님들의 주 임무는 고객분들의 좋은 일을 같이 ‘만들어나가는’ 것 같습니다. 비자를 획득하고, 집을 사고, 법인을 만들거나 계약을 맺어 상업행위를 하는 것 처럼 말입니다. 반대로 소송변호사는 고객분들을 대신해 망가진 것들을 더 철저히 파괴하는 게 주 임무 같습니다. 헤어지는 부부의 재산을 분할하고, 계약 위반한 상대에게 집행을 하는 등 말입니다. 항상 무언가 잘못된 사건들만 다루기 때문에 직업병으로 부정적이고 냉소적인 시각을 갖게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사건이 종료될 때에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고객분들께 “다시는 연락하시지 않으면 좋겠습니다”라는 덕담을 드리기도 합니다. 


독자분들께서도 소송변호사를 찾을 일이 없게 무사 무탈한 생활만 하시기를 바랍니다. 


■ 이 칼럼의 내용은 일반적인 정보를 제공할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어떠한 경우에도 법률적인 자문으로 사용될 수 없습니다.


뉴질랜드 의대 진학 A to Z

댓글 0 | 조회 1,198 | 2024.08.23
지난 주 오클랜드 대학교는 Biomedical Science와 Health Science 학생들을 대상으로 MMI 인터뷰에 대한 초청 레터를 발송하였다. 많은 학… 더보기

22. 의사들이 히포크라테스에게서 진정으로 배운다면 얼마나 좋을까

댓글 0 | 조회 702 | 2024.08.20
히포크라테스는 다음과 같은 의학 관련 정의를 내놓았다. 히포크라테스의 명언이라고도 하다.1. 음식이 곧 약이고, 약이 곧 음식이다. 음식으로 고칠 수 없는 질병은… 더보기

Asian Hauora Day

댓글 0 | 조회 796 | 2024.08.14
아시안 패밀리 서비스에서는 2024년 9월6일과 10월18일에 Asian Hauora Day를 개최합니다. 아시안 하우오라 데이는 아시아 지역 사회의 안녕을 증진… 더보기

모자를 쓰고

댓글 0 | 조회 528 | 2024.08.14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아내가 사준 모자를 쓰고중후한 모습으로 집을 나섰습니다그래도 괜찮은 것이나도 이제 그런 모습이어울리는 나이가 되었습니다나이든 것은 오히려여유… 더보기

목안이 너무 아파요

댓글 0 | 조회 817 | 2024.08.14
편도는 입을 벌렸을 때 목구멍 안쪽에 양쪽으로 대문처럼 보이는 것인데, 성인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아이들은 쉽게 찾을 수 있다.편도선이 벌겋게 부어오르고 고열… 더보기

2024 리커넥트 정신건강 프로젝트 보고 및 계획

댓글 0 | 조회 377 | 2024.08.14
정신건강 프로젝트 Background2024년에 Reconnect는 정신건강이라는 주제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했습니다. “ Care to Self-… 더보기

다문화적 하모니

댓글 0 | 조회 521 | 2024.08.14
뉴질랜드는 19세기 초부터 유럽인들이 드나들기 시작했고 와이탕이 조약으로 1840년에 영국의 식민지로 나라가 형성된 200년이 채 못 된 신생국가이다. 또한 같은… 더보기

21. 커피와 빵 한조각의 숨은 함정

댓글 0 | 조회 1,015 | 2024.08.14
커피는 인류의 최대 기호품이 되었다. 커피를 마시면서 여유를 누리고 남이 하는 것을 나도 하고 있다는 자족감을 가질 수 있다. 커피가 없으면 대화가 안되고 사교를… 더보기

편협한 사람, 마음을 열지 못하는 사람

댓글 0 | 조회 568 | 2024.08.14
몸은 갖췄는데 마음 상태가 까탈스럽고 만족을 몰라서 병이 있어 오는 분이 계십니다. 몸은 강건하고 훌륭한데 정신적으로 지나치게 자부심이 강하거나 이런 저런 장애가… 더보기

뉴질랜드 법과 일상생활 – 부부관계

댓글 0 | 조회 1,536 | 2024.08.13
이번 칼럼을 비롯하여 앞으로 서너번에 걸쳐 뉴질랜드법이 특정 인간관계를 어떻게 보는지, 그리고 그로 인해서 우리 일상생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이야기 해보려고… 더보기

다시 산에 와서

댓글 0 | 조회 433 | 2024.08.13
시인 나 태주세상에 그 흔한 눈물세상에 그 많은 이별들을내 모두 졸업하게 되는 날산으로 다시 와정정한 소나무 아래 터를 잡고둥그런 무덤으로 누워억새풀이나 기르며솔… 더보기

알고 보면 쉬운 것을

댓글 0 | 조회 419 | 2024.08.13
정보 과부하(information overload)라는 말이 나온 지가 오래되었다. 적어도 40년은 넘었지 싶다. 이제 과부하가 아니라 홍수다. 정보의 홍수에서 … 더보기

길을 돌아 그곳으로

댓글 0 | 조회 318 | 2024.08.13
산책전문가를 꿈꾸는 홍수영 씨의 북한산 화계사 템플스테이아름다움 안에서 걷기를.하루 종일 걷기를.다음 계절까지 걷기를.내 발 옆의 이슬과 함께 걷기를.내 주위 모… 더보기

20. 테이블 매너가 나이다

댓글 0 | 조회 456 | 2024.08.10
이 글은 매우 흥미롭다. 그리고 각자 생각해 볼만한 내용이다. 어린 자녀들을 둔 부모들이 꼭 읽어보기 바란다. 식사를 어떻게 하느냐가 나이고, 어떤 음식을 즐기느… 더보기

감자(Potato)의 날

댓글 0 | 조회 347 | 2024.08.10
<감자를 먹는 사람들>은 네덜란드의 후기인상주의 화가 반 고흐(Vincent van Gogh, 1853-1890)의 걸작 중 하나로 꼽힌다. 반 고흐는… 더보기

19. 요즘 말썽꾸러기 어린 아동들은 누구의 탓인가?

댓글 0 | 조회 760 | 2024.08.03
요즘은 왜 그리 끔찍한 뉴스들을 자주 듣게 되는지! 성인들뿐만 아니라 아동들까지도 분노 조절 장애, 과도한 행동 장애, 산만한 정신 등의 문제로 뉴스의 기사를 장… 더보기

목 디스크(경추 추간판 탈출증)

댓글 0 | 조회 672 | 2024.07.26
<내 마음 별과 같이> 주일청 작사, 임택수 박성훈 작곡, 현철 노래“1. 산 노을 두둥실 홀로 가는 저 구름아/ 너는 알리라 내 마음을 부평초 같은 … 더보기

18. 육식을 즐기지 말아야 하는 이유들

댓글 0 | 조회 1,062 | 2024.07.26
이 주제에는 매우 많은 의견들과 자료들이 있다. 여기에 다 정리해 기록할 수도 없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항목만 적어본다. 육식을 하지 말라는 뜻이 아니고 상당히… 더보기

DIY 회계 vs 전문 회계사 고용: 비즈니스를 위한 올바른 선택을 하세요

댓글 0 | 조회 1,102 | 2024.07.24
소기업 사업주로 시작할 때 대부분에 사람들은 회계 업무를 개인적으로 처리하려고 합니다. 전문 회계사나 세무 자문사를 고용하는 것은 비용이 들고, 모든 재정 관리를… 더보기

비오는 날, 집을 지키는 스마트한 빗물관리 방법

댓글 0 | 조회 1,387 | 2024.07.24
안녕하세요, 넥서스 플러밍의 김도형입니다.최근 많은 비가 내리면서 잔디밭이 질퍽해지고, 집안에는 꿉꿉한 냄새가 나며 곰팡이도 생기는 문제를 겪고 계시지 않으신가요… 더보기

친구처럼, 연인처럼, 오랜지기들

댓글 0 | 조회 1,198 | 2024.07.24
엄숙하고 차분한 분위기속에서 장례 예배는 끝났다.90을 살다 가셨으니 호상이라고 누구 한사람 서러워 하는 이도 없다.인생의 허무랄까 알수없는 묘한 기분에 사로잡혀… 더보기

우리는 깃발이 되어 간다

댓글 0 | 조회 410 | 2024.07.24
시인 안 도현처음에 우리는 한 올의 실이었다당기면 힘없이 뚝 끊어지고입으로 불면 금세 날아가버리던감출 수 없는 부끄러움이었다나뉘어진 것들을 단단하게 엮지도 못하고… 더보기

현재 소송변호사의 애환

댓글 0 | 조회 689 | 2024.07.23
조금은 부끄럽지만, 필자는 미국드라마 ‘굿와이프’를 보면서 변호사의 꿈을 키웠습니다. 주인공 변호사들이 법정에서 어려운 법조항을 읊으며 현란한 말솜씨로 판사를 감… 더보기

17. 내가 암에 걸렸다면

댓글 0 | 조회 758 | 2024.07.23
내가 암에 걸린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를 미리 생각해 두는 것은 지혜로운 생각일 것이다. 특히 50대 후반 이후의 분들에게 필요한 일이 아닌가 싶다. 혹 갑자기 암… 더보기

종교 언론은 부패한 세상 소금이 되어야

댓글 0 | 조회 455 | 2024.07.23
엘살바도르 유일의 공정 언론이었던 로메로 대주교의 방송1932년 중미 엘살바도르에서 독재정권에 저항한 농민 약 3만 명이 살해당했다. 그후 군사독재정권이 무려 6…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