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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일대일로(一帶一路)를 추진하고 있다. 천년도 더 전에 당(唐)나라의 장안(지금의 서안)에는 서시(西市; western market)가 대단했다. 인기상품인 향신료와 염료를 포함해서 귀한 것들이 실크로드를 따라 전 세상에서 거대한 교역시장인 서시에 몰려들었다. 이제 다시 그 실크로드를 재현하려는 것이다. 엄청난 투자에 비해 수익을 내려면 더디겠지만 이를 교두보로 후진국에 진출하여 이권을 챙기려는 중국의 속셈을 뒤늦게 알고는 저항이 일어나는 모양이다. 공짜가 있겠는가? 나라들 간에 무역전쟁이 일어나는 원인이기도 하다.
온 세상이 통신망으로 연결되어 있다. 대륙을 잇는 해저 광케이블도 잘 되어 있다. 이 통신망을 구축하기 위해 엄청난 돈을 들인 업자가 있다. 이들은 전화를 가입한 사람들에게 사용료를 받는다. 그런데 이 통신망을 이용해 돈을 버는 사람들이 따로 있다. 통신망이 없으면 안 되는 이들을 CP(콘텐츠 사업자)라고 한다. 이들은 통신사업자에게 돈을 낼까? 이용자들이 이미 가입비(월정료)를 내고 콘텐츠를 보기에 따로 내는 망 사용료를 거북스러워하는 것도 이유 있다.
교통(도로)망과 마찬가지로 통신망이 잘 갖추어 져야 한다. 이동성이 있어 편리한 휴대폰은 인터넷폰이다. 유선전화는 회선(circuit) 교환방식이다. 연결되면 두 단말(端末)간에 한 회선을 점유하고 있다. 효용이 떨어진다. 그러나 인터넷은 모든 데이터를 패킷(packet)으로 잘게 쪼개 통신망에 흩어버린다. 그러면 알아서 편리하게 목적지로 헤쳐 모이게 되는 것이다. 통화음성도 디지털로 바뀌고는 패킷단위로 이동한다.
통신망도 도로망과 같다. 이용자(트래픽)가 많으면 속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추석이나 설 명절, 주말, 아니 출퇴근 시간대에도 속도가 떨어지는 것을 볼 것이다. 그래서 도로를 확장하고 가변차로를 운영한다. 속도를 높이기 위해 포장을 하고, 지하철이나 고속철, 운하 같은 대체수단을 만들기도 한다. 인터넷 망도 유선과 무선으로 가설하지만 유선의 경우, 주로 쓰이는 것이 구리선(동축케이블)과 광 케이블이다. 광케이블은 패킷을 잘 전달하도록 플라스틱 대롱 안에 거울이 들어 있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컴퓨터를 인터넷에 연결하거나 휴대폰을 가입하면 통신료(가입비)를 부담한다. 대부분 월정료를 내는 방식이다. 계약한 범위 내에서 데이터(통신)를 사용한다. 와이파이가 제공되면 무료이기는 하다.
비싼 자동차나 고급화장품을 보면 광고도 고급스럽다. 이 광고비를 누가 부담하는가? 회사가? 아니다. 답은 자동차를 사고 화장품을 쓰는 소비자다. 인터넷으로 보는 디지털 제품(콘텐츠; 영화, 음악, 게임, 강연 등)의 가격은 어떻게 매겨지며 누가 부담하게 되는가?
제품의 가격을 구성요소로 보면 재료비, 인건비, 관리 경비가 있다. 성질로 보면 고정비와 변동비로 나눈다. 디지털 제품은 재료비와 변동비가 거의 없는 셈이다. 한번 만들기에는 큰돈이 들어도 일단 만들고 나면 재료비는 더 들지 않고 사소한 물류비(운송비)만 부담하게 되는 것이다. 일반 상품은 물류비가 많이 든다.
디지털 제품은 통신망을 타고 온다. 콘텐츠 그 자체의 가격 말고 통신망을 이용하는 경우 누가 부담하는가? 택배비처럼 소비자가 부담한다. 넷플릭스에서 보는 영화 한편은 너무 싸다. 유투브의 콘텐츠는 중간에 약간의 광고가 거슬리지만 무료다. 돈을 내면 질 좋은 콘텐츠를 광고 없이 볼 수 있다. 큰 필름통을 영사기에 걸어 달달달 돌리던 극장을 기억할 것이다. 지금은 그런 극장 구경하기 어렵다. 디지털로 상영하기 때문이다. 블록버스터에서 비디오테이프를 빌려 보던 것이 오래 되지 않았다. 그런데 그 블록버스터는 사라지고 넷플릭스가 떴다. 완전한 디지털의 시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통신이 자리 잡은 것이다.
인터넷이 누구의 것인가? 전 세계의 사람들이 자유롭게 쓰자고 만들어진 것이다. 특정 개인이나 단체, 국가가 독점할 수 없도록 하자는 것이 망 중립성(net neutrality) 원칙이다. 안보나 테러, 마약, 범죄 등에 관한 것 말고는 인터넷을 막아도 안 되고 항행의 자유처럼 표현의 자유, 통신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하는데 이를 막거나 검열로 통제하면서 일대일로는 왜 만들자는 것인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