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빨리’ 냐 ‘천천히’ 냐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최성길
Danielle Park
김도형
Timothy Cho
강승민
크리스틴 강
들 풀
김수동
멜리사 리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정동희
EduExperts

‘빨리빨리’ 냐 ‘천천히’ 냐

0 개 1,241 수필기행

■ 이 방주 

 

오늘은 바리나시로 가야 한다. 석가모니 탄생지인 룸비니에서 힌두교의 성지 바리나시까지는 340km라고 한다. 열두 시간을 가야 한다는 현지인 가이드의 설명이다. 우리나라라면 서너 시간이면 충분하다. 시간을 예정할 수도 없는 것이 인도의 도로 사정이다. 축지법을 쓰더라도 시간을 단축할 꿈을 꾸지 않는 것이 인도 사람들이다. 

 

어이없는 것은 현지인 가이드의 생각이다. 한국의 ‘빨빨문화’가 오히려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한국은 ‘빨리빨리’ 라는 생각 때문에 오늘날 경제적 풍요를 이루었을지 모르지만 그에 비해 과연 행복하냐는 반문이다. 인도는 조금 가난하더라도 천천히 영 있게 살면서 행복을 누린다는 것이다. 나는 속으로만 생각했다. ‘초코파이를 먹어보지도 못한 사람이 그 맛이 그리워 불행해지겠냐?’ 나도 승용차를 타기 전에는 고급 승용차를 그리워할 줄 몰랐다.

 

차는 비포장도로를 달리며 널을 뛴다. 느닷없이 급정거도 한다. 소가 어슬렁거리며 지나간다. 인도는 소도 걸음이 한우보다 느리다. 우리도 이제 천천히 일하며 살아도 될 텐데 왜 ‘빨리빨리’ 하다가 그것도 모자라 ‘빨빨’이 입에 뱄을까? 그렇게 돌아보고 있는데 점심시간에 가이드의 한 마디가 다른 때와 영 다르다.

 

 “빨리빨리 많이 드세요.”

 

비아냥거림인지 부러움인지 묘한 여운이 남는다. 그런데 그 말 참 어색하다. 왜 어색할까. ‘천천히 많이 드세요.’  ‘차린 것은 없지만 천천히 많이 드세요.’ 이게 우리 말이다. 일할 때는 ‘빨리빨리’이고 먹을 때는 ‘천천히’ 이다. 일할 때는 ‘천천히’ 이고 먹을 때는 ‘빨리 빨리’인 이 사람들과 다르다.

 

우리나라의 ‘빨리 문화’는 사계절이라는 다양한 변화에 맞추어 사느라 생겨났다. 사계절에 따라 농사도 다양하고, 이십사절기에 따라 때맞추어 해야 할 일이 있으니 서둘러야 한다. 때를 놓치면 콩밭 잡초 속에서 호랑이가 새끼 치게 되고, 가을엔 콩이 튀어 버리고, 한두 시간만 늦어도 깨밭에 허옇게 참깨가 쏟아진다. 하룻밤만 지나도 가을무가 서리를 맞고 붉은 고추는 희아리가 된다. 때를 놓치면 곪고, 고세고, 마르고, 얼고, 어혈 먹고, 희아리 되고, 튀고, 쏟아져 버린다. 늑장 부리면 비를 맞추고 가뭄 탄다. 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마음에서 ‘빨빨 문화’가 생겨날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일할 때는 ‘빨리빨리’이다.

 

서로 권농하는 마음으로 ‘빨리빨리’ 하다 보니 농사 아닌 일도 서두르게 되었다. 그 대신 먹을 때는 여유를 부린다.  ‘찬찬히 많이 드세요.’ 한다. 천천히 먹어야 건강하다. 정성을 다해 조근조근 먹어야 제맛을 안다.

 

제때 빨리빨리 농사져서 찬찬히 먹는 게 우리 문화이다, ‘빨리빨리’라고 비아냥거리는 남에게 기죽지 말자. 우리는 빨리빨리 일해서 천천히 잘 먹고 잘사는 슬기로운 민족이다.

* 출처 <수필과 비평> 

 

현재 ‘빨리빨리’ 냐 ‘천천히’ 냐

댓글 0 | 조회 1,242 | 2020.01.15
■ 이 방주오늘은 바리나시로 가야 한다. 석가모니 탄생지인 룸비니에서 힌두교의 성지 바리나시까지는 340km라고 한다. 열두 시간을 가야 한다는 현지인 가이드의 … 더보기

손 없는 처녀 이야기 6편

댓글 0 | 조회 1,542 | 2020.01.15
손과 여성좀 심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나는 여성으로 태어나는 것 자체가 ‘손’이 없는 상태로 태어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낮춰지고 도태되고 … 더보기

짜파구리와 피 맛의 추억

댓글 0 | 조회 2,138 | 2020.01.15
영화 ‘기생충’에 등장하는 짜파구리는 짜장라면 짜파게티와 국물라면 너구리가 합쳐진 결과물이다. 뭐니뭐니 해도 부잣집 사모님에게 어울리는 한우 채끝살을 소금, 후추… 더보기

TRA 케이스 소개 -[2019] NZTRA 3 - 3

댓글 0 | 조회 1,333 | 2020.01.15
<이전호 이어서 계속>주택 신축이 완료된 후, 첫번째 주택은 2007년 6월 5일에 $560,000 가격으로 매매계약이 체결되었다. 계약에 따라 계약금… 더보기

박경리선생의 삶과 문학(작가론) 4

댓글 0 | 조회 1,118 | 2020.01.15
선생은 ‘역사는 인간의 자유를 위한 혁명은 수없이 되풀이했지만, 생명의 평등을 위한 혁명은 단 한 번도 없었다.’며 ‘인간을 위해 다른 종을 보존해야 한다는 인간… 더보기

뒷북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댓글 0 | 조회 1,173 | 2020.01.15
스마트 팩토리가 한창이다. 정부가 중소기업에 스마트 팩토리를 지원하고 있다. 10여 년 전에 정부가 중소기업에 ERP의 도입과 생산정보화 사업을 지원했었다. 그때… 더보기

딸을 기다리며-고3 아이에게

댓글 0 | 조회 1,601 | 2020.01.15
시인: 박철늦은 밤이다이 땅의 모든 어린 것들이 지쳐 있는 밤너만 편히 지낼 수는 없을 것이다이 지구상 어느 나라에 우리처럼가난은 곧 불행이다, 라는 공식을 외우… 더보기

휴가 가는 길

댓글 0 | 조회 1,626 | 2020.01.14
연말 여름휴가를 틈타 한국에 휴가를 다녀왔습니다.3년만에 가는 한국은 또 많이 변해있을 테지만, 늘 가족과 친구가 있는 곳이라 길을 나설 때마다 설레는 길입니다.… 더보기

이유없이 손발이 떨리고 근육이 둔해지나요?

댓글 0 | 조회 2,763 | 2020.01.14
운동을 심하게 했을 때나 긴장했을 때 손이 떨리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이러한 이유 없이 손발이 떨릴 때 혹시 풍기風氣가 온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한 마음으로 한… 더보기

가장 길었던 기해년 끝자락과 경자년 정초

댓글 0 | 조회 1,316 | 2020.01.14
일 년이 한 달 같이, 한 달이 일주일 같이, 일주일이 하루같이 빨리 지나가버리는 요즈음 생활이다. 흔히 떠도는 말로 인생의 속도를 10대는 시속 10km, 20… 더보기

마지막으로 한번 더

댓글 0 | 조회 2,172 | 2020.01.14
어렴풋하게 떠오르는 만화책을 즐겨 읽던 어린 시절의 기억 속에 2020년이란 숫자가 있었다. 그때 2020년은 정말 무슨 공상 과학 영화 속에서나 맞이할 수 있는… 더보기

뉴질랜드 시내버스 이야기

댓글 0 | 조회 3,376 | 2020.01.14
머리말2019년 11월 11일 (월요일)과 13일 (수요일) 이틀동안 오클랜드 남동부 지역을 운행하는 버스회사 Go Bus의 East Tamaki and Airp… 더보기

과음, 숙취 그리고 술국

댓글 0 | 조회 1,892 | 2020.01.14
‘올해가 가기 전에 한 잔하자’는 친구들, 한해를 되돌아보는 송년회(送年會) 그리고 새해을 맞이하는 신년회(新年會)에서 술잔을 기울일 모임이 잦아지는 계절이다. … 더보기

자식들의 사랑이 다리 되어

댓글 0 | 조회 1,362 | 2020.01.14
새로 태어난 이후로 나는 새로운 인연들을 엮게 되었다. 두 딸들의 짝들과 그들의 부모님과의 소중한 만남이다. 사주에 늦복이 많다더니, 정말 그런가 보다. 늦복이 … 더보기

2020년 1월 월간조황

댓글 0 | 조회 1,676 | 2020.01.14
새해 첫 출조를 시조회라고 부릅니다. 한해 동안 재미나고 풍성한 조과를 거두시고 항상 안전하고 배려하는 낚시하시길 바랍니다!!!더불어 ‘인생고기’ 라고 불리우는 … 더보기

상점 절도 예방하는 방법

댓글 0 | 조회 2,808 | 2020.01.07
상점 절도는 자주 일어나는 범죄입니다. 여름에 특히 더 자주 일어나곤 합니다.이번 시간에는 상점 절도 예방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합니다.Be profes… 더보기

Milse Restaurant

댓글 0 | 조회 1,950 | 2019.12.25
Milse Restaurant은 오클랜드 시티 브리토마토 근처에 있는 고급 서양요리 카페이다. 특히 디저트 매뉴를 특화 시켜서 전문점으로 유명 하다. 뉴질랜드의 … 더보기

기다림의 마라토너

댓글 0 | 조회 1,709 | 2019.12.23
연말이라서 그런지 전화도 울지를 않고 띠리링거리는 이메일숫자도 반으로 줄었다. 다들 벌써 휴가를 간 모양이다. 평소에는 점심시간도 거르기 일쑤지만 간만에 느긋한 … 더보기

내가 왕년에 말이야

댓글 0 | 조회 1,929 | 2019.12.23
1980년대 ‘한 여름의 크리스마스’ 라는 곡으로 어느 정도 대중적 사랑을 받았던 가수가 있었다. 흰 눈 사이로 썰매를 타야지만 크리스마스인 줄 알았던 필자에게 … 더보기

자궁하수증

댓글 0 | 조회 2,734 | 2019.12.23
자궁하수증이란 자궁이 정상 위치보다 밑으로 내려앉은 것을 말하며, 증세가 심해 자궁이 아예 외음부 밖으로 빠져 나오는 경우엔 자궁탈출증이라고 한다. 한의학에서는 … 더보기

박경리선생의 삶과 문학(작가론) 3

댓글 0 | 조회 1,217 | 2019.12.23
<토지>는 오랜 기간에 걸쳐 집필된 만큼 이를 펴낸 출판사도 여럿입니다.4부(12권)까지 삼성출판사에서 초판이 출간됐고, 이어 88년 지식산업사에서 박… 더보기

바닥을 친다는 것

댓글 0 | 조회 1,673 | 2019.12.23
이 산하 시인​누군가 인생의 바닥까지 내려가 봤다고 말할 때마다누군가 인생의 바닥의 바닥을 치고 올라왔다고 말할 때마다오래 전 두 번이나 투신자살에 실패했다가수중… 더보기

행복한 자녀를 위하여

댓글 0 | 조회 1,333 | 2019.12.23
긍정심리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마틴 셀리그만 교수가 그의 책에서 만 5세였던 자신의 딸과 나누었던 대화를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어느 날 마틴은 그의 딸 니키와 정… 더보기

누구를 위한 인터넷인가?

댓글 0 | 조회 1,438 | 2019.12.23
중국은 일대일로(一帶一路)를 추진하고 있다. 천년도 더 전에 당(唐)나라의 장안(지금의 서안)에는 서시(西市; western market)가 대단했다. 인기상품인… 더보기

손 없는 처녀 이야기 5편

댓글 0 | 조회 1,421 | 2019.12.23
'손'이 말하는 것한편 독일 이야기에서 물과 눈물로 인해 깨끗함을 유지하는 처녀를 악마가 건드릴 수 없다고 화를 내는 장면이 나오는데 한국의 정조 관념보다 극단적…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