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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저출산•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어 주민등록인구 통계에 따르면, 대한민국 평균 나이는 2023년 말 44.8세였으며, 올해 45세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고령화(高齡化)가 빠른 속도로 진전되고 있어 평균 연령이 2035년에 50세, 2045년에는 55세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전체 인구를 한 줄로 세웠을 때 가운데 있는 사람의 나이인 ‘중위 연령’은 한국은 45.1세로 일본(49.4세)보다 낮지만, 영국(40세), 미국(38.3세) 등 주요 선진국보다 높다.
10월 2일 ‘노인(老人)의 날’은 노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공경의식을 높이기 위하여 1997년에 제정한 기념일이며, 10월은 ‘경로(敬老)의 달’이다. 원래 노인의 날은 국제연합(UN)이 1991년 지정한 10월 1일 국제 노인의 날(International Day of Older Persons)에 맞추려했으나, ‘국군의 날’이 겹침에 따라 그 다음날인 10월 2일을 기념일로 정했다.
노인의 날은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경로효친(敬老孝親) 사상을 고취시키고, 전통 문화를 계승•발전시켜 온 노인들의 노고를 치하하며, 근래 주요 사회문제로 떠오른 노인문제에 대해 성찰하는 날이다. 노인의 날 행사는 정부 행사로써 보건복지부에서 주관하며, 노인 복지에 힘써온 인물이나 단체를 대상으로 훈•포장 및 대통령•국무총리•보건복지부장관 표창 등을 수여한다.
보건복지부는 10월 2일 제28회 ‘노인의 날’ 행사를 서울 aT센터 그랜드홀에서 열고 100세 노인을 대표해 허정례, 조용구씨에게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축하카드와 청려장을 전달했다. 정부는 올해 100세 노인 2658명(남자 571명, 여자 2087명)에게 청려장(靑藜杖)을 선물했다. 청려장은 중풍(中風) 예방과 신경통(神經痛)에 효험이 있다고 한다.
‘장수 지팡이’ 청려장은 명아주라는 풀로 가볍고 단단하게 만든 지팡이다. 삼국사기(三國史記)와 경국대전(經國大典)에 따르면 통일신라시대에서 조선시대까지 70세가 되면 나라에서 만들어 준다고 하여 국장(國杖), 80세가 되면 임금님이 내린다고 하여 조장(朝杖)으로 불리던 전통을 이어 행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100세 이상 인구는 2024년 8월 말 기준 8737명(남자 1582명, 여자 7155명)이다. 우리나라는 초고령사회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노인문제가 사회 이슈로 떠오르면서 개인이 아닌 국가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인구 구성 비율에서 가장 큰 부문을 차지하고 있는 베이비붐세대(baby boom generation, 6.25전쟁이후 1955-1963년에 태어난 약 710만명)의 은퇴가 지속되면서 ‘노인의 날’ 기념일의 의미는 점차 커지고 있다.
인구의 고령화는 전 지구촌 현상이다. UN 인구국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 대비 65세 인구 비중은 2023년 9.4%에서 오는 2050년 16.5%로 증가해 약 16억명에 달할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더 심각하다. 국내 65세 이상 비중은 2023년 19%(973만명)로 초고령사회(고령인구 비중 20% 이상 사회)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노인이라면 누구나 우아하고 아름답게 늙기를 바라는 로망(roman)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로망과는 달리 노인이 되면 겪게 되는 4가지 고통, 즉 무위고(無爲苦), 고독고(孤獨苦), 빈고(貧苦), 병고(病苦)가 있다. 무위고는 가정과 사회에서 일정한 책임과 업무가 주어지지 않고 일선에서 후퇴하게 되어 역할이 상실되게 되는 것을 말한다. 할 일이 없어서 빈둥빈둥한다는 것은 삶의 의미도 없고 견딜 수 없는 고통이기도 하다.
이기일 보건복지부 1차관은 “내년도 노인복지(老人福祉) 예산을 올해보다 7.2% 늘린 27조5천억원을 편성해 노인 일자리를 역대 최고 수준인 110만 개까지 확대하고, 기초연금(基礎年金)도 34만4천원으로 인상하는 등 어르신들의 소득, 건강 돌봄 등 복지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쳐 나가겠다”고 지난 노인의 날 행사에서 밝혔다.
노인 인구의 빠른 증가에도 불구하고 사회의 주요제도들이 보조를 맞추지 못하고, 노인의 욕구를 적절히 수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우선 세대 간의 갈등을 넘어 이웃 노인이나 경로당(敬老堂)을 이용하는 노인들에게 우리나라의 번영된 현재의 모습을 이루는 초석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지혜를 갖고 있는 보물이라는 생각으로 감사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
지구촌 인구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실버산업(silver industry)의 성장 기대감이 계속 커지고 있다. 실버산업은 노인과 넓게는 노후를 대비하는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산업이다. 다양한 욕구가 있는 실버산업의 특성상 그 유형은 다양하지만 크게 의료, 주거, 생활, 여가, 금융 관련으로 나눌 수 있다. 특히 노인의 80%가 만성질환을 가진 만큼 의료관련 실버산업은 수요와 공급이 많은 분야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국내 실버산업 규모가 지난 2020년 72.3조원 수준에서 2030년에는 168조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같은 시기 미국과 중국의 실버산업 규모도 각각 3.5조달러, 2.2조달러로 초거대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국내에서 실버산업을 겨냥한 스타트업 창업과 벤처 투자유치, 마케팅 관련 소식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시니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오뉴(ONEW) 운영사인 로쉬코리아(2020년 8월 설립)는 액티브 시니어의 여가와 취미, 커뮤니티를 위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오뉴를 2022년에 런칭한 후 매월 100개 이상의 다양한 콘텐트를 제공하며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로쉬코리아는 5060 중장연층인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에 주목하고 있다.
‘액티브 시니어’와 비슷한 의미를 지닌 ‘어모털족’은 미국 타임지의 작가 케서린 메이어가 발간한 책 어모텔리티(Amortality)에서 파생된 신조어로 ‘나이에 연연하지 않고,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언뜻 비슷한 단어로 보이지만, 액티브 시니어는 어모털족과 구분되는 특징이 있으며, 바로 ‘소비’개념이다.
액티브 시니어의 주요 관심사는 1위 ‘나의 건강’을 시작으로 노후, 가족관계, 자녀의 결혼 등의 순서로 나타났다. ‘가족도 중요하지만 나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의견에 30대(47%), 40대(44%)보다 훨씬 높은 68%의 동의율을 보이기도 한다. 6.25전쟁 이후 절약과 희생이라는 가치를 최우선으로 두고, 합리적 소비에 주목하는 70대 이상의 실버 세대와는 달리 액티브 시니어는 자신을 가꾸는 데 투자하고, 문화 소비 활동에 훨씬 적극적이다.
또한 액티브 시니어는 스스로 실제 나이보다 5-10년 정도 젊다고 생각하며, 이 젊음을 기반으로 사회적 시선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싶어 한다. 이들에게 ‘젊음’이란 단순히 신체적인 건강뿐만 아니라 패션과 같은 라이프스타일을 통한 외향적 젊음도 표함된다. 따라서 액티브 시니어는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트렌드에 주목하고, 그동안 축적한 자산을 바탕으로 자신의 젊음을 표현하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고, 적극적으로 소비활동에 참여한다.
액티브 시니어들은 경제적 그리고 시간적 여유를 갖고 있지만 정작 이들의 문화와 여가 활동을 지원하는 공간은 문화센터나 복지관을 제외하고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러한 점을 착안하여 ‘오뉴’는 프로그램 기반으로 오프라인 거점을 확대해 액티브 시니어에게 ‘일상 속 놀이터’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로쉬코리아’는 시니어의 접근성과 편의성을 고려한 웹페이지 리뉴얼을 진행했다.
‘복지유니온’은 시니어의 영양공급과 케어에 관한 종합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으로 쌀을 기반으로 한 연하(嚥下, 입속에 있는 음식물을 삼키는 동작)도움식 ‘효반’을 개발했다. 맞춤형 케어푸드를 제공하는 급식서비스를 운영함으로써 고령, 질환 등의 이유로 저작(咀嚼, 음식을 입에 넣어 씹음), 삼킴, 소화 등에 어려움을 겪는 시니어 및 장애우 등에 안전하고 건강한 식사를 공급하고 있다.
2021년에 설립된 고이장례연구소는 전국의 장례식장과 장지(葬地) 정보를 데이터화해 상조(장례)문화의 디지털 전환을 이끌고 있다. 특히 장례 가이드북과 맞춤형 견적 서비스 등으로 표준화된 비용을 제시하고 장례지도사 매칭, 장례식장과 장지까지 직접 검색과 비교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2023년 기준 맞춤형 장례 견적 18만건, 사전 상담 1만건을 돌파하여 매출이 전년대비 6배 증가했다.
최근 여러 시니어 헬스케어(Healthcare) 스타트업들이 차별화된 플랫폼 및 제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정션메드, 브레디스헬스케어, 효돌 등 시니어 헬스케어 스타트업들이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 및 제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헬스케어는 건강상태 유지 혹은 향상 등 의료, 제약, 건강관리에 관한 산업을 칭하는 넓은 의미이며 예방, 진단, 처방, 치료, 관리 등의 분야가 있다.
‘정션메드’는 원격 의료 서비스 기업으로, 시니어 헬스케어 커뮤니케이션 플랫품 ‘케어, 봄’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정션메드는 ‘케어, 봄’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개인 건강기록 관리를 넘어 가족 구성원이 함께 건강관리를 할 수 있도록 돕는 그룹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브레디스헬스케어’는 혈액 검사 방식으로 알츠하이머병(치매)을 진단하고 예후를 예측해 질환관리를 보조하는 서비스를 자체 플랫품을 통해 제공하는 기업이다.
‘효돌’은 부모님을 위한 AI 반려로봇 ‘부모사랑 효돌’을 개발한 기업으로 고령화 시대에 필요한 서비스 및 솔루션을 연구하고 있다. AI 돌봄로봇 효돌은 노인들의 정서 및 생활관리 등을 도와주는 인형 모양의 로봇이다. 기상부터 취침까지 곁에서 음성으로 말벗이 돼주고, 식사 및 복약 등 일상생활 관리와 노래, 퀴즈, 체조 등 인지 강화 콘텐츠 재생 기능을 제공하는 것이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초고령화 시대에서 시니어 대상의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은 향후 성장 잠재력이 높다고 말한다. 업계 전문가들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의료기관 및 요양기관의 업무를 자동화 또는 효율화할 수 있는 솔루션과 노인들이 평소 손쉽게 건강관리를 할 수 있도록 돕는 진단 및 예방 관련 솔루션들은 앞으로 각광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시니어 헬스케어에 대한 사회적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증가될 것이기 때문에 이 분야는 블루오션(blue ocean, 무경쟁시장) 영역이라고 본다.
우리나라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보다 4배나 빠른 속도로 초고령사회로 진입한다. 오늘날 노인세대는 기적의 경제발전을 이뤄냈지만 제대로 된 노인복지가 부족한 상황에서 노년기를 맞이했다. 이에 OECD 국가 중 1위인 노인 자살률과 빈곤률을 낮춰야 한다. 노인복지정책에 대한 인식을 연대적 책임으로서의 의식전환이 이루어져 노인들이 희망찬 노후생활을 할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