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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권위 있는 세계대학 평가기관 Times Higher Education (일명 THE)에서 매년 세계대학 랭킹을 발표하고 있다. THE는 18가지의 평가지표를 가지고 각 대학들을 평가하는데 주 평가 영역은 교육, 연구 그리고 학생 대 교수 비율 등이다. 금년에는 전세계 115개 국가 2,092개 대학들을 대상으로 평가하고 순위를 발표하였다.
우선 세계랭킹 20위권 대학들은 대부분 영국과 미국 대학들인데 영국은 옥스브릿지와 임페리얼 등 3개 대학이 그리고 MIT, 하버드, 프린스턴 등 13개 미국대학이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것은 중국 칭화대 12위, 북경대 13위 그리고 싱가폴국립대 17위 등 3개 아시아권 대학이 20위권 이내의 순위로 올라왔다.
금년 발표 내용을 보면 뉴질랜드 대학들의 랭킹이 대부분 하락하고 있는 등 별로 반갑지 못한 소식에 맘이 편치 못하다.
먼저 뉴질랜드 방송채널인 원뉴스의 10월 9일자 뉴스에서도 언급했지만 세계 50위권에 들어가던 오클랜드대학이 10여년간 꾸준히 하락하면서 2024년 평가에서 150위였는데 2025년 152위로 2단계 하락했다. 2010년도만 하더라도 오클랜드대학이 서울대학교보다 항상 랭킹이 근소한 차이기기는 하였으나 좋았는데 역전이 된 지 10여년이 지난 지금 이제는 도저히 비교불가대학들이 되었다.
그리고 오타고 대학도 2024년 350위권 이내였으나 2025년에는 351-400권으로 밀려나면서 2016년 THE 랭킹에 오른 이후 최악의 순위를 기록했다. 그리고 AUT와 빅토리아대, 와이카토대학 등은 500위권 범위 이내이고 그 나머지 링컨대, 켄터베리대, 메시대학 등은 600위권 이내에 간신히 순위를 올렸다. 이처럼 뉴질랜드대학 중 세계랭킹 100위권에 드는 대학은 단 한곳도 없다는 슬픈 현실에 직면한다.
호주대학들도 작년 대비 대부분 대학들이 소폭 하락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멜번 39위, 모나쉬 58위, 시드니 61위, ANU 73위, 퀸즈랜드 77위 그리고 UNSW 83위 등 6개 대학이 세계 랭킹 100위권 이내에 포진하고 있으니 호주와 뉴질랜드 대학들의 랭킹 수준차를 가히 짐작할 수 있다.
아시아 대학 순위들을 살펴보면 과거 싱가폴과 홍콩대학 위주로 상위권에 랭크되었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이제는 중국대학들의 약진이 눈에 띄고 반대로 일본대학들은 워낙 대학들 자체가 세계대학랭킹에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와 인구 감소로 인한 학력인구 감소 등의 영향으로 과거 대비 많이 하락한 면도 없지 않나 싶다.
한국대학은 100위권 이내에 2개의 대학 서울대 62위와 카이스트 82위가 올라있고 연세대와 성균관대가 공동 102위, 포스텍 149위 그리고 고려대 189위 등 4개 대학이 200위권 이내에 올랐다. 그 밑으로는 유니스트, 디지스트, 기스트 등 지역 과학기술원과 세종대, 경희대, 한양대, 중앙대, 아주대, 건국대, 카톨릭대, 이화여대, 가천대, 서울과기대, 서강대 등 수도권 대학들 그리고 지역 거점 국립대학 등의 순으로 1,000위권 이내에 30개 안되는 한국대학들이 이름을 올렸다.
물론 THE 대학랭킹이 대학의 모든 수준을 평가하는 것은 아니지만 객관적인 대학 평가 지표로 활용하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런 가운데 뉴질랜드 대학들의 전반적인 순위 하락은 뉴질랜드에서 살고 있는 우리에게 사실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뉴질랜드 대학의 전반적인 하락은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필자의 생각에는 연구 예산의 부족과 살짝 고립된 교육환경 그리고 대학 선진화에 대한 정부의 의지 등등이 아닌가 라고 생각된다.
본격적인 뉴질랜드 한국 교민역사가 시작된 1990년초로부터 30여년을 훌쩍 지나 교민 3세대가 중고등학교를 거쳐 대학 진학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뉴질랜드 대학들이 좀더 발전되고 세계적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대학들로 이름을 올리면 좋겠는데 반대 상황이라 걱정은 된다.
이러한 환경을 반영하듯 주변 지인 자녀들이 뉴질랜드 대학 졸업 후 전공을 살린 취업이 정말 힘들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 이 상황이 대학들의 경쟁력이 반영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한국 정부는 2024년 2월 느닷없이 의대정원을 제대로 된 배경과 대책설명 없이 2025학년도부터 2천명 증원하여 선발한다는 폭탄선언을 해버렸다. 이에 만명이 넘는 각 수련병원에서 근무하던 전공의 들이 개별 사직서를 쓰고 병원을 이탈하게 했고 보다 많은 숫자의 전국 의과대학 의대생들 전체가 휴학을 하게 만들어서 어림잡아 3만명 가까운 의대생과 전공의가 수련현장과 교육현장에서 이탈되어 2024년 한 해를 지워버리는 상황이 되었고 이는 대한민국 의료교육과 수련현장의 흑역사가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향후 이 파장으로 인하여 대한민국의료가 붕괴되고 이로 인한 환자들의 불편함과 다가올 의료대란의 파장이 얼마나 클지 또 이 흑역사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예측 불허다.
작년에 수시와 정시 전형을 거쳐 어렵게 대한민국 의대생이 된 3천명은 무슨 죄가 있어서 금년 신입생 새내기 생활을 해보지도 못하고 강의실에 들어가 보지도 못하는 걸까? 심지어 5년여간 정말 열심히 공부하여 금년에 마지막 학년을 잘 마무리하고 올해 10월부터 의사 국시 면접 실기시험과 내년초 필기시험을 앞두고 있는 3천여명의 학생들도 마찬가지로 졸업도 못하고 의사국시 응시할 엄두도 못 내고 있는 상황인데 이들 모두 합리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은 잘못된 보건 및 의료교육 행정과 대중주의 정책의 희생양이 되어버렸다. 이런 여파가 대한민국 대학들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고 이들이 영향으로 세계대학랭킹도 순위가 하락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2025년 노벨 과학상 수상자는 의외로 인공지능과 연관된 연구를 한 학자들에게 돌아갔다. 최소한 뉴질랜드와 한국의 대학들이 미래를 고민하고 정부와 더불어 장단기 정책으로 연구와 교육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로 전세계 학생들이 진학하고 싶은 매력적인 대학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