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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사람이 설 수 있게 길 한복판에 만들어 놓은 곳에 서 본 적이 있다. 그 곳은 어릴 때 신호등이 없던 오거리에 호루라기를 불며 팔을 접었다 폈다 하면서 교통 정리를 하던 순경 아저씨가 서 있는 곳과 비슷한 느낌을 들게 했다. 여러 갈래로 갈라져 쭉 뻗어있는 길을 바라보며 천천히 360도 돌면서 어느 길로 가면 좋을까를 생각했었다. 그러다 아직 가보지 않은 저 길을 걸어가면 무엇이 있을까 하는 호기심과 궁금증을 안고 들어선 그 길에는 너무 볼 것이 없어 돌아나와 다른 길로 가니 그 길에는 흥미로운 것도, 먹고 싶은 것도 많아 천천히 걸으며 시간가는 줄 모르고 즐겼다.
이처럼 살면서 수 없이 만났던 여러 갈래 길 속에서 이 길 밖에는 가야할 길이 없어서 혹은 저 길로 가는 것이 좋다해서 걸어가다가 돌아선 적도, 아니면 뒤돌아보며 이 길이 아닌데 하면서 계속 간 적이 얼마나 많았을까?
아니 어쩌면 지금도 어떤 이유에서든지 간에 가고 싶지 않아도 혹은 돌아오고 싶어도 하지 못하고 계속 같은 길을 걸어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또한 하루에도 몇 번씩 여러 갈래 길로 갈라진 곳에 서 어떤 길로 가야할까 망설이고 있을 수도 있다.
이렇게 돌아오고 싶으면서도 계속 가고 있고 수시로 망설임과 방황 속에 마땅히 가야할 길을 찾지 못하는 경우는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에게 아주 자주 일어난다.
금연 상담을 매일 하니 단 하루도 안빠지고 듣는 말이 “담배 끊고 싶지요, 그런데 안되요”, “담배 끊어야하지만 요즘 스트레스받는 일이 너무 많아 상황이 좀 나아지면 그때 금연을 생각해보려고요”, “매일 눈만 뜨면 담배를 끊어야지해 날마다 금연을 시작하지만 몇 시간을 참아내는 것이 힘들어 피우고 또 피우고 하네요”, “담배가 해롭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형도, 아버지도, 친구들도, 가까이 있는 사람들 중에 담배를 피워 큰 문제가 일어난 경우를 보지 못했으니 요즘은 굳이 담배를 끊을 필요가 있나 싶네요” 등이다.
이처럼 ‘하고 싶지만’, ‘시작하지만’, ‘○○하지만’ 등으로 말하며 원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하는 이유를 말한다.
너무나 익숙해져 있어 아무 생각없이 자연스럽게 행동하는 것을 조금이라도 다르게 바꾸어 보려할 때 혹은 여러 갈래 길 속에서 자신의 길을 택할 때 어떤 생각과 마음이 작은 변화를 이루는데 도움이 될까?
너무 쉽게 배워 좀처럼 헤어지기 힘든 친구가 되어버린 담배, 그 담배를 끊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힘들고 어렵다 말하는 금연을 한번 생각해보자.
담배를 피워야하는 이유나 담배를 끊어야하는 이유를 여러 갈래로 갈라진 길로 비유할 수 있다.
고등학생 아들과 중학생 딸의 아버지는 이민 생활 속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 한국을 떠나오면서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우기 시작해 담배를 끊어야한다는 마음은 있지만 금연을 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스트레스만 받지 않는다면 담배를 얼마든지 안피울 수 있다 말하는 50대 중반의 남성에게 담배를 피우는 다른 이유는 없는가를 물었다. 스스로 생각하기에는 습관이나 중독은 아니고 단지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담배를 피운다고 했다.
그래서 스트레스에 관한 이야기를 좀 더 나누며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담배를 안피우는 사람보다 기본적으로 스트레스를 더 느끼게 되는 이유를 이해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습관과 니코틴 중독도 담배를 피우는 이유에서 빼놓을 수 없음을 알았다. 아버지에게 펼쳐진 여러 갈래 길에는 니코틴 중독의 길, 자고 일어나면 바로 담배를 피우려 나가는 길, 일하다가 쉬기 위해 담배를 피우러 나가는 길, 친구들과 만나러 가는 길이었다. 이렇게 펼쳐진 여러 갈래 길 속에서 금연을 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택한 길은 한번도 사용해보지않은 니코틴 패치와 껌을 사용해보기 위해 니코틴 중독의 길을 택하였다.
니코틴 패치와 껌을 배운데로 사용하니 생각한 것과는 다르게 금연을 하는 것이 어렵지 않아 금연 4주째 금연클리닉을 방문해 80불 Warehouse 상품권도 받았다.
누구나 만나는 여러 갈래 길 속에서 나의 길을 택해간다. 그길이 흡연자에게는 금연을 위해 걸어가는 길이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