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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사계절이 있다는 것이, 밤과 낮이 있다는 것이, 하늘의 모습이나 땅의 모습이 단 한순간도 같은 모습이 아니라는 것이 고맙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리고 계절의 변화 속에서, 밝음과 어두움의 차이 속에서, 하늘에 펼쳐지는 구름의 변화나 대지를 채우는 꽃이나 풀들 속에서, 눈 앞에 그려지는 수많은 색들의 움직임을 보게 되며 생각과 느낌의 변화가 수시로 일어나는 것 같다.
보통 겨울하면 칙칙하고 어두운 색을 떠올리며 감정 또한 가라앉으면서 적극적으로 뭔가를 하는 것보다는 좀 더 소극적이 되어 “이따가”, “나중에” 같은 말을 자주 사용하며 뒤로뒤로 미루는 경향이 강한 것 같다. 이런 느낌이 드는 가운데 춥고 검은 구름이 자주 파아란 하늘을 가리며 수시로 쏟아지는 비 속에서 몇 달간 지냈던 겨울이 조금씩 봄의 기운에 밀려가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깜깜했던 새벽 6시가 이제는 빛으로 환하게 밝아지면서 하루 시작을 재촉한다. 이뿐아니라 마냥 움츠려들며 뒤로 미루었던 집안 정리와 청소를 슬슬 시작할 준비를 한다. 또한 춥고 비가 와서 아니면 또 다른 이유로 “해야하는데”라 생각하면서도 “지금 당장 안해도 되지 뭐” 하며 눈을 질끈 감고 미루었던 잡초를 뽑거나 꽃이나 나무를 심으며 집의 앞뒤 마당을 정리할 생각도 한다.
이런 삶의 움직임 속에 다가오는 봄은 아름다운 유채색으로 세상을 채워갈 것이다.
그렇다면 어둡고 깜깜한 곳에서 환하고 밝은 곳으로 나오게 되면 어떤 느낌이 들까?
그 느낌은 어쩌면 바깥 세상과 다른 긴 터널을 빠져나왔을 때나 동굴에 들어갔다 나왔을 때에 느껴지는 그런 기쁨과 환희의 순간과 비슷할 지도 모른다.
이런 기쁨과 환희의 순간을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여러번 만끽했을 것이지만 자주 그런 기쁨을 잊고 “나도 한번 기쁨과 환희의 순간을 맛보고 싶다”라 말한다.
얼마전 5살된 쌍둥이 아들을 둔 부부를 만나 1시간 남짓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결혼 후 몇 년이 지나도 임신이 되질 않아 마음이 많이 힘들었었는데 임신이 되었다는 말을 듣고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기뻐 날뛰며 느꼈던 그 환희의 순간은 이루 말로 다 표현을 할 수 없다 했다. 아내가 임신을 했다는 소리를 듣는 그 순간“아내한테 뭔가 해주고 싶어 아내가 그리도 바라던 담배를 끊기로 결심하고 20년이 넘게 함께 한 담배와의 이별을 아내 배에 손을 얹고 뱃 속에 있는 아가에게 약속했어요”라 말하며 잠시 그때의 기쁨이 떠오르는지 미소를 지으며 두아들의 손을 꼬옥 잡았다. 아내에게 임신 선물로 금연을 선사했는데 아빠가 된 지 1년만에 직장에서 갑자기 구조조정을 해 일자리를 잃게 되고 여기저기 이력서를 보내며 인터뷰를 하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아 담배를 딱 한개비만 피우고 다시 피우지 말아야지 했는데 생각과는 다르게 한개비 또 한개비를 피우기 시작하다보니 하루에 담배를 반갑 정도 피우게 되었다는 것이다. 쌍둥이 아들을 키우느라 힘든 아내는 다시 담배를 피운 남편에게 실망스럽기도 하고 화도 나기도 해 “담배를 끊지 않으면 쌍둥이 아들한테 오지도 못하게 할거야” 하며 협박을 하기도 하고 잔소리를 끊임없이 해 전에도 의지로 담배를 끊어서 금연 시도를 여러번 했지만 잘 되지를 않아 금연 전문가를 만나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담배를 끊고자 하는 의지 위에 아내와 쌍둥이 아들을 위해 금연을 해야하는 이유와 단 한번도 사용해 보지 않은 니코틴 패치와 니코틴 사탕을 사용하면서 1주일 동안 단 한모금의 담배도 피우지 않으며 가끔씩 생기는 흡연 욕구를 잘 이겨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회사가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면서 많은 직원들이 회사를 그만 두어야 할 수 있다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하면서 가슴이 답답해지고 담배를 피우고 싶은 마음이 너무 강하게 일어 동료한테 가 담배 한개비만 달라고 말하려는 순간 금연전문가한테 전화가 오는 바람에 흡연욕구를 넘길 수 있었고 살면서 기쁘고 기뻤던 환희의 순간을 생각해보라는 말에 아내와 쌍둥이 아들의 얼굴이 떠올라 다시 금연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이 쌍둥이 아빠처럼 흡연욕구를 참기 힘들어질 때 잊고 있었던 환희의 순간을 떠올리며 또 다시 금연을 통한 환희의 순간을 맛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