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함의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최성길
Danielle Park
김도형
Timothy Cho
강승민
크리스틴 강
들 풀
김수동
멜리사 리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정동희
EduExperts

<오징어게임>의 함의

0 개 1,069 명사칼럼

4832b0c1911e4657fa215689edf04300_1638849164_7311.png
 

넷플릭스의 <오징어게임>은 <기생충>에 뒤이어 세계에다 “한국형 신자유주의”를 그 근거 자료로 삼는 또 하나의 화두를 던졌습니다. 물론 이 작품의 설정은 어떤 면에서는 지극히 “한국적” 입니다. 사채놀이는 일찍부터 은행 서비스의 혜택을 받을 수 없는 광범위한 한국 서민층의 무서운 현실이었고 동시에 한국 부유층의 주요 자본 축적 수단이었습니다. 지금도 연구자들이 한국에서 불법 금융 이용자/피해자 층을 약 50만 명 정도로, 그 시장 규모를 약 6조 정도로 각각 보고 있는데, 과거에는 그 비율이 더 컸으면 더 컸지 결코 작지 않았습니다. 어느 사회를 보나 배제를 당한 소수자층은 다 존재하지만, 역시 “불법 임금 체불을 당한 외국인 노동자”나 “사기를 당한 탈북자”, 그리고 “부당 해고를 당하고, 파업에 대한 살인 진압으로 트라우마를 안고 있는 무직자”라면 “한국적 설명”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한국성”과 함께 뛰어난 “세계성”도 띠고 있습니다. 


본래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무산자의 가장 큰, 그리고 최후의 “자산”이라면 결국 자신의 “몸”입니다. 특정 젠더와 연령대에 몰려 있는 “성매매”의 가능성만 이야기하는 건 결코 아닙니다. 예컨대 미국 하층에게 - 남녀 구분을 떠나서 - 드물게 아직 남아 있는 대학 진학과 신분 상승의 방법 하나는 바로 자신의 몸을 군에 팔아 “모병제 군인”이 되는 것입니다. 모병제 군인이 되면 이라크나 아프간 같은 곳에 파병돼 누군가를 죽여야 하고 자기 목숨도 내놓아야 하지만, 이 살인게임에서 운좋게 살아남아 돌아와 정상적인 제대를 하면 대학 등록금이라는 상금이 기다리는 것입니다. 자본의 이해관계 입장에서 해외 침공이라는 살인게임 참가자들에게 이런 상금을 줄 수 있는 이유는, 이라크나 아프간 침공은 - 그 결과의 성패를 떠나서 - 그 만큼 미군 군수업자들에게 엄청난 득이 됐기 때문이죠. 자본의 이 이득 때문에 브롱크스의 가난한 흑인이나 히스패닉이나, 아팔라치안 지역의 지독하게 가난한 “백인 쓰레기”(white trash)나,어떻게든 미 국적을 빨리 따려는 LA의 한인 이민자들이 군에다 몸을 팔아 시키는 대로 누군가를 죽이면서 본인도 총알받이가 되어야 하는데.... “인간 경마장”이라는 <오징어게임>의 세팅과는 상당히 비슷한 논리입니다.  


<오징어게임>에서 나온 살인 생존게임은, 국가의 고급 (살인 수준의) 폭력 독점이라는 근현대 국가 운영의 원칙을 위반하는 만큼 실제 존재할 리는 없습니다. 한데 저급, 즉 살인이 아닌 “치고받기” 수준의 폭력은, 스포츠나 흥행 등으로 포장되는 경우에는 꼭 다 국가에 의해서 독점된 게 아니니까 그 방면에서는 <오징어게임>과 엇비슷한 상황들을 실제로 찾아 낼 수도 있습니다. 예컨대 종합 내지 이종 격투기는 그런 경우입니다. 부유층을 포함해서 많은 관객들이 링에서 선수들이 치고받고 싸우는 광경을 “즐겁게” 보고 있는데, 그 선수는 심각한 부상을 당할 확률은 프로 복싱보다 2배, 태권도보다는 3배입니다. 여태까지 링에서 싸우다가 죽은 경우도 7명이나 됩니다. 큰 부상은 그렇다 치고, 작은 부상을 당하지 않는 선수들은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도 링에 오르는 이유는? 대부분 가난 때문이죠. 한편으로는 이 승부를 둘러싼 “내기”의 금액들은 엄청납니다. 사실 격투기라는 “흥행적 스포츠”의 논리를 한층 “업그레이드”해서 싸움을 ‘게임’으로, 그리고 KO나 부상 등을 살인으로 각각 바꾸면 대략 “오징어게임”과 비슷한 시나리오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면 가난한 사람들만이 “몸”을 파나요?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신체가 “거래상품”으로 되는 것은 일반적인 자본주의 논리인데다가, 최근에 실용적인 물화가 아닌 상징 상품의 거래가 IT기술의 발달로 “시장”의 보다 큰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오히려 이런 “거래”가 더 활성화됐습니다. 예컨대 각종의 “뷰티 블로거”나 “패션 유투버”, “인스타 스타”들은 분명히 그 신체의 이미지를 IT 기술을 통해 대량으로 판매해 이윤을 취하는 셈입니다. 단, 모병제 군이나 격투기 시장에 몸을 팔아 죽음이나 부상의 가능성을 늘 안고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 대개 하층/빈민층 출신들이라면 SNS의 신체 이미지 시장을 보통 중산층 이상의 출신들이 주도합니다. 그리고 신체 내지 신체 이미지의 시장에서 가장 큰 득을 취하는 쪽은 물론 자본 내지 자본에 가까운 고소득 전문가 계층입니다. 예컨대 국내 성형 시장의 규모만 해도 약 5조원 정도나 돼, 불법 사채 시장의 규모와 엇비슷할 정도입니다. 성형 수술을 받고 나서 “외모”를 결혼 시장에서든 SNS의 이미지 시장에서든 거래 상품으로 삼아야 할 사람은 거래 실패나 스트레스, 트라우마 등으로 인생이 망가질 가능성은 상당하지만, 성형 외과 의사는 어차피 1년 평군 1억3천 정도 되는 그 고소득을 보장 받습니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우리 삶 전체가 정말 어떤, 아주 불공정한 “생존게임”인 셈이죠....


몸을 상품화해야 하는 것도 그렇지만, <오징어게임>이 집중 조명하는 “승자독식”이라는 룰은, 역설적이게도 바로 이 작품을 생산해낸 영화계에서 가장 전형적으로 관철됩니다. 인도, 프랑스 수준의 영화 대국인 대한민국에서는 직업적 영화 배우는 약 1천수백 명, 그리고 보조 출연자 (엑스트라)는 약 10만 명 정도 됩니다. <오징어게임>에서 우리가 본 대부분의 케릭터들도 사실 “보조 출연자”들입니다. 이런 분들의 평균 소득은? 1년 1천5백만원이며, 90%는 아예 1천만원도 벌지 못합니다. 일이 있을 때에 하루 15-18시간이라도, 촬영이 끝날 때까지 일해야 하지만요. 대부분이 저소득과 과로에 허덕이는 이 수만 명의 “인력”들은 한국 영화를 전세계가 부러워하고 선망하는 산업으로 만듭니다. 그들 중에서는 “K- 스타”가 될 수 있는 사람들은, 전체 종사자의 0,1%도 안됩니다. 나머지는? 무명 배우, 내지 최하 소득 그룹에 속하는 “엑스트라”로 늙을 때까지 살고, 아마도 가난에 찌든 노후를 보내야 할 겁니다. 한국 영화인의 삶 자체도 이미 일종의 아주 잔혹한 “생존게임”이 아닌가요? 그러니까 <오징어게임>의 대부분 출연자들은, 결국 화면에서 본인들의 “실질적 삶”을 그려낸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위대한 작품이 나왔는지도 모르지만, 그 생각을 하면 왠지 너무나 슬퍼지기도 합니다....


* 출처 : 박노자 Vladimir Tikhonov 블로그


■ 박 노자


4832b0c1911e4657fa215689edf04300_1638849101_9279.png
 

오슬로대학교수, 한국학자, 칼럼니스트


소련의 레닌그라드(현재의 상트페데르부르크)에서 태어나 자랐고, 본명은 ‘블라디미르 티호노프’다. 2001년 귀화하여 한국인이 되었다. 레닌그라드 대학 극동사학과에서 조선사를 전공했고, 모스크바 대학에서 고대 가야사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에서 한국학과 동아시아학을 가르치고 있다.


한국 사회에 대한 비판적인 칼럼들을 묶은『당신들의 대한민국』 으로 주목받았으며, 『주식회사 대한민국』 『비굴의 시대』 『당신을 위한 국가는 없다』 『전환의 시대』 등은 이 연장선상의 저작이다. 『거꾸로 보는 고대사』 『우리가 몰랐던 동아시아』 『우승열패의 신화』 『러시아 혁명사 강의』 등을 통해 역사 연구자로서의 작업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잊혀져 버린 정의, 그들을 기억하며

댓글 0 | 조회 257 | 2일전
▲ 항일 투쟁과 반독재 투쟁으로 점철된 생애를 담은 자서전 ‘최후의 분대장’의 작가 김학철항일 독립운동가이자 작가였던 고 김학철(1916~2001)의 인생을 다룬… 더보기

축복으로 받아들이는 마음

댓글 0 | 조회 151 | 2일전
언젠가 TV에선 얼굴 없는 사람에 대한 얘기가 나오더군요. 미국에 얼굴 없는 사람이 있답니다. 그런데 아이입니다. 태어난 지 2년 반 쯤 되었는데 얼굴이 없답니다… 더보기

11월의 기도

댓글 0 | 조회 130 | 2일전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주님!올해 겪은 놀란 일을더 여유롭게 견뎌내지 못해부끄럽습니다당신 손 놓치지 않을나를 뽑아 견디게 하셨으니슬펐지만 아름다움이었습니다기차역에서… 더보기

대자유의 맛, 다선일미의 차 명상

댓글 0 | 조회 116 | 2일전
예로부터 스님들은 차를 마시며 수행을 했다. 차가 수행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벽암록』의 저자인 송대 원오 극근(圓悟 克勤:1063~1135) 선사의 다선일미… 더보기

욕실 리노가 망설여지는 이유

댓글 0 | 조회 558 | 3일전
최근 몇 주 동안 잘못된 욕실 설치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계신 고객분들의 연락을 받았습니다. 욕실은 단순히 깨끗하고 예쁘게 마감하는 것을 넘어서서, 안 보이는 곳… 더보기

사랑

댓글 0 | 조회 98 | 3일전
시인 정 호승그대는 내 슬픈 운명의 기쁨내가 기도할 수 없을 때 기도하는 기도내 영혼이 가난할 때 부르는 노래모든 시인들이 죽은 뒤에 다시 쓰는 시모든 애인들이 … 더보기

아오테아로아 (멀고 긴 흰구름의 나라)

댓글 0 | 조회 181 | 3일전
식물 줄기로 얼기설기 엮어 만든 삼각 돛,큰 나무 속을 파내어 만든 통나무 배,긴 나무를 균형지게 본체 좌 우측으로 동여맨 카누에 몸을 싣고,가족과 친지들을 뒤로… 더보기

전하지못한 이야기 ‘해금강’

댓글 0 | 조회 182 | 4일전
지인 j 님께!H 여사와 우리 셋이 모이면 노후의 삶을 어디에서 살면 좋겠냐는 말을 자주 했었지요.서울에서 나고자라 나이먹은 사람들끼리 시골살이를 동경하는 막연한… 더보기

지피지기 백전백승! 뉴질랜드/호주 의대 제대로 도전하기

댓글 0 | 조회 780 | 4일전
의대 열풍이 전 세계적으로 심상치 않은 요즘, 뉴질랜드도 예외가 아니다. 또한 전문직에 대한 직업 안정성과 지속성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면서 의대 치대 약대 등의 … 더보기

고요할 수록 밝아지는 것들

댓글 0 | 조회 161 | 4일전
경남대학교에서 86년부터 18년까지, 33년을 일 하다가 은퇴한 지 6년이 되어간다. 어느 사이 고희(古稀)에 들었고 앞만 보고 가려하는데, 원고 청탁을 받아 잠… 더보기

35. 몸의 진액 부족이 가져다 준 소화 불량과 다양한 문제들

댓글 0 | 조회 449 | 4일전
몸의 모든 신진대사 활동은 물, 더 정확히 말하면 몸의 진액과 관계된다. 그래서 진액이 고갈되면 다양한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다. 이는 기계의 그리스나 윤활류가 부… 더보기

(A2+) 프리미엄 우유가 온다

댓글 0 | 조회 1,305 | 7일전
완전식품(完全食品)이란 인간에게 필요한 영양소를 모두 갖춘 식품을 말한다. 최종적으로 만들어진 요리가 아닌 가공하지 않은 원료 상태로 섭취해도 사람에게 필요한 영… 더보기

한국의대 입시 어디로 갈 것인가? 파트 2

댓글 0 | 조회 320 | 10일전
11월 14일 2025학년도 수능시험이 치러지고 수시전형은 11월 현재 진행중이며 내년 1월 정시전형을 앞두고 있다.2025학년도는 그 어느때보다도 많은 변화가 … 더보기

나는 이런 사람이 좋다

댓글 0 | 조회 343 | 2024.11.06
시인 헨리 나우헨그리우면 그립다고말할 줄 아는 사람이 좋고불가능 속에서도한줄기 빛을 보기 위해애쓰는 사람이 좋고다른 사람을 위해호탕하게 웃어 줄 수 있는 사람이 … 더보기

작가 한강의 노고를 기리며

댓글 0 | 조회 367 | 2024.11.06
▲ 한강 작가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이 가지는 가장 중요한 의의는 훌륭한 번역을 통해 세계의 독자들이 비로소 한국문학이라는 두꺼운 책의 한 … 더보기

받아 적고 읽어 주고

댓글 0 | 조회 167 | 2024.11.06
나는 타자(打字)가 서툴고 느리다. 재주가 없는 모양이다. 그런데 이제 타자하는 수고를 벗어나게 되었다. 말하면 그걸 글자로 바꾸어 주고(STT; Speech t… 더보기

달이와 함께 만난 동물 부처들

댓글 0 | 조회 142 | 2024.11.06
안동 봉정사 영산암 응진전 용과 사슴, 영덕 장육사 대웅전 사자와 코끼리사찰 곳곳에서 만나는 동물들은절을 아름답게 하고 이야기를 담는다.아이가 처음 세상을 배울 … 더보기

배고픈 건 참아도 배 아픈 건 못 참는다

댓글 0 | 조회 424 | 2024.11.06
고등학교 때의 일이다. 조회 시간에 교장선생님 훈화 중 “4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다”에 대한 내용이 생각난다. 4촌이 논을 사면 기뻐할 일인데 왜 배가 아파야… 더보기

Panic Attack

댓글 0 | 조회 495 | 2024.11.05
공황발작은 갑작스럽고 강렬한 불안감이 나타나는 정신적 증상입니다. 이 발작은 보통 예기치 않게 발생하며, 몇 분 안에 극심한 공포나 불안이 솟구치는 특징이 있습니… 더보기

New NCEA

댓글 0 | 조회 436 | 2024.11.05
대부분의 학부모님께서 이미 알고계시듯 한국은 세계적으로 손 꼽히는 사교육의 천국입니다. 대형입시학원은 말할것도 없고 입시학원 입학을 위한 또 다른 입시학원, 취업… 더보기

34. 소화기관의 병은 이런 순서로 치료해 보세요

댓글 0 | 조회 323 | 2024.11.05
몸의 각종 부위 중에 피부와 점막들은 손상될 가능성이 많다. 왜냐하면 외부 세계나 외부에서 들어오는 물질을 자주 접하는 신체 기관들이기 때문이다. 다행이도, 손상… 더보기

아플수록 마음관리를 잘 해야

댓글 0 | 조회 236 | 2024.11.05
장영희 교수님을 아시나요? 제가 이 분 글을 인용하면서 참 좋아했는데 얼마 전 신문을 보니까 휠체어에 탄 모습으로 환하게 사진을 찍었더군요. 열두 번 예정된 항암… 더보기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

댓글 0 | 조회 883 | 2024.11.02
한국인 232만명이 고혈압(高血壓), 당뇨병(糖尿病), 고지혈증(高脂血症)을 모두 앓고 있는 복합 만성질환자이다. 이 세 가지 질병은 동시다발적으로 생기며, 나이… 더보기

한국의대 입시 어디로 갈 것인가? 파트1

댓글 0 | 조회 493 | 2024.10.31
대한민국은 4대 개혁 의료개혁, 연금개혁, 노동개혁 그리고 교육개혁을 추진하고 있다.그 중 의료개혁을 추진하며 2024년 2월 초 20여년동안 정원 변화 없이 한… 더보기

33. 음식, 식습관, 장건강, 심성 그리고 영성의 축

댓글 0 | 조회 409 | 2024.10.30
지금까지 무엇을 어떻게 먹는가가 장건강을 지배하고, 장건강은 뇌에 바로 영향을 준다고 말해 왔다. 그리고 음식, 식습관, 장건강, 심성 그리고 영성이 하나의 축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