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여행 종결자, 삼랑성 전등사(三郞城 傳燈寺)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명사칼럼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Danielle Park
김도형
Timothy Cho
강승민
크리스틴 강
들 풀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보문
멜리사 리
Jessica Phuang
휴람
박기태
채수연
독자기고
EduExperts
이주연
Richard Matson
수필기행

감성여행 종결자, 삼랑성 전등사(三郞城 傳燈寺)

0 개 1,119 템플스테이

76e5d5048e9b2be7fed3d8a7b7ebfac6_1641865068_6858.png
 

철통 요새 속, 피안(彼岸)의 역사·문화기지


단군의 세 아들이 쌓았다는 삼랑성(三郞城)에 둘러싸인 신화(神話)의 절. 세계문화유산인 조선왕조실록을 지켜낸 역사의 절. 병인양요 때 프랑스 함대의 침략을 막아낸 호국의 절. 돈을 떼먹고 다른 남자와 야반도주한 정인(情人)의 참회를 바라는 마음에 도편수1) 가 대웅보전 지붕 밑에 벌거벗은 여인을 조각해 넣었다는 해학의 절.


역사에 ‘만약’이란 가당찮지만 전등사가 유산으로 남지 않았다면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을 잃어야 했을까? 고구려 소수림왕(381년)에 창건된 이래 전등사는 한국 최고(最古)의 사찰답게 1,600년 이상의 세월을 품어온 역사와 문화의 기지로 남았다. “다행이다!”


76e5d5048e9b2be7fed3d8a7b7ebfac6_1641865091_6719.png
▲ 전등사 대웅보전 밑의 나부상

전등사에 찾아갈 때엔 성의 남문을 통하는 것이 좋다. 템플스테이 사무실까지 정비된 산책로가 가경(佳景)이고, 영조 15년(1739)에 건립된 남문의 문루(門樓)- ‘종해루(宗海樓)’를 통과할 때면 역사의 한 자락에 휩쓸리는 기분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일주문과 불이문 없이 지어진 삼랑성 전등사의 정체성을 단번에 체득하는 순간이자, 몽골의 침략을 받아 이곳으로 도읍과 궁궐을 옮겼던 고려의 역사와 조우하는 순간이다.


궁궐도, 성벽과 망루를 지키던 병사도 자취를 감춘지 오래지만, 전등사를 외호(外護)한 삼랑성은 묵묵히 동서남북에 트인 문을 열어 예나 다를 바 없이 차안2)(此岸)의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다.


4곳의 전각, 4색의 개성


전등사 템플스테이는 공식 홈페이지와 네이버를 통해 예약할 수 있다. 뭐든 찾아가는 방법과 사찰의 소개, 템플스테이 프로그램과 주의사항 등을 자상하게 안내하고 있다. 다만 화장실이 방 안에 마련되어 있는지의 여부에 따라 참가비의 차이가 발생하니, 공동 화장실과 공동 세면장 이용에 불편함이 없다면 갈등 없이 예약 버튼을 눌러도 좋겠다.


전등사는 월송요(月松寮), 적묵당(寂黙堂), 강설당(講設堂), 전등각(傳燈閣), 4곳의 전각에 숙소를 마련하고 있다. 매 전각들의 침소가 청결하게 정돈되어 있고, 전등각을 제외하곤 3곳 모두 대웅보전과 공양간 부근에 위치해 접근성이 탁월하다. 동문 밖에 위치한 전등각도 산보하며 오가기에 무리가 없어 어디에 머물든 전등사를 체험하기에 더할 나위 없다.


더욱이 창호(窓戶)를 열어젖혀 선선한 가을을 방내로 들이면, 창호(蒼昊)3)가 그려낸 풍경화를 감상할 수 있다. 항아리, 느티나무, 코스모스, 들풀들……. 방마다 제각각 오브제(objet)를 두었으니, 이토록 다채로운 전시회가 또 어디 있을까? 계절 따라 변하는 작고 느린 차이마저도 감상하게 만드는 것, 전등사 템플스테이의 매력이다.


76e5d5048e9b2be7fed3d8a7b7ebfac6_1641865147_7617.png
 

전등사가 전등사를 전시하는 방법


일말의 눈썰미가 있다면 전등사 곳곳에 허투루 놓은 게 없다는 걸 알게 된다. 큐레이터가 장고(長考) 끝에 작품을 화랑에 걸듯 구석구석 고심의 흔적이 느껴진다.


선불장 지하에 마련된 공양간만 하더라도 곳곳에 걸출한 화가들의 작품들이 손님을 맞이하고 있고, 발우공양을 진행하는 입식 탁자 위 유리창으로 너른 하늘이 내비친다(종루의 목어는 공양간으로 이사해 하늘을 바다 삼아 헤엄치고 있다!). 창가 벤치형 테이블에는 카페처럼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을 충전할 수 있게 전원이 마련되어 있다. 들창 너머 상록수 군락을 바라보며 공양이라도 할 때면 테이블 옆에 놓인 판화가 이철수씨의 ‘공양송’ 처럼 ‘온몸  온 마음으로 온 생명을 섬기겠다’는 마음이 절로 동한다


76e5d5048e9b2be7fed3d8a7b7ebfac6_1641865168_0512.png
 

전등사의 세심한 전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전통과 현대를 절묘하게 접목한 무설전(無說殿)은 가히 역대급이다. 통일신라시대의 건축 문법을 답습하지 않고 시대정신을 담으려 노력했다는 법당 내부에 유럽의 성당에서나 볼법한 프레스코(fresco) 기법의 후불벽화가 모셔져 있고, 흰색으로 통일된 본존불(本尊佛)과 협시불(脇侍佛)4)의 풍모는 새롭다 못해 충격적이다. 지금껏 겪어보지 못했던 광경에 넋을 놓고 있을 때, 이웃집 아저씨와 아줌마, 아이돌의 얼굴을 차용해 협시불을 조성했다는 설명을 듣고 나면 모든 존재에 불성이 가득하다는 부처의 가르침을 형상화한 점에 또 한 번 놀라게 된다.


76e5d5048e9b2be7fed3d8a7b7ebfac6_1641865180_2012.png
 

신발을 벗지 않고 입당할 수 있는 법당의 구조나, 천정을 장식한 999개의 연등, 입출구의 동선에 배치한 갤러리 서운(瑞雲)까지, 무설전은 ‘오늘의 사람들’을 위해 정교하게 설계된 ‘오늘의 법당’이었다.


문화로 물든 전등사의 가을


“전등사가 보유한 중견 화가의 작품이 200점이 넘어요.”


목을 축이기 위해 들른 다실 죽림다원에서 김태영 팀장이 설명을 덧붙였다. 2005년부터 전등사 템플스테이를 일궈온 그는 베테랑이다. 아마도 절에 스민 정갈함, 세련됨이란 정서는 그의 손끝을 거쳤으리라.


전등사는 가을마다 인천광역시와 협력해 삼랑성역사문화축제를 연다. 축제 기간에 가을음악회와 영산대제 등의 공연도 있고, 조선왕조실록을 지켜낸 정곡산사고(鼎足山史庫)에서 중견작가들의 미술 전시회도 연다. 전등사에 전시된 그림들의 출처다.


76e5d5048e9b2be7fed3d8a7b7ebfac6_1641865210_0985.png
 

감성충전소, 전등사 템플스테이


가을이 아니더라도 전등사는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가을에 이르러 전등사는 깊은 감성에 젖는다. 성곽을 따라 산책하는 것, 툇마루에 앉아 소일하는 것, 성수동 카페보다 힙한 죽림다원에서 차 한잔 하는 것, 공양하고 예불하는 것 모두 감성여행으로 종결된다. 그저 전등사라는 화폭에 나 하나 던져 놓으면 완성되는 그림이랄까!


전등사는 그런 곳이다. 오래됐지만 좋은 것(Oldies but Goodies)을 넘어 오래됐지만 새로운 것(Oldies butNewness), 전통과 현대와 조우하며 잊고었던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곳! 전등사는 1,600년의 전통을 간직한 오늘의 문화전초기지다. 


76e5d5048e9b2be7fed3d8a7b7ebfac6_1641865232_7299.png
 
1) 도(都)편수란 집을 지을 때 책임을 지고 일을 지휘하는 우두머리 목수를 일컫는다.
2) 나고 죽고 하는 고통이 있는 현세를 뜻하며, 사바세계 저쪽에 있는 깨달음의 세계란 뜻의 피안(彼岸)의 상대어다.
3) 맑고 푸른 하늘
4) 본존불(주로 석가모니불) 좌우에 모신 불상을 뜻한다. 전등사에는 지장, 보현, 문수, 관음 총 네 분의 보살을 협시불로 모시고 있다.

인천광역시 강화군 길상면 전등사로 37-41
032-937-0152

■ 제공: 한국불교문화사업단

조정(mediation)과 중재(arbitration)

댓글 0 | 조회 196 | 1일전
소송변호사로서, 저한테 오신 고객분들과 상담을 해드리다가 보면 마치 진행을 하자마자 소송이 시작되고 재판이 내일모레 이루이질 것처럼 두려워 하시는 분들이 종종 계… 더보기

변기 누수, 이렇게 해결하세요

댓글 0 | 조회 456 | 1일전
안녕하세요, 넥서스 플러밍의 김도형입니다. Certifying Plumber로 일하면서 수백 번도 넘게 변기 문제를 해결해왔지만, 변기만큼 고객님들을 당황하게 만… 더보기

3. 카페 레잉가 - 영혼이 떠나는 마지막 여정

댓글 0 | 조회 231 | 1일전
북섬의 끝, 세상의 경계뉴질랜드 북섬 최북단,끝없이 펼쳐진 태즈먼 해와 태평양이 만나는 그 곳.하얀 등대 아래 절벽은 수천 년 동안 수많은 영혼들이 마지막 인사를… 더보기

불교 목공예의 정수 - 수미단

댓글 0 | 조회 129 | 1일전
▲ 영천 백흥암 극락전 수미단에 새겨진 아름다운 문양들.봄이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다. 숲이 기지개를 켜고 꽃은 다투듯이 피어오른다. 생명력 넘치는 숲에는 온갖… 더보기

떡!... 먼 추억, 가까운 그리움

댓글 0 | 조회 204 | 2일전
떡이 보이면 밥 내놓고 먹는 사람이 있다는게 좀 우습지 않은가. 온갖 먹거리 풍성한 이 시대에 여전히 떡이 좋은 사람은 틀림없는 떡보일 것이다.내가 어렸을 적에는… 더보기

고백

댓글 0 | 조회 143 | 2일전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주일예배 후 집에 와오늘의 설교 원고를가로로 한 번 세로로 또 한 번찢어 쓰레기통에 넣었습니다외우고 또 외우느라버스 안에서도주일 아침에는 화… 더보기

인트림과 AE워크비자에 관한 이민부의 Q&A

댓글 0 | 조회 386 | 2일전
뉴질랜드에 체류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합법적인 신분의 유지”일 것입니다. 그러한 신분을 유지하기 위한 비자 중에 합법적인 근무가 가능하도록 허가된 워… 더보기

신라 시대 나무꾼, 조선 시대 화가의 업

댓글 0 | 조회 94 | 2일전
들여다보면 병은 금생에 연유하는 것이 아닐 때가 많습니다. 과거 생의 업 때문에 부실한 몸을 타고나는 것이지요.오른쪽 다리와 발목에 고통이 심한 회원님이 계셔서 … 더보기

피고용인의 개인정보

댓글 0 | 조회 222 | 2일전
뉴질랜드에서 개인정보는 개인정보보호법에 의거하여 보호되고 있습니다. 개인정보 보호법은 개인정보의 수집, 사용, 공개, 보관, 접근 등에 대한 원칙을 제공하여 개인… 더보기

방학을 알차게 보내는 방법

댓글 0 | 조회 172 | 2일전
드디어 2025년도 첫 Term 방학이 시작되었다. 많은 학생들이 학기초의 긴장감을 내려놓고 휴식을 보내고 있을것이라 생각한다. 뉴질랜드는 학제상 1년에 4번의 … 더보기

퍼팅의 딜레마 - 신중함과 과감함 사이에서

댓글 0 | 조회 112 | 2일전
골프에서 퍼팅은 스코어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순간이다. 드라이버 샷이 아무리 멀리 나가고, 아이언 샷이 핀 가까이에 붙어도 마지막 퍼팅을 놓치면 모든 노력이 헛… 더보기

운동 합시다

댓글 0 | 조회 294 | 6일전
스포츠기본법 (법률 제18380호, 2021. 8. 10. 제정)에 따라 매년 4월 마지막 주가 ‘스포츠주간’이다. 스포츠기본법의 목적은 스포츠에 관한 국민의 권… 더보기

청소년 도박 문제와 온라인 게임의 연관성: 팬데믹과 게임 플랫폼의 영향

댓글 0 | 조회 221 | 2025.04.09
최근 시드니 대학교 연구진은 로블록스와 같은 게임에서의 인게임 결제가 어린이들에게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조사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복잡한 가상 화폐 시스템과… 더보기

2. 마우이와 태양을 길들인 이야기

댓글 0 | 조회 150 | 2025.04.09
태초의 뉴질랜드, 이곳은 마오리 전설이 살아 숨 쉬는 땅이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용감하고 영리한 영웅은 반신반인의 존재, ‘마우이(Maui)’ 였다. 마우이는 신… 더보기

전생에 시아버지를 안 모신 업

댓글 0 | 조회 292 | 2025.04.09
제 먼 친척 중에 굉장히 선(善)을 많이 베푼 분이 계셨습니다. 천주교에서 큰 활동을 한 분이셨죠. 그런데 병석에서 3년을 보내고 돌아가셨습니다. 넘어지는 바람에… 더보기

성공적으로 AE워크비자를 옮기려면?

댓글 0 | 조회 372 | 2025.04.08
뉴질랜드에서 합법적인 체류를 위해서는 영주권 비자(뉴질랜드 국적자 제외) 또는 임시체류 비자를 소지해야만 가능합니다. 임시체류 비자의 대표주자인 워크비자(Work… 더보기

IT가 세상을 바꾼다

댓글 0 | 조회 314 | 2025.04.08
40여 년 전 미국을 처음 방문한 이래 20세기 중 몇 차례 방문한 일이 있지만 21세기 들어 25년 만에 개별 방문 차원에서 미국의 샌프란시스코를 돌아보고 몇 … 더보기

누수 피해 보험 청구 어떻게 진행되나요?

댓글 0 | 조회 391 | 2025.04.08
안녕하세요, Nexus Plumbing의 김도형입니다. 저희는 배관 전문 회사지만, 고객님들로부터 집 관련 보험 청구에 대한 문의를 자주 받습니다. 집을 소유하신… 더보기

과거도 미래도 아닌 지금 이 순간 존재하는 행복

댓글 0 | 조회 138 | 2025.04.08
템플스테이 50회 참가자 - 신동천·민혜련 부부퇴직 후 상실감 템플스테이로 극복“햇볕이 쨍쨍해도 좋고, 없어도 괜찮아요. 비가 와도 좋습니다. 있는 그대로 지금 … 더보기

계약법 (contract law) 주요 분쟁

댓글 0 | 조회 257 | 2025.04.08
뉴질랜드 법을 비롯한 “보통법” (common law) 체계에서는 계약법을 상당히 중요하게 다루는 것 같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상업활동을 하다보면 사람 사이에 … 더보기

초개인화 시대, 우리의 아이들은 어디로 가는가

댓글 0 | 조회 229 | 2025.04.08
우리는 지금 초개인화(Hyper-Personalization)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개인화라는 개념은 영화를 볼 때 각자 취향에 맞는… 더보기

벙커에서 배우는 인생의 탈출법

댓글 0 | 조회 172 | 2025.04.08
골프를 하다 보면 한 번쯤 벙커에 빠진 경험이 있을 것이다. 페어웨이를 잘 따라가다가도 작은 실수 하나로 모래 속에 공이 파묻혀 버린다. 벙커는 단순한 장애물이 … 더보기

뉴질랜드의대 정원확대! 합격 전략은?

댓글 0 | 조회 507 | 2025.04.08
올해도 오클랜드 대학교 또는 오타고 대학교에 진학하여 뉴질랜드 의대를 도전하는 학생들에게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그것은 바로 뉴질랜드 의대 정원이 다시 한번 확대… 더보기

전기차(EV)와 내연기관차의 유지보수 차이, 하이브리드 차량 관리법

댓글 0 | 조회 428 | 2025.04.08
최근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EV)와 하이브리드 차량의 점유율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기존 내연기관 차량과의 유지보수 차이, 전기차의 배터리 관리… 더보기

지지익선(知知益善)

댓글 0 | 조회 114 | 2025.04.08
분신처럼 함께하는 스마트폰 없이 살아갈 수 있겠는가? 새로운 동반자가 된 스마트폰도 컴퓨터다. 입력, 처리, 출력, 저장장치가 있고 컴퓨터와 달리 전원을 공급하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