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호랑이의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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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호랑이의 해

0 개 1,086 박명윤

2022년 임인년(壬寅年) 호랑이의 해가 힘차게 솟아올랐다. 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호랑이를 두려워하면서도 의로운 이를 수호하고 잡귀를 물리치는 영물(靈物)로 여겨왔다. 조선 시대 임금은 신하에게 새해를 맞아 한 해를 건강하게 보내길 기원하는 의미가 담긴 세화(새해 그림)를 나눠주는 풍습이 있었다. 호랑이는 용(龍)과 함께 세화로 자주 그려졌다.

 

종교 지도자들은 2022년 신년사를 통해 화합과 희망, 사랑과 자비, 지도자들의 솔선수범을 기원했다. 정순택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은 “새해에는 지난 2년과는 같지 않을 것입니다. 초유의 팬데믹을 경험하며 개개인의 책임 있는 행동과 개인들의 연대가 중요함을 우리 모두 더 깨닫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와 국가, 특히 지도자, 공직자들이 솔선수범하고 국민들도 각자의 소명을 깊이 깨닫고 변화하고 실천할 때 우리 사회는 그만큼 더 밝아지고 희망을 지니게 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호(虎), 호랑, 호랑이는 1만2천년 전부터 한반도에 살았다고 한다. 호랑이는 단군신화(檀君神話)부터 88서울올림픽 마스코트(mascot)까지 한국인의 삶과 문화에 깊은 흔적을 남겼다. 호랑이 해인 임인년을 맞아 유통업계는 호랑이가 새겨진 골드바, 골프공, 완구, 아동복 등 호랑이 캐릭터(character)를 활용한 다양한 상품을 내놓으면서 신년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호랑이는 칼자루를 상징하여 호랑이띠에 호랑이 시(寅時, 새벽 3-5시)에 태어난 사람은 독립적이고 보스 기질이 강하다. ‘호랑이는 썩은 고기를 먹지 않는다’는 속담과 같이 호랑이는 구차하지 않고 당당하게 사는 동물이다. 또한 호랑이는 ‘범 가는 데 바람 간다’는 말처럼 바람과 함께 달리는 날랜 존재이다. ‘범 잡는 포수(砲手)’란 위세가 당당한 인물을 비유하는 말이다.

 

새해에는 코로나 없는 세상에서 살 수 있을까? 2019년 12월 중국 우한(武漢)에서 처음 보고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를 퇴치하기 위한 지구촌의 사투는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전 세계에서 백신 접종이 늘고 있지만 2021년 11월부터 전염성이 더 강한 오미크론(omicron) 변이가 퍼지고 있어 미래를 예측하기 힘든 상태다. 델타 바이러스 팬데믹(대유행)이 잡히기도 전에 오미크론 팬데믹을 맞아야 하는 양상이다.

 

세계 과학계의 2022년 예측을 보면, 영국의 과학 학술지 네이처(Nature)는 변이 코로나와 백신 부스터샷(추가 접종)을 둘러싼 논란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미국의 과학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는 먹는 코로나 치료제가 실제로 입원과 사망자 수를 줄일 수 있을지, 코로나 백신 생산 증대가 저개발국가의 백신 접종률 증가로 이어질지 지켜봐야 한다고 전망했다. 한편 차세대 코로나 백신도 속속 선보일 전망이다.

 

선진국의 주요 제약사들이 잇따라 백신을 내놓고 전 세계에서 접종을 시작하면서 우리는 코로나 극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그러나 기존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훨씬 전염력이 강한 변이 바이러스들이 출현하여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면서 주요 국가들이 다시 방역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백신 확보를 위해 치열한 싸움을 벌였던 나라들이 최근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먹는 치료제 확보 경쟁에 돌입하고 있다.

 


사상 초유의 코로나19 팬데믹이 휩쓴 지난 2년간 불평등(不平等)이 심화되었다. 펜데믹 3년 차인 올해는 백신과 치료제 보급으로 바이러스 자체의 파괴력은 감소하겠지만, 전문가들은 한번 교란된 세계 경제가 정상화되기까진 앞으로 몇 년이 걸릴 것이라고 한다. 이에 2022년 세계 경제가 회복되더라도 인플레이션은 상당 기간 지속할 것으로 본다.

 

팬데믹 발생 직후 각국 중앙은행과 정부는 금리 인하를 단행하고, 생계 보조금 등 현금성 지원을 크게 늘리면서 급한 불은 껐다. 이에 재정 부담이 커지고, 저금리로 인한 과잉 유동성이 우려되는 상황이 되었다. 또한 수요 급증에 따른 공급망 붕괴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인플레이션(inflation)이 번졌다. 미국은 6.8% 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여기에 오미크론(omicron) 출현이라는 펀치가 더해졌다.

 

우리나라는 코로나 팬데믹 2년 만인 지난해 11월 1일 어렵게 시작된 ‘위드 코로나(With Corona)’ 즉 단계적 일상 회복 프로그램이 45일 만에 확진자, 중증환자, 사망자 급증으로 인하여 좌초됐다. 델타와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복합 쇼크 상황에서 언제 위드 코로나를 향한 여정이 다시 시작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지난 12월 18일부터 사회적 거리 두기를 강화하여 사적모임은 4명, 식당 카페 등 영업을 오후 9시로 제한했다. 29일 열린 일상회복지원위원회 방역•의료분과에서 “섣불리 방역 수칙을 완화할 경우 확진자가 급증할 수 있으므로 거리 두기를 최소 2주간 연장하자”는 의견이 나와 정부는 12월 31일 거리 두기를 2주간 연장하기로 했다.

 

이에 백화점 등 일부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방역은 강화하되 사적 모임 허용 인원을 4명으로 제한하는 등 다른 조치는 현행 그대로 유지한다. 1월 3일부터 방역 패스 유효기간(2차 접종 후 6개월)이 적용된다. 1월 10일부터는 백화점과 대형 마트에 가려면 ‘방역 패스’를 제시해야 출입할 수 있는 등 방역을 강화한다. 청소년 방역 패스는 오는 3월에 도입될 예정이다.

 

‘방역 패스’는 코로나19 백신을 2차 접종을 완료한 사람에 한해 주요 다중이용시설의 출입을 허용하는 제도다. 백신을 맞지 못했다면 PCR 음성 확인서나 격리해제 확인서, 예외 확인서 등을 내야 다중 이용시설에 출입할 수 있다. 당초 방역 패스는 유흥시설 등 일부에만 적용됐으나 지난 12월에는 식당, 카페 등 다중이용시설 대부분으로 확대됐다. 이젠 면적 300㎡ 이상 대규모 상점, 마트, 백화점에도 추가 적용된다.

 

오미크론(omicron)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세가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유럽에 이어 미국에서도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가 신규 확진자 중 70% 이상을 차지하면서 ‘우세종’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12월 20일 “지난주 미국 내 코로나 신규 확진자 중 73% 이상이 오미크론 감염자였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12월 1일 첫 오미크론 감염자가 나온 뒤 19일 만에 우세종이 되었다. 신규 확진자 중 오미크론 감염자는 12월 4일 0.7%, 11일 12.6%, 그리고 18일 73.2%까지 급증했다. 영국은 12월 20일 코로나 신규 확진자가 9만1743명에 달했으며, 이 중 8044명이 오미크론 감염자였다. 오미크론 감염 후 사망자가 14명에 달한다. 런던에서는 신규 코로나 확진자 중 80%가 오미크론 감염자인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이 1월 2일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오스틴 장관은 연휴를 맞아 집에 머무르다가 가벼운 증상을 느껴 검사를 받은 결과 코로나 판정을 받았다. 오스틴 장관은 지난해 10월 부스터샷(3차 접종)까지 완료했으며, 의사는 백신을 맞았기 때문에 감염이 약하다고 했다.

 

오스틴 장관은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지침에 따라 5일간 자가 격리에 들어갔다. CDC는 지난 12월 27일 “증상이 없거나 24시간 동안 열이 나지 않는 등 증상이 완화 중인 코로나 확진자”의 경우 격리 기간을 10일에서 5일로 줄여도 된다고 발표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오미크론 첫 사망자가 나왔다. 사망자는 광주의 한 요양병원에 입원 중이었던 90대 환자다. 1월 3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6시 기준 오미크론 관련 사망자는 1명, 감염 의심 사망자 1명, 위중증 환자는 1명이다. 이날 0시 기준 오미크론 감염자는 111명이 추가돼 총 1,318명으로 늘었으며,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돌파감염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방역당국은 그동안 오미크론 감염자들의 증세가 ‘경증’이라고 설명해 왔으나, 사망 사례가 나오면서 고위험군에게는 ‘감기 같은 약한 변이 바이러스’로 부르기 어려워졌다. 최근까지 오미크론 확진자는 60대 미만 젊은 연령대에서 주로 발생했으나, 확진자가 늘고 지역사회 전파가 커지면서 중증도가 높은 취약 집단에 갔을 경우 사망 사례가 나타날 수 있다. 남아공 국립전염병연구소(NICD) 발표에 따르면, 오미크론 환자의 사망률(남아공)은 기존 코로나 환자의 사망률(21.3%)의 4분의 1 수준인 4.5%로 나타났다.

 

방역당국은 영국처럼 오미크론 확산을 통해 집단면역(集團免疫)을 이루는 건 우리나라와 맞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즉 영국은 누적된 확진자 수가 전체 인구의 20%에 가깝지만, 국내 감염률은 인구 대비 1.2% 정도이므로 외국 사례를 벤치마킹 할 수 없다고 한다. 영국은 14만 명에 이르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미국과 유럽 등 세계 각국에서 오미크론이 우세종이 되자 델타 변이가 번질 때보다 코로나 확진자가 2-6배 폭증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호주는 지난 2주간 코로나 확진자가 6배로, 미국과 프랑스는 각각 3배 폭증했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은 “신규 감염자가 그토록 많다면, 중증도가 낮은 오미크론의 긍정적인 영향이 상쇄되고 의료체계 등을 압도할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이들 국가들의 상황이 우리나라에도 동일하게 나타날 경우, 1일 확진자가 3만-11만명까지 이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재 지자체 보건소가 코로나 확진자의 증상 등 정보를 주요 기관과 공유한 뒤 병원 입원, 생활치료센터 입소, 재택치료 가운데 하나를 정해 확진자에게 통보하는 과정이 최대 3-4일 걸리는 경우가 있다.

 

오미크론 확진자의 급증 사태에 대비해 현재 병원급이 맡고 있는 재택치료 의료진을 동네 의원급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권고하고 있다. 또한 재택치료 환자를 진료하는 의원급 의료기관과 증등증 환자 수용이 가능한 병원, 중환자와 응급환자를 담당하는 상급종합병원 등이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원활하게 운영되어야 한다.

 

1월 중순부터 보급될 예정인 화이자(Pfizer)의 알약 치료제 ‘팍스로비드(Paxlovid)’는 증상 발현 후 최소 5일 이내 복용을 시작해야 한다. 만약 복용약의 ‘골든 타임’을 놓치면 중증화가 진행될 확률이 커진다. 이에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자마자 약 처방을 내리는 의료진과 연계되고 환자가 약을 받을 수 있도록 행정 및 배송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

 

지난해 7월 세계 최초로 추가접종(부스터샷)을 시작했던 이스라엘(Israel)이 4차 접종을 일부 시작했다. 암, 백혈병 환자 등 면역저하자의 경우 2차 또는 3차까지 백신 접종을 해도 면역이 확보되지 않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질병관리청은 1월 중 예방접종전문위원회를 열어 4차 접종 대상과 시행 시기를 논의할 예정이다.

 

자신의 삶은 자신이 생각하고 쓰는 스토리대로 만들어지고 ‘나’ 안의 ‘나’와 소통하면 만사형통(萬事亨通)한다고 한다. 우리가 느끼는 행복(幸福)도 기온 온도처럼 상황과 시점에 따라 달라지므로 새해에 더 행복해지려면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다양한 생각에 접해야 도움이 된다. 새해에도 福 많이 지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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