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자유의지를 커닝했다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최성길
Danielle Park
김도형
Timothy Cho
강승민
크리스틴 강
들 풀
김수동
멜리사 리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정동희
EduExperts

하느님의 자유의지를 커닝했다

0 개 1,157 김지향

음력 설날에 요양원에 계신 아버지와 전화 통화를 했다. 얼마 전의 통화와 달리 아버지께서는 나를 기억하지 못하고 계셨다. 한참을 아버지의 기억을 위해 애를 썼는데, 그 덕분인지 아버지의 기억은 조금이나마 되돌아 왔다. 


  다른 때와 달리 전화 통화를 아주 오랫동안 했다. 제법 많이 비어져버린 아버지의 기억 상자 속에는 멈춰버린 시계가 놓여 있었다. 며칠 후에 뉴질랜드에 와서 나를 만나겠다고 하신다. 아버지의 기억의 배는 너무나도 빠르게 망각의 강을 저어나가고 있다.


  나는 한참 동안 아버지의 말씀에 장단을 맞추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자주 전화하라고 하셨다. 이제껏 한 번도 자주 전화하라고 하셨던 적이 없었는데, 이제야 속마음을 보여주신 거 같다. 요양원 생활은 어떠냐고 하니, 아주 행복하다고 하셨다.


  아버지의 생각에 맞춰서 나는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사흘 후에 요양원에 오라는 말에도 “예”라고 대답하고, 며칠 후에 뉴질랜드에서 만나자라는 말에도 “예”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자주 전화하라는 말에만 진심을 다하여 “예”라고 대답했다. 


  앞으로 아버지와의 대화는 아버지의 기억에 맞춰서 진행이 되어 갈 것이다. 그러면 어떠하고 저러면 어떠하랴. 아버지께서 돌아가시는 그 순간까지 행복하시면 그만인 것을. 나도 앞으로 아버지처럼 늘 즐거운 나날을 보내리라.


  요즘 나는 기분이 좋다. 더위에 좀 지치기는 했어도 좋은 인연들을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니 살맛이 절로 난다. 사진과 동영상으로나마 손녀딸 유은이의 커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도 나의 큰 즐거움이다. 하지만 남편은 내 마음을 답답하게 만든다.


70e74d69b999cbd44c2dbacdf06c88fd_1644450931_4441.jpg
 

  내 팔자려니 하면서 그 답답함을 참고 잘 지내다가도 분기점을 넘겨버리는 일이 발생한다. 아무리 좋게 생각하려 해도 도저히 이해하기 힘이 든다. 좀 우아하게 늙으면 어디가 덧나나. 갈수록 더 쓸데없는 고집이 늘어나며 어기짱까지 부린다.


  사실 아무것도 아닌 것을 가지고 실강이를 한다. 나이가 들수록 더 깔끔하게 해야 한다는 내 말에 화를 내고, 늙으면 호르몬 때문에 냄새가 나니 향수는 고사하고 로션이나 스킨만이라도 바르라 하면 짜증을 낸다.


  화장품을 사주면 쓰지 않고 썩혀서 버리고, 옷 역시 내가 권유하는 것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집에 혼자 있는 걸 좋아하고 주위에 친구 한 명이 없다. 그나마 한국에서는 두서너 명의 친구라도 있었는데, 뉴질랜드에 와서는 완전 고립된 생활이다.


  옷을 사주고 싶어도 함부로 사줄 수가 없다. 마음에 들지 않는 옷은 입지도 않거니와 옷을 입는 센스는 낙제를 면치 못한다. 말주변도 없어서 어쩌다 한마디 내뱉으면 오해사기 일수이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적응력도 빵점이다. ‘Change’의 시대에 발맞춰서 함께 변해가야 하는데, 골동품처럼 늘 그 자리에 앉아 있다. 생각만 골동품인 것이 아니다. 행동도 옷 스타일도 그 모든 것들이 과거에 그대로 멈춰 있다.


  이 모든 것을 그의 성격 탓으로 돌리다가 영성 공부를 시작하면서 내 탓으로 돌렸었다. 근 10년 넘게 그에게 영성 책도 쥐어주고 뭔가 바뀌기를 기다렸으나, 본인이 바뀌려하지 않는 한 아무도 그 자신을 바뀌게 할 수 없음을 알게 되었다.


  그저 그가 착한 사람이란 걸 알기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가도 사그라지곤 했다. 사실 그와 함께 살아온 나날들을 돌이켜 보면 그가 안쓰럽기도 하다. 모두 다 그 자신이 제대로 풀어가지 못했던 사회생활이었지만, 힘들게 살아온 것은 확실하다.


  뉴질랜드에 오자마자 생전 해보지도 않았던 런치바 일을 해보았으나 그동안 한국에서 살아왔던 생활보다 더 고달팠으며 그의 적성에도 맞지 않는 일이었다. 외국에 와서 자신의 적성에 맞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몇이나 될까 만은.


 아무튼 3년 반 만에 런치바 일은 막을 내리고, 그가 원하는 직장에 취업을 하려 공부를 했으나 학위를 따고 나서도 취업의 문은 굳게 닫혀있기만 했다. 한국에서도 직장생활이 힘이 들었는데, 뉴질랜드라고 별 수 있었겠는가?


  직업을 갖던 사업을 하던 본인의 의지와 노력이 제일 중요하지 학벌은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것이다. 가족에 대한 책임의식 또한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남편이 이 모든 것에 미약했던 것은 아마도 내 탓이 컸을 수도 있겠다.


  어떻게든 내가 해결해 나갔으니, 나에게 많이 의지를 했었을 거 같다. 하지만 돌다리를 두들기기만 하지 건너지 못하는 남편. 그를 옆에서 지켜보기만 하다간 생계유지가 안 되니 나라도 움직여서 해결해야 하지 않은가?


  남편이 스스로 일을 찾아서 하지 못하니, 내가 이리저리 일을 만들어서 하게 해보았다. 하지만 다 나가리. 그러다가 찾아낸 게 에어비앤비이다. 


  내가 일한다고 집 떠나 웰링턴에 있으면서 에어비앤비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집안의 남는 방을 이용하여 돈을 벌 수 있다고 하니 얼마나 반가웠을까? 집에서 남편과 함께 살고 있는 딸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완벽하게 준비를 갖춘 에어비앤비. 그 덕분에 환갑을 넘긴 나이에 남편의 직업은 시작이 된 것이다. 


  에어비앤비를 하던 중 객지에 있었던 나는 쓰러져서 다시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당연히 남편에게 이발을 해라, 면도를 해라, 말끔하게 입고 있어라, 몸 냄새가 나지 않게 신경 써라.......등 가끔 잔소리를 하게 되기 마련이다.


  그 잔소리를 한 번 하려면 몇 번을 참고 참다가 꺼내게 되는데, 그 소리가 무척 고까운가 보다. 하지만 비앤비도 서비스 업종인데, 이왕 일을 할 거면 제대로 잘해야 할 것이 아닌가?    


  남편들이 부인의 조언을 잔소리로 여기면 안 된다. 고마운 마음으로 경청해야 본인에게 좋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더 부인의 말에 귀 기우려야 한다. 부인이 먼저 죽고 나서 후회해봤자 아무런 소용이 없다.


   내 남편은 7월생이다. 내년 7월 남편 생일에 골드 카드를 받게 된다. 그 시기를 중점으로 나는 남편에게 자유의지를 주겠다고 선언을 했다.


  어제, 옷 때문에 다툼을 하다가 번듯 떠오른 생각을 전한 것이다. 골드카드를 받고 나면 스스로 홀로서기를 할 수 있는 시기가 오게 되니, 그때 이혼을 하고 혼자 나가서 살든지, 아니면 그냥 이 집에서 살면서 내 조언을 듣던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말했다.


  내년 7월이 되기 전까지는 여기가 남편의 직장이다. 이 직장을 그만두면 한동안 살길이 막막해질 것이다. 그러니 그동안 자신의 생계를 위해서라도 자신이 해야할 일은 다 하면서 살아야할 것이다. 참 치사한 일이지만 어쩔 수 없다.


  하느님이 왜 인간에게 자유의지를 주었는지, 이제야 알 것 같다.


  오죽하면 그랬으랴~

잊혀져 버린 정의, 그들을 기억하며

댓글 0 | 조회 257 | 2일전
▲ 항일 투쟁과 반독재 투쟁으로 점철된 생애를 담은 자서전 ‘최후의 분대장’의 작가 김학철항일 독립운동가이자 작가였던 고 김학철(1916~2001)의 인생을 다룬… 더보기

축복으로 받아들이는 마음

댓글 0 | 조회 150 | 2일전
언젠가 TV에선 얼굴 없는 사람에 대한 얘기가 나오더군요. 미국에 얼굴 없는 사람이 있답니다. 그런데 아이입니다. 태어난 지 2년 반 쯤 되었는데 얼굴이 없답니다… 더보기

11월의 기도

댓글 0 | 조회 130 | 2일전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주님!올해 겪은 놀란 일을더 여유롭게 견뎌내지 못해부끄럽습니다당신 손 놓치지 않을나를 뽑아 견디게 하셨으니슬펐지만 아름다움이었습니다기차역에서… 더보기

대자유의 맛, 다선일미의 차 명상

댓글 0 | 조회 114 | 2일전
예로부터 스님들은 차를 마시며 수행을 했다. 차가 수행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벽암록』의 저자인 송대 원오 극근(圓悟 克勤:1063~1135) 선사의 다선일미… 더보기

욕실 리노가 망설여지는 이유

댓글 0 | 조회 558 | 3일전
최근 몇 주 동안 잘못된 욕실 설치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계신 고객분들의 연락을 받았습니다. 욕실은 단순히 깨끗하고 예쁘게 마감하는 것을 넘어서서, 안 보이는 곳… 더보기

사랑

댓글 0 | 조회 98 | 3일전
시인 정 호승그대는 내 슬픈 운명의 기쁨내가 기도할 수 없을 때 기도하는 기도내 영혼이 가난할 때 부르는 노래모든 시인들이 죽은 뒤에 다시 쓰는 시모든 애인들이 … 더보기

아오테아로아 (멀고 긴 흰구름의 나라)

댓글 0 | 조회 180 | 3일전
식물 줄기로 얼기설기 엮어 만든 삼각 돛,큰 나무 속을 파내어 만든 통나무 배,긴 나무를 균형지게 본체 좌 우측으로 동여맨 카누에 몸을 싣고,가족과 친지들을 뒤로… 더보기

전하지못한 이야기 ‘해금강’

댓글 0 | 조회 182 | 4일전
지인 j 님께!H 여사와 우리 셋이 모이면 노후의 삶을 어디에서 살면 좋겠냐는 말을 자주 했었지요.서울에서 나고자라 나이먹은 사람들끼리 시골살이를 동경하는 막연한… 더보기

지피지기 백전백승! 뉴질랜드/호주 의대 제대로 도전하기

댓글 0 | 조회 780 | 4일전
의대 열풍이 전 세계적으로 심상치 않은 요즘, 뉴질랜드도 예외가 아니다. 또한 전문직에 대한 직업 안정성과 지속성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면서 의대 치대 약대 등의 … 더보기

고요할 수록 밝아지는 것들

댓글 0 | 조회 161 | 4일전
경남대학교에서 86년부터 18년까지, 33년을 일 하다가 은퇴한 지 6년이 되어간다. 어느 사이 고희(古稀)에 들었고 앞만 보고 가려하는데, 원고 청탁을 받아 잠… 더보기

35. 몸의 진액 부족이 가져다 준 소화 불량과 다양한 문제들

댓글 0 | 조회 449 | 4일전
몸의 모든 신진대사 활동은 물, 더 정확히 말하면 몸의 진액과 관계된다. 그래서 진액이 고갈되면 다양한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다. 이는 기계의 그리스나 윤활류가 부… 더보기

(A2+) 프리미엄 우유가 온다

댓글 0 | 조회 1,305 | 7일전
완전식품(完全食品)이란 인간에게 필요한 영양소를 모두 갖춘 식품을 말한다. 최종적으로 만들어진 요리가 아닌 가공하지 않은 원료 상태로 섭취해도 사람에게 필요한 영… 더보기

한국의대 입시 어디로 갈 것인가? 파트 2

댓글 0 | 조회 320 | 10일전
11월 14일 2025학년도 수능시험이 치러지고 수시전형은 11월 현재 진행중이며 내년 1월 정시전형을 앞두고 있다.2025학년도는 그 어느때보다도 많은 변화가 … 더보기

나는 이런 사람이 좋다

댓글 0 | 조회 343 | 2024.11.06
시인 헨리 나우헨그리우면 그립다고말할 줄 아는 사람이 좋고불가능 속에서도한줄기 빛을 보기 위해애쓰는 사람이 좋고다른 사람을 위해호탕하게 웃어 줄 수 있는 사람이 … 더보기

작가 한강의 노고를 기리며

댓글 0 | 조회 367 | 2024.11.06
▲ 한강 작가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이 가지는 가장 중요한 의의는 훌륭한 번역을 통해 세계의 독자들이 비로소 한국문학이라는 두꺼운 책의 한 … 더보기

받아 적고 읽어 주고

댓글 0 | 조회 167 | 2024.11.06
나는 타자(打字)가 서툴고 느리다. 재주가 없는 모양이다. 그런데 이제 타자하는 수고를 벗어나게 되었다. 말하면 그걸 글자로 바꾸어 주고(STT; Speech t… 더보기

달이와 함께 만난 동물 부처들

댓글 0 | 조회 142 | 2024.11.06
안동 봉정사 영산암 응진전 용과 사슴, 영덕 장육사 대웅전 사자와 코끼리사찰 곳곳에서 만나는 동물들은절을 아름답게 하고 이야기를 담는다.아이가 처음 세상을 배울 … 더보기

배고픈 건 참아도 배 아픈 건 못 참는다

댓글 0 | 조회 424 | 2024.11.06
고등학교 때의 일이다. 조회 시간에 교장선생님 훈화 중 “4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다”에 대한 내용이 생각난다. 4촌이 논을 사면 기뻐할 일인데 왜 배가 아파야… 더보기

Panic Attack

댓글 0 | 조회 495 | 2024.11.05
공황발작은 갑작스럽고 강렬한 불안감이 나타나는 정신적 증상입니다. 이 발작은 보통 예기치 않게 발생하며, 몇 분 안에 극심한 공포나 불안이 솟구치는 특징이 있습니… 더보기

New NCEA

댓글 0 | 조회 435 | 2024.11.05
대부분의 학부모님께서 이미 알고계시듯 한국은 세계적으로 손 꼽히는 사교육의 천국입니다. 대형입시학원은 말할것도 없고 입시학원 입학을 위한 또 다른 입시학원, 취업… 더보기

34. 소화기관의 병은 이런 순서로 치료해 보세요

댓글 0 | 조회 323 | 2024.11.05
몸의 각종 부위 중에 피부와 점막들은 손상될 가능성이 많다. 왜냐하면 외부 세계나 외부에서 들어오는 물질을 자주 접하는 신체 기관들이기 때문이다. 다행이도, 손상… 더보기

아플수록 마음관리를 잘 해야

댓글 0 | 조회 236 | 2024.11.05
장영희 교수님을 아시나요? 제가 이 분 글을 인용하면서 참 좋아했는데 얼마 전 신문을 보니까 휠체어에 탄 모습으로 환하게 사진을 찍었더군요. 열두 번 예정된 항암… 더보기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

댓글 0 | 조회 883 | 2024.11.02
한국인 232만명이 고혈압(高血壓), 당뇨병(糖尿病), 고지혈증(高脂血症)을 모두 앓고 있는 복합 만성질환자이다. 이 세 가지 질병은 동시다발적으로 생기며, 나이… 더보기

한국의대 입시 어디로 갈 것인가? 파트1

댓글 0 | 조회 493 | 2024.10.31
대한민국은 4대 개혁 의료개혁, 연금개혁, 노동개혁 그리고 교육개혁을 추진하고 있다.그 중 의료개혁을 추진하며 2024년 2월 초 20여년동안 정원 변화 없이 한… 더보기

33. 음식, 식습관, 장건강, 심성 그리고 영성의 축

댓글 0 | 조회 409 | 2024.10.30
지금까지 무엇을 어떻게 먹는가가 장건강을 지배하고, 장건강은 뇌에 바로 영향을 준다고 말해 왔다. 그리고 음식, 식습관, 장건강, 심성 그리고 영성이 하나의 축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