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필요한 거 없으세요?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명사칼럼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새움터
멜리사 리
휴람
김준
박기태
Timothy Cho
독자기고

뭐 필요한 거 없으세요?

2 4,307 왕하지


뉴질랜드에서 오래 살다보니 이제 한국친구들하고는 멀어져가는 느낌이랄까, 내 친구들의 특징이라면 인터넷하고 거리가 좀 멀다는 게 특징이다. 메일을 보내도 별로 답장이 없다. 입으로만 떠들고 살아서 그런지 정작 글을 쓰려하면 쓸 말이 없다고 한다. 진짜 그런지 아니면 뭐 다른 이유가 있어서 그런지... 하긴, 내가 연락을 하는 것도 한국에서 필요한 게 있을 때만 연락을 하니, 안보내주자니 나중에 욕먹을 것 같고 보내주자니 귀찮고 돈도 들어가고...

그러나 세월이 흐르고 흘러도 아무 때나 연락만 하면 이렇게 말하는 친구가 있다.

“형님 뭐 필요한 거 없으세요? 뭐든지 말씀하세요. 바로 보내 드릴 테니까요.”

윤사장이라는 친구는 말투는 좀 거칠지만 내용은 항상 좋다. 말만 들어도 그저 흐뭇할 따름이다. 작년에는 바로 필방 위층에서 사업하는 친구에게 붓을 몇 자루 보내라 했더니 아무리 기다려도 연락이 없었다. 또 말하기도 자존심 상해 하는 수없이 윤사장에게 연락을 했더니 바로 인사동 필방에 가서 전화를 몇 차례 하면서까지 좋은 붓과 재료들을 사고 게다가 여러 가지 물건들까지 보내주는 게 아닌가,

윤사장은 내가 한국에 있을 때 우리 이웃에서 사업을 했는데 별로 친하지는 않았다. 나보다 두세 살 아래인데다 말투도 거칠고 품행도 그리 방정맞지 못해 그냥 적당히 알고 지냈는데 어느 날 윤사장이 나를 찾아왔다.

윤사장은 이번에 신설된 국가 자격증에 대한 교재들을 출판한다면서 도와달라고 하였다. 책에 대학교수들 이름을 넣어주고 감수 명목으로 봉투까지 준다고 하였다. 교수가 학생들에게 교재로 추천해 주면 학생들이 구입한다는 이야기였다. 윤사장은 나에게 넉넉한 출장비를 주겠다고 지방에 같이 다니자고 하였다.

“형님 발이 넓으시니까 교수들을 많이 알거 아녀요.”

“글세... 그게 잘 될까? 나야 지방에 있는 친구들도 만나 볼 겸 여행 삼아 다니는 것도 괜찮지만 말이야,”

윤사장은 다음 주부터 충청도를 시작으로 움직이자고 하였다. 학생들이 많은 지방의 몇몇 대학을 골라 친구들에게 연락하여 한다리 걸치다보니 담당교수들과 거의 연결이 되었다. 윤사장은 출장을 갈 때마다 현금을 한보따리 준비하였는데 나는 괜히 걱정스러웠다.

“윤사장 돈을 미리 줄 필요가 있을까? 정 주고 싶으면 50%만 미리 주던지...”

“아이고~ 형님, 줄때 화끈하게 팍 주는 겁니다. 쫌생이처럼 굴면 사업 못해요.”

“교재로 추천 안 해주면 어떻게 할 거야, 돈 돌려 받을 수도 없고...”

아주 꿩 먹고 알 먹는 교수들은 약속장소에 나와 기다리고 있었고 일은 척척 진척이 되어갔다. 과목별로 교수들 이름 선별을 해 주고 나는 손을 떼었는데 윤사장은 돈이 의외로 너무 많이 들어갔다면서 출장비는 다음에 준다고 하였다. 그 뒤 윤사장이 찾아왔는데 출장비는 고사하고 돈을 빌려달라고 하였다.

어느 날 교수로부터 우편물이 날아왔다. 뜯어보니 전시회 초청장이었다. 교수의 약력에는 저서란도 있었는데 윤사장이 출판한 책 1권 뿐이었다. 윤사장에게 전화를 했다.

“윤사장, 교수로부터 전시회 초청장이 왔는데 저서도 있고 대단한 교수야, 그 대학에서는 책 좀 팔았어?”

윤사장은 한 권도 못 팔았다고 했다. 모든 대학에서 거의 전멸했다고 다 죽어가는 소리를 했다. 그 후 윤사장이 망했다는 이야기가 동네 먼지와 함께 나붓거리면서 그는 보이지 않았다.

몇 년 후 윤사장이 찾아왔다. 사업도 비실거리던 차에 출판까지 손댔다가 아주 고꾸라졌다고 했다. 고꾸라진 사람 앞에서 자기 실속만 챙기는 사람들에게 아주 절망감을 느껴 이 곳을 떠났다고 했다. 그런 상황에서 평생 잊을 수 없는 두 사람이 있었다고 했다.

“그 중 한사람이 바로 형님입니다.”

타 지방에서 재기에 성공한 그는 나만 만나면 비싼 술집에서 거나하게 술을 샀다.

며칠 전 윤사장에게 전화가 왔다.

“형님, 뭐 필요한 거 없으세요? 작년에 보내준 바지도 다 떨어졌을 텐데, 필요한 거 메일로 다 적어 보내세요.”

나는 윤사장에게 그림을 한 점 보내주면서 말했다.

“이게 말이야, 뉴질랜드 바다인데 물반 고기반이야, 낚시질하러 한번 오라고,”
달중이
누가 고꾸라지면, 그위를 밟고 지나가는게 한국이지요 ㅋㅋ 왕선생님은 출장비도 받지않고, 지인을 도와주셨으니.. 당연히 기억에 남겠네요. 마음이 따뜻하신가 봅니다 ^^ 그러니 잊지않고 기억해주죠.  왕가레이 저도 낚시친구 따라서 몇번 낚시가보았는데, 갈때만다 꽝입니다 ㅜㅠ 혹시, 노하우라도 ~ ㅋㅋ
왕하지
달중이님, 저는 고꾸라진 사람을 밟지 않았기 때문에 요즘같이 어려운 시기에도 뭐 좀 보내주는 사람이 있는 셈이로군요. ㅎㅎ, 정말 한국에는 밟히는 사람이 너무 많습니다. 왕가레이 어디로 낚시 가셨습니까, 저도 꽝일때도 더러 있습니다만, ㅎㅎㅎ,

심전도(心電圖) 검사

댓글 0 | 조회 210 | 1일전
최근 어느 모임에서 만난 지인이 부정맥(不整脈)이 있어 심전도(心電圖) 검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심혈관 질환이 증가하고 있으므로 고령자는 정… 더보기

가족 및 자원 봉사 간병인을 위한 정부 실행 계획

댓글 0 | 조회 569 | 9일전
Consultation on Action Plan to Support Carers 사회개발부(Ministry of Social Development, MSD)는 … 더보기

타마키 마카우라우 경찰 소수민족 서비스팀 수상 안전 실시

댓글 0 | 조회 304 | 10일전
지난 11월 22일, 타마키 마카우라우 경찰 소수민족 서비스팀은 피하의 바넷 홀에서 소수민족 공동체 지도자들과 함께 수상 안전 교육을 실시하였다. 이번 세미나에서… 더보기

위험한 감정의 계절: 도박과 멘탈헬스 이야기

댓글 0 | 조회 192 | 2025.12.10
12월은 흔히 ‘축제의 달’로 불린다. 거리의 불빛은 화려하고, 사람들은 마치 잠시 현실을 잊은 듯 들뜬 기운을 뿜어낸다. 그러나 그 화려한 분위기 뒤에는 또 다… 더보기

에델바이스(Edelweiss)의 추억

댓글 0 | 조회 204 | 2025.12.10
음악은 개인적, 사회적 차원에서 감정 표현, 미적 즐거움, 소통, 그리고 심리적 및 신체적 치유 등 다양한 기능을 발휘한다. 또한 집단 정체성 확립, 사회통합, … 더보기

18. 루아페후의 고독한 지혜

댓글 0 | 조회 144 | 2025.12.10
# 산 속의 침묵루아페후 산은 뉴질랜드 북섬에서 가장 높은 화산이다. 높고 험하며 사계절 내내 눈이 덮인 이 산은 항상 침묵 속에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듯한 모… 더보기

뉴질랜드 학생들이 국내 대학과 해외 대학 중 어느 곳에서 공부하는 것이 더 비용 …

댓글 0 | 조회 532 | 2025.12.10
비용 효율성과 미래 발전에 대한 종합적인 비교 - 2지난호에 이어서 계속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3. 영국 및 미국 대학 유학하버드 대학교미국과 영국은 뉴질랜드 유… 더보기

그 해 여름은

댓글 0 | 조회 142 | 2025.12.10
터키의 국기처럼 큰 별 하나를 옆에 둔 상현달이 초저녁 하늘에 떠 있고, 검푸른 하늘엔 뱃전에 부딪혀 흩어지는 하얀 포말처럼 은하수가 끝도 없이 펼쳐져 있다. 그… 더보기

어둠은 자세히 봐도 역시 어둡다

댓글 0 | 조회 137 | 2025.12.10
시인 오 규원1어둠이 내 코 앞, 내 귀 앞, 내 눈 앞에 있다어둠은 역시 자세히 봐도 어둡다 라고 말하면 사람들은 말장난이라고 나를 욕한다그러나 어둠은 자세히 … 더보기

아주 오래된 공동체

댓글 0 | 조회 177 | 2025.12.10
처서가 지나면 물에 들어가지 말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올해는 처서가 지났는데도 더위는 꺾이지 않고 도심과 해안을 중심으로 열대야 현상이 계속되었다. ‘습식 사우… 더보기

이삿짐을 싸며

댓글 0 | 조회 573 | 2025.12.09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하루에 조금씩만이삿짐을 꾸렸습니다그래야 헤어짐이늦게 올 것 같았습니다차곡차곡 넣고구석구석 채웠습니다그래야 천천히 올 것 같았습니다짐 드러낸 … 더보기

뉴질랜드 학생에게 독서가 특별히 중요한 이유

댓글 0 | 조회 534 | 2025.12.09
우리는 뉴질랜드라는 다문화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아이들은 영어로 배우고 말하고 평가받지만, 단순한 영어 실력만으로는 뉴질랜드 교육에서 깊이 있는 성취를 보… 더보기

깔끔하게 요약해 본 파트너쉽 비자

댓글 0 | 조회 343 | 2025.12.09
뉴질랜드에서 배우자 또는 파트너로 체류하는 방법은 크게 2가지가 있습니다. 사실혼(파트너쉽) 관계를 바탕으로 하여 신청할 수 있는 영주권 비자와 비영주권 비자가 … 더보기

2026 의대 진학을 위한 연말 전략: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댓글 0 | 조회 235 | 2025.12.09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안녕하세요? 뉴질랜드, 호주 의치약대 입시 및 고등학교 내신관리 전문 컨설턴트 크리스틴입니다. 2026년 뉴질랜드 및 호… 더보기

시큰둥 심드렁

댓글 0 | 조회 111 | 2025.12.09
어떤 사람이 SNS에 적은 글에 뜨끔한 적이 있었다. “눈팅만 말고 ‘좋아요’ 좀 누르면 안 되나요?” 마치 눈팅만 했던 나를 두고 하는 말 같았다. 발이 저려서… 더보기

언론가처분, 신상 정보 공개 금지 및 국민들의 알 권리

댓글 0 | 조회 228 | 2025.12.09
지난 9월 8월, 본인의 자녀들을 수년간 납치해서 숨어 살았던 톰 필립스 (Tom Phillips)가 경찰에 발견되었고 결국 총격전 끝에 사망했습니다. 그 소식 … 더보기

고대 수메르 문명은 왜 사라졌는가

댓글 0 | 조회 149 | 2025.12.09
메소포타미아 사막 위로 붉은 해가 떠오를 때면, 거친 바람은 먼지를 일으키며 과거의 귓속말을 실어 나른다. 그 속삭임은 무너진 벽돌과 부서진 신전 기둥 사이를 스… 더보기

스코어카드와 인생의 기록 – 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과정

댓글 0 | 조회 116 | 2025.12.09
골프를 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스코어카드를 손에 쥐고 라운드를 시작한다. 한 홀 한 홀마다 몇 타에 공을 넣었는지를 적어 내려가며, 18홀을 돌고 나면 총합이 자… 더보기

나도 의대 들어갈 수 있을까 : 의대 경쟁률 10:1 그 진실은?

댓글 0 | 조회 319 | 2025.12.07
출처: https://www.istockphoto.com/kr/%EC%9D%BC%EB%9F%AC%EC%8A%A4%ED%8A% B8/%EC%9D%98%EA%B3%B… 더보기

‘인공 방광’이란

댓글 0 | 조회 289 | 2025.12.06
국민보험공단이 발표한 ‘2024 지역별 의료 이용 통계 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병원에서 진료받은 6대 주요 암 환자 중 유방암 환자가 인구 10만명당 52… 더보기

수공하는 법

댓글 0 | 조회 167 | 2025.12.06
수공(收功)은 기운을 거두어들이는 동작으로서, 명상을 하면서 자신의 주변에 형성된 기운을 거두어 단전으로 끌어내리는 것이다.명상 중 급한 용무로 명상을 멈추어야 … 더보기

AI 시대의 독서: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독서가 필요한 이유

댓글 0 | 조회 624 | 2025.12.01
공자는 논어 첫 문장에서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學而時習之 不亦說乎)”라고 했다. 배움 자체가 인생의 의미가 되던 시대의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더보기

AI 시대의 새로운 교육 방향: AI와 함께 생각하는 힘

댓글 0 | 조회 562 | 2025.11.28
기술의 발전은 언제나 교육의 변화를 이끌어 왔다. 그러나 인공지능(AI)의 등장은 그 속도와 영향력에서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전환점을 만들어 내고 있… 더보기

무료 유방암 검진 연령 확대

댓글 0 | 조회 334 | 2025.11.26
무료 유방암 검진 연령이 74세까지 전면 확대된다.

에이전시 (대리인) 관련 법

댓글 0 | 조회 231 | 2025.11.26
우리는 어려서부터 누군가를 ‘대신’ 해주는 걸 자연스럽게 배우면서 자랍니다. 친구가 멀리 던진 공으로부터 내가 더 가까우면 친구 대신 공을 주워서 던져주기도 하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