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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
점심에 허기만 속이라며
굳이 싸주겠다는
아내의 오지랖에
그렇다면
이제는 흔하여 진
밥 위에 계란후라이도
줄지어 놓인 소세지도
흐트러진 콩자반도
국물 흘린 김치도 말고
달랑 달달한 멸치 볶음만 넣어 달래서
아내가 들려 준
보자기로 싼 도시락
조금만 먹고
저녁을 맛있게 먹자며
제법 그럴듯한 이유 만한 작은 도시락
조촐하여 궁핍한 어린 날의 점심시간이
풀어헤친 보자기
열린 도시락 뚜껑에
따뜻하게 묻어 있다
그날 나는
예비군 훈련 이후
가장 맛있는 점심을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