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은 지나야 뿌리 깊은 나무가 된다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최성길
Danielle Park
김도형
Timothy Cho
강승민
크리스틴 강
들 풀
김수동
멜리사 리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정동희
EduExperts

100년은 지나야 뿌리 깊은 나무가 된다

0 개 1,130 한일수

1976년 발표된 알렉스 헤일리의 소설 ‘뿌리’는 드라마로도 전 세계인들에게 방영된 바 있는데 상당한 반향을 일으켰다. 1767년 아프리카 잠비아에서 노예로 팔려온 주인공 쿤타킨테와 그 후손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기술한 내용이다.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Ronald Reagan, 1911-2004)은 캐나다를 통해 미국에 온 아일랜드계 이민자의 증손자라고 한다. 그가 재임 시(1981-1989) 자기의 뿌리를 확인하기 위해 아일랜드를 방문했다는 기사를 접하고 잔잔한 감동을 받은 기억이 생각난다.


7476a7256c3bb508220406567a8ac9ac_1649739727_9233.jpg
 

2020년에 미국에서 개봉된 영화 ‘미나리’는 1980년대 미국으로 간 한 이민자 가족이 시골에서 농장을 만들어 가는 이야기이다. 함께 있다면 새로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으로 하루하루 뿌리 내리며 살아가는 어느 가족의 여정을 담은 내용이다. 놀랄 만한 반향을 일으키고 여러 가지 상을 휩쓸다시피 했는데 한국인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아내는 쾌거도 이룩했다.         


1997년 5월에는 교민 일행이 기스본 산업시찰 여행을 다녀 온 일이 있었다. 기스본은 마오리 종족들이 그들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토지를 움켜쥐고 전통적인 마오리 생활양식을 고수하고 있는 지역이다. 기스본 근교의 Williams 농장을 방문했는데 농장 규모가 5천 에이커 즉 600만평으로 서울 여의도 넓이의 약 7배에 해당하는 땅이다. 농장주의 저택으로 안내되었는데 마당의 잔디가 초록색 유리판 같이 다듬어져 있어 인상적이었다. 전형적인 영국식 주택으로 건물이 200평쯤 되어 보이는 규모였다. 거실에는 이 농장을 개발한 초대 선조부터 대형 초상화 사진이 게시되어 있었는데 깊은 감동을 받았다. 약 100년 전에 이곳에 정착하였는데 현재의 농장주는 5대째인데 자녀들은 기숙학교에 보내 놓고 부부간에 농장을 지키고 있다고 한다.          


뿌리는 생명의 근원, 역동성과 강한의지, 사회체계의 근간으로서의 상징성을 함유하고 있다. 용비어천가에서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아니 흔들리므로 그 꽃이 아름답고 그 열매가 성하도다’라고 말하고 있다. 나무는 뿌리에 바탕을 두고 가지와 잎이 무성해지며 열매가 풍성해지는 법이다. 인간사회도 마찬가지이다. 조상 대대로 이어져 내려오는 바탕위에 후손들이 번창할 수 있는 것이다.


민들레 씨앗이 뉴질랜드라는 땅에 각자 날려 와서 뿌리를 내려 삶의 터전을 가꾸어나가는 과정에 있는 우리의 처지이다. 1990년대에 본격적인 한인들의 유입이 진행되었고 그 때 온 이민 1세대들은 현재 60-80대의 연령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일부는 이미 유명을 달리한 경우도 있으며 앞으로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1990년대에 출생한 2세대들은 나이 30대를 바라보는 성인이 되어 가고 있다. 이들은 사회에 진입하여 뿌리를 더욱 공고히 뻗어 가고 이들이 결혼해서 낳은 3세대들은 한민족의 혼을 지켜나가며 뉴질랜드라는 다민족, 다문화의 토양에 동화하여 인류사회에 기여할 사명을 실천해나갈 것이다.


흔히 이민생활의 진행 과정을 이주-정착-적응-문화변용-동화의 5단계로 설명하고 있다. 모든 것이 다른 뉴질랜드 문화권에 이주한 한인들의 경우 완전히 뿌리내리는 데는 100년이 소요될 거라는 판단이다. 1세대를 보통 30년으로 보는데 3세대를 거쳐야 된다는 이야기이다. 이민 1세대들은 앞으로의 우리 후손들이 정체성(正體性, Identity)을 잃지 않고 뿌리를 깊이 내려 갈 수 있도록 문화적, 정신적인 유산을 남겨줄 준비를 해야 되겠다. 한국에는 뿌리공원, 족보 박물관이 형성되어 크나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는 이민사회에서 더욱 절실히 요청되는 사업이다. 


한국에서는 출산율의 급격한 저하로 국가적, 민족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경제적으로 번창하는 것 보다 자손의 번창이 더욱 중요하겠다. 자녀 출산은 양육의 어려움이 따르기는 하지만 자녀들의 성장을 보면서 부모들은 꿈과 희망을 갖게 되고 보람을 느끼게 된다는 면에서 가치가 있다. 종족 보존의 본능은 모든 생물의 기본적인 본능이다. 다행히 교민 사회는 한국보다는 더 높은 출산율을 보이고 있다. 뉴질랜드에 이민 온지도 27년이 되었고 외손자는 봤어도 친손은 없는 상태였다. 하나뿐인 아들이 늦게 결혼한데다 아이가 생기지 않아 걱정이 많았다. 한국에서 모든 걸 정리하고 뉴질랜드로 귀국했는데 신(神)의 조화인지 바로 아이가 생겨 2020년에 손녀를 봤는데 지난달에는 손자를 보는 행운을 맞았다.       



1993년 백두산 천지에 도착했을 때는 민족의 정기가 핏줄을 타고 온 몸에 전율하는 감동을 맛보았다. 금년은 마침 검은 호랑이의 해인데 호랑이 상의 손자를 나이 81에 보게 되었으니 고마운 마음이다. 선친을 중심으로 4대째에 대가 끊기는 줄 알았는데…… 아이가 성장하는 걸 보려면 내 나이 100세가 넘어야 되고 증손까지 보려면 내 목표 나이 108세가 빠듯할 듯싶다. 그래도 이민 1세대로서 자손들이 정통성을 이어갈 수 있도록 자료를 정리하여 물려줄 생각이다. 


성장기 아이들은 대개 고등학교 다닐 때쯤이면 자기의 정체성을 인식하기 시작한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왜 내 모습은 다른 키위들과 다른가?‘ 아무리 뉴질랜드에서 태어나 성장했어도, 아무리 영어를 잘해도 우리들을 키위로 인정해주지는 않는다. 그런 현실을 인정하고 우리들 뿌리를 인식하며 다민족 사회의 당당한 일원으로서 이 사회에 동화되어 공동선을 펼쳐나갈 일이다. 뉴질랜드에서의 한일수 가계(家系)를 이어갈 손자에게 이 세상을 떠날 때 부탁을 해놓아야겠다. 2095년 12월(그 때에 손자 나이는 73세가 된다)에는 ‘뉴질랜드 이민 100주년 기념행사’를 꼭 실행해달라고…… 

잊혀져 버린 정의, 그들을 기억하며

댓글 0 | 조회 257 | 2일전
▲ 항일 투쟁과 반독재 투쟁으로 점철된 생애를 담은 자서전 ‘최후의 분대장’의 작가 김학철항일 독립운동가이자 작가였던 고 김학철(1916~2001)의 인생을 다룬… 더보기

축복으로 받아들이는 마음

댓글 0 | 조회 152 | 2일전
언젠가 TV에선 얼굴 없는 사람에 대한 얘기가 나오더군요. 미국에 얼굴 없는 사람이 있답니다. 그런데 아이입니다. 태어난 지 2년 반 쯤 되었는데 얼굴이 없답니다… 더보기

11월의 기도

댓글 0 | 조회 130 | 2일전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주님!올해 겪은 놀란 일을더 여유롭게 견뎌내지 못해부끄럽습니다당신 손 놓치지 않을나를 뽑아 견디게 하셨으니슬펐지만 아름다움이었습니다기차역에서… 더보기

대자유의 맛, 다선일미의 차 명상

댓글 0 | 조회 116 | 2일전
예로부터 스님들은 차를 마시며 수행을 했다. 차가 수행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벽암록』의 저자인 송대 원오 극근(圓悟 克勤:1063~1135) 선사의 다선일미… 더보기

욕실 리노가 망설여지는 이유

댓글 0 | 조회 558 | 3일전
최근 몇 주 동안 잘못된 욕실 설치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계신 고객분들의 연락을 받았습니다. 욕실은 단순히 깨끗하고 예쁘게 마감하는 것을 넘어서서, 안 보이는 곳… 더보기

사랑

댓글 0 | 조회 98 | 3일전
시인 정 호승그대는 내 슬픈 운명의 기쁨내가 기도할 수 없을 때 기도하는 기도내 영혼이 가난할 때 부르는 노래모든 시인들이 죽은 뒤에 다시 쓰는 시모든 애인들이 … 더보기

아오테아로아 (멀고 긴 흰구름의 나라)

댓글 0 | 조회 181 | 3일전
식물 줄기로 얼기설기 엮어 만든 삼각 돛,큰 나무 속을 파내어 만든 통나무 배,긴 나무를 균형지게 본체 좌 우측으로 동여맨 카누에 몸을 싣고,가족과 친지들을 뒤로… 더보기

전하지못한 이야기 ‘해금강’

댓글 0 | 조회 182 | 4일전
지인 j 님께!H 여사와 우리 셋이 모이면 노후의 삶을 어디에서 살면 좋겠냐는 말을 자주 했었지요.서울에서 나고자라 나이먹은 사람들끼리 시골살이를 동경하는 막연한… 더보기

지피지기 백전백승! 뉴질랜드/호주 의대 제대로 도전하기

댓글 0 | 조회 780 | 4일전
의대 열풍이 전 세계적으로 심상치 않은 요즘, 뉴질랜드도 예외가 아니다. 또한 전문직에 대한 직업 안정성과 지속성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면서 의대 치대 약대 등의 … 더보기

고요할 수록 밝아지는 것들

댓글 0 | 조회 161 | 4일전
경남대학교에서 86년부터 18년까지, 33년을 일 하다가 은퇴한 지 6년이 되어간다. 어느 사이 고희(古稀)에 들었고 앞만 보고 가려하는데, 원고 청탁을 받아 잠… 더보기

35. 몸의 진액 부족이 가져다 준 소화 불량과 다양한 문제들

댓글 0 | 조회 450 | 4일전
몸의 모든 신진대사 활동은 물, 더 정확히 말하면 몸의 진액과 관계된다. 그래서 진액이 고갈되면 다양한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다. 이는 기계의 그리스나 윤활류가 부… 더보기

(A2+) 프리미엄 우유가 온다

댓글 0 | 조회 1,305 | 7일전
완전식품(完全食品)이란 인간에게 필요한 영양소를 모두 갖춘 식품을 말한다. 최종적으로 만들어진 요리가 아닌 가공하지 않은 원료 상태로 섭취해도 사람에게 필요한 영… 더보기

한국의대 입시 어디로 갈 것인가? 파트 2

댓글 0 | 조회 322 | 10일전
11월 14일 2025학년도 수능시험이 치러지고 수시전형은 11월 현재 진행중이며 내년 1월 정시전형을 앞두고 있다.2025학년도는 그 어느때보다도 많은 변화가 … 더보기

나는 이런 사람이 좋다

댓글 0 | 조회 343 | 2024.11.06
시인 헨리 나우헨그리우면 그립다고말할 줄 아는 사람이 좋고불가능 속에서도한줄기 빛을 보기 위해애쓰는 사람이 좋고다른 사람을 위해호탕하게 웃어 줄 수 있는 사람이 … 더보기

작가 한강의 노고를 기리며

댓글 0 | 조회 367 | 2024.11.06
▲ 한강 작가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이 가지는 가장 중요한 의의는 훌륭한 번역을 통해 세계의 독자들이 비로소 한국문학이라는 두꺼운 책의 한 … 더보기

받아 적고 읽어 주고

댓글 0 | 조회 167 | 2024.11.06
나는 타자(打字)가 서툴고 느리다. 재주가 없는 모양이다. 그런데 이제 타자하는 수고를 벗어나게 되었다. 말하면 그걸 글자로 바꾸어 주고(STT; Speech t… 더보기

달이와 함께 만난 동물 부처들

댓글 0 | 조회 142 | 2024.11.06
안동 봉정사 영산암 응진전 용과 사슴, 영덕 장육사 대웅전 사자와 코끼리사찰 곳곳에서 만나는 동물들은절을 아름답게 하고 이야기를 담는다.아이가 처음 세상을 배울 … 더보기

배고픈 건 참아도 배 아픈 건 못 참는다

댓글 0 | 조회 424 | 2024.11.06
고등학교 때의 일이다. 조회 시간에 교장선생님 훈화 중 “4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다”에 대한 내용이 생각난다. 4촌이 논을 사면 기뻐할 일인데 왜 배가 아파야… 더보기

Panic Attack

댓글 0 | 조회 495 | 2024.11.05
공황발작은 갑작스럽고 강렬한 불안감이 나타나는 정신적 증상입니다. 이 발작은 보통 예기치 않게 발생하며, 몇 분 안에 극심한 공포나 불안이 솟구치는 특징이 있습니… 더보기

New NCEA

댓글 0 | 조회 436 | 2024.11.05
대부분의 학부모님께서 이미 알고계시듯 한국은 세계적으로 손 꼽히는 사교육의 천국입니다. 대형입시학원은 말할것도 없고 입시학원 입학을 위한 또 다른 입시학원, 취업… 더보기

34. 소화기관의 병은 이런 순서로 치료해 보세요

댓글 0 | 조회 323 | 2024.11.05
몸의 각종 부위 중에 피부와 점막들은 손상될 가능성이 많다. 왜냐하면 외부 세계나 외부에서 들어오는 물질을 자주 접하는 신체 기관들이기 때문이다. 다행이도, 손상… 더보기

아플수록 마음관리를 잘 해야

댓글 0 | 조회 236 | 2024.11.05
장영희 교수님을 아시나요? 제가 이 분 글을 인용하면서 참 좋아했는데 얼마 전 신문을 보니까 휠체어에 탄 모습으로 환하게 사진을 찍었더군요. 열두 번 예정된 항암… 더보기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

댓글 0 | 조회 883 | 2024.11.02
한국인 232만명이 고혈압(高血壓), 당뇨병(糖尿病), 고지혈증(高脂血症)을 모두 앓고 있는 복합 만성질환자이다. 이 세 가지 질병은 동시다발적으로 생기며, 나이… 더보기

한국의대 입시 어디로 갈 것인가? 파트1

댓글 0 | 조회 493 | 2024.10.31
대한민국은 4대 개혁 의료개혁, 연금개혁, 노동개혁 그리고 교육개혁을 추진하고 있다.그 중 의료개혁을 추진하며 2024년 2월 초 20여년동안 정원 변화 없이 한… 더보기

33. 음식, 식습관, 장건강, 심성 그리고 영성의 축

댓글 0 | 조회 409 | 2024.10.30
지금까지 무엇을 어떻게 먹는가가 장건강을 지배하고, 장건강은 뇌에 바로 영향을 준다고 말해 왔다. 그리고 음식, 식습관, 장건강, 심성 그리고 영성이 하나의 축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