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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간 주택에 대한 주간 모기지 이자 비용
뉴질랜드 경제는 최악의 위기 상황이다. 정부는 물가 상승의 원인을 혼란스러운 국제 정세 탓으로 돌리려고 하고 있지만, 트레이드 미 자료를 보면 렌트비 상승 속도가 평균 물가 상승 속도를 앞지르고 있다. 부동산 시장은 정부 정책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다. 즉, 현재 우리가 맞닥뜨린 경제 위기의 원인을 국외 상황 탓만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는 증거다.
얼마 전 TVNZ 아침 프로그램에 등장한 한 여성의 경험을 빌리자면 지금까지 주당 식비로 평균 250불을 지출해왔지만, 최근 들어 예상치 못한 추가 지출로 인해 오히려 주당 식비 지출을 평균 150불까지 줄일 수밖에 없게 되었다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의 답답함을 호소했다. 각 가정의 추가 지출을 보자면 렌트비 혹은 주택 대출금 상환 및 공과금 인상, 치솟는 기름값에 따른 지출 증가 등이 큰 부분을 차지할 것이다. 요즘 누구 하나 힘들지 않은 가정이 없다. 인간 생활의 기본 3요소 의(衣), 식(食), 주(住)가 위협받고 있다는 것은 큰 문제다.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4월과 비교해 식료품비는 6.4% 올랐고, 그 밖의 물가 또한 말할 것도 없이 올라도 너무 올라버렸다. 허리띠를 졸라 매고 또 다잡아 매도 답이 없다는 볼멘소리들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그런 중에 지난 5월 중순, 정부의 2022년 예산 발표에 작은 기대를 걸어본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무언가 숨통 트일 정책이 나와줬으면 하는 기대감이 있었다. 그러나 가뭄에 단비처럼 도움 될만한 의미 있는 정책은 아니나 다를까 없었다. 고작 350불, 그것 마저도 석 달에 나눠서 지급한다는 발표에 혹시 뒷자리 0 하나를 빠뜨리고 읽은 건 아닌지 두 번 세 번 다시 확인해 보았지만 주당 27불 남짓되는 금액을 Cost of Living Payment라는 이름으로 지급한다는 정부 발표에 할 말을 잃을 수 밖에 없었다. 당장 무언가 대책을 내놓고 있는 듯 보이지만 사실상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의 정책, 표도 안나는 도움에 생색 내기 급급한 정부에 시민들은 화가 날 수 밖에 없다.
그마저도 받았다가 다 뺏기게 아니, 더 뺏기게 생겼다. 5월 말 중앙은행은 기준금리 인상을 발표했다. 기존 1.5%에서 2%가 되었다는 말이다. 이번 인상은 4월 중순 1%에서 1.5%로 오른 지 한 달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또 다시 인상된 것으로, 두 차례 연속 0.5% 라는 큰 폭 상승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인상으로 특히,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내 집 마련에 성공한 사람들을 뜻하는 신조어로, 무리를 해서 집을 마련한 사람들 말함)의 비명이 커지고 있다. 70만 불의 주택담보 대출을 받은 가족을 예로 들자면, 작년 이맘때보다 1년에 1만 4천 불의 이자를 더 부담해야 한다. 문제는 곧 모기지 이율이 6%대까지 진입할 가능성에 대해 키위 은행이 시사 함에 따라 주택담보 대출자에 대한 압박, 생계비 위기는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키위뱅크의 예상대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최고 6%까지 오르게 된다면 70만 불의 주택담보대출 가구는 1년에 최소 4만 2천 불, 즉 주당 약 800불 정도의 이자를 더 부담하게 된다는 결론이다. 결국 모기지 압박 속에 갇힌 가구는 아무리 계산기를 두드려봐도 답이 나올 수가 없다. 주당 800불의 이자를 더 부담해야 할지도 모르는 마당에 주당 27불, 3개월 주고 생색 내려하다니!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인상은 어쩌면 불가피한 선택일 수 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에 금리 인상만이 답이 아니라는 것은 정부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지금은 그야말로 위기 상황이다. 정부는 특히 중 저소득 가정이 정부의 오만한 경제 정책으로 인해 너무나 큰 고통을 받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무엇보다 물가 안정에 초점을 맞춰 위기 극복을 위한 현명하고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무조건 퍼주기식, 무조건 쓰고 보자는 식의 중독적 소비는 이제 그만 멈춰야 한다. 사업에 대한 비용 절감, 경제 병목 현상 제거, 정부 지출 억제, 근로자에 대한 세금 감면을 우선시한다는 국민당의 5대 물가 대책 계획에 대해 무조건적 외면보다는 적극적 수용의 자세로 받아들여 경제 위기 극복에 책임감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임하는 정부의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