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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심•뇌혈관질환 예방을 위해 지난 2014년부터 매년 9월 첫째 주(1-7일)를 ‘심•뇌혈관질환 예방•관리주간’으로 지정하고 대국민 인식 개선에 힘쓰고 있다. 심뇌혈관질환 예방관리주간에는 혈압(血壓), 혈당(血糖), 콜레스테롤(cholesterol) 등 자신의 혈관 숫자를 알자는 내용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심뇌혈관질환의 심각성과 예방관리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있다.
심뇌혈관질환이란 심(心)혈관질환과 뇌(腦)혈관질환을 동시에 부르는 말이다. 심뇌혈관질환으로 통틀어서 부르는 이유는 혈관에 이상이 생길 때 가장 크게 타격을 받는 부위가 바로 뇌와 심장이기 때문이다. 보험 상품으로도 심뇌혈관질환보험, 2대질환보험 등으로 많이 나와 있다.
당신은 자신의 3대 혈관 숫자(혈압, 혈당, 콜레스테롤)를 알고 있습니까? 정상 혈압은 수축기 120mmHg 미만, 이완기 80mmHg 미만, 정상 혈당은 공복(空腹)혈당 100mg/dl 미만, 그리고 정상 콜레스테롤은 총 콜레스테롤 200mg/dl 미만이다. 인근 지역 보건소, 동네 병의원 등에서 혈압기와 혈액검사를 통하여 혈관 숫자를 알 수 있다.
요즘 같은 감염병 유행상황에서 심뇌혈관질환은 코로나19에 취약하다. 코로나19 확진 시 기저질환(基底疾患)이 있는 감염인의 사망 위험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높다. 실제로 2022년 8월 기준 국내 코로나19 사망자의 기저질환 1위와 3위는 각각 고혈압(高血壓)을 포함한 순화기계질환, 당뇨병(糖尿病)을 비롯한 내분비계 대사성질환이었다. 이에 심뇌혈관질환의 선제적 예방과 관리가 중요하다.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사망 원인은 고혈압이며, 2019년 한 해 고혈압으로 인한 사망자는 1080만명으로 세계 사망원인의 19.2%를 차지했다. 고혈압은 수축기 혈압 140mmHg 이상, 이완기 혈압 90mmHg 이상일 때를 말한다. 혈관이 높은 혈압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혈관이 손상되고, 혈관이 딱딱해지고 좁아지는 동맥경화(動脈硬化)가 진행된다.
2021년 기준 국내 20세 이상 인구 중 고혈압 환자는 1,374만명으로 유병률(有病率)이 27.7%에 달했다. 즉 성인 3-4명 중 1명은 고혈압 환자인 셈이다. 고혈압 환자는 코로나19 사태 전인 2019년 1,269만명에서 2020-2021년도를 거치면서 각각 1,322만명, 1,374만명으로 증가했다. 즉 고혈압 환자가 코로나 사태 기간에 총 100만명 이상 증가한 것이다.
고혈압은 ‘소리 없는 암살자’라는 별명처럼 우리에게 조용히 다가온다. 고혈압은 증상이 없으며 조용히 혈관과 장기를 손상시키기 때문에 ‘침묵의 살인자’ ‘저승사자의 경고’ ‘죽음의 도화선’ 등 무서운 별명을 가지고 있다. 특히 고혈압은 증상이 없어서 치료를 하지 않고 방치하기 쉽다.
영국 파르보건연구원은 전 세계 125만명을 대상으로 고혈압이 심혈관질환의 위험을 얼마나 높이는지를 5년간 추적 관찰을 했다. 고혈압 환자들은 정상 혈압을 가진 사람들에 비해 5년 정도 더 일찍 심혈관질환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혈압 환자들이 평생 심혈관질환을 겪을 위험은 약 63%로 정상 혈압을 가진 사람들의 46.1%와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
이 연구에 따르면 수축기 혈압이 20mmHg 높아졌을 때 안정형 협심증(狹心症) 발병 위험이 44% 상승했으며, 심근경색(心筋梗塞) 29%, 심부전(心不全) 27%, 관상동맥질환(冠狀動脈疾患) 사망이 26%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뇌출혈(腦出血)과 허혈성 뇌졸중(腦卒中) 발병 위험도 각가 44%와 35% 증가했다. 이에 고혈압이 심뇌혈관질환과 강력한 상관관계가 있음이 밝혀졌다.
또한 고혈압의 합병증이 신장(콩팥)과 눈(망막)에도 나타난다. 고혈압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미세혈관들이 손상되므로 미세혈관 덩어리인 신장(腎臟)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신장의 대표 기능인 혈액 속 노폐물을 걸러내는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된다. 초기에는 단백뇨(蛋白尿) 등의 증상을 보이다가 점차 악화되어 신경화증, 만성 신장질환, 요독증 등을 유발할 수 있다.
고혈압은 미세혈관으로 이뤄져있는 눈의 망막(網膜)을 손상시킬 수 있다. 고혈압으로 인해 망막에 있는 미세혈관이 손상되면 혈관벽이 두꺼워지고 혈관을 통해 흐르는 혈액의 양이 줄어든다. 망막에 공급되는 혈액량이 감소하면 망막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망막 손상은 시력저하, 실명(失明)으로 이어지게 된다.
고혈압 환자는 매일 아침 혈압약을 먹는 생활을 언제까지 해야 할까?라는 생각을 한 번쯤 해봤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운동을 하면 혈압이 낮아진다고 알려져 있다. 즉 규칙적인 운동을 지속할 경우 체중 조절과는 별개로 3-4mmHg 정도의 혈압이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 즉 운동을 하면 혈관을 튼튼하고 넓게 만들어 혈압을 감소시키는 것이다. 임상 전문의들은 운동을 포함한 생활습관 개선(금연, 절주, 저염식 등)으로 고혈압 약을 대체할 수 있는 경우가 있다고 말한다.
뇌졸중(腦卒中), 심근경색(心筋梗塞) 같은 급성심뇌혈관질환의 경우 증상을 조기에 인지하고 적절한 조기치료와 재활치료를 받는 게 중요하다. 뇌는 우리 몸에서 혈류가 가장 많이 가는 장기이며, 뇌로 가는 혈액의 양은 전체 혈액의 20%에 달한다. 고혈압이 지속되면 혈관이 딱딱해지고 혈관 내부가 막히거나 터져 뇌졸중이 발생할 수 있다. 뇌졸중은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 막히는 뇌경색(腦梗塞)과 혈관이 터지는 뇌출혈(腦出血)로 인하여 뇌의 기능이 손상되는 질환이다.
심근경색(myocardial infarction)이란 심장혈관이 혈전, 연축(攣縮) 등의 원인에 의해 갑자기 막혀서 심장 근육이 손상되는 질환이다. 심장(心臟)은 크게 3개의 심장혈관(관상동맥)에 의해 산소와 영양분을 받고 활동한다. 관상동맥 중 어느 하나라도 혈전증이나 혈관의 빠른 수축(연축) 등에 의해 급성으로 막히는 경우, 심장의 전체 또는 일부분에 산소와 영양 공급이 급격하게 줄어들어서 심장 근육의 조직이나 세포가 괴사(壞死)하는 상황을 심근경색증이라 한다.
관상동맥(冠狀動脈)의 가장 안쪽 층을 내피세포가 둘러싸고 있는데 내피세포가 건강한 경우에는 혈전이 생기지 않는다. 그러나 고지혈증, 당뇨병, 고혈압 등에 의해서 내피세포가 손상을 받게 되어 죽상경화증(粥狀硬化症)이 진행되고, 관상동맥 안을 흐르던 혈액 내의 혈소판이 활성화되면서 급성으로 혈전이 잘 생기게 된다.
혈전이 혈관의 70% 이상을 막아서 심장 근육의 일부가 괴사되는 경우가 심근경색증이고, 혈관 내 혈액의 흐름이 원활하기 않아 가슴에 통증이 생기는 것이 협심증(狹心症)이다. 심근경색과 협심증은 모두 심장혈관이 막힌 질환이긴 하지만 속도가 다르다. 협심증이 있다 하더라도 심근경색을 예측할 수 있는 상황은 없다. 심근경색 환자의 절반 정도는 협심증 없이 갑자기 발생한다.
심근경색증을 비롯한 허혈성 심장질환을 예방하는 것은 그 위험인자를 관리하는 것과 같은 의미이다. 발병 위험인자의 예방을 위한 생활요법의 기본은 3•3•3 원칙으로 설명할 수 있다. 즉
(1) 식이요법: 소식, 채식, 저염식의 3요소,
(2) 운동요법: 운동 전 3분 준비운동, 한 번에 30분 이상, 1주일에 3일 이상,
(3) 생활요법: 금연, 이상적 체중 유지, 심리적 스트레스 해소의 3요소 등이다.
고혈압이 있으면 혈관벽이 받는 압력이 커지면서 혈관에 상처가 생기며, 이때 염증세포가 발생하면서 상처 부위에 혈전(血栓, 피떡)이 생긴다. 혈전이 혈관을 막으면 심근경색, 협심증 같은 관상동맥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한국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에서 고혈압 전단계(130-139mmHg)인 경우 관상동맥질환 위험이 37% 증가했으며, 고혈압인 경우 관상동맥질환 위험이 66% 증가했다. 캐나다 연구팀이 2만7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고혈압이 뇌졸중 발병 기여도가 47.9%이므로 고혈압을 예방하면 뇌졸중의 절반 정도는 막을 수 있다.
뇌출혈이란 뇌조직 안의 혈관이 터져서 직접적인 뇌 손상이 생긴 것으로, 크게 자발성으로 생긴 경우와 외상에 의해 생긴 경우로 분류된다. 이 중 자발성 뇌출혈만 출혈성 뇌졸중이라 한다. 뇌출혈은 위치에 따라 심부와 표재부로 나뉘며, 심부의 경우 주로 고혈압이 원인으로 작은 혈관이 터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뇌경색은 뇌혈관이 막혀 뇌의 일부가 손상되는 질환을 말한다. 동맥경화증에 의해 병든 혈관에서 주로 발생하는 혈전은 심장에서 뇌로 가는 내경동맥(內頸動脈)이나 뇌혈관 중 어떤 곳에서든 발생할 수 있다. 혈전이 혈관을 막거나 혹은 처음 형성된 부위에서 떨어져 나가 다른 혈관을 막는 것을 색전(塞栓)이라고 한다. 혈전이 심장이나 굵은 뇌동맥 등에서 떨어져 나와 말단부 뇌혈관을 막아서 뇌 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
뇌졸중은 뇌 손상 부위에 따라 반신마비, 사지마비, 감각 이상, 보행장애 등 다양한 신경학적 후유증을 남긴다. 심각한 경우 호흡 중추 마비로 이어져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국내 뇌졸중 환자 수는 2017년 57만명에서 2021년 62만명으로 증가했다. 반면 인구 10만명당 뇌졸중 사망 인구는 2010년 53.2명에서 2020년 42.6명으로 줄었다.
뇌졸중이 의심되면 뇌 컴퓨터단층촬영(CT)을 통해 뇌출혈 여부, 위치, 크기 등을 확인하며, CT혈관조영술(CTA) 검사로 뇌출혈의 원인이 될 수 있는 혈관이상 유무를 확인한다. 자기공명영상(MRI)도 출혈 원인을 찾는데 도움이 되며, 일정 기간 치료 후에 뇌출혈로 인한 손상부위를 자세히 확인하고 예후를 판정하는데도 유용하게 이용된다.
뇌졸중 예방법은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비만, 흡연, 과음 등 뇌졸중을 일으키는 동맥경화증의 위험인자를 관리하는 것이다. 비만 관리를 위해 1주일에 3번, 1회 30분 이상 숨이 찰 정도의 유산소 운동이 도움이 된다. 허리 둘레를 적정하게 유지(남성 90cm 이하, 여성 80cm 이하)한다. 음식은 짠 음식(국물)이나 튀긴 음식은 피하는 것이 좋다.
<이웃•손•발•시선>이란 간단한 테스트로 내 주변이웃을 뇌졸중에서 구할 수 있다는 표어이다. <‘이웃’은 ‘이’하고 ‘웃’을 수 있나요?> 뇌졸중으로 마비된 얼굴은 찡그러지지 않는다(얼굴 마비). <두 ‘손’을 앞으로 뻗을 수 있나요?> 마비된 팔은 아래로 떨어진다(팔 마비). <‘발’음이 명확한가요?> 발음이 정확한지, 의미가 잘 통하는지 알아본다(언어장애), <‘시선’이 한쪽으로 쏠리나요?> 양쪽 눈이 한쪽으로 치우쳐있는지 알아본다(안구편위). 한가지라로 이상하면, 빨리 119로 연락하거나 뇌졸중센터를 방문하여야 한다.
최근 서울아산병원에 근무하던 30대 간호사가 뇌출혈로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병원에 개두술(craniotomy)이 가능한 신경외과 의사가 없어 수술을 받지 못하고 시간을 지체한 채 서울대학병원으로 옮겨졌다가 숨진 사건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응급심뇌혈관질환자의 지역단위 대응역량을 강화해 치료병원 도착 소요시간을 단축하는 전달체계 개편 시범사업이 추진된다.
개두술(두개골절개술)이란 두개골(頭蓋骨)을 절개하여 뇌를 노출시킨 상태에서 진행하는 수술을 통칭하는 말이다. 일반적인 두개골 절개술은 두개골을 절개하고 수술을 시행한 뒤 잘라낸 피판을 다시 고정시키는데 반해 개두술은 뇌가 부어 생긴 압력을 줄이기 위해 두개골을 광범위하게 절제 후 다시 고정시키지 않고, 두개내 압력을 경감시켜주는 수술이다.
심뇌혈관질환 예방관리를 위한 생활수칙은
▲ 담배는 반드시 끊기,
▲ 술은 하루에 한두 잔 이하로 줄이기,
▲ 음식은 싱겁게 골고루 먹고 채소와 생선을 충분히 섭취하기,
▲ 가능한 한 매일 30분 이상 적절한 운동하기,
▲ 적정 체중과 허리둘레 유지하기,
▲ 스트레스를 줄이고 즐거운 마음으로 생활하기,
▲ 정기적으로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측정하기,
▲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고지혈증) 꾸준히 치료받기,
▲ 뇌졸중, 심근경색의 응급 증상을 숙지하고 발생 즉시 병원가기 등이다.
심뇌혈관질환의 선행질환인 고혈압과 당뇨병의 연간 진료비가 6조9000억원(2020년)에 달하며,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다. 100세 시대 쾌적한 삶을 위해선 건강한 생활습관을 통한 관리가 필수적이다. 생활 속 건강관리를 충실히 수행한다면 심각한 질환의 발생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 개인은 평소에 본인의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수치를 검사하고 관리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