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칼럼 | 지난칼럼 |
동양의학에서는 건강을 자연과의 조화로 판단하고 쾌식(快食), 쾌면(快眠), 쾌변(快便)을 건강의 척도로 삼고, 이 세 가지를 삼쾌(三快)라 하여 매우 중시했다. 쾌식이란 음식을 먹을 때 맛이 있어야 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알맞게 먹는 것이 쾌식이다. 쾌면은 잠을 달게 자는 것으로 잠을 잔 후에 몸이 가볍고 상쾌함을 느껴야 한다. 쾌변이란 시원하고 기분 좋게 대소변을 배설하는 것이다.
인생의 1/3은 수면(睡眠)에 투자되는 시간으로 평균수명을 80세로 보면 약 26년 동안 잠을 잔다. 만약 더 살겠다고 수면시간을 쪼개어 잠에 소홀하면 건강도 사라진다. ‘잠이 보약이다’는 속담과 같이 쾌면(快眠)은 삶의 질을 높여준다. 이에 특별한 질병이 없이 불면증(不眠症)이 오거나 숙면(熟眠)을 제대로 취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수면습관 개선이 필요하다.
미국 국립수면재단(National Sleep Foundation)은 수면, 해부학, 생리학, 신경학, 소아과학, 노인학, 부인과학 등 광범위한 분야의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새로운 연령대별 권장 수면시간(Recommended Hours of Sleep)을 책정하여 2015년 2월 2일 발표했다. 이 지침의 특징은 연령대별로 수면 시간을 권장-적당-부적당 등 3가지로 구분해 제시한 것이다. 부적당은 적당시간의 이하 또는 이상이다.
신생아(Newborn, 0-3개월) 권장:14-17시간, 적당:11-13시간 또는 18-19시간.
영아(Infant, 4-11개월) 12-15시간, 10-11시간 또는 16-18시간.
유아(Toddler, 1-2세) 11-14시간, 9-10시간 또는 15-16시간.
미취학 아동(Preschool, 3-5세) 10-13시간, 8-9시간 또는 14시간.
취학연령 아동(School-age, 6-13세) 9-11시간, 7-8시간 또는 12시간.
10대 청소년(Teen, 14-17세) 8-10시간, 7시간 또는 11시간.
청년(Young Adult, 18-25세) 7-9시간, 6시간 또는 10-11시간.
성인(Adult, 26-64세) 7-9시간, 6시간 또는 10시간.
노인(Older Adult, 65세 이상) 7-8시간, 5-6시간 또는 9시간.
인간의 생애주기는 잠의 성격에 따라 나뉜다고 볼 수 있다. 아기 때는 ‘필수 수면 시간’으로 신생아는 하루 14-17시간, 영아는 12-15시간 동안 잠을 꼭 자야 한다. ‘권장 수면 시간’은 25세가 될 때까지 조금씩 짧아지다가 이후부턴 7-9시간으로 고정된다. 미국 국립수면재단은 연령 불문하고 ‘하루 6시간 잠’은 부족하다고 본다. 그러다 영원한 잠이 요청되는 순간에 우리 인생은 끝난다.
이 세상에서 ‘먹이사슬’ 상위로 올라갈수록 잠을 깊게 잘 수 있고, 수면 덕택에 뇌가 발달하며 더 고등동물이 된다고 한다. 먹이사슬 최상위에 있는 인간, 그중에서도 엄마라는 보호막까지 가진 아기가 이 세상에서 가장 깊은 잠을 자는 존재이다. 엄마 품속에서 평온한 아기 얼굴을 보면 ‘꿀잠’이 어떤 것인지를 알게 된다. “잘 자는 아이가 잘 자란다”라는 말은 아이뿐 아니라 성인에게도 해당되는 진리다.
국가별 평균 수면시간은 한국 7시간 49분, 영국 8시간 13분, 미국 8시간 38분, 프랑스 8시간 50분, OECD 평균 8시간 22분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본부(현 질병관리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평균수명시간은 다음과 같다. <중학교> 1학년 7시간 24분, 2학년 7시간 5분, 3학년 6시간 46분. <일반계고등학교> 1학년 5시간 48분, 2학년 5시간 34분, 3학년 5시간 14분.
미국 국립수면재단에서 실시한 주요국 국민들의 ‘수면 만족도’는 중국 57%(만족한다는 비율), 독일 47%, 브라질 46%, 호주 45%, 한국 41%, 미국 40%, 영국 40%, 프랑스 35%, 일본 29% 등으로 나타났다. 인종별 불충분 수면 비율(하루 7시간 이하 취침 비율)은 흑인 45.8%, 아시아인 37.5%, 히스패닉 34.5%, 백인 33.4% 등이다. 필립스(Phillips)가 2021년 전 세계 13국 1만3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성인의 평균 수면 시간은 평일은 6.9시간 그리고 주말은 7.7시간이다.
현대인들이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잠을 설치는 사람이 갈수록 늘면서 수면산업(睡眠産業)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폴라리스마켓리서치(Polaris Market Research)에 따르면, 세계 수면시장(수면 보조 제품 판매) 규모는 2021년 640억8000만달러(약 80조7700억원)였는데, 매년 7.1%씩 성장해 2030년에는 1183억1000만달러(약 14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수면시장도 2011년 4800억원에서 2020년대 3조원대로 커진 것으로 추정된다.
수면산업은 침대, 베개 등을 생산하는 전통적인 업체뿐만 아니라, 야쿠르트 같은 식품업체도 수면에 도움을 주는 제품을 내놓고 있다. 또한 애플, 삼성 같은 IT 기업들도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을 활용해 수면의 질을 진단과 분석을 하고 숙면을 돕는 슬립테크(sleep-tech) 기술개발을 한창 벌이고 있다.
요즘 수면과 관련해 기술 개발과 상품 출시가 가장 활발한 분야는 ‘진단’ 분야다. 최근 삼성전자가 출시한 ‘갤럭시워치5’는 잠을 잘 때 ‘총 잠잔 시간’과 ‘렘수면(얕은 수면)’ ‘깊은 수면’ ‘수면 중 깸’ 등으로 나눠 시간을 측정한다. 이용자가 코를 골면 코골이를 녹음해 들려주고, 코를 곤 시간도 측정해 보여준다. 이를 바탕으로 “깊은 수면을 늘리려면 이른 시간에 취침하라”는 식의 조언과 수면 점수도 내놓는다. 양질의 수면이란 잠을 푹 자는 것과 아침에 상쾌하게 눈을 뜨는 것이다.
일본의 저명한 신경내과(神經內科) 전문의 가모시티 이치로우(鴨下二郞) 박사는 그의 저서 ‘쾌면숙면법’의 머리말에 “잠을 내 편으로 만들면 인생이 더욱 밝아질 것이다”라고 적었다. 이 책에는 1980년 히비야국제클리닉을 개설해 33년 동안 수많은 환자들을 치료하면서 축적해온 저자의 임상경험과 노하우가 제시되어 있다.
수면장애(Sleep Disorder)는 제대로 잠을 잘 수 없는 상태를 말하며, 인구의 약 20% 이상이 경험하는 흔한 질환이다. 아기 때처럼 푹 자고 개운하게 깨어날 수 있는 ‘잠’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하도 지나치지 않는다. 인간은 충분한 수면이 보장되어야 건강과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다. 수면은 몸이 휴식하는 렘수면 상태와 뇌가 휴식하는 비램수면 상태로 나뉜다.
수면은 얕은 수면인 ‘렘수면(REM sleep)’과 깊은 수면인 ‘비램수면(non-REM sleep)’ 두 가지로 이루어지고, 수면 중에 이 두 가지가 서로 반복된다. 사람이 자면서 꿈을 꾸는 것은 대부분 REM 수면 중에 이루어지며, 렘수면의 길이는 1회 평균 14분 정도이다. 렘수면은 전체 수면에서 신생아의 경우는 75%를 차지하고, 어린이는 50%, 성인은 20-25% 정도를 차지한다. 렘수면(rapid eye movement sleep) 중에 있는 사람을 깨우면 대개 꿈을 꾸고 있었다고 말한다.
렘수면 중에는 골격근육이 이완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뇌파(腦波)는 깨어 있을 때와 유사하게 뇌의 활동이 활발하며, 안구(眼球, 눈알)는 천천히 움직이거나 두리번거리며, 안면근육과 팔다리근육을 가볍게 움직이기도 한다. 맥박은 빨라지고 혈압은 높아지며 호흡은 불규칙해진다. 비(非)램수면은 뇌의 기능이 저하되었거나 억제된 휴식, 정지된 상태이며, 수면이 진행됨에 따라 뇌파가 느긋해진 파동인 서파(徐波)가 되므로 서파수면(slow wave sleep)이라고도 한다.
비램수면은 뇌파의 종류에 따라 4단계로 구분된다. 제1,2단계는 얕은 비램수면으로서 얕은 수면 또는 방추파수면이고, 제3,4단계는 숙면기로서 깊은 수면 또는 서파수면에 해당한다. 수면에 들어가면 비렘수면이 나타나고 얕은 수면에서 깊은 수면으로 들어가 이윽고 렘수면으로 들어간 뒤, 다시 얕은 수면이 된다. 이러한 수면주기의 시간은 90-100분 정도이며, 주기는 3-6회 정도 반복된다.
인체는 아침에 강제적으로 일어나는 것보다 밤에 빨리 잠드는 쪽이 더 수면을 통제하기 쉽게 설계되어 있다. 이에 밤에 기분 좋게 푹 자기 위해서는 자는 시간을 기준으로 역산해서 오후의 활동 스케줄을 짜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컨대 하루 평균 7시간 정도를 자는 사람이 아침 6시에 일어나야 한다면, 기상시간에서 7시간을 빼서 밤 11시에 잠드는 것을 목표로 준비하라는 것이다.
기분 좋은 잠을 만들기까지는 푹 자기 위한 준비 시간으로 2시간 정도는 필요하다. 신체와 뇌에 여유를 주어 마음을 진정시키고 편히 잠을 자려면 잠이 잘 오지 않는 날이라 해도 평상시와 같은 시간대에 잠자리에 드는 습관이 필요하다. 또한 긍정적인 사고를 키우는 것도 매우 중요한 마음 자세다. 반드시 해야 할 일, 피할 수 없는 일이라면 즐거운 마음으로 생각을 바꾸어 도전한다면 잠자리에서 내일 일을 걱정하면서 불면(不眠)에 시달리지 않게 될 것이다.
아침까지 숙면(熟眠)할 수 있는 ‘쾌면 호흡법’도 도움이 된다. 호흡이 얕아지면 몸이 쉽게 차가워지고 몸 상태가 안정되지 않고 스트레스에 취약해지는 반면, 쾌면을 위한 내장의 스트레칭으로 불리는 복식호흡(腹式呼吸, abdominal breathing)은 마음에 안정감을 가져다주고 쉽게 잠에 들도록 몸을 준비시켜준다. 복근을 이용해 횡격막(橫隔膜, diaphragm, 가슴과 배를 나누는 근육으로 된 막)을 움직여 호흡하는 복식호흡은 호흡량이 커진다.
자기 전에 스트레칭(stretching)을 하면 몸이 가벼워지고 기분 좋게 잘 수 있다. ‘쾌면 스트레칭’은 온몸의 힘을 뺀 뒤 허리를 풀어주고 뒤틀림을 교정해주는 스트레칭이다. 기상 후 햇빛(sunlight)을 쬐고, 아침 사워로 활동 스위치를 켜고, 차를 마시고, 15분 일찍 회사에 출근하는 습관도 아침을 상쾌하게 맞는 방법이다.
적절한 수면습관 못지않게 쾌면을 위한 ‘이부자리’도 중요하다. 인간만이 잠잘 때 베개를 사용한다. 그 이유는 사람의 경추(頸椎, 목뼈)는 앞쪽으로 자연스레 커브를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추 C형을 완만하게 유지해야 한다. 베개를 베면 목과 뒷머리 근육의 이완과 피로를 푸는 데 도움이 되고 숙면을 취하는 데도 좋다. 베개를 선택할 때 높이가 중요하다. 적절한 베개의 높이는 베개를 베고 누웠을 때 자신의 주먹 정도의 높이가 적당하다.
전문가들은 잠을 잘 자려면 기상 시간이 제일 중요하고, 특히 주중과 주말 구분 없이 매일 일정하게 유지해야 한다고 말한다. 사람은 보통 잠에서 깬 지 15-16시간이 지나면 졸리게 돼 있는데, 늦게 일어나면서 밤에 잠이 잘 오기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우리 몸은 빛이 눈으로 들어와 뇌로 전달돼 생체시계를 맞추기 때문에 아침에 충분히 많은 빛을 봐야 생체가 활성화되고 밤에 잘 잘 수 있다.
생체시계(生體時計, biological clock)는 수면•각성•호르몬•심박수•혈압•체온 등과 같이 일정한 주기(보통 24시간)에 따라 반복적인 패턴으로 나타나는 생체리듬을 조정하는 기관으로 뇌의 시교차상핵(SCN)이 가장 핵심이 된다. 생체시계가 고장 나면 수면리듬이 깨져 불면증 등이 나타난다. 잠들기 1-2시간 전에는 수면을 유도하는 멜라토닌(melatonin) 호르몬 분비를 활성화하기 위해 집안을 어둡게 하는 것이 좋다. 간접 조명을 활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우리가 잠을 잘 자기 위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권장사항;
▲ 일정한 시간에 자고 일어난다
▲ 침실을 조용하고 어둡고 편안하게 한다
▲ TV나 스마트폰 같은 전자 제품을 침대에서 멀리 둔다
▲ 잠자기 전 과식이나 카페인, 알코올 섭취를 피한다
을 참고하여 수면건강관리를 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