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농민운동의 목적은 무엇이었을까?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최성길
Danielle Park
김도형
Timothy Cho
강승민
크리스틴 강
들 풀
김수동
멜리사 리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정동희
EduExperts

동학농민운동의 목적은 무엇이었을까?

0 개 890 명사칼럼

큰 틀에서 보면, 동학농민운동은 1894년 음력 1월에 점화되어 1895년 3월에 일단락되었어요. 14개월에 걸쳐 숨 가쁘게 많은 일이 일어났지요. 그때의 여러 가지 사건을 세밀하게 하나씩 천착하지는 않을 생각입니다.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몇 가지 점을 간단히 설명하는 정도에 그칠 것입니다.


제가 힘주어 말하고 싶은 것은요. 동학농민들이 새로운 경제 공동체를 건설하기를 원했다는 점입니다.


46e2263d0edf07b64a8addf5c1d6b584_1679994448_0408.png
 

그것은 물론 오늘날의 ‘유럽연합’ 같이 거대한 경제공동체는 아니었지요. 유럽연합은 국가 간의 협의를 바탕으로 국가의 경계를 초월하는 경제공동체를 구성했어요.


동학농민들이 바랐던 것은요. 저의로운 경제, 정의로운 사회, 정의로운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거였다고 봐요. 한 마디로, 정의를 실천하기 위한 가멸찬 노력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이 강의의 초점은 ‘정의(justice)’라고 봐야겠어요.


정의라는 것이 기독교적 의미에서는 하느님의 말씀, 또는 하나님의 뜻이라고 하겠지요.


그럼 말예요. 우리 동아시아에서는 저의를 무엇이라고 해야 될지요? 굉장히 어려운 이야기인데요. 흔히 성리학(유교)의 성격을 한 마디로 말해 ‘인(仁)’과 의(義)’의 학문이라고 하지요. ‘인’은 쉽게 말해 사랑이고요. ‘의’라고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그것이 바로 정의에 가장 가까울 텐데 말입니다. 시비(是非), 즉 옳고 그름을 따져서 옳은 것이 바로 ‘의’입니다. 달리 말해, 인간의 도리에 부합하는 것, 하늘의 명령(天命)에 비추어 어긋나지 않는 것이지요.


옳다, 그르다를 구별하는 기준은 개인이나 어느 한 집단의 이해관계가 아니지요. ‘공공성’을 갖추어야 옳은 거랍니다. 보편타당한 것이 바로 동아시아의 정의란 말씀입니다. 그것은 하늘의 뜻이 부합되는 것이니까요.


하늘의 뜻이 중요해요. 하늘은 죽이기보다는 살리는 것을 위주로 한다고들 보았어요. 그것이 바로 사랑 또는 ‘인’입니다. 모든 사람을 살리는 결정은 사랑에 가득한 것이고, 그게 바로 의로운 것입니다. 만약 사람과 동식물을 함부로 죽인다면 그것은 결코 의로운 것으로 평가되지 못해요. 하늘은 죽이기를 좋아하지 않으니까 말입니다. 동아시아의 사고방식은 그렇습니다. 이것이 성리학이고 불교, 도교에 보편적입니다. 동학도 전혀 다르지 않아요.



하늘이 살리기를 좋아한다는 것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동학에서는 자연에서 답을 찾았어요. 가령 여기에 흙이 있다고 합시다. 내버려 두면 흙에서 변화가 일어나지요. 봄이 되면 이름을 무어라 하는 것이 되었든지 하여간 온갖 생명들이 다 거기서 일어납니다.


만약 여기에 물이 있다고 합시다. 가만히 놔두면 어떻게 될까요? 얼마 지나지 않아서 크고 작은 물고기들이 다 놀게 될 것입니다. 반드시 그렇습니다. 자연의 이치는 산 생명을 죽이는 것이 목적이 아닙니다. 살리는 데 자연의 자연다움이 있는 거죠.


자연은 모두를 공평하게 살립니다. 어느 한 종족이나 어느 한 종자만 살리는 것이 아니고, 모든 생명체가 유기적인 관계 속에서 평화롭게 잘 살게 하는 것이지요. 이것이 자연의 뜻입니다. 이런 말씀은 저의 독특한 주장이 아니라, 동아시아의 보편적 사고입니다. 물론 동학도 그러하고요.


동학의 경제 공동체는 바로 그와 같은 생각을 토대로 한 것입니다. 누구나가 다 똑같게 되어야 할 필요는 없다고 보았어요. 부자도 있고, 가난한 이도 있어요. 잘난 사람도 못난 사람도 다 있어요. 인위적으로 그것을 어떻게 뜯어고치려 하지 않아요. 모든 사람을 똑같게 만들 수도 없으려니와 그렇게 만들 필요도 없지 않아요? 차이를 인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물론 그보다 몇 만배 중요한 이치가 있어요. 그것이 곧 ‘유무상자’입니다.


있는 사람이 없는 사람에게 덜어주고, 없는 사람은 있는 사람에게 고마워하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방법과 수단을 동원하여 보답하는 공동체이죠.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을 주며 사는 그런 세상을 동학은 꿈꾸었어요. ‘유무상자’의 경제 공동체라고 불러도 좋겠지요. 이것이 바로 정의로운 공동체인 것입니다.


동학농민들은 최제우와 최시형의 가르침을 통해 ‘유무상자의 정의로운 경제공동체’를 만들고 싶어 했다는 말이지요. 그런데 엄청난 위력을 가진 폭력이 외부로부터 행사되었다는 것이 문제의 시작이었어요. 방해의 칼날은 양날이었어요.


하나는 나라 안에서 왔고요. 다른 하나는 외세로 인한 거였단 말이지요. 동학농민의 입장에서 보면 둘다 외부로부터의 방해였어요. ‘유무상자’의 새로운 공동체의 성립을 근본적으로 방해하는 그러한 세력에 맞서 동학농민들은 처절한 싸움을 벌이게 되었어요. 이런 사정을 충분히 이해해야만 동학농민운동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고 봅니다.


19세기 후반, 조선사회는 파국을 향해 치달았어요. 요즘 말로, 양극화가 심해졌다는 거죠. 역사를 보면 로마제국이든 중국의 한나라든 많은 나라들이 양극화의 문제를 제대로 극복하지 못한 채 쓰러지곤 하였어요. 14세기 후반에 조선이 무너뜨린 고려왕조 역시 그러했지요. 그런데요. 조선 역시 나라가 만들어진지 수백 년이 지나자 자꾸 양극화가 심해지는 현상을 보였어요.


동학농민들은 바로 그러한 모순을 해결하는데 큰 관심이 있었지요. 최제우와 최시형의 가르침이 ‘관계의 질적 전환’으로 요약될 수 있다는 점을 제가 앞으로도 강조했잖아요. 어떻게 조정을 해서라도 동학농민들은 관계의 재설정을 하고 싶었던 것인데요. 평화적으로 될 것 같지가 않았어요.


1894년 초부터 1895년 봄까지 일련의 운동이 폭발적으로 일어나는 것은, 말하자면 동학농민들이 비상수단을 쓴 것이라고 봐야겠지요. 일련의 폭력까지 수반된, 과격한 운동이  전개되었으니까요. 이점을 저는 강조하고 싶어요.


46e2263d0edf07b64a8addf5c1d6b584_1679994493_5454.png
 
■ 백 승종 
사학자, 대학교수

잊혀져 버린 정의, 그들을 기억하며

댓글 0 | 조회 256 | 2일전
▲ 항일 투쟁과 반독재 투쟁으로 점철된 생애를 담은 자서전 ‘최후의 분대장’의 작가 김학철항일 독립운동가이자 작가였던 고 김학철(1916~2001)의 인생을 다룬… 더보기

축복으로 받아들이는 마음

댓글 0 | 조회 149 | 2일전
언젠가 TV에선 얼굴 없는 사람에 대한 얘기가 나오더군요. 미국에 얼굴 없는 사람이 있답니다. 그런데 아이입니다. 태어난 지 2년 반 쯤 되었는데 얼굴이 없답니다… 더보기

11월의 기도

댓글 0 | 조회 129 | 2일전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주님!올해 겪은 놀란 일을더 여유롭게 견뎌내지 못해부끄럽습니다당신 손 놓치지 않을나를 뽑아 견디게 하셨으니슬펐지만 아름다움이었습니다기차역에서… 더보기

대자유의 맛, 다선일미의 차 명상

댓글 0 | 조회 112 | 2일전
예로부터 스님들은 차를 마시며 수행을 했다. 차가 수행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벽암록』의 저자인 송대 원오 극근(圓悟 克勤:1063~1135) 선사의 다선일미… 더보기

욕실 리노가 망설여지는 이유

댓글 0 | 조회 556 | 3일전
최근 몇 주 동안 잘못된 욕실 설치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계신 고객분들의 연락을 받았습니다. 욕실은 단순히 깨끗하고 예쁘게 마감하는 것을 넘어서서, 안 보이는 곳… 더보기

사랑

댓글 0 | 조회 96 | 3일전
시인 정 호승그대는 내 슬픈 운명의 기쁨내가 기도할 수 없을 때 기도하는 기도내 영혼이 가난할 때 부르는 노래모든 시인들이 죽은 뒤에 다시 쓰는 시모든 애인들이 … 더보기

아오테아로아 (멀고 긴 흰구름의 나라)

댓글 0 | 조회 180 | 3일전
식물 줄기로 얼기설기 엮어 만든 삼각 돛,큰 나무 속을 파내어 만든 통나무 배,긴 나무를 균형지게 본체 좌 우측으로 동여맨 카누에 몸을 싣고,가족과 친지들을 뒤로… 더보기

전하지못한 이야기 ‘해금강’

댓글 0 | 조회 182 | 4일전
지인 j 님께!H 여사와 우리 셋이 모이면 노후의 삶을 어디에서 살면 좋겠냐는 말을 자주 했었지요.서울에서 나고자라 나이먹은 사람들끼리 시골살이를 동경하는 막연한… 더보기

지피지기 백전백승! 뉴질랜드/호주 의대 제대로 도전하기

댓글 0 | 조회 779 | 4일전
의대 열풍이 전 세계적으로 심상치 않은 요즘, 뉴질랜드도 예외가 아니다. 또한 전문직에 대한 직업 안정성과 지속성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면서 의대 치대 약대 등의 … 더보기

고요할 수록 밝아지는 것들

댓글 0 | 조회 160 | 4일전
경남대학교에서 86년부터 18년까지, 33년을 일 하다가 은퇴한 지 6년이 되어간다. 어느 사이 고희(古稀)에 들었고 앞만 보고 가려하는데, 원고 청탁을 받아 잠… 더보기

35. 몸의 진액 부족이 가져다 준 소화 불량과 다양한 문제들

댓글 0 | 조회 446 | 4일전
몸의 모든 신진대사 활동은 물, 더 정확히 말하면 몸의 진액과 관계된다. 그래서 진액이 고갈되면 다양한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다. 이는 기계의 그리스나 윤활류가 부… 더보기

(A2+) 프리미엄 우유가 온다

댓글 0 | 조회 1,305 | 7일전
완전식품(完全食品)이란 인간에게 필요한 영양소를 모두 갖춘 식품을 말한다. 최종적으로 만들어진 요리가 아닌 가공하지 않은 원료 상태로 섭취해도 사람에게 필요한 영… 더보기

한국의대 입시 어디로 갈 것인가? 파트 2

댓글 0 | 조회 320 | 9일전
11월 14일 2025학년도 수능시험이 치러지고 수시전형은 11월 현재 진행중이며 내년 1월 정시전형을 앞두고 있다.2025학년도는 그 어느때보다도 많은 변화가 … 더보기

나는 이런 사람이 좋다

댓글 0 | 조회 340 | 2024.11.06
시인 헨리 나우헨그리우면 그립다고말할 줄 아는 사람이 좋고불가능 속에서도한줄기 빛을 보기 위해애쓰는 사람이 좋고다른 사람을 위해호탕하게 웃어 줄 수 있는 사람이 … 더보기

작가 한강의 노고를 기리며

댓글 0 | 조회 367 | 2024.11.06
▲ 한강 작가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이 가지는 가장 중요한 의의는 훌륭한 번역을 통해 세계의 독자들이 비로소 한국문학이라는 두꺼운 책의 한 … 더보기

받아 적고 읽어 주고

댓글 0 | 조회 167 | 2024.11.06
나는 타자(打字)가 서툴고 느리다. 재주가 없는 모양이다. 그런데 이제 타자하는 수고를 벗어나게 되었다. 말하면 그걸 글자로 바꾸어 주고(STT; Speech t… 더보기

달이와 함께 만난 동물 부처들

댓글 0 | 조회 141 | 2024.11.06
안동 봉정사 영산암 응진전 용과 사슴, 영덕 장육사 대웅전 사자와 코끼리사찰 곳곳에서 만나는 동물들은절을 아름답게 하고 이야기를 담는다.아이가 처음 세상을 배울 … 더보기

배고픈 건 참아도 배 아픈 건 못 참는다

댓글 0 | 조회 424 | 2024.11.06
고등학교 때의 일이다. 조회 시간에 교장선생님 훈화 중 “4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다”에 대한 내용이 생각난다. 4촌이 논을 사면 기뻐할 일인데 왜 배가 아파야… 더보기

Panic Attack

댓글 0 | 조회 494 | 2024.11.05
공황발작은 갑작스럽고 강렬한 불안감이 나타나는 정신적 증상입니다. 이 발작은 보통 예기치 않게 발생하며, 몇 분 안에 극심한 공포나 불안이 솟구치는 특징이 있습니… 더보기

New NCEA

댓글 0 | 조회 434 | 2024.11.05
대부분의 학부모님께서 이미 알고계시듯 한국은 세계적으로 손 꼽히는 사교육의 천국입니다. 대형입시학원은 말할것도 없고 입시학원 입학을 위한 또 다른 입시학원, 취업… 더보기

34. 소화기관의 병은 이런 순서로 치료해 보세요

댓글 0 | 조회 323 | 2024.11.05
몸의 각종 부위 중에 피부와 점막들은 손상될 가능성이 많다. 왜냐하면 외부 세계나 외부에서 들어오는 물질을 자주 접하는 신체 기관들이기 때문이다. 다행이도, 손상… 더보기

아플수록 마음관리를 잘 해야

댓글 0 | 조회 235 | 2024.11.05
장영희 교수님을 아시나요? 제가 이 분 글을 인용하면서 참 좋아했는데 얼마 전 신문을 보니까 휠체어에 탄 모습으로 환하게 사진을 찍었더군요. 열두 번 예정된 항암… 더보기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

댓글 0 | 조회 883 | 2024.11.02
한국인 232만명이 고혈압(高血壓), 당뇨병(糖尿病), 고지혈증(高脂血症)을 모두 앓고 있는 복합 만성질환자이다. 이 세 가지 질병은 동시다발적으로 생기며, 나이… 더보기

한국의대 입시 어디로 갈 것인가? 파트1

댓글 0 | 조회 493 | 2024.10.31
대한민국은 4대 개혁 의료개혁, 연금개혁, 노동개혁 그리고 교육개혁을 추진하고 있다.그 중 의료개혁을 추진하며 2024년 2월 초 20여년동안 정원 변화 없이 한… 더보기

33. 음식, 식습관, 장건강, 심성 그리고 영성의 축

댓글 0 | 조회 409 | 2024.10.30
지금까지 무엇을 어떻게 먹는가가 장건강을 지배하고, 장건강은 뇌에 바로 영향을 준다고 말해 왔다. 그리고 음식, 식습관, 장건강, 심성 그리고 영성이 하나의 축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