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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에서 투자이민법이 발효되자 1989년부터 한국에서 이민 유입이 활발해지고 이어서 일반이민법이 발효되면서 1992년부터 본격적으로 한인 사회가 성장물결을 타기 시작했다. 그 때 까지는 취업, 국제결혼, 입양 등의 목적으로 소수의 한국인들이 뉴질랜드에 거주하고 있을 뿐이었다. 이러한 근거에서 한인들의 뉴질랜드 이민 역사가 34년에 이른다고 볼 수 있다. 2018년 통계에 의하면 35,664명(남 16,731명, 여 18,933명)의 한국인이 뉴질랜드에 거주하고 있으며 평균 연령은 33.2세 이다. 여기에는 조사 당시 뉴질랜드에 있는 관광객, 유학생, 방문객 등이 포함됨으로 실제 영주권자, 시민권자의 수는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본다.
이민, 재 이민, 역 이민, 역역 이민에 대한 말이 대두되는 것도 뉴질랜드 이민 역사가 그만큼 흘렀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이민 사회가 성숙되어 가는 과정을 이주(Migration) - 정착(Settlement) - 적응(Adaptation) - 문화변용(Acculturation) - 동화(Assimilation)의 5단계로 설명할 수 있다. 개인차가 있어 일괄적으로 표현할 수는 없지만 뉴질랜드 이민사회도 이제 문화변용의 단계에 와 있다고 본다. 2세대들은 현지 적응-문화변용의 단계가 자연스럽게 전개될 것이나 1세대들은 많은 기간이 소요되었다. 동화의 단계는 오랜 시간을 거치면서 서서히 진행될 것이다. 초창기에 부모 따라 이민 온 1.5세대들은 이제 35세-45세로 성장했을 것이고 2세대들도 1세-33세까지 분포되어 있을 것이다. 여기서 1.5세대에 대한 범위는 한국에서 중 3을 마치기 전에 뉴질랜드에 와서 학업을 계속한 경우로 본다. 따라서 중 3을 수료하고 이민 온 경우는 1세대로 간주하는 것이다. 여기서 태어나 자랐을 땐 물론 2세대이다.
이민 동기를 물어볼 때 대개는 자식 교육을 위해서 라고 대답한다. 자식을 위해서 모든 것을 버리고 한국을 떠났는데 그 자식들이 성장해서 부모 곁을 떠날 나이가 되었고 뉴질랜드나 호주에 정착 하던가 한국으로 돌아가 정착하기도 하고 미국, 영국 등 제3국으로 진출해서 포부를 펼쳐나가기도 한다. 그동안에 1세대들은 이곳 실정에 맞는 학업을 다시 시작하여 취업하기도 하고 직업 전선에 뛰어 들어 생활을 개착하기도 하였다. 일부는 호주나 미국, 캐나다 등으로 재 이민을 가기도 했다. 이런 과정에서 1990년대에 나이 35세가 넘어 이민 온 1세대들은 이미 65세 정년 나이가 되어 연금을 타고 있는 대상이 되었다.
뉴질랜드보다 이민 연륜이 깊은 미국의 경우 역 이민 이라는 화두가 1980년부터 대두되기 시작했다. 직장인이 일 년 월급을 모아야 미국 가는 항공료가 충당되던 시절 당시 미국으로 가는 기술 이민의 바람을 타고 멀고도 험한 길을 떠났다. 정착 자금을 제대로 준비할 사정이 안 되었기에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부부 간에 취업 전선에 뛰어 들어 남자는 건설 현장 등 막노동을 하거나 여자는 봉제 공장에서 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나이 먹어 이민 생활이 지겹게도 느껴지고 떠나온 고국이 그리워 질 무렵 한국으로 역 이민을 생각하게 된다.
한국에 와보니 과거의 모습은 볼 수 없고 모든 것이 엄청나게 변했고 발전했고 호화로워 보인다. 한국의 1년은 미국의 10년이란 말이 실감 난다. 미국에서 눈코 뜰 사이도 없이 30년을 살아오는 동안 한국은 300년이나 변한 것 같았다. 한국에 역 이민 와 살아보니 모든 것이 달라졌다. 산천도 많이 변했을 뿐더러 인심도 전과 같지 않다. 국민소득이 100배로 증가했다지만 삶은 더 팍팍해지고 배려심도 없으며 형제간에도 의절하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미국에서 살다 다시 돌아온 역 이민자한테 살갑게 대할 여유가 있겠는가? 노년의 나이에 이주를 하는 것은 새로 적응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그래도 세계 최강국이요 30년 이상 고락을 같이했던 미국이 더 편안할 것이란 생각이 들어 다시 미국으로의 역 이민을 감행하는 것이다.
뉴질랜드 한인 사회도 미국 이민 사회를 답습할 게제에 와 있는 것 같다. 1세대들은 이제 노년이 되어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강해지고 한국에서 여생을 편히 보내고자 역 이민을 감행한다. 그러나 막상 한국에 가서 생활 터전을 가꾸어보려고 하지만 역시 한국의 사정도 만만치가 않음을 경험하게 된다. 뉴질랜드에서의 생활에 더 익숙해져서 한국에서의 생활이 불편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님을 실감하게 된다. 그래서 다시 뉴질랜드로 이삿짐을 싸고 뉴질랜드에 도착해서 재정착을 해 보는데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는 게 낫겠다는 판단이 선다. 그래서 다시 이삿짐을 싸고…… 어떤 교민은 그렇게 역 이민 이삿짐을 일곱 번 반복했더니 몸과 마음, 가정 경제가 바닥이 났다고 한다.
자녀들이 있는 곳에 가까이 살고 싶다는 욕망은 누구에게나 공통된 심정일 것이다. 그러나 막연히 외로워서 친구나 친척을 찾아 역 이민을 택한다면 후회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노인 인구가 20%를 초과해 초 고령사회의 민낯을 들어 내놓고 있는 현실인데 새로 유입되는 노년 인구를 반가워 할 처지가 못 된다. 이민 가서 벌어온 돈을 친지들에게 베풀어 가며 생활하겠다면 모를 일이다. 언어가 다르고 문화가 다르며 인종이 다른 뉴질랜드에 와서 살다가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누구나 할 수도 있다. 늙어서는 혼자가 편하다는데 자연환경이 좋고 사회보장이 합리적으로 잘 되어 있고 갈등으로부터 자유로운 뉴질랜드가 여생을 보내기에 더 낳을 수도 있다. 다만 적극적으로 뉴질랜드에서 유리한 일과 취미, 여가 선용, 사회활동 등을 개발하여 더불어 즐기며 살아가는 생활 창조 형 노년기를 맞이하겠다는 행동 양식이 요청된다고 하겠다.
“이 세상 어디에도 천국은 없다. 이 세상 어디에도 천국은 있다. 지금 살고 있는 세상을 천국으로 만들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