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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
벼 이삭 스치며 논두렁 걸을 때
놀라 날아가는 메뚜기가 있었으면
가지 끝 까치밥 홍시에 앉은 새를
오랫동안 바라 볼 수 있다면
콩대 싣고 오는 소 달구지에 앉은
노부부에게 인사할 수 있다면
천둥소리에 놀란 새끼염소를
어미 대신 안아 줘 봤으면
저문 저녁 뚝방길 코스모스에
기운 잃은 여름잠자리가 앉아 있었으면
눅눅한 땔감으로 방 뎁히는 부엌에서
콜록 연기기침 소리가 들렸으면
널어 말리는 무말랭이 위를
게으른 걸음의 고양이가 밟고 지나갔으면
볕 좋은 마당에서 도리깨질에
콩알이 사방으로 흩어지는 걸 보았으면
밤사이 첫서리 맞은 배추에
배추 맛 들었겠다 칭찬하며 밭고랑을 걸어봤으면
하루 해가 반쯤 걸린 저녁인데
아직 발길 재촉하지 않은
몇몇 농부들이 저 멀리 있어
가을도 제 자리에 멈추어 섰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