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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쉼보르스카
용솟음치는 말로 표현하고 싶었다
있는 그대로, 생생하게,
사전에서 훔쳐 일상적인 말을 골랐다
열심히 고민하고, 따져보고, 헤아려 보지만
어느 것도 마땅찮다
가장 용감한 말은 여전히 비겁하고
가장 비루한 말은 너무나 거룩하다
가장 잔인한 말은 턱없이 자비롭고
가장 적대적인 말은 너무나 친근하다
화산 같아야 한다
격렬하게 솟구쳐야 한다
무서운 신의 분노처럼
피끓는 증오처럼
찾는다, 한마디로 싸잡을 말을
피가 흥건한 고문실의 벽돌벽
내 안의 무덤들이 똬리를 틀지언정
솔찍하게 말하고 싶다
그들이 누구였는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지금 여기 쓰인 말
터무니 없이 부족하다
우리의 말은 물렁물렁하다
엄살에 불과하다
혼신의 힘을 모아 찾는다
찾을 수가 없다
찾을 수가
■ 오클랜드문학회
오클랜드문학회는 시, 소설, 수필 등 순수문학을 사랑하는 동호인 모임으로 회원간의 글쓰기 나눔과 격려를 통해 문학적 역량을 높이는데 뜻을 두고 있습니다. 문학을 사랑하는 분들의 많은 참여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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