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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 번쯤 오랫동안 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가 움직일 때 저릿한 느낌을 받은 적이 있을 것이다. 이 ‘저리다’는 느낌은 개인에 따라 저리다, 쑤시다, 감각이 없다 등 여러 가지로 표현되는데, 한의학에서는 이런 손발 저림을 비증이라고 한다. 비증은 단지 저리기만 한 것이 아니라 무거우면서 아프고 찌릿찌릿한 지각장애를 모두 일컫는다.
저리는 증세는 당뇨병성 신경염이나,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들에게 흔한 알코올성 신경염을 앓는 환자들에게 많이 나타난다. 때로는 저린 동시에 마비가 오기도 하는데, 이것은 지각신경과 운동신경 모두에 장애가 오기 때문이며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중풍이다. 그리고 경추나 요추질환에 의해 팔 다리로 가는 신경통로에 장애가 생겨 저린 증세가 나타나기도 한다. 이러한 여러 가지 원인들이 있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것이 정확한 진단이다.
한의학에서는 풍(風) 한(寒), 습(濕)의 세 가지 기운이 섞이고 합해져서 비증이 생기며, 이 세 가지 기운이 많고 적음에 따라 통증이 다르게 나타난다고 본다.
예를 들어 풍의 기운이 더 많으면 행비(行痺) 라고 하여 아픈 곳이 여기저기 자리를 옮기면서 나타나고, 차가운 기운이 더 많으면 통비(痛痺) 라고 하여 저리면서 심한 통증이 나타난다. 또 습한 기운이 더 많으면 착비(着痺) 라고 하여 아픈 통증이 한 곳에 모이는 경향이 있는 데, 보통 비가 오려고 할 때 아픈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대기에 뭉쳐 있는 습한 기운이 우리 몸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런 증세가 나타난다.
이런 비증을 서양의학에서 보는 질병과 비교해 보면 류머티스성 관절염, 신경염, 신경통과 비슷하다. 아픔이나 저린 증세처럼 신경증세를 나타내는 질병은 모두 비증에 해당한다.
한의학에서 비증 치료는 풍, 한, 습의 많고 적은 기운을 조절하여 풀어주는 데 중점을 둔다. 우선 질병 초기에는 이런 나쁜 기운을 발산시키거나 아래로 내려 몸 밖으로 배출시키는 것이 우선이다.
초기 치료가 되지 않아서 비증을 오래 앓다 보면 우리 몸의 경락에 기와 혈이 울체 되어 영양 장애에 빠지게 되는데, 그 결과 피부의 감각이 없어지고 근육이 야위며, 관절이 굳어져서 몸을 구부렸다 폈다 할 수 없어 신경 마비가 생길 수 있다. 이럴 때는 몸을 따뜻하게 해주고 근육과 관절에 활력을 주는 치료를 한다.
결국 손발이 저린 증세는 병의 경중과 완급을 따지고 전반적인 건강상태까지 고려하여 치료하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다.
그리고 주의해야 할 것은 정확한 진단 없이 무조건 침부터 맞고 보자는 식은 위험하다. 침치료를 장기적으로 하다 보면 그로 인해 기력이 약화될 수 있고, 또한 통증이 다소간 경감되었다고 안심하다가 오히려 조기 진단이 꼭 필요한 질병들을 놓쳐서 결국 병을 더 키우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는 것을 있지 않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