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해’ 2023년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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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해’ 2023년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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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일(현지시각)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상공에서 이스라엘군이 쏜 조명탄이 빛나고 있다. AFP 연합뉴스


2023년이 이제 저물어간다. 2023년은 깊어져 가는 경기침체의 해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현대사에서 보기 드문 ‘전쟁의 해’였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더해 아제르바이잔에 의한 나고르노카라바흐 지구 점령과 아르메니아계 주민들에 대한 사실상의 인종청소, 그리고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과 그에 뒤따른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침탈과 그 속에서 며칠 동안 죽어간 만명 이상의 민간인…. 여기에 아프리카에서 벌어진 니제르 쿠데타나 수단 내전 등까지 염두에 두면 정말 ‘전쟁의 해’ 이외에 다른 말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이다. 도대체 인류는 왜 이렇게 살육의 광기에 휩싸이게 되었을까?


‘국가들은 왜 전쟁을 하게 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가장 가시적인 답변은 당연히 ‘경제’일 것이다. 특히 공황이나 경제위기, 경기침체 국면에서 전쟁에 의한 ‘특수’는 이윤율 저하 경향을 상쇄한다. 지금 미국 뉴욕 월가에서는 ‘하마스 특수’라는 말이 인구에 회자할 정도로, 미국의 군수업체나 그 업체에 투자하는 금융업계에 이스라엘이 벌이는 전쟁은 반가운 소식이다. 


그런가 하면, 전세계적인 침체와 대조적으로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엄청난 규모의 ‘특수’를 창출해낸 러시아에서는 올해 2.8% 정도의 경제성장률이 예상된단다. 그러나 과연 미국과 러시아만이 살육을 이용해 돈을 벌까? 


2021년 72억달러 정도였던 한국의 방위산업 수출 규모 역시 올해에는 무려 2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의 일부 자본도 ‘전쟁의 해’로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


자본의 이윤율을 높여주는 역할과 함께, 전쟁은 국가들 사이의 비공식적 서열을 매겨주는 계기로 작동하기도 한다. 세계 근현대사를 전체로 놓고 보면, 기존의 패권체계가 쇠락하는 국면에서 대개 약 30~50년에 한번꼴로 주요 열강이 관여하는 전쟁 등 대규모의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그 결과에 따라 열강 사이 질서가 새롭게 짜여왔다. 


예컨대 나폴레옹전쟁(1803~15년)은 영국과 러시아 중심의 양강 구도를 낳았으나 크림전쟁(1853~56년) 결과로 러시아의 위상이 격하되어 영국의 독무대가 펼쳐졌다. 이후 프로이센-프랑스 전쟁(1870~71년)에서 승리한 통일 독일이 패권국가 영국의 대항마로 부상했다가 제1차 세계대전(1914~18년)에서 완패를 당했고, 영국의 패권은 그 우방인 미국으로 승계됐다.


제2차 세계대전(1939~45년) 결과로 미·소 양강 구도가 형성되었지만, 냉전 종식(1989~91년)은 크림전쟁에서의 패배처럼 러시아의 격하와 미국의 독주를 의미했다. 2022년부터 시작된 일련의 새로운 전쟁들은 결국 미국 독무대에 대한 중국과 러시아, 이란 등 여러 주요 비서구 열강의 ‘도전’을 의미한다. 


이 도전의 궁극적 결과에 따라 2020년대 중·후반쯤에는 앞으로 또 30~50년 동안 지속될 주요 강대국 사이의 새로운 질서가 다시 만들어지고 한동안 지속될 것이다.


지금 세계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국제질서 재편 과정은 한반도의 안위와 직결된다. 한반도의 지경학·지정학적 상황은, 전세계의 경향들을 압축해 보여준다. 소련이 냉전에서 미국에 패배를 당했듯이, 북한도 남한과의 경제경쟁에서 완패를 당했다. 단, 그 패배의 폭이 훨씬 더 컸다. 


현재 미국의 명목 기준 경제규모는 러시아보다 14배 더 크지만, 남한의 경제규모는 북한보다 55배나 더 크다. 한데 푸틴 시대에 군수공업 발달에 다걸기(올인) 해온 러시아처럼 1990년대 이후 북한 역시 경제적 취약성을 군사부문의 우선적 발달로 상쇄하려고 노력해왔다.



북한의 구매력 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약 1700달러)은 예컨대 짐바브웨나 토고, 말리 등보다 더 적지만, 북한은 미국이나 중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그리고 인도나 이스라엘처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보유하는 나라가 됐다. 


최근 선보인 화성-18형 미사일로 이론상으로는 미국 뉴욕이나 워싱턴까지 타격할 수 있는 무력을 갖추게 됐다. 결국 오늘의 한반도는 극도로 불균형한 지경학·지정학적 지형에 놓이게 됐다. 미국의 지배적인 영향 아래에서 그 주권을 온전하게 행사할 수 없는 남한이라는 ‘불완전한 주권의 부국’은, 비무장지대를 사이에 두고 가난하지만 완전한 주권과 세계 최고급 전략무기를 가진 “세계에서 가장 빈곤한 군사대국” 북한과 대치하고 있다.


본질에서 매우 불안정한 이 구조는, 외부적 충격으로 인해서 언제든지 더 불안해질 수 있다. 외부 충격을 가할 확률이 가장 높은 것은, 바로 한반도 주변에 포진된 소위 ‘4강’들이다.


 ‘4강’ 중에서 미·중·러는 국제질서 재편과 관련된 직간접적 전쟁·대립에 연루되어 있어, 잘못하면 그 영향을 한반도가 크게 받을 수 있다. 가령 대만을 둘러싼 미-중 대립이 무장 대치 내지 무력 갈등의 성격을 띠게 되고 미국의 압력으로 그 상황에 남한까지 관여하게 되면, 남한에 대한 북한의 행동과 관련해 중국이 더는 그 어떤 견제도 하지 않겠다고 나설 수 있다. 


반대로 지금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이 미국의 관심을 분산시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수행을 훨씬 더 수월하게 해준 것처럼, 대만을 둘러싼 미-중 대립의 경우 남한에 대한 북한의 적극적 행동은 미국의 역량을 분산시킴으로써 중국 쪽에 이롭게 작용할 수 있다. 한데 남한에는 한반도에서의 그 어떤 군사적 행동도 최악의 시나리오에 속한다.


이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는 일을 막기 위해 우리는 최대한 평화지향적 균형외교에 나서서 방지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남·북한 사이 교류와 경제협력을 재개하는 것이다. 무력 갈등으로 잃을 경제적 이익이 있다면 그 갈등이 일어날 확률은 줄어든다. 


그리고 한-중, 한-러 관계에서 미국의 의향을 그대로 따르는 대미 맹종의 태도도 버려야 한다. 어느 때보다도 오늘과 같은 전쟁과 국제질서 재편의 시대에 무조건적 대미 맹종은 바로 파멸의 길이다.


* 출처 : 한겨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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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 노자

오슬로대학교수, 한국학자, 칼럼니스트

소련의 레닌그라드(현재의 상트페데르부르크)에서 태어나 자랐고, 본명은‘블라디미르 티호노프’다. 2001년 귀화하여 한국인이 되었다. 레닌그라드 대학 극동사학과에서 조선사를 전공했고, 모스크바 대학에서 고대 가야사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에서 한국학과 동아시아학을 가르치고 있다.

한국 사회에 대한 비판적인 칼럼들을 묶은『당신들의 대한민국』 으로 주목받았으며,『주식회사 대한민국』『비굴의 시대』『당신을 위한 국가는 없다』『전환의 시대』등은 이 연장선상의 저작이다.『거꾸로 보는 고대사』『우리가 몰랐던 동아시아』『우승열패의 신화』『러시아 혁명사 강의』등을 통해 역사 연구자로서의 작업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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