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문화어와 한류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명사칼럼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Danielle Park
김도형
Timothy Cho
강승민
크리스틴 강
들 풀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보문
멜리사 리
Jessica Phuang
휴람
박기태
채수연
독자기고
EduExperts
이주연
Richard Matson
수필기행

평양문화어와 한류

0 개 730 조기조

북에서 한때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모르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던 모양이다. 몇 년 전에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이라고 있었다. 패러글라이딩을 하다가 아무리 돌풍이라도 북으로 날아갈 정도로 높은 산이 없으니 사실일 수 없는 일이지만 보다가 보면 북한을 오해할 만하다. 남남북녀의 주인공이 아닌 남녀북남의 사랑이야기다. 세트로 꾸민 북한의 전방 초소 중대장이 사는 관사 주변의 모습과 아낙들이 쓰는 말이 북한 말일까 싶다. 억센 함경도 사투리는 알아듣기 어렵지만 TV에 나오는 북한 아나운서의 말투는 그리 달라 보이지 않는다. 이것이 평양문화어인가?


남북의 합의로 이제 남에서 북으로 풍선을 날리지 않으니 해외에 파견된 외교관과 수십만의 외화벌이 일꾼 등을 통해 남한 정보가 북한에 유입되는 모양이다. 북한을 이탈해 남한에 사는 사람들은 북한 주민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기 위하여 USB나 CD, 라디오 등을 담은 커다란 풍선을 북으로 날려 보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하면 북한의 주민들에게 남한의 문화와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까? 휴대전화가 500만대를 넘었고 컴퓨터 사용자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북한의 ‘MZ 세대’는 해외 정보와 남한 문화에 어떻게든 접근하고 있다. 남한의 말과 다른 평양문화어는 “아저씨”를 “아버님”, “오빠”를 “형님”, “여보”를 “반려자”로 부르며 주체사상을 반영한 어휘와 표현이 많다. 그런데 사랑하는 남자를 “오빠”라고 부르고 ‘최고 존엄’ 말고도 아무개 이름 뒤에 ‘님’자를 예사로 붙여 부르는 ‘썩어빠진(?)’ 남한식의 표현이 널리 퍼지자 이런 현상이 북한의 세습 독재 체제를 밑으로부터 붕괴시키는 강력한 위협 요소라고 본 것이다. 



“평양문화어보호법”에서 “평양문화어는 우리의 고유한 민족어를 현시대의 요구에 맞게 발전시킨 가장 순수하고 우수한 언어로서 우리나라 국어인 조선어의 기준이다. 괴뢰말은 어휘, 문법, 억양 등이 서양화, 일본화, 한자화되여 조선어의 근본을 완전히 상실한 잡탕말로서 세상에 없는 너절하고 역스러운 쓰레기말”이라고 한다. 우리도 북한 정권을 괴뢰(傀儡)라고 하고 북한의 군대를 괴뢰군(傀儡軍)이라고 불렀다. 괴뢰란 허수아비와 꼭두각시를 말한다. 주체성이 없어 주위에 휘둘리는 존재라는 것이다. 괴뢰면견사단(傀儡面牽絲斷)이란 말이 있다. 끈 떨어진 꼭두각시란 뜻으로 믿고 의지하던 것을 잃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뜻의 속담이다.


“평양문화어보호법”은 “세관을 비롯한 국경검사기관과 국경경비부문, 해당 기관은 인원과 물품, 화물, 운수수단에 대한 검사를 엄격히 하고 경비근무를 강화하여 괴뢰말 또는 괴뢰서체로 표기된 물건짝들이 우리 경내에 새여들어오지 못하게 하여야 한다.”고 하며 “해당 법기관과 기관, 기업소, 단체는 공중감시 및 수색을 강화하여 괴뢰들이 들여보낸 삐라와 더러운 물건짝들을 모조리 찾아내며 그 취급처리를 바로하여 적지물을 통한 괴뢰말의 류입을 차단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지도, 감독, 감시, 통제, 처벌 이외에도 기술적인 방책으로 “기관, 기업소, 단체와 공민은 손전화기, 콤퓨터, 봉사기에 국가적으로 지정된 ‘괴뢰말투제거용프로그람’을 의무적으로 설치하여야 한다.”고 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인터넷 검열이다.


남북의 합의로 1992년 2월 19일 평양에서 열린 “제6차 남북고위급회담”에서 발효된 “남북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 제16조는 “남과 북은 과학. 기술, 교육, 문학. 예술, 보건, 체육, 환경과 신문, 라디오, 텔레비전 및 출판물을 비롯한 출판. 보도 등 여러 분야에서 교류와 협력을 실시한다.”고 되어 있다. 그간 문화사절단이 왕래한 적이 있다. 북의 응원단이 남측에 왔다간 적도 있다. 그건 김정일 때의 일이다. 남측에 대해 자신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죽음을 무릅쓰고 북한을 이탈한 사람들이 많다. 


Madeleine Gavin이 감독한 영화 “비욘드 유토피아”는 2023년 “선댄스 영화제”에 출품한 미국 다큐멘터리 영화다. 이 작품은 2000년부터 1,000명이 넘는 탈북자를 구출한 한국의 인권운동가이자 갈렙선교회를 운영하는 김승은 목사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북한에 남겨 두고 온 젊은 아들을 어떻게든 남한으로 데리고 오려는 어머니와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어 탈출하려는 한 가족이 중국 국경에서 만나 태국에 도착할 때까지 함께하는 김승은 목사의 헌신적인 장면들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왜 이렇게 목숨을 걸고 탈출을 하려는 것일까? 이런 사람들이 이들 뿐일까?


모든 국가의 멸망은 내분, 내홍에서 기인한다. 외침보다 자폭인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 북한도 내부 갈등과 불만은 누적되고 있다. 자유도 중요하고 경제적 불만도 무서운 것이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했다. 


남들이 다 가지고 있고 향유하는 문화와 자유가 없다는 것을 알면 국가에 대한 충성심이 사라지게 될 것이다. 이를 우려해선지 2020년 12월에 북한 당국이 한류 등 모든 외부문화, 종교, 자본주의적 생활방식 등 북한 당국의 규범에 맞지 않는 행동, 사실상 김정은의 권력 유지에 방해가 되는 요소를 뿌리 뽑기 위해 “반동사상배격법”을 만들었고 2021년 9월에는 “청년교양보장법”도 만들었다. 인민들이 남한의 문화에 물들어 이대로 두면 돌이킬 수 없는 지경이 될 것이라고 놀란 것 같다. 세계적으로 번지는 한류를 차단하기 위하여 바로 작년에 “평양문화어보호법”을 만든 것이다. 이 법에서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검열하고 단속과 강력한 처벌을 하게 한다. 북한의 프로그램으로 브라우저와 앱을 만들고 외국의 것은 차단하는 정보기술로 막아보겠다는 것이다. 법으로 자유를 얼마나 막을 수 있을까? 물이 배를 띄우지만 뒤집어엎기도 한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겠다.


c6f41c41e4435f6d71b571a69ab6fda1_1707856287_0481.jpg
 

■ 조 기조(曺基祚 Kijo Cho)


. 경남대학교 30여년 교수직, 현 명예교수 

. Korean Times of Utah에서 오래도록 번역, 칼럼 기고 

. 최근 ‘스마트폰 100배 활용하기’출간 (공저) 

. 현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비상근 이사장으로 봉사 

. kjcho@uok.ac.kr

청소년 도박 문제와 온라인 게임의 연관성: 팬데믹과 게임 플랫폼의 영향

댓글 0 | 조회 186 | 8일전
최근 시드니 대학교 연구진은 로블록스와 같은 게임에서의 인게임 결제가 어린이들에게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조사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복잡한 가상 화폐 시스템과… 더보기

2. 마우이와 태양을 길들인 이야기

댓글 0 | 조회 107 | 8일전
태초의 뉴질랜드, 이곳은 마오리 전설이 살아 숨 쉬는 땅이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용감하고 영리한 영웅은 반신반인의 존재, ‘마우이(Maui)’ 였다. 마우이는 신… 더보기

전생에 시아버지를 안 모신 업

댓글 0 | 조회 236 | 8일전
제 먼 친척 중에 굉장히 선(善)을 많이 베푼 분이 계셨습니다. 천주교에서 큰 활동을 한 분이셨죠. 그런데 병석에서 3년을 보내고 돌아가셨습니다. 넘어지는 바람에… 더보기

성공적으로 AE워크비자를 옮기려면?

댓글 0 | 조회 318 | 9일전
뉴질랜드에서 합법적인 체류를 위해서는 영주권 비자(뉴질랜드 국적자 제외) 또는 임시체류 비자를 소지해야만 가능합니다. 임시체류 비자의 대표주자인 워크비자(Work… 더보기

IT가 세상을 바꾼다

댓글 0 | 조회 278 | 9일전
40여 년 전 미국을 처음 방문한 이래 20세기 중 몇 차례 방문한 일이 있지만 21세기 들어 25년 만에 개별 방문 차원에서 미국의 샌프란시스코를 돌아보고 몇 … 더보기

누수 피해 보험 청구 어떻게 진행되나요?

댓글 0 | 조회 352 | 9일전
안녕하세요, Nexus Plumbing의 김도형입니다. 저희는 배관 전문 회사지만, 고객님들로부터 집 관련 보험 청구에 대한 문의를 자주 받습니다. 집을 소유하신… 더보기

과거도 미래도 아닌 지금 이 순간 존재하는 행복

댓글 0 | 조회 122 | 9일전
템플스테이 50회 참가자 - 신동천·민혜련 부부퇴직 후 상실감 템플스테이로 극복“햇볕이 쨍쨍해도 좋고, 없어도 괜찮아요. 비가 와도 좋습니다. 있는 그대로 지금 … 더보기

계약법 (contract law) 주요 분쟁

댓글 0 | 조회 235 | 9일전
뉴질랜드 법을 비롯한 “보통법” (common law) 체계에서는 계약법을 상당히 중요하게 다루는 것 같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상업활동을 하다보면 사람 사이에 … 더보기

초개인화 시대, 우리의 아이들은 어디로 가는가

댓글 0 | 조회 197 | 9일전
우리는 지금 초개인화(Hyper-Personalization)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개인화라는 개념은 영화를 볼 때 각자 취향에 맞는… 더보기

벙커에서 배우는 인생의 탈출법

댓글 0 | 조회 159 | 9일전
골프를 하다 보면 한 번쯤 벙커에 빠진 경험이 있을 것이다. 페어웨이를 잘 따라가다가도 작은 실수 하나로 모래 속에 공이 파묻혀 버린다. 벙커는 단순한 장애물이 … 더보기

뉴질랜드의대 정원확대! 합격 전략은?

댓글 0 | 조회 460 | 9일전
올해도 오클랜드 대학교 또는 오타고 대학교에 진학하여 뉴질랜드 의대를 도전하는 학생들에게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그것은 바로 뉴질랜드 의대 정원이 다시 한번 확대… 더보기

전기차(EV)와 내연기관차의 유지보수 차이, 하이브리드 차량 관리법

댓글 0 | 조회 401 | 9일전
최근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EV)와 하이브리드 차량의 점유율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기존 내연기관 차량과의 유지보수 차이, 전기차의 배터리 관리… 더보기

지지익선(知知益善)

댓글 0 | 조회 100 | 9일전
분신처럼 함께하는 스마트폰 없이 살아갈 수 있겠는가? 새로운 동반자가 된 스마트폰도 컴퓨터다. 입력, 처리, 출력, 저장장치가 있고 컴퓨터와 달리 전원을 공급하는… 더보기

고칼륨혈증과 만성콩팥병

댓글 0 | 조회 183 | 2025.04.04
필자는 다양한 채소와 과일을 좋아하며 즐겨 먹었다. 그러나 최근 세브란스병원에서 혈액검사를 한 결과 혈청 칼륨 농도가 정상치인 3.5-5.5mmol/L를 초과한 … 더보기

드라이버 한 방의 유혹 - 인생도 한 번에 해결될까?

댓글 0 | 조회 183 | 2025.04.04
골프장에서 가장 짜릿한 순간은 티샷을 날릴 때다. 드라이버를 손에 쥐고 300m를 가뿐히 날려보낼 상상을 하는 순간, 우리는 마치 PGA 투어 선수라도 된 듯한 … 더보기

강제적인 시간외 근무

댓글 0 | 조회 966 | 2025.03.26
일반적으로 고용계약서에는 정해진 근무시간이 있습니다. 정해진 근무시간을 초과해서 근무한 경우 고용주는 초과 근무한 시간에 대한 임금만을 지급하면 되며 시간외 근로… 더보기

1. 타네 마후타(Tane Mahuta) – 거대한 생명의 나무

댓글 0 | 조회 398 | 2025.03.26
뉴질랜드의 북섬 깊은 곳, 와이포우아 숲(Waipoua Forest)에는 신비로운 나무가 우뚝 서 있다. ‘숲의 신’이라 불리는 타네 마후타(Tane Mahuta… 더보기

아, 놀라워라,“은퇴 부모 영주권”

댓글 0 | 조회 2,449 | 2025.03.26
고국의 은퇴하신 부모님이 늘 마음에 남는 영주권자 또는 시민권자 신분의 뉴질랜드 자녀라면, 그 분들과 함께 뉴질랜드에서 영구히 거주할 수 있을 방법이 있는지 늘 … 더보기

맑은 차 한잔에 담긴 선의 경지를 엿보다

댓글 0 | 조회 156 | 2025.03.26
<해남 대흥사 일지암>최상의 옥과 같이 맑은 차 한잔, 과연 그 차는 얼마나 특별했기에 한 잔에 겨드랑이에 바람이 일고 선경에 이르렀을까. 달과 구름조… 더보기

아픈 분들을 생각하며

댓글 0 | 조회 302 | 2025.03.26
새벽에 잠이 깨어 일어나 앉았습니다. 어제는 잇몸병이 아닌가 했는데 통증이 잠을 깨우는 것을 보니 충치가 생겼나 봅니다. 가만히 통증을 들여다보며 아픔이 빚어내는… 더보기

법인 파산 (Liquidation) 및 개인파산 (Bankruptcy)

댓글 0 | 조회 580 | 2025.03.25
지난 칼럼에서는 법인 상대로 최후통보를 날리는 statutory demand에 대해서 다루었습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그 이후의 단계인 법인파산, 그리고 그것과 거… 더보기

밥 한 번 먹자

댓글 0 | 조회 333 | 2025.03.25
문밖을 나서기 불편했던 추위가 사그라지니 거리에 발길이 늘었다. 동네 식당에도 활기가 도는 것 같다. 푸성귀가 나오기 시작하니 식당에서도 찬거리 만들기가 쉬울 것… 더보기

찬란한 배신

댓글 0 | 조회 387 | 2025.03.25
<미수(米壽, 88세) 기념작> - 단편소설주말 늦잠을 자던 시연이 눈을 떴다. 고소한 기름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뭘 이렇게 일찍부터 지지고 볶을까?… 더보기

대학 입시를 잘 준비하는 법

댓글 0 | 조회 297 | 2025.03.25
필자는 오는 4월 5일 한국대학 및 호주 뉴질랜드 의약계열 입시 세미나를 준비하고 있다. 매년 4~5회 정도의 세미나를 개최하는데 이번 세미나는 2025년 첫 세… 더보기

여수

댓글 0 | 조회 197 | 2025.03.25
시인 김 명인여수, 이 말이 떨려올 때 생애 전체가한 울림 속으로 이은 줄 잊은 때가 있나만곡진 연안들이 마음의 구봉을 세워그 능선에 엎어놓은 집들과 부두의 가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