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붉은 꽃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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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 붉은 꽃 없다

0 개 364 오클랜드 문학회

시인 이 산하


한 번에 다 필 수도 없겠지만

한 번에 다 붉을 수도 없겠지.

피고 지는 것이 어느 날 문득

득음의 경지에 이른

물방울 속의 먼지처럼

보이다가도 안 보이지.

한 번 붉은 잎들

두 번 붉지 않을 꽃들

너희들은 어찌하여

바라보는 눈의 깊이와

받아들이는 마음의 넓이도 없이

다만 피었으므로 지는가.


제 무늬 고운 줄 모르고

제 빛깔 고유한 줄 모르면

차라리 피지나 말지.

차라리 붉지나 말지.

어쩌자고 깊어가는 먼지의 심연처럼

푸른 상처만 어루만지나.

어쩌자고 뒤돌아볼 힘도 없이

그 먼지의 무늬만 세느냐.



■ 오클랜드문학회
오클랜드문학회는 시, 소설, 수필 등 순수문학을 사랑하는 동호인 모임으로 회원간의 글쓰기 나눔과 격려를 통해 문학적 역량을 높이는데 뜻을 두고 있습니다. 문학을 사랑하는 분들의 많은 참여를 기다립니다. 
문의: 021 1880 850 l aucklandliterary201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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