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동족’은 아니라 해도 적이 될 필요야…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최성길
Danielle Park
김도형
Timothy Cho
강승민
크리스틴 강
들 풀
김수동
멜리사 리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정동희
EduExperts

남북, ‘동족’은 아니라 해도 적이 될 필요야…

0 개 1,056 명사칼럼

a4dae80dab6d51aa26788e42e7451e73_1716960897_8174.png 

▲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지난 14일 신형 지상 대 해상 미사일 ‘바다수리-6’형 검수사격시험을 지도하며 ‘해상 주권’을 무력 행사로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15일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최근 석달 동안 북한 지도자 김정은은 남북관계와 관련된 몇가지 충격적 발언을 해왔다. 이미 지난해 연말 그는 “북남관계는 적대적 두 국가 관계”라며,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통일노선과는 전혀 다르게, 여태까지 북한이 애써 부정해온 “두개의 조선론”을 시인했다. 나아가 지난달에는 북한 민족사에서 “대결광증 속에 동족의식이 거세된 대한민국 족속들과는 민족중흥의 길, 통일의 길을 함께 갈 수 없다”며 “‘통일’ ‘화해’ ‘동족’이라는 개념 자체를 완전히 제거해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대남 관련 업무를 수행해온 각종 기구를 정리했고, 심지어 ‘삼천리 금수강산’ ‘8천만 겨레’처럼 북·남을 동족으로 상정하는 용어들까지 공식적으로 폐기했다. 북한 정권이 처음부터 “국토통일”을 일차적인 국정과제로 삼아온 사실을 상기해보면, 이는 사상이 곧 생명인 북한 사회에서 일종의 ‘사상혁명’에 해당한다. 도대체 이 북한 지도자는 왜 한국과 영구히 ‘헤어질 결심’을 하게 됐고, 앞으로 나라 살림을 어떻게 꾸려나갈 생각일까?


남북 사이 ‘영원한 이별’을 발표한 배경에는 지금껏 남북관계사에서 얻게 된 나름의 쓰라린 경험, 한국 사회 안에서의 사상적 변화, 그리고 향후 세계정세 예측까지 세 요인이 작용했으리라고 본다. 이 세가지 요인들을 하나하나씩 살펴보자.


우선 2000년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6·15 남북공동선언’ 등 햇볕정책은 장밋빛 미래를 약속했지만, 그 경제적 결과물은 초기의 기대에 비해 초라했다. 남한 대기업 가운데 대북 경제협력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현대그룹이 유일했는데, 현대그룹의 금강산관광 사업은 계속 적자 행진이었다. 개성공단의 경우도 대기업들의 참여는 별로 없었다. 개성공단에 입주한 남한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 임금은 한달 약 150달러였다. 이는 북한과 같은 정치적 부담이 없는 방글라데시나 캄보디아보다 다소 높은 편이었다.


장기적인 ‘민족 공동의 경제 만들기’ 전망보다 당장의 단기 수익이 더 중요시되는 신자유주의 시대, 남한 자본의 입장에서 위험 부담은 크고 수익은 제한적인 대북 경제협력은 그렇게 희망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민족” “통일” 같은 단어들이 거창하게 들렸지만, 남북관계 경색이 본격화된 2010년 이미 북한의 대외무역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중국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으며, 둘 사이 격차는 계속 커지는 중이었다. 신자유주의 시대 한국 자본은 지속가능한 남북경협 모델 만들기에 결국 성공하지 못했다. 반면 국가 주도의 중국 자본주의는 북한을 자원 및 상대적 저임금 노동 제공국으로 비교적 순조롭게 그 영향권에 편입시켰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동족의식이 거세된 대한민국 족속”은 꽤 거친 표현이지만, 사실 북한 지도자 처지에서 보자면 한국 관료집단이나 정치권에 화가 날 만도 했다.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대북 경제협력 정책을 이명박·박근혜 정권이 폐기하는 등 남한에서는 정책의 장기적 일관성이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2010년대부터 한국의 강경보수는 점차 뉴라이트 일색이 되어갔다. 뉴라이트들이 보기에 김정은의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의 투쟁 대상이었던 일제는 한반도에 자본주의 문명을 심어준 ‘은인’이고, 시장자본주의와 친미 노선을 거부해온 북한은 ‘절대 악’이다.


뉴라이트 색깔이 강한 현 남한 정권은, 민족영웅 격인 홍범도 장군까지도 공산주의 이력을 들어 낙인찍을 정도로 한치의 이념적 관용도 없다. 한편 대북관이 비교적 온건한 자유주의 정치인들도 미-중 대결이 깊어지는 상황에서는 대개 미국 진영 소속 의식이 확연해지고 행동반경도 좁아진다. 문재인 정권은 초기에 정상회담 등 대북관계 개선에 매우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결국 비핵화 중심의 미국 의제에 눌려 실질적인 협력을 거의 하지 못하고 말았다.


결국 강경 우파가 뉴라이트로 변질하고 자유주의 세력들이 소심해지는, 전체적으로 보수화되는 한국에서는 특히 젊은 층에서 북한이나 통일에 대한 인식 자체가 희미해진다. 지난해 한국여론평판연구소 조사에 의하면 20~30대의 67%가 가장 좋아하는 나라로 미국을 꼽았고, 61%는 통일이 꼭 필요하지 않다고 답했다. 북한에 대한 비호감도는 88%에 달했다. 자본가나 관료뿐만 아니라 이미 자신을 ‘제1세계 부자나라 국민’으로 인식하는 다수 한국인에게 북한 문제는 더는 관심 대상이 아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북한 지도부의 ‘이별 통보’(?)는 충분히 이해되지 않는가?


북한이 남한과 이제 완전히 길을 달리해도 된다고 결심한 배경에는 그렇게 해도 외롭지 않으리라는 계산도 있었을 것이다. 현재 북한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그리고 친이란 세력들이 중동에서 각각 미국 내지 친미 세력들을 상대로 성공적으로 싸우고 있다고 낙관하고, 나아가 중국·러시아·이란 등 유라시아 열강과 미국 등 서방 사이 갈등이 장기화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는 것 같다. 이 장기 갈등에서 북한이 중국·러시아·이란 등과의 관계 속에서 필요한 자본, 투자, 기술, 그리고 관광객들을 충분히 얻을 수 있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그래서 남한과 헤어져도 살림을 꾸려나가는 데에는 큰 문제가 없으리라고 보는 것 같다.


위에서 분석한 것처럼, 충격적으로 들릴 수 있는 김정은의 대남 발언들은 여태까지 남북관계의 흐름에 대한 북한 지도부의 종합적 평가이자, 한국이 없는 북한의 미래를 제시하는 장기적 전략이다. 하지만 이제 남북이 더는 서로 통일을 모색하는 동족이 아니라고 해도 굳이 적이 될 필요는 결코 없다. 김정은이 말한 “적대 관계”는, 일차적으로 한·미·일 군사공조에 모든 것을 걸고 대북 접근을 사실상 포기한 윤석열 정권의 정책을 가리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정책은 결국 언젠가 수정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며, 남한 정권은 대북관계 정상화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좁은 한반도를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는 남과 북은 서로의 차이, 이제 돌이키기 어려운 서로의 이질화를 인정하고 설령 “영구히 헤어졌다” 해도 서로 싸우지 않는 좋은 친구로 지낼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 출처: 한겨레 신문


a4dae80dab6d51aa26788e42e7451e73_1716960969_6369.png
 

■ 박 노자


오슬로대학교수, 한국학자, 칼럼니스트


소련의 레닌그라드(현재의 상트페데르부르크)에서 태어나 자랐고, 본명은 ‘블라디미르 티호노프’다. 2001년 귀화하여 한국인이 되었다. 레닌그라드 대학 극동사학과에서 조선사를 전공했고, 모스크바 대학에서 고대 가야사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에서 한국학과 동아시아학을 가르치고 있다.


한국 사회에 대한 비판적인 칼럼들을 묶은 『당신들의 대한민국』 으로 주목받았으며, 『주식회사 대한민국』 『비굴의 시대』 『당신을 위한 국가는 없다』 『전환의 시대』등은 이 연장선상의 저작이다. 『거꾸로 보는 고대사』 『우리가 몰랐던 동아시아』 『우승열패의 신화』 『러시아 혁명사 강의』 등을 통해 역사 연구자로서의 작업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잊혀져 버린 정의, 그들을 기억하며

댓글 0 | 조회 249 | 1일전
▲ 항일 투쟁과 반독재 투쟁으로 점철된 생애를 담은 자서전 ‘최후의 분대장’의 작가 김학철항일 독립운동가이자 작가였던 고 김학철(1916~2001)의 인생을 다룬… 더보기

축복으로 받아들이는 마음

댓글 0 | 조회 145 | 1일전
언젠가 TV에선 얼굴 없는 사람에 대한 얘기가 나오더군요. 미국에 얼굴 없는 사람이 있답니다. 그런데 아이입니다. 태어난 지 2년 반 쯤 되었는데 얼굴이 없답니다… 더보기

11월의 기도

댓글 0 | 조회 122 | 1일전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주님!올해 겪은 놀란 일을더 여유롭게 견뎌내지 못해부끄럽습니다당신 손 놓치지 않을나를 뽑아 견디게 하셨으니슬펐지만 아름다움이었습니다기차역에서… 더보기

대자유의 맛, 다선일미의 차 명상

댓글 0 | 조회 107 | 1일전
예로부터 스님들은 차를 마시며 수행을 했다. 차가 수행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벽암록』의 저자인 송대 원오 극근(圓悟 克勤:1063~1135) 선사의 다선일미… 더보기

욕실 리노가 망설여지는 이유

댓글 0 | 조회 550 | 2일전
최근 몇 주 동안 잘못된 욕실 설치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계신 고객분들의 연락을 받았습니다. 욕실은 단순히 깨끗하고 예쁘게 마감하는 것을 넘어서서, 안 보이는 곳… 더보기

사랑

댓글 0 | 조회 91 | 2일전
시인 정 호승그대는 내 슬픈 운명의 기쁨내가 기도할 수 없을 때 기도하는 기도내 영혼이 가난할 때 부르는 노래모든 시인들이 죽은 뒤에 다시 쓰는 시모든 애인들이 … 더보기

아오테아로아 (멀고 긴 흰구름의 나라)

댓글 0 | 조회 174 | 2일전
식물 줄기로 얼기설기 엮어 만든 삼각 돛,큰 나무 속을 파내어 만든 통나무 배,긴 나무를 균형지게 본체 좌 우측으로 동여맨 카누에 몸을 싣고,가족과 친지들을 뒤로… 더보기

전하지못한 이야기 ‘해금강’

댓글 0 | 조회 178 | 3일전
지인 j 님께!H 여사와 우리 셋이 모이면 노후의 삶을 어디에서 살면 좋겠냐는 말을 자주 했었지요.서울에서 나고자라 나이먹은 사람들끼리 시골살이를 동경하는 막연한… 더보기

지피지기 백전백승! 뉴질랜드/호주 의대 제대로 도전하기

댓글 0 | 조회 775 | 3일전
의대 열풍이 전 세계적으로 심상치 않은 요즘, 뉴질랜드도 예외가 아니다. 또한 전문직에 대한 직업 안정성과 지속성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면서 의대 치대 약대 등의 … 더보기

고요할 수록 밝아지는 것들

댓글 0 | 조회 157 | 3일전
경남대학교에서 86년부터 18년까지, 33년을 일 하다가 은퇴한 지 6년이 되어간다. 어느 사이 고희(古稀)에 들었고 앞만 보고 가려하는데, 원고 청탁을 받아 잠… 더보기

35. 몸의 진액 부족이 가져다 준 소화 불량과 다양한 문제들

댓글 0 | 조회 443 | 3일전
몸의 모든 신진대사 활동은 물, 더 정확히 말하면 몸의 진액과 관계된다. 그래서 진액이 고갈되면 다양한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다. 이는 기계의 그리스나 윤활류가 부… 더보기

(A2+) 프리미엄 우유가 온다

댓글 0 | 조회 1,303 | 6일전
완전식품(完全食品)이란 인간에게 필요한 영양소를 모두 갖춘 식품을 말한다. 최종적으로 만들어진 요리가 아닌 가공하지 않은 원료 상태로 섭취해도 사람에게 필요한 영… 더보기

한국의대 입시 어디로 갈 것인가? 파트 2

댓글 0 | 조회 318 | 8일전
11월 14일 2025학년도 수능시험이 치러지고 수시전형은 11월 현재 진행중이며 내년 1월 정시전형을 앞두고 있다.2025학년도는 그 어느때보다도 많은 변화가 … 더보기

나는 이런 사람이 좋다

댓글 0 | 조회 337 | 2024.11.06
시인 헨리 나우헨그리우면 그립다고말할 줄 아는 사람이 좋고불가능 속에서도한줄기 빛을 보기 위해애쓰는 사람이 좋고다른 사람을 위해호탕하게 웃어 줄 수 있는 사람이 … 더보기

작가 한강의 노고를 기리며

댓글 0 | 조회 364 | 2024.11.06
▲ 한강 작가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이 가지는 가장 중요한 의의는 훌륭한 번역을 통해 세계의 독자들이 비로소 한국문학이라는 두꺼운 책의 한 … 더보기

받아 적고 읽어 주고

댓글 0 | 조회 165 | 2024.11.06
나는 타자(打字)가 서툴고 느리다. 재주가 없는 모양이다. 그런데 이제 타자하는 수고를 벗어나게 되었다. 말하면 그걸 글자로 바꾸어 주고(STT; Speech t… 더보기

달이와 함께 만난 동물 부처들

댓글 0 | 조회 139 | 2024.11.06
안동 봉정사 영산암 응진전 용과 사슴, 영덕 장육사 대웅전 사자와 코끼리사찰 곳곳에서 만나는 동물들은절을 아름답게 하고 이야기를 담는다.아이가 처음 세상을 배울 … 더보기

배고픈 건 참아도 배 아픈 건 못 참는다

댓글 0 | 조회 423 | 2024.11.06
고등학교 때의 일이다. 조회 시간에 교장선생님 훈화 중 “4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다”에 대한 내용이 생각난다. 4촌이 논을 사면 기뻐할 일인데 왜 배가 아파야… 더보기

Panic Attack

댓글 0 | 조회 493 | 2024.11.05
공황발작은 갑작스럽고 강렬한 불안감이 나타나는 정신적 증상입니다. 이 발작은 보통 예기치 않게 발생하며, 몇 분 안에 극심한 공포나 불안이 솟구치는 특징이 있습니… 더보기

New NCEA

댓글 0 | 조회 431 | 2024.11.05
대부분의 학부모님께서 이미 알고계시듯 한국은 세계적으로 손 꼽히는 사교육의 천국입니다. 대형입시학원은 말할것도 없고 입시학원 입학을 위한 또 다른 입시학원, 취업… 더보기

34. 소화기관의 병은 이런 순서로 치료해 보세요

댓글 0 | 조회 320 | 2024.11.05
몸의 각종 부위 중에 피부와 점막들은 손상될 가능성이 많다. 왜냐하면 외부 세계나 외부에서 들어오는 물질을 자주 접하는 신체 기관들이기 때문이다. 다행이도, 손상… 더보기

아플수록 마음관리를 잘 해야

댓글 0 | 조회 232 | 2024.11.05
장영희 교수님을 아시나요? 제가 이 분 글을 인용하면서 참 좋아했는데 얼마 전 신문을 보니까 휠체어에 탄 모습으로 환하게 사진을 찍었더군요. 열두 번 예정된 항암… 더보기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

댓글 0 | 조회 881 | 2024.11.02
한국인 232만명이 고혈압(高血壓), 당뇨병(糖尿病), 고지혈증(高脂血症)을 모두 앓고 있는 복합 만성질환자이다. 이 세 가지 질병은 동시다발적으로 생기며, 나이… 더보기

한국의대 입시 어디로 갈 것인가? 파트1

댓글 0 | 조회 492 | 2024.10.31
대한민국은 4대 개혁 의료개혁, 연금개혁, 노동개혁 그리고 교육개혁을 추진하고 있다.그 중 의료개혁을 추진하며 2024년 2월 초 20여년동안 정원 변화 없이 한… 더보기

33. 음식, 식습관, 장건강, 심성 그리고 영성의 축

댓글 0 | 조회 408 | 2024.10.30
지금까지 무엇을 어떻게 먹는가가 장건강을 지배하고, 장건강은 뇌에 바로 영향을 준다고 말해 왔다. 그리고 음식, 식습관, 장건강, 심성 그리고 영성이 하나의 축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