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수연 작가의 문학적 복수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최성길
Danielle Park
김도형
Timothy Cho
강승민
크리스틴 강
들 풀
김수동
멜리사 리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정동희
EduExperts

반수연 작가의 문학적 복수

0 개 277 명사칼럼

20b3afac8c653bc3732c1a8a1b8fd41b_1727238402_4937.png
▲ 첫 소설집 ‘통영’을 낸 반수연 작가가 2021년 7월13일 오전 한겨레신문사에서 인터뷰를 하며 책에 서명을 하고 있다.


캐나다에 거주하는 한인 작가 반수연의 단편소설 ‘조각들’(‘문학인’ 2024년 여름호)을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작품은 밴쿠버에 가까스로 뿌리를 내린 이민자 주인공이 이민 생활과 정착 과정에서 겪는 애환과 스산한 마음, 미묘한 인종차별 체험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주인공과 딸 지니를 둘러싼 이민 1세대와 2세대의 세대 차와 문화적 감각의 차이도 이 작품의 인상적인 에피소드다. 소설은 “내가 살고 있는 이곳은 살수록 알 수 없었지만, 그래도 단 하나 안다고 믿었던 건 내 아이였다”는 환상이 산산이 깨지는 장면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작품 끝에 등장하는 “다만 알지 못하는 것들을 위해 공간을 한 뼘쯤 벌려두고 싶었다”는 주인공의 독백은 딸이라는 자신과 가까운 존재는 물론이려니와, 나아가 노숙자나 성소수자 등의 타자에 대한 편견에서 탈피하겠다는 다짐을 상징한다. ‘조각들’ 곳곳에서 한국어로 표현되는 아름다운 문장과 섬세한 마음의 결을 만날 수 있다. 캐나다에서 고단한 이민 생활을 꾸려가면서도 한국문학 책을 꾸준히 읽고, 한국어 문장을 끊임없이 가다듬었기에 가능한 결실이다.


2022년 출간된 반수연 작가의 산문집 ‘나는 바다를 닮아서’에서도 한인 이민자의 애환과 슬픔, 고향 통영의 기억과 정취가 너무나 인상적으로 펼쳐져 있다. 이 책은 그 소중한 문학적 가치가 인정돼 ‘문학나눔’ 도서로 선정됐으며, 전국의 공공도서관에 이미 보급된 상태였다. 하지만 2023년 8월 반수연 작가가 한국 국적이 아니라는 이유로 선정이 철회됐다. 이 결정의 여파에 따라 역시 이미 도서관에 배포돼 있던 반 작가의 첫 창작집 ‘통영’도 동시에 문학나눔 선정이 취소됐다. 누구보다 조국과 고향 통영, 모국어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작가였기에, 이 결정은 반수연 작가에게 커다란 상처가 됐던 것 같다.


최근 급격한 인구 감소에 대처하기 위한 대안의 하나로 해외 한인들의 역이민(귀국)을 유도하는 정책이 회자되곤 한다. 늘 조국을 그리며 이국에서 한국어(문학)의 아름다움을 위해 헌신했던 작가였음에도 불구하고 문학나눔 철회 같은 상처를 겪은 작가에게 과연 조국에 기꺼이 돌아오고 싶은 마음이 아직도 존재할까?


도종환 시인은 이즈음 출간된 시집 ‘정오에서 가장 먼 시간’에서 “여전히 푸르게 다시 살아가는 것 그것이 가장 큰 복수다”라고 읊었다. 반수연 작가는 한국 문화계의 편협한 기준에 의해 자신의 작품이 배제되는 과정을 통과하면서도 ‘조각들’이라는 여전히 아름답고 뜻깊은 작품을 펼쳐 보였다. 이것이야말로 가장 의미 깊은 문학적인 복수가 아닌가.


이제 한국 사회는 세계 곳곳의 해외 한인들을 비롯해, 외국 국적의 다양한 이주민과 유학생을 필요로 한다. 앞으로 태어날 때부터 모어가 한국어가 아니었던 사람들, 즉 한국으로 (역)이민을 온 사람들과 유학생이 쓴 한국어 문학작품이 대폭 늘어나지 않을까.


다행히 최근에 올려진 올해 문학나눔 공지사항을 보니, 자격 조건에 ‘한국 국적’이라는 문구가 빠졌다. 이제 해외 한인 작가가 한국어로 쓴 작품도 전국의 도서관에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반수연이라는 작가가 지닌 문학적 역량도 제도의 뜻깊은 변화를 이끈 요인의 하나일 테다. 하지만 문학나눔 지원 대상 종수의 대폭 축소라는 개악은 어떻게 바뀔 수 있을까? 이런 문화정책의 퇴행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책과 문학을 사랑하는 독자들의 힘이 절실하게 필요하리라.


* 출처: 한겨레신문

■ 권 성우 ㅣ 숙명여대 교수·문학평론가 

20b3afac8c653bc3732c1a8a1b8fd41b_1727238556_7797.png
 

평화, 놀랄 만큼 많이 주는 행복 에너지

댓글 0 | 조회 107 | 15시간전
▲ 이호철통일로문학상 수상자로 한국에 온 북아일랜드 작가 애나 번스. 그는 “평화는 놀라울 정도로 많은 것을 가져다준다”고 말한다.서울 은평구에서 주관하는 이호철… 더보기

욕실 리노베이션 : 쉽지 않은 선택들

댓글 0 | 조회 365 | 15시간전
지난 호에 이어 이번에도 욕실 리노베이션, 즉 바스룸 리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합니다.욕실 리노베이션을 준비할 때,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요?이 질문은 범… 더보기

대설주의보

댓글 0 | 조회 213 | 15시간전
시인 최 승호해일처럼 굽이치는 백색의 산들,제설차 한 대 올리 없는깊은 백색의 골짜기를 메우며굵은 눈발은 휘몰아치고,쬐그마한 숯덩이만 한 게 짧은 날개를 파닥이며… 더보기

차생활로 삶을 향기롭고 기품 있게

댓글 0 | 조회 120 | 15시간전
예로부터 차(茶)는 일상생활에서 신체적인 유익함만을 가져다주는 것뿐만 아니라 정신을 수양하는 도구로 활용되었다. 곧 차(茶)는 단순히 마시는 행위로 끝나는 게 아… 더보기

선택과 집중

댓글 0 | 조회 169 | 22시간전
“인생은 연속되는 선택의 과정이자 그 결정의 총 집합이다”라고 레프 톨스토이(Lev Tolstoy, 1828-1910)는 말했다. 우리는 생애 중 끊임없는 크고 … 더보기

37. 나의 식사 적량은 얼마인가?

댓글 0 | 조회 360 | 23시간전
개인적인 식사 적량은 그 사람의 장건강 상태, 몸을 사용하는 정도, 음식의 종류, 식습관에 따라 개인 차이가 있다. 연령별 또는 체중에 따라 식사량을 일률적으로 … 더보기

병을 이기는 여섯 가지 실천

댓글 0 | 조회 192 | 23시간전
첫째, 마음을 편히 하십시오.둘째, 가능한 모든 세상의 진단방법을 사용하여 유혹의 실체를 확인하십시오.셋째, 가능한 치료방법을 사용하여 치료를 받으십시오.넷째, … 더보기

의대 적성고사 “UCAT” 제대로 알고 준비하기

댓글 0 | 조회 423 | 2일전
뉴질랜드에서 의대를 보유하고 있는 오클랜드 대학교와 오타고 대학교는 의약계열(Clinical Programme) 입시를 위해서는 두 학교 모두 GPA, UCAT,… 더보기

오클랜드 공항

댓글 0 | 조회 939 | 2일전
도시의 외곽에서 살아가는 나로서는, 공항 입구에서 쏟아져 나오는 분주 함들 때문에 어쩌다 고국에서 오는 손님을 마중할라 치면 여간 긴장되는 게 아니다.전광판에 나… 더보기

방학, 자녀와 함께 건강한 게임 습관을 만들어 보세요

댓글 0 | 조회 260 | 2일전
방학이 되면 청소년들이 게임에 몰두하는 시간이 늘어나곤 합니다. 게임은 즐거운 오락 활동이 될 수 있지만, 일부 게임의 설계와 사용 습관은 도박과 유사한 위험 요… 더보기

미안한 일

댓글 0 | 조회 189 | 2일전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여름 지내고 편히 쉬려는 낙엽을 밟고 지난 다닌 일.넓은 방을 가졌지만 더 이상 콩기름 바른 장판 냄새를 잃어버린 일.성스러운 거룩함을 찾다… 더보기

디지털 시대, 메모는 생존의 기술

댓글 0 | 조회 158 | 2일전
메모를 잘하며 살던 한 ‘수첩 공주’가 있었다. 들으면서 바로 요약해 적는 건 어찌보면 대단한 기술이다. 누군가 ‘적자생존(適者生存)’이라고 쓰고 “적는 자가 살… 더보기

보약 한 첩보다 아침식사!

댓글 0 | 조회 666 | 5일전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연령별 아침 결식률(缺食率)은 12-18세 30%, 19-29세 37.4%, 30-49세 24.5%, 50-64세 10.7%, 65세 … 더보기

이런 고등학교는 피하세요

댓글 0 | 조회 1,827 | 6일전
필자가 뉴질랜드에 처음 이민 왔을 1990년대 초만해도 오클랜드 대학의 세계랭킹이 50위권 이내였고 한국은 세계 랭킹 100위권 이내에 드는 대학이 아예 없을 정… 더보기

36. 지방산, 오메가3과 오메가6의 균형이 가져다 주는 좋은 일들

댓글 0 | 조회 760 | 8일전
신체 내의 염증 반응과 관련하여 오메가3와 6의 체내 비율이 큰 역활을 한다. 오메가6의 지방산이 너무 많으면 염증을 잡을 수 없다. 염증은 암의 원인이 되고 노… 더보기

잊혀져 버린 정의, 그들을 기억하며

댓글 0 | 조회 316 | 2024.11.20
▲ 항일 투쟁과 반독재 투쟁으로 점철된 생애를 담은 자서전 ‘최후의 분대장’의 작가 김학철항일 독립운동가이자 작가였던 고 김학철(1916~2001)의 인생을 다룬… 더보기

축복으로 받아들이는 마음

댓글 0 | 조회 192 | 2024.11.20
언젠가 TV에선 얼굴 없는 사람에 대한 얘기가 나오더군요. 미국에 얼굴 없는 사람이 있답니다. 그런데 아이입니다. 태어난 지 2년 반 쯤 되었는데 얼굴이 없답니다… 더보기

11월의 기도

댓글 0 | 조회 181 | 2024.11.20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주님!올해 겪은 놀란 일을더 여유롭게 견뎌내지 못해부끄럽습니다당신 손 놓치지 않을나를 뽑아 견디게 하셨으니슬펐지만 아름다움이었습니다기차역에서… 더보기

대자유의 맛, 다선일미의 차 명상

댓글 0 | 조회 162 | 2024.11.20
예로부터 스님들은 차를 마시며 수행을 했다. 차가 수행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벽암록』의 저자인 송대 원오 극근(圓悟 克勤:1063~1135) 선사의 다선일미… 더보기

욕실 리노가 망설여지는 이유

댓글 0 | 조회 668 | 2024.11.20
최근 몇 주 동안 잘못된 욕실 설치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계신 고객분들의 연락을 받았습니다. 욕실은 단순히 깨끗하고 예쁘게 마감하는 것을 넘어서서, 안 보이는 곳… 더보기

사랑

댓글 0 | 조회 120 | 2024.11.20
시인 정 호승그대는 내 슬픈 운명의 기쁨내가 기도할 수 없을 때 기도하는 기도내 영혼이 가난할 때 부르는 노래모든 시인들이 죽은 뒤에 다시 쓰는 시모든 애인들이 … 더보기

아오테아로아 (멀고 긴 흰구름의 나라)

댓글 0 | 조회 225 | 2024.11.20
식물 줄기로 얼기설기 엮어 만든 삼각 돛,큰 나무 속을 파내어 만든 통나무 배,긴 나무를 균형지게 본체 좌 우측으로 동여맨 카누에 몸을 싣고,가족과 친지들을 뒤로… 더보기

전하지못한 이야기 ‘해금강’

댓글 0 | 조회 211 | 2024.11.19
지인 j 님께!H 여사와 우리 셋이 모이면 노후의 삶을 어디에서 살면 좋겠냐는 말을 자주 했었지요.서울에서 나고자라 나이먹은 사람들끼리 시골살이를 동경하는 막연한… 더보기

지피지기 백전백승! 뉴질랜드/호주 의대 제대로 도전하기

댓글 0 | 조회 839 | 2024.11.19
의대 열풍이 전 세계적으로 심상치 않은 요즘, 뉴질랜드도 예외가 아니다. 또한 전문직에 대한 직업 안정성과 지속성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면서 의대 치대 약대 등의 … 더보기

고요할 수록 밝아지는 것들

댓글 0 | 조회 182 | 2024.11.19
경남대학교에서 86년부터 18년까지, 33년을 일 하다가 은퇴한 지 6년이 되어간다. 어느 사이 고희(古稀)에 들었고 앞만 보고 가려하는데, 원고 청탁을 받아 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