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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박 형권
중랑천에 꽃 피었다는데
꽃구경이나 갈까
대문 앞이 허전하여 치어다보고 내려다보고
어디가 비어 있나 샅샅이 뒤지고서야
아, 자전거가 보이지 않는다
도둑맞았구나
아내의 장바구니를 실어나르고
딸의 심부름을 실어나르고
내 새벽 둔치 길을 실어나른 식구 같은 자전가가 사라지고 없다
아내도 나오고
주인집에서도 나오고
이층 열 식구가 다 나오고
한골목 사람들 모두 나와서 추리하기 시작했다
용의자는 떠오르지 않고
내 속에 잠겨 있던 의심만 떠올랐다
이 골목의 새벽을 뒤지고 다니는 사람은 두말할 필요 없이 분리
수거 할머니!
옆집 목련꽃이 속 보여주는 것마저 의심하며 고물상으로 달렸다
가다가 멈칫!
_아빠, 어디 가세요?
학교 갔다 오는 딸처럼
<우리 슈퍼> 좌판 앞에서 자전거가 나를 부른다
_새벽에 담배 사고 세워놓고 가더니 이제 찾으로 오는 거야?
목련꽃 보기 부끄러워 돌아올 수 없었는데
자전거가 나를 살살 달래가며 집 앞까지 끌어다놓았다
네가 나를 훔쳐갔다
나한테 용서받는 것이 제일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