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 메모는 생존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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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 메모는 생존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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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를 잘하며 살던 한 ‘수첩 공주’가 있었다. 들으면서 바로 요약해 적는 건 어찌보면 대단한 기술이다. 누군가 ‘적자생존(適者生存)’이라고 쓰고 “적는 자가 살아남는다”라고 해석해서 한참을 웃었다.


수업 시간에 기침 소리까지 적는 학생도 있었다. 그렇게 적어 놓고 펼쳐 보긴 할까 싶다. 빤히 보기만 하고 아무것도 적지 않던 학생에게 “안 적고도 기억이 다 되냐?“라고 물으니, 마지못해 스마트폰으로 칠판을 찰칵 찍는 모습이 떠오른다.


오래 전,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에 한 학생이 앞에 앉아 녹음기를 들이대고 나섰다. 약간 부담스러웠지만, 내가 내 강의를 기록해 두지 않은 것이 지금에 와서 보니 아쉽다.


오래 전에, 기억에만 의존해서는 안 되겠다 싶어서 메모를 하기 시작했다. 명함 보다 조금 큰 종이 카드를 가지고 다니며 적어서 모아 두었는데, 자주 그걸 꺼내 보며 기억을 떠올릴 수 있었다. 그런데 정작 가지고 다니던 작은 볼펜을 가끔 잃어버리곤 해 적지 못할 때가 많았다. 그 후론 녹음테이프가 있는 소형 녹음기를 가지고 다녔는데 녹음한 내용을 되돌려 찾는 것이 여간 불편했다. 디지털 녹음기가 나오자 사서 썼는데, 도움이 되기는 했다. 그렇지만 휴대폰 말고 녹음기를 따로 가지고 다니는 것이 또 불편했다.


스마트폰이 나오면서 모든 걸 평정했다. 스마트폰은 짱이다. 수 많은 기능들을 흡수하고 통합시켜 버린 것이다. 전화기는 물론, 사진기, 녹음기, 컴퓨터, 팩스, 반주기, 나침반, 내비, 의료장비 등 점점 더 그 기능을 늘리고 다른 기기들을 흡수하기에 융합과 수렴(收斂; convergence)의 결정체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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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다가 놀라서 꿈을 깨면 해몽이라도 찾아보고 싶다. 그런데 눈을 뜨고 불을 켜는 사이 무슨 꿈이었는지 기억이 사라진다. 어찌 그렇게 빨리, 감쪽같이 사라지는지 모르겠다. 몇 번의 시도 끝에 스마트폰 녹음 앱을 켜 놓고 잔다. 그러면 스마트폰은 대기상태에서 절전 모드로 들어간다. 터치만 하면 바로 녹음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눈을 감고도 할 수 있다. 녹음 말고 STT(음성을 글자로 적어주는 앱)를 하다보면 어쩌다 인식을 못해 인자(印字)가 안 되는 경우가 있어서 실패를 했다. 그러니 녹음이 가장 안전하다.


불시에 떠오르는 생각(실마리, 단서, 증거)을 잡아 두려고 타이핑을 하면 느리고 오타가 잘 난다. 그래서 녹음 외의 다른 방법으로 사진이나 영상을 찍는다. 전자펜을 쓰다가 불편하면 종이에 적고 그것을 사진으로 찍어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스마트폰을 보다가 유용한 정보가 있으면 링크를 잡아 카톡으로 보내거나 화면을 캡처한다. 폰 양쪽의 버튼을 동시에 누르면 화면이 사진으로 저장된다. 손바닥으로 화면을 훑어도 저장할 수 있다.


도서관에서 책을 보다가 이 내용이 꼭 필요하다 싶으면 사진을 찍으면 된다. 그림의 글자를 글로 바꿀 수가 있다. 그런 기능이 있는 번역 앱이 있다. 외국어로 된 책이나 사진 속의 글도 사진을 찍어 번역을 할 수 있다. e-Book을 보면서 마음에 드는 문장을 갈무리 하는 앱도 있다.


잠시 떠올랐을 때 잡아 두지 않으면 다시는 떠오르지 않는 생각이 있다. 이때는 녹음이 제일이다. 눈을 감고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전화라면 통화녹음을 한다. 자동녹음이 되도록 설정할 수도 있다.


이렇게 저장한 파일은 나중에 기억하기 좋은 것으로 이름을 바꾸거나 내용을 검색해서 정리해 둔다. 워드 파일에 옮기거나 ‘에버노트’를 쓸 수도 있다. 수첩을 가지고 다니며 적는 것은 아날로그 방식이다. 디지털 시대에 편의성을 생각하면 효율이 떨어지고 불편할 것이다. 스마트폰의 메모리가 적다면 보조메모리를 사서 끼우거나 클라우드(가상서버)에 약간의 사용료를 내고 저장하면 안전하다. 가입하면 자동으로 연결된다. 손톱만한 보조 메모리 카드는 대용량이지만 비싸지 않아 권장할만 하다. 아주 드물기는 하지만 인식 오류로 저장한 것을 잃을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그래서 스마트폰에 저장된 사진이나 녹음파일, 메모 등은 컴퓨터에 옮겨 두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컴퓨터에 카톡 앱을 깔면 내 스마트폰의 카톡과 똑같이 연동된다. 스마트폰과 컴퓨터에 똑같이 뜨는 것을 동기화(synchronized)라고 하는데, 카톡을 열고 자신에게 간단한 메모를 적어 보내면, 그게 또 한 가지 메모 방법이다. 카톡 아래 입력창에서 +를 누르면 녹음 버튼이 보이는데, 이것을 누르고 메모(생각)를 말로 해서 보내도 좋은 방법이다. 이것이 음성메시지 보내기로, 사진을 보내듯이 음성 파일도 보낼 수 있다.


나는 이렇게 음성 파일 STT로 변환해 스마트폰의 카톡으로 보내고, 나중에 컴퓨터에서 열어 수정, 보완 작업을 한다. 타이핑하는 시간을 아주 줄이는 방법이다. 한 때, 속기는 대단한 기술이었기에 속기사라는 직업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STT가 채록(採錄)을 쉽게 해 주기 때문에 디지털 속기로 바뀐다.


사카토 켄지가 『메모의 기술』을 펴낸 것은 2005년이다. 많은 사람들이 메모를 잘 하도록 설명을 하지만 대부분이 인공지능을 적용한 앱이 나오기 전의 아날로그 방식이다. 2~3년 전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챗GPT나 STT(소리를 듣고 글로 적어주는 앱), TTS(글을 읽어주는 앱) 등이 현저히 발전하고 있다. 메모나 일기, 회의록, 보고서, 수강 등 대부분의 경우에 두루 적용이 가능하다. 요약까지 잘 해준다. 그야말로 일취월장이다.


일정관리 앱으로 ‘캘린더’와 ‘아웃룩’을 쓴다. 가족의 생일이나 제사, 중요한 약속 등을 관리하고 필요하면 공유도 가능하다. 명함관리 앱도 유용하다. 앱으로 노래를 배우거나 시를 암송하는데 녹음한 파일을 반복청취하면 효과가 높다. 그렇게 익혀가는 재미가 있다. 디지털로 저장하고 다시 내 머릿속에 담으면 진정한 내 것이지 않은가?


지식은 기록으로 남고, 기록은 기억을 확장시킨다. 디지털 시대, 메모는 생존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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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 기조(曺基祚 Kijo Cho)

. 경남대학교 30여년 교수직, 현 명예교수 
. Korean Times of Utah에서 오래도록 번역, 칼럼 기고 
. 최근 ‘스마트폰 100배 활용하기’출간 (공저) 
. 현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비상근 이사장으로 봉사 
. kjcho@u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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