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클랜드 공항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최성길
Danielle Park
김도형
Timothy Cho
강승민
크리스틴 강
들 풀
김수동
멜리사 리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정동희
EduExperts

오클랜드 공항

0 개 922 들풀

도시의 외곽에서 살아가는 나로서는, 공항 입구에서 쏟아져 나오는 분주 함들 때문에 어쩌다 고국에서 오는 손님을 마중할라 치면 여간 긴장되는 게 아니다.

전광판에 나타나는 도착 편들을 확인하며 내내 입구를 쳐다보기 란 지루하기 이를 데 없고 가슴 또한 여간 설레지 않는다.

한국을 오고 간 수 십여 번 중, 정시에 떠나는 비행기를 거의 타본 적이 없다 보니 비행기가 늦게 도착되더라도 마음 졸일 일은 나에겐 없다.

다만 긴 줄에 의지해 검색 대를 통과하고 사소한 것 마저도 이 잡듯이 털어내는 세관을 통과하자면 밖에서 기다리는 사람은 거의 체념을 하게 된다.

그 쯤이면 한 사람만을 구별하려 애를 쓰고,

문명이 흘러나오는 물결 속에서 한숨을 쉬다,

터져 나오는 울음 섞인 웃음들 속에

내 자신의 표정관리는 거칠게 뒤섞이는 강 하류의 바닷물처럼 퇴색되어 손님을 맞이하게 된다.


만남,

그 두근거림의 묘함은 이상해서 분주함에서 쏟아져 나오는 신경질적인 요소들이 있을지라도 순식간에 상쇄되어 입구에서 토해지는 각양각색의 흐름들과 함께 사라진다.

오래 전 인근에 사는 교민 집에 한국에서 손님이 온다 하여 모처럼 이른 새벽을 맞은 적이 있었다.

지금과 달리 핸드폰이 없던 시대이기에 공항에 나간 이웃과 한국에서 오는 손님이 서로 만나지 못하면 대신 전화를 받아 주기 위해 간단히 집을 지켜 달라는 부탁이었다.

모처럼 맞은 새벽이고 하여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한 시간 정도 책을 보고 있는데 만나기로 한 10번 출구에 손님들이 나타나지 않는다며 집 주인에게서 근심스레 전화가 왔다.

전화 오면 꼭 공항 출구 10번 앞에 있다고 강조를 하고 전화기에 신경 좀 쓰라는 내용이었다.

간혹 그런 일들이 있으니 차분히 기다려보라며 전화를 끊고 남짓 지났을까.

다급한 부인네의 전화를 받았다.

10번 출구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왜 안 나오는지 모르겠다며 상당히 당황해 하는 것이었다.

지금쯤 이면 벌써 공항 출구를 통과하고도 한참 되었을 시간인데 이상하여 물었다.

계시는 곳이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그곳이냐고, 한국공항에서 처럼 비행기표를 사고 검색대를 통과하여 안으로 들어간 그런 10번 게이트가 아니냐고, 그 곳이면 아직도 공항 안이니 지금 빨리 검색대를 통과해서 출구 밖 10번 문으로 나오라고,

버스와는 다르게 직항으로 날아가는 비행기는 중간에 내릴 곳이 없다.

결국 그 통로를 통해서 나오게 되어 있기에 느지막이 온갖 짐을 들고 쑥스럽게 들어오는 손님을 만날 수 있었다.

그날 저녁 이런저런 한국 이야기를 풀어놓고 작은 선물 보따리를 구경하던 일이 생각나 새삼스럽다.

70줄에 가까운 내 나이대의 시골에서 자란 분들이라면 누구나가 간직한 추억일 테지만 내가 자란 곳이 시골에서도 배를 타고 건너는 섬이였기에 유독 작은 선물보따리라도, 진기한 보물을 살피듯 보고 또 보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많은 날이 지나도 보이는 것이라 곤 멀리 바다를 지나는 기선과 고기잡이 어선들 뿐 도통 새로운 사람들을 접할 기회가 없다 보니 그러했나 보다.

때문에 동네에 새로운 사람이 나타나면 그 날은 대단한 볼거리를 얻는 날이었다.

이집저집 기웃거리며 지나가는 박물장수의 보따리 속에 펼쳐진 지나간 내 어린 시절의 추억들...

초창기 뉴질랜드 이민생활이 바로 그 시절 그때와 비슷했다.

지금이야 발달된 기술 덕에 실시간으로 한국 상황을 듣고 살지만 수십년 전 갓 이민 왔을 때는 그렇지가 않았다.

우리 가족이 살아가는 방법 자체가 고립을 자처해 외롭게 사는 걸 낙으로 여기다 보니 삶의 방법은 제쳐 두고라도, 김치 해먹을 배추가 없어 양배추를 사용했고, 깍두기 담을 무가 없어 아주 단단하고 이상한 서양 무를 사용했다.

생각하다 못해 값이 저렴한 양파김치를 먹으며 두고두고 매워 했던 때도 기억난다.


오래전 한번은 한국에서 오는 길에 피지를 경유해 돌아오는데, 마침 옆 좌석에 커다란 보따리를 좌석 밑에 간직하고 있는 피지교민과 일행이 된 일이 있었다.

누구 한테 들킬 세라 조심스레 간직하는 그 분을 정면으로 대하기가 민망하여 흘끗 바라보는데 허허 웃으며 “그거 비행기 안에서 모은 신문 입니다.” 하는 것이었다.

이유인 즉 그 분이 사는 인근에 피지교민이 약 70가구 사는데 비록 보다 버린 신문이지만 닳아 떨어질 때가지 돌려가며 고국의 소식을 두고두고 추억할 수 있단다.

순간 마음이 허전한 와중에서도 기내에 남은 나머지 신문들을 주섬주섬 모아 와서 알고 지내던 인근 교민에게 선물했다.

그 후 간간히 그 집을 방문할 때마다 소중히 간직된 신문들을 볼 수 있었는데 불과 십년도 지나지 않아 세상이 많이 변했다.

사람들은 야단이다.

마치 신 개척지라도 발견한양, 의기 양양하게 몰려온다.

두고 온 부모형제가 그리울 때면 전화를 걸고,

막상 수화기를 놓으면 너무 멀리 떨어져 산다는 것에 대해,

따지고 보면 추석날 부산 가는 길 보다 더 빨리오는 곳인데, 고국과의 인연은 신문과도 같이 항상 한 템포가 늦게 마무리 된다.

이민이란 과연 무엇인가?

오클랜드 공항에 가보면 그 답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평화, 놀랄 만큼 많이 주는 행복 에너지

댓글 0 | 조회 54 | 3시간전
▲ 이호철통일로문학상 수상자로 한국에 온 북아일랜드 작가 애나 번스. 그는 “평화는 놀라울 정도로 많은 것을 가져다준다”고 말한다.서울 은평구에서 주관하는 이호철… 더보기

욕실 리노베이션 : 쉽지 않은 선택들

댓글 0 | 조회 175 | 3시간전
지난 호에 이어 이번에도 욕실 리노베이션, 즉 바스룸 리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합니다.욕실 리노베이션을 준비할 때,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요?이 질문은 범… 더보기

대설주의보

댓글 0 | 조회 143 | 3시간전
시인 최 승호해일처럼 굽이치는 백색의 산들,제설차 한 대 올리 없는깊은 백색의 골짜기를 메우며굵은 눈발은 휘몰아치고,쬐그마한 숯덩이만 한 게 짧은 날개를 파닥이며… 더보기

차생활로 삶을 향기롭고 기품 있게

댓글 0 | 조회 73 | 4시간전
예로부터 차(茶)는 일상생활에서 신체적인 유익함만을 가져다주는 것뿐만 아니라 정신을 수양하는 도구로 활용되었다. 곧 차(茶)는 단순히 마시는 행위로 끝나는 게 아… 더보기

선택과 집중

댓글 0 | 조회 157 | 11시간전
“인생은 연속되는 선택의 과정이자 그 결정의 총 집합이다”라고 레프 톨스토이(Lev Tolstoy, 1828-1910)는 말했다. 우리는 생애 중 끊임없는 크고 … 더보기

37. 나의 식사 적량은 얼마인가?

댓글 0 | 조회 337 | 11시간전
개인적인 식사 적량은 그 사람의 장건강 상태, 몸을 사용하는 정도, 음식의 종류, 식습관에 따라 개인 차이가 있다. 연령별 또는 체중에 따라 식사량을 일률적으로 … 더보기

병을 이기는 여섯 가지 실천

댓글 0 | 조회 177 | 11시간전
첫째, 마음을 편히 하십시오.둘째, 가능한 모든 세상의 진단방법을 사용하여 유혹의 실체를 확인하십시오.셋째, 가능한 치료방법을 사용하여 치료를 받으십시오.넷째, … 더보기

의대 적성고사 “UCAT” 제대로 알고 준비하기

댓글 0 | 조회 415 | 1일전
뉴질랜드에서 의대를 보유하고 있는 오클랜드 대학교와 오타고 대학교는 의약계열(Clinical Programme) 입시를 위해서는 두 학교 모두 GPA, UCAT,… 더보기

현재 오클랜드 공항

댓글 0 | 조회 923 | 1일전
도시의 외곽에서 살아가는 나로서는, 공항 입구에서 쏟아져 나오는 분주 함들 때문에 어쩌다 고국에서 오는 손님을 마중할라 치면 여간 긴장되는 게 아니다.전광판에 나… 더보기

방학, 자녀와 함께 건강한 게임 습관을 만들어 보세요

댓글 0 | 조회 256 | 1일전
방학이 되면 청소년들이 게임에 몰두하는 시간이 늘어나곤 합니다. 게임은 즐거운 오락 활동이 될 수 있지만, 일부 게임의 설계와 사용 습관은 도박과 유사한 위험 요… 더보기

미안한 일

댓글 0 | 조회 186 | 1일전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여름 지내고 편히 쉬려는 낙엽을 밟고 지난 다닌 일.넓은 방을 가졌지만 더 이상 콩기름 바른 장판 냄새를 잃어버린 일.성스러운 거룩함을 찾다… 더보기

디지털 시대, 메모는 생존의 기술

댓글 0 | 조회 156 | 1일전
메모를 잘하며 살던 한 ‘수첩 공주’가 있었다. 들으면서 바로 요약해 적는 건 어찌보면 대단한 기술이다. 누군가 ‘적자생존(適者生存)’이라고 쓰고 “적는 자가 살… 더보기

보약 한 첩보다 아침식사!

댓글 0 | 조회 659 | 5일전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연령별 아침 결식률(缺食率)은 12-18세 30%, 19-29세 37.4%, 30-49세 24.5%, 50-64세 10.7%, 65세 … 더보기

이런 고등학교는 피하세요

댓글 0 | 조회 1,821 | 5일전
필자가 뉴질랜드에 처음 이민 왔을 1990년대 초만해도 오클랜드 대학의 세계랭킹이 50위권 이내였고 한국은 세계 랭킹 100위권 이내에 드는 대학이 아예 없을 정… 더보기

36. 지방산, 오메가3과 오메가6의 균형이 가져다 주는 좋은 일들

댓글 0 | 조회 755 | 7일전
신체 내의 염증 반응과 관련하여 오메가3와 6의 체내 비율이 큰 역활을 한다. 오메가6의 지방산이 너무 많으면 염증을 잡을 수 없다. 염증은 암의 원인이 되고 노… 더보기

잊혀져 버린 정의, 그들을 기억하며

댓글 0 | 조회 315 | 2024.11.20
▲ 항일 투쟁과 반독재 투쟁으로 점철된 생애를 담은 자서전 ‘최후의 분대장’의 작가 김학철항일 독립운동가이자 작가였던 고 김학철(1916~2001)의 인생을 다룬… 더보기

축복으로 받아들이는 마음

댓글 0 | 조회 191 | 2024.11.20
언젠가 TV에선 얼굴 없는 사람에 대한 얘기가 나오더군요. 미국에 얼굴 없는 사람이 있답니다. 그런데 아이입니다. 태어난 지 2년 반 쯤 되었는데 얼굴이 없답니다… 더보기

11월의 기도

댓글 0 | 조회 181 | 2024.11.20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주님!올해 겪은 놀란 일을더 여유롭게 견뎌내지 못해부끄럽습니다당신 손 놓치지 않을나를 뽑아 견디게 하셨으니슬펐지만 아름다움이었습니다기차역에서… 더보기

대자유의 맛, 다선일미의 차 명상

댓글 0 | 조회 161 | 2024.11.20
예로부터 스님들은 차를 마시며 수행을 했다. 차가 수행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벽암록』의 저자인 송대 원오 극근(圓悟 克勤:1063~1135) 선사의 다선일미… 더보기

욕실 리노가 망설여지는 이유

댓글 0 | 조회 666 | 2024.11.20
최근 몇 주 동안 잘못된 욕실 설치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계신 고객분들의 연락을 받았습니다. 욕실은 단순히 깨끗하고 예쁘게 마감하는 것을 넘어서서, 안 보이는 곳… 더보기

사랑

댓글 0 | 조회 118 | 2024.11.20
시인 정 호승그대는 내 슬픈 운명의 기쁨내가 기도할 수 없을 때 기도하는 기도내 영혼이 가난할 때 부르는 노래모든 시인들이 죽은 뒤에 다시 쓰는 시모든 애인들이 … 더보기

아오테아로아 (멀고 긴 흰구름의 나라)

댓글 0 | 조회 223 | 2024.11.20
식물 줄기로 얼기설기 엮어 만든 삼각 돛,큰 나무 속을 파내어 만든 통나무 배,긴 나무를 균형지게 본체 좌 우측으로 동여맨 카누에 몸을 싣고,가족과 친지들을 뒤로… 더보기

전하지못한 이야기 ‘해금강’

댓글 0 | 조회 211 | 2024.11.19
지인 j 님께!H 여사와 우리 셋이 모이면 노후의 삶을 어디에서 살면 좋겠냐는 말을 자주 했었지요.서울에서 나고자라 나이먹은 사람들끼리 시골살이를 동경하는 막연한… 더보기

지피지기 백전백승! 뉴질랜드/호주 의대 제대로 도전하기

댓글 0 | 조회 838 | 2024.11.19
의대 열풍이 전 세계적으로 심상치 않은 요즘, 뉴질랜드도 예외가 아니다. 또한 전문직에 대한 직업 안정성과 지속성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면서 의대 치대 약대 등의 … 더보기

고요할 수록 밝아지는 것들

댓글 0 | 조회 180 | 2024.11.19
경남대학교에서 86년부터 18년까지, 33년을 일 하다가 은퇴한 지 6년이 되어간다. 어느 사이 고희(古稀)에 들었고 앞만 보고 가려하는데, 원고 청탁을 받아 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