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과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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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과 집중

0 개 166 한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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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연속되는 선택의 과정이자 그 결정의 총 집합이다”라고 레프 톨스토이(Lev Tolstoy, 1828-1910)는 말했다. 우리는 생애 중 끊임없는 크고 작은 선택의 기로에 직면하게 되고 그 선택의 방향에 따라 우리의 인생이 좌우되는 운명에 처하게 된다. 어느 전자제품 광고에서는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라고 선전했다. 가장 중요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는 배우자의 선택은 평생을 좌우할 수 있고 해외로의 이민은 반평생을 좌우하는 결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심사숙고해서 내린 선택이라면 그 다음에는 집중을 해서 실천해 나가야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선택을 함에 있어서는 우리가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고 무엇을 원하는지를 반영하여 가치관, 목표, 욕망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다. 선택은 우리의 삶에 큰 영향을 줄뿐더러 삶 자체를 바꿀 수도 있고 때로는 우리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일이다. 때문에 선택을 할 때에는 충분한 자료검토와 정보 수집, 상담을 통해 비교분석을 한 다음 합리적인 판단을 하고 내린 결정을 선택하게 되겠지만 그 결과에 대한 책임도 스스로 감당해야 한다.        


벌써 2024년을 마감하는 12월이 되니 이제까지 살아온 내 인생은 어떤 선택을 해왔는지 그 결과는 어떻게 되어서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지를 되돌아본다. 나의 인생 4계절은 27년 단위로 봄, 여름, 가을을 보내고 마지막 겨울 27년을 보내고 있지만 이미 3년이 경과되어 이제 24년을 남겨둔 시점에 와 있다. 앞으로 남은 24년 동안 무슨 선택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점검하는 의미에서 라도 지난 세월의 과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학창 시절에는 상급학교 진학에 관한 선택이 제일 중요했다. 중학교로의 진학은 고장에서 가장 우수한 학교를 선택해서 합격하면 그만 이었다. 그러나 고등학교는 다르다.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느냐 고등학교 졸업 후 취업을 목표로 하느냐에 따라 실업학교, 인문학교, 특수학교로의 진로를 결정해야 된다. 당시 나의 형편이나 취향, 앞으로의 사회적 위치, 보람 등을 고려할 때 최적 선택은 사범학교 진학이었다. 그 당시 나의 처지에서 대학 진학은 허황된 꿈이었고 경제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사범학교는 고등학교 3년 과정으로 재학 중 정부 지원으로 학비가 저렴했고 졸업하자마자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는 신분 상승을 보장 받고 다니는 학교였다. 일본 식민 통치 시대 때에도 마찬 가지여서 그 때는 전쟁 중 군 복무도 면제가 되어 강제징용으로 끌려가는 일을 당하지 않았다. 따라서 수재들이 선호하던 학교였다. 나는 오로지 사범학교 진학에 목표를 두고 중 1때부터 입학시험 준비를 하여 결국 목표를 달성했다. 


사범학교로의 진학은 군 단위 생활한경에서 도 단위로의 행동반경 확대를 가져왔다. 가정교사로 입숙하여 숙식을 해결하며 학창생활을 계속하였다. 그 때 초등 5학년, 3학년 두 형제를 지도하였는데 둘이 다투는 일이 잦아졌고 그 상황을 조정하느라 마음이 편할 날이 없었다. 문제는 이러한 어린이들 속에서 평생을 초등학교에 근무해야 되는 일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까하는 두려움이 엄습했다. 해결책은 대학에 진학하는 일이었다. 그러나 당시 1인당 국민소득이 100달러도 못되던 농업 사회의 현실에서 대학 진학은 꿈도 꾸지 말아야할 사안이었다. 그런데도 꿈이 뚜렷하면 열릴 길도 있으리라는 믿음이 있었다. 궂은 아르바이트라도 해서 일단 합격만 하면 입학하고 졸업도 하게 될 거라는 희망을 갖고 대학 입시에 매진했다. 결과 합격했고 서울로 진출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서울로의 진출은 도 단위의 세계관에서 전국 단위의 세계관으로 확장을 의미한다. 


문리과 대학은 그 명칭 (College of Liberal Arts and Sciences) 이 내포하고 있는 데로 어느 한 틀에 예속되지 않고 자유분방한 학풍을 지니고 있었다. 따라서 사회에 나와서의 진로가 막연하면서도 경계선이 없는 풍토의 학창 시절이 전개된다. 이의 영향으로 한 때는 영화감독에 뜻을 두고 주변을 두리번거렸고 당시 KBS 연출자였던 정 소영 선생의 문하생으로 들어가 수련을 한 일이 있었다. 그 때 학생으로 방송국을 드나들며 연기 수업을 하던 윤 여정 배우와도 친분이 있었다. 정 소영 선생이 영화감독으로 데뷔하여 첫 작품을 할 때 조감독으로 참여한 일이 있었지만 나는 회의감에 빠져들고 있었다. 춥고 배고픈 시절을 견뎌내야 되는 내 의지가 약했고 나의 적성이 그 분야에 맞지 않는다는 판단에서 다른 길을 선택해야 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 후 정 감독은 ‘미워도 다시 한 번’ 시리즈를 대 히트하여 한국 영화의 역사를 갱신한 바 있다.


1960년대 들어 한국이 농업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발돋움하기 시작했고 따라서 경영학이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각 대학에서는 경영대학원을 개설하여 미국에서 가치를 발휘하던 경영학 석사(MBA: Master of Business Administration)를 배출하기 시작했다. 이에 부응하여 경영대학원에 진학하였고 기업체에 취업하였으며 결혼을 하고 MBA 학위도 취득했다.      


기업체 연륜도 쌓이고 자녀들을 키우며 가정 경제도 성장하여 아무 걱정 없이 근무를 계속할 수 있는 상황에서 다시 마음의 변화를 가져왔다. 거대 조직의 부속품이 되어 생을 계속하다가 정년퇴직하거나 그 전에 피동적으로 직장을 그만 두게 되거나 하는 선택으로 몰리게 된다. 차라리 지금부터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여 평생 동안 꿈을 펼쳐나갈 길을 개척하느냐의 기로에서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 때 나이가 43세였다. 자의든 타의든 먼저 직장을 그만 둔 동료들의 경우 대부분이 처참한 신세로 전락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직장에서의 업무와도 관련이 있고 그동안 쌓아온 경력과도 맞물려 가장 바람직한 옵션으로 기업체 인력 개발 관련 컨설팅과 임직원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직접 강의에 임하는 업종을 창안하기에 이르렀다. 그 후 활동무대는 한 기업의 공간에서 전국적으로 확장되었고 업무상 박사학위 취득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박사학위에 도전하여 학위를 취득하고 인생을 재 설계해나갔다. 


한국이라는 좁은 땅에서 태어나 그 좁은 땅 덩어리마저 분단이 되고 6.25라는 끔찍한 전쟁을 겪었다. 정치적 변혁이 수차례 반복되는 속에서 성장도 많이 했지만 늘 불안 속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도 했다. 한반도에서 태어나 54년을 살아 왔는데 나머지 인생은 새로운 땅에서 새로운 환경과 함께 새로 시작 보자는 열망이 꿈틀거렸다. 그렇다면 이민이 유용한 대안이 되었고 뉴질랜드의 이민 정책이 나와의 취향과도 일치해 이민을 실행하였고 계획대로 제2의 삶을 창조해 나가고 있다. 선택은 신중하게, 실천은 집중적으로, 그러나 선택의 결과가 후회스럽더라도 실패를 거울삼아 다시 도전하여 성취를 이루는 자세가 요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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