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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에서는 법인 상대로 최후통보를 날리는 statutory demand에 대해서 다루었습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그 이후의 단계인 법인파산, 그리고 그것과 거의 비슷한 개인파산에 대해 다루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칼럼에서 다룬것처럼 statutory demand 송달을 완료했는데 상대방은 그것에 반박하는 소송도 시작하지 않고 15 비즈니스일 이내에 빚도 갚지 않았다면 이제 고등법원에 파산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신청서, 진술서 등을 양식에 맞추어 제출하셔야 하고, 파산 광고도 내야 하고, 신청 내용이 워낙 심각한 문제인만큼 변호사를 통해서 하시기를 추천드립니다.
상대방에게 서류도 제대로 송달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첫번째 파산기일 (First Call 혹은 Liquidation List) 에 상대방이 참석조차도 안했다면 법원은 절차만 제대로 지켜졌다면 바로 파산을 선고할겁니다. 파산기일에 고등법원에 가보면 오클랜드에서만 매주 대략 20-30건 정도의 파산신청건이 있으며, 매 건당 대략 5분정도씩 진행하고 넘어가는걸 볼 수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파산을 연기할 이유가 있으면 재판이 연기가 되고, 그게 아니면 바로 파산을 선고하는 등 아주 경직되고 적막한 분위기에서 진행됩니다. 보통 파산에 반대할 정당한 이유가 있다면 파산소송까지 기다리지 않고 그 전에 별개의 소송에서 다루어지는게 일반적이므로, 파산소송까지 갔다는 것은 거의 파산을 피할 수 없다는 걸 의미한다고 봅니다.
법인파산이 꼭 법원신청에 의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대다수의 Shareholder들이 결의해서 회사를 파산시킬 수도 있습니다.
법인이 파산이 되면 보통 당일 파산관리자 (Liquidator)가 임명됩니다. 회계사 출신이 많고, 꼭 그렇지 않더라도 파산일을 오랫동안 다루었던 사람들이 자격을 얻어서 임명됩니다. 파산관리자가 회사의 ‘새 주인’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이므로 (하지만 회사를 운영하는건 아니고 보통 자산을 전부 현금화하고 채권자들에게 나눠주는 일에만 집중합니다) 회사의 모든 정보를 습득하기 시작할 겁니다. 그래서 기존 회사 대표들은 회사 은행 계좌에 더 이상 접속할 수 없고 (해서도 안되고) 파산관리자가 요청할 때 모든 재정정보들을 넘기는 일에만 전념해야 할 것입니다. 파산관리자의 요청을 따르지 않는 것은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 후 파산관리자는 빠르면 6개월, 늦으면 2-3년간 파산절차를 계속 진행할겁니다. 회사에서 제3자에게 받을 빚이 있었으면 파산관리자가 대신 조사하고 받아냅니다. 만약에 제3자가 순순히 돈을 주지 않으면 파산관리자가 회사를 위해 민사소송을 진행하는 것도 흔합니다. 그리고 회사 파산 신청일로부터 일정기간 역으로 계산해서 최대 3년까지 모든 자산을 복구시키는 일을 하기도 합니다. 예를들어서 A법인의 B대표가 2021년 1월부터 회사의 파산을 직감하고서 A법인의 모든 돈을 본인이 또 대표로 있는 C법인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서 2024년 12월에 파산신청이 접수되고 2025년 3월에 최종 파산이 되었다면, 파산관리자는 C법인을 상대로 최대 2021년 12월부터의 빼돌린 돈에 대해서 청구가 가능해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대상이 꼭 제3자에 국한되는 것은 아닙니다. 회사 대표들 (directors)도 종종 목표가 되는데요, 특히 회사 대표가 직무위반을 한 것이 있다면 회사 대표 개인을 상대로 소송을 벌이기도 합니다. 이 부분은 추후에 따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개인파산도 이와 굉장히 비슷하게 진행됩니다. 먼저 법인 상대로 최후통첩이 statutory demand라면, 개인 상대로 최후 통첩은 bankruptcy notice입니다. 내용도 거의 비슷합니다.
Bankruptcy notice를 위반하면, 혹은 그 이외의 개인파산에 해당되는 행동들을 한다면 (자산 이동, 해외 도피 등) 고등법원에 개인파산 소송이 시작될 수 있습니다. 개인파산을 담당하는 사람은 정부(MBIE) 소속 Official Assignee입니다. 파산이 된 개인은 보통 3년간 꼭 필요한 생활비와 차량, 도구 등을 제외하고는 자산을 소유할 수 없고, 그 상태에서는 undischarged bankrupt라고 불리웁니다. 모든 자산은 Official Assignee에게 넘어가 현금화 될 것이고, 본인은 일을 한다면 최소한의 금액만 쓸 수 있고 그게 아니면 정부수당 (benefit)을 받으며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3년이 지나면 discharged bankrupt가 됩니다. 그 상태에서는 대부분의 경제활동을 할 수 있게 됩니다.
법인이던 개인이던 아주 극한 예외를 제외하고는, 파산일자 이전에 발생한 빚은 전부 청산이 될 것입니다. 경제인으로서는 새 삶을 사는 것이나 마찬가지이지요. 채권자들은 대부분 아무것도 받지 못하거나 불만족스러운 금액을 받고 마무리되는게 대부분인데요, 굉장히 불합리하다고 생각이 되시겠지만 전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채택하는 방식입니다. 남한테 투자를 하던, 부부가 되어 첫 집을 구입하던, 사장 밑에서 급여를 받으며 일을 하던, 그 크고 작음의 차이는 있겠지만 전부 리스크를 동반한 경제활동이라는 것을 염두해두시면 조금이라도 이해가 용이해지실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