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공부를 위한 한국어 죽이기(?)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명사칼럼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Danielle Park
김도형
Timothy Cho
강승민
크리스틴 강
들 풀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보문
멜리사 리
Jessica Phuang
휴람
박기태
채수연
독자기고
EduExperts
이주연
Richard Matson
수필기행

영어 공부를 위한 한국어 죽이기(?)

0 개 3,801 코리아포스트
인간은 언어를 통해 사고를 발달시켜 나간다. 우리의 뇌 속에 있는 대부분의 지식은 교육을 통해, 독서를 통해, 즉, 언어를 통한 간접 경험으로 축적된 것이다. 물론 여행이나 살아가는 과정의 직접 경험을 통해 지식과 지혜를 얻기도 하지만, 이 과정에서도 사람들을 언어를 사용하여 자신의 머리 속에 습득된 지식과 경험을 정리하고 축적 해 간다.

또한 직접 경험의 경우에도 한 사물이나 현상에 대한 다양한 단어를 알고 있는 사람과 하나의 단어만을 알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는 그 경험의 폭과 깊이가 다르게 다가온다. 즉 많은 어휘를 미리 습득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많은걸 느낄 수 있다. 우리는 하나님이 주신 아름다운 세상을 내가 아는 만큼만 느끼고 누리며 살아갈 수 있다. 예를 들면 눈(snow)이 흔한 한국같은 북반구 나라에서는 함박눈, 싸락눈, 진눈깨비 등 눈을 표현하는 다양한 단어들이 있다. 그러나 눈이 흔하지 않은 멕시코에서는 눈을 표현하는 단어가 단 한 개 밖에 없다. 결국 한국사람들은 함박눈이 올 때의 느낌과 진눈깨비가 올 때의 느낌이 언어를 통해 확연히 구별되지만 멕시코 사람 들은 모두 '눈이 온다'는 한 가지 현상으로만 이해될 것이다.

필자는 뉴질랜드에서 영어를 가르치면서 영어 능력에 있어서 심각한 지체 현상을 보이는 학생들을 많이 만났다. 그런데 그런 학생들의 공통점은 영어만이 아니라, 뉴질랜드에 머문 시간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한국어 능력이 너무 많이 떨어져 있었고 사고 능력까지도 동반 지체되어 있었다. 필자가 만난 한 학생은 이민와서 부모님께서 오클랜드의 외곽 지역에 한국 사람들이 많지 않은 곳에 정착을 하셨다. 학교에서 주로 키위 친구들과 지내다 보니 말하는 영어는 그 학교의 어느 한국 학생들보다 빠르게 늘었고 학교의 영어 선생님도 그 학생이 영어를 잘한 다고 칭찬했었다. 그러나 읽고 쓰는 영어능력(written English)이 부족했던 그 학생은 form 5에 올라가면서부터 문제가 생겼 다. 대학 준비과정에서 그 학생은 '영어 실력 부족'으로 어려 움을 겪게 되었던 것이다. 이 학생의 경우에는 영어의 언어 능력뿐만 아니라 한국어의 언어 능력도 아주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어서 두 언어 중 어느 한쪽으로도 '공부할 수 있는 언어능력'이 형성되어 있지 않은 상태였다. 참고적으로 이민 오기 전 초등학교 시절 이 학생은 그 또래의 아이들보다 말을 잘하고 많이 하는 학생이었다. 이런 경우를 감소적 이중언어자(subtractive bilingual)라고 부른다. 이와는 반대 개념인, 뛰어난 한국어 구사능력과 더불어 훌륭한 영어를 구사할 수 있는 가산적 이중 언어자(additive bilingual)도 가끔 만나 본다. 그러나 아무런 노력없이 한국어로 말하기, 읽기, 쓰기가 원활하고 영어 로도 말하기, 읽기, 쓰기가 모두 원활한 가산적 이중언어자의 능력을 갖춘 학생이 만들어지는 것은 극소수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다.

영어권 국가에 와서도 선천적인 언어능력이 뛰어나서 가산적 이중언어자가 된 학생들이 아니라면 한국어로든 영어로든 자신의 사고 능력을 배양할 수 있는 높은 수준의 언어능력은 노력을 통해 얻어야 한다. 특히 한국인 가정에서 자라고 있는 한국 학생들 대부분은 집에서 부모님들과는 한국어로 의사소통을 하고 학교에서는 영어로 수업을 하기 때문에 자칫 언어의 교란 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 이럴 때 상당수 부모님들은 영어 공부를 위해 한국어 죽이기(?) 작전에 들어간다. 한국어로 된 책과 TV와 한국 친구들까지도 모두 치워 버리고 NZ TV 방송과 영어 책과 키위 친구들만 사귀라고 특명을 내린다.

그러나 뉴질랜드보다도 다인종, 다문화 사회가 더 먼저, 더 크게 형성되어 있는 미국에서도 영어 공부를 위한 모국어 죽이기는 비효율적이라는 논문들이 계속 발표되고 있다. 하버드 대학교에서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이민 가정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영어 공부를 위한 모국어 죽이기 작전과, 모국어와 영어 공부를 동시에 병행해 시키면서 영어 공부를 시킨 경우 우리의 일반적인 생각과는 다르게 후자 쪽이 훨씬 더 효과적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우리의 뇌는 한 쪽의 언어로 고난이도의 사고 과정을 이해할 수 있다면 그 언어와 접맥시킨 다른 언어로도 높은 수준의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세계화를 외치는 시대에 다양한 언어를 구사할 수 있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이미 습득한 귀중한 모국어 능력을 미리 죽이지 말고, 두 개의 언어를 함께 공부한다면 학생의 언어 능력은 동반 상승될 것이다. 집에서 부모님과 여러 가지 살아가는 일에 관해, 또한 지식 습득과정에 대한 많은 대화를 한국어로 나눌 수 있고, 그 위에 영어 구사능력을 배워 간다면 그 영어 능력으로 고난이도의 학습과정을 소화해 낼 수가 있다.

필자가 한국어 교육의 중요성을 말하는 또 다른 이유는 정체성(identity)의 확립 문제가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아주 중요하기 때문이다. "나는 누구인가?(Who am I?) 나는 어디서 왔는가?(Where am I from?)"라는 질문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해 보는 질문일 것이다. 특히 영어권 국가에 왔으니 빠른 영어 습득을 위해 한국 친구들과는 거리를 두고 키위친구 들을 많이 사귀라고 독려하면서도, 그 영어 능력이 학문을 할 수 있는 수준이 되도록 특별한 도움을 주지 못할 때, 그 학생은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경우가 생기게 된다. 내가 누구인가를 정확히 깨닫고 자신에 대한 존중감(self-esteem)을 갖고 있는 학생이라면 어떤 또래 집단(peer group)에 끼어 있더라도 주도적이고 진취적인 역할을 잘 감당해 나갈 것이다.

ⓒ 뉴질랜드 코리아포스트(http://www.koreapost.co.nz),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고칼륨혈증과 만성콩팥병

댓글 0 | 조회 141 | 3일전
필자는 다양한 채소와 과일을 좋아하며 즐겨 먹었다. 그러나 최근 세브란스병원에서 혈액검사를 한 결과 혈청 칼륨 농도가 정상치인 3.5-5.5mmol/L를 초과한 … 더보기

드라이버 한 방의 유혹 - 인생도 한 번에 해결될까?

댓글 0 | 조회 132 | 3일전
골프장에서 가장 짜릿한 순간은 티샷을 날릴 때다. 드라이버를 손에 쥐고 300m를 가뿐히 날려보낼 상상을 하는 순간, 우리는 마치 PGA 투어 선수라도 된 듯한 … 더보기

강제적인 시간외 근무

댓글 0 | 조회 930 | 2025.03.26
일반적으로 고용계약서에는 정해진 근무시간이 있습니다. 정해진 근무시간을 초과해서 근무한 경우 고용주는 초과 근무한 시간에 대한 임금만을 지급하면 되며 시간외 근로… 더보기

1. 타네 마후타(Tane Mahuta) – 거대한 생명의 나무

댓글 0 | 조회 362 | 2025.03.26
뉴질랜드의 북섬 깊은 곳, 와이포우아 숲(Waipoua Forest)에는 신비로운 나무가 우뚝 서 있다. ‘숲의 신’이라 불리는 타네 마후타(Tane Mahuta… 더보기

아, 놀라워라,“은퇴 부모 영주권”

댓글 0 | 조회 2,358 | 2025.03.26
고국의 은퇴하신 부모님이 늘 마음에 남는 영주권자 또는 시민권자 신분의 뉴질랜드 자녀라면, 그 분들과 함께 뉴질랜드에서 영구히 거주할 수 있을 방법이 있는지 늘 … 더보기

맑은 차 한잔에 담긴 선의 경지를 엿보다

댓글 0 | 조회 146 | 2025.03.26
<해남 대흥사 일지암>최상의 옥과 같이 맑은 차 한잔, 과연 그 차는 얼마나 특별했기에 한 잔에 겨드랑이에 바람이 일고 선경에 이르렀을까. 달과 구름조… 더보기

아픈 분들을 생각하며

댓글 0 | 조회 291 | 2025.03.26
새벽에 잠이 깨어 일어나 앉았습니다. 어제는 잇몸병이 아닌가 했는데 통증이 잠을 깨우는 것을 보니 충치가 생겼나 봅니다. 가만히 통증을 들여다보며 아픔이 빚어내는… 더보기

법인 파산 (Liquidation) 및 개인파산 (Bankruptcy)

댓글 0 | 조회 569 | 2025.03.25
지난 칼럼에서는 법인 상대로 최후통보를 날리는 statutory demand에 대해서 다루었습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그 이후의 단계인 법인파산, 그리고 그것과 거… 더보기

밥 한 번 먹자

댓글 0 | 조회 314 | 2025.03.25
문밖을 나서기 불편했던 추위가 사그라지니 거리에 발길이 늘었다. 동네 식당에도 활기가 도는 것 같다. 푸성귀가 나오기 시작하니 식당에서도 찬거리 만들기가 쉬울 것… 더보기

찬란한 배신

댓글 0 | 조회 359 | 2025.03.25
<미수(米壽, 88세) 기념작> - 단편소설주말 늦잠을 자던 시연이 눈을 떴다. 고소한 기름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뭘 이렇게 일찍부터 지지고 볶을까?… 더보기

대학 입시를 잘 준비하는 법

댓글 0 | 조회 281 | 2025.03.25
필자는 오는 4월 5일 한국대학 및 호주 뉴질랜드 의약계열 입시 세미나를 준비하고 있다. 매년 4~5회 정도의 세미나를 개최하는데 이번 세미나는 2025년 첫 세… 더보기

여수

댓글 0 | 조회 179 | 2025.03.25
시인 김 명인여수, 이 말이 떨려올 때 생애 전체가한 울림 속으로 이은 줄 잊은 때가 있나만곡진 연안들이 마음의 구봉을 세워그 능선에 엎어놓은 집들과 부두의 가건… 더보기

‘콩팥’ 신대체요법

댓글 0 | 조회 373 | 2025.03.21
지난 3월 13일, 매년 3월 둘째 주 목요일은 세계 콩팥의 날(World Kidney Day)로 전 세계적으로 신장(콩팥) 건강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신장 질… 더보기

우크라이나 전쟁의 결산

댓글 0 | 조회 504 | 2025.03.12
▲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1천킬로미터 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전선에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양쪽 군인들이 소중한 목숨을 잃어가고 있다. 하지만 푸틴과 트럼프 … 더보기

공부 잘하는 비결요?

댓글 0 | 조회 456 | 2025.03.12
간혹 사적인 모임자리에서 ‘무엇을 하는 분이세요?’라는 질문을 들을 때가 있습니다. 사람이 선생같은 분위기를 풍겨야 어느 정도 감을 잡고 궁금해하지 않으실텐데 행… 더보기

겸손, 절을 하니 자궁암이 나았다

댓글 0 | 조회 386 | 2025.03.12
다니구찌 마사하루라는 분이 쓴 『생명의 실상』이라는 40권짜리 책을 제가 예전에 읽어 봤습니다. 어떤 남자가 자신의 부인이 자궁암에 걸렸다고 찾아왔대요. 의사는 … 더보기

민사소송에서의 강제집행(2)– Statutory Demand, 법인상대로 하는 최…

댓글 0 | 조회 542 | 2025.03.11
뉴질랜드에서 상업활동을 할 때에는 개인의 이름으로 sole trader가 될 수도 있고, 개인들끼리 partnership을 구성하거나 신탁 trust 제도를 이용… 더보기

의약계열 진로에 잘 맞는 성향은 무엇일까?

댓글 0 | 조회 561 | 2025.03.11
필자가 전화상담을 하거나 대면상담을 할 때 부모님들께서 자주 하시는 말씀이 있다. “저희 아이는 성격이 차분해서 의대에 진학하면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또는… 더보기

시간이 접힌 선상에서

댓글 0 | 조회 230 | 2025.03.11
여정이 길게 늘어선 선착장에서 줄을 서서 기다린 시간이 근 30분을 넘었을 때,하얗게 햇살 머금은 큰 여객선이 기적을 울리며 웰링톤 인터아일랜드 선착장으로 다가들… 더보기

이 기(氣)가 막힐 현실을 어찌하오리까?

댓글 0 | 조회 380 | 2025.03.11
설날이 지난 어느 날 서울에 있는 딸하고 통화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단순한 인사말로 시작했으나 작년에 세계적인 뉴스거리가 되었던 한 강 작가가 생각나서 비꼬듯 한… 더보기

길 위에서 만난 마음

댓글 0 | 조회 126 | 2025.03.11
김천 직지사-명적암-중암3월이 코앞이다. 봄이 오고 있다는데, 어디쯤 오고 있을까? 겨울이 길었던 탓인지 괜히 안달이 나서 쌀쌀한 바람을 맞으며 직지사(直指寺)로… 더보기

달래 냉이 씀바귀...

댓글 0 | 조회 216 | 2025.03.11
춥고 긴 겨울을 준비하는 것이 김장이었다. 오래 두고 먹으려면 짜게 담가야 했다. 무는 뿌리를 씻어 통째로 동치미를 담그거나 네 가닥 정도로 쪼개어 김치를 담갔다… 더보기

새롭게 알아가는 가디언 비자

댓글 0 | 조회 590 | 2025.03.11
유학생 부모라는 이유만으로 신청 가능한 비자가 따로 없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유학 자녀를 돌보기 위해 어떻게든 체류하고자 학생비자를 신청해서 억지로 공부해야만 했… 더보기

자녀와의 갈등, 공감으로 풀어보세요!

댓글 0 | 조회 264 | 2025.03.11
“환경을 바꾸면 학교에 잘 다닐까 싶어 이곳에 왔는데, 학교에 가지 않고 방 안에만 있으니 답답합니다.” “오늘은 배가 아프다며 학교에 가기 힘들겠다고 하네요. … 더보기

자동차 유리(윈드스크린) 손상 시 대처법

댓글 0 | 조회 416 | 2025.03.11
교체 vs. 수리, 보험 적용 여부자동차 윈드스크린에 손상이 가면, 수리와 교체 중 어떤 선택이 더 나은지 고민될 수 있습니다.자동차 윈드스크린은 더블 글레이징(…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