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에게 한국이라는 단어는 자주 쓰는 단어 중에 하나다. 이 칼럼에서도 뉴질랜드와 대한민국을 비교할 때면 서슴지 않고 대한민국을 한국이라고 말하곤 한다. 한국에서 잠시 방문하신 분이나, 뉴질랜드에 온지 얼마 되지 않은 분들을 만나 대화를 하면 대한민국을 한국이라 부르기 보단, 우리나라 라고 부르는 것을 자주 보게 된다.
뉴질랜드 교민들은 대한민국을 지칭할 때 한국이라 부를까, 아니면 우리나라라고 부를까? 한국 사람이라 불러야 할까 아니면 우리나라 사람이라 불러야 할까. 굳이 ‘우리나라’를 따지자면 뉴질랜드일까 대한민국일까. 필자가 줄곧 가져왔던 개인적인 의문이자 호기심이지만, 며칠 전 뉴질랜드 헤럴드 신문기사를 읽고 또 한번 ‘우리나라’란 것에 대해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헤럴드 기사에 의하면, 세계적인 미인대회 중 하나인 미스 유니버스의 뉴질랜드 지역 대회에서 일등을 하여 미스 뉴질랜드 칭호를 받은 사람이 알고 보니 뉴질랜드 국적이 아닌 남아프리카 공화국 국적인 것이 밝혀져서 논란이 되고 있다고 한다. 미인대회의 의의나 역할에 대한 문제는 잠시 젖혀놓고 생각해볼 때, 어찌되었건 한 나라를 대표하는 사람이 그 나라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상식에 어긋난다 생각된다.
뉴질랜드 사람이 아닌 사람이 미스 뉴질랜드가 된 것도 의아하지만, 국적에 관한 질문을 받은 미스 뉴질랜드의 답변 역시 아리송하다. 그녀에 의하면 시민권은 단지 서류작업일 뿐이다. 뉴질랜드는 다문화국가이고 그렇기 때문에 (시민권유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한다.
같은 미인대회에서 삼등으로 입상한 참가자 역시 뉴질랜드 국적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삼등을 한 참가자는 열 살 때 호주에서 뉴질랜드로 건너와 십이 년 가량을 뉴질랜드에서 살았다고 하는데, 한번도 시민권을 신청한 적이 없고 (시민권은) 자동적으로 주어진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리고 덧붙이길 뉴질랜드에서 십이 년을 살았기 때문에 (자신이) 뉴질랜드 시민이라 생각한다고 한다.
미스코리아 대회에 동남아시아 출신 이민자가 입상을 했는데, 한국 국적이 아니다라는 상상을 해보자. 한국인들 (또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반응이 상상이 되시는가?
뉴질랜드는 같은 이민국가인 호주나 미국과는 달리, 국적에서 오는 민족 주체성이나 국민의식 속 일체감보다는 문화에서 동질감을 느끼는 듯 하다. 1960년경 당시 내무부 장관의 논평을 보면, 뉴질랜드는 국가에서 영주권자들에게 시민권을 획득하기를 강요하지 않고, 또한 뉴질랜드 국적 취득을 권장하는 사회적 압박도 없다고 한다.
흔히 시민권이라 불리는 뉴질랜드 국적의 취득 요건은 The Citizenship Act 1977에 나와 있다. 주요 요건을 살펴보면:
· 뉴질랜드에서 거주할 의향이 확실해야 하고;
· 일상생활에 문제가 없을 정도로 영어를 이해하고 사용할 줄 알아야 하며;
· 전과가 없는 등 신원/평판이 좋아야 하며;
· 뉴질랜드 시민권에 따르는 의무와 권리를 숙지해야 하고;
· 뉴질랜드 영구 영주권이 있어야 하며;
· 시민권을 신청 한 날짜로부터 최근 오 년간 매년 240일 이상, 그리고 오 년을 합산하여 1,350일 이상 뉴질랜드에서 체류했어야 한다.
쉽다면 쉽고 어렵다면 어려운 요건이지만, 아무에게나 주는 시민권이 아님은 확실하다.
다시 필자가 제시한 화두로 돌아와서, 독자께선 “대한민국”이라 쓰고 우리나라로 읽으시는가, 아니면 한국이라고 읽으시는가. 관광지에 가서 우리나라 사람을 보면 우리나라 사람이라고 부르시는가, 아니면 한국 사람이라 부르시는가.
코리아포스트가 창간한지 벌써 이십 년이 되었다고 한다. 집단의식이 강한 한국사람이 뉴질랜드에서 살아가면서 “우리”라는 정체성을 보존하는데 에는 교민언론의 힘이 크다 생각된다. 오랜 시간 교민사회와 함께한 코리아포스트의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 드리고, 앞으로도 교민사회의 등불이 되기를 부탁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