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왕과 사무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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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왕과 사무라이

3 4,718 김영나


2년 전쯤 한국에 갔을 때, 가수 ‘비’ 주연의 ‘닌자 어쌔신’이라는 영화를 보았다. 닌자는 원래 암살이나 독살을 담당하는 살인병기로 키워진 첩자. 영화의 주 내용이 싸우고 죽이는 얘기다. 그런데 별로 끔찍하지 않았던 것은 닌자가 환타지나 게임 속 인물처럼 그려졌기 때문이다. ’비’의 가는 눈, 근육질 몸매, 어지럽게 흘러내리는 땀방울에 젖은 머리카락까지도 3D처럼 보였다. 닌자로 변한 ‘비’의 신출귀몰한 임무 수행에 감탄하면서 그의 무표정한 연기(?)조차 승부사로서 갖추어야 할 덕목이라고 이해하기에 이르렀다.

일본의 ‘나루토’는 대표적 ‘닌자’ 에니메이션. 살인병기 닌자가 얼마나 멋있게 그려졌는지 10대 아이들의 꿈조차 바뀌었다. 나는 닌자가 될 거야, 라고.



한 마을을 도적으로부터 지켜내는 구로자와 아키라의 ‘7인의 사무라이’에서부터 키타노 타케시의 ‘자토이치’까지, 사무라이들은 정의롭고 멋있다. 무겁고, 담금질을 많이 해서 경도가 강한 일본도 ‘카타나’는 일격필살의 아름다운(?) 선을 만들며 보는 이의 넋을 앗아간다. ‘싸움에 져서 수치스럽다’며 무릎을 꿇고 할복 하는 무사도 정신은 찌질한 군상들이 대부분인 세상에 스페셜한 인물로 경외스러울 정도.

중국의 부루스 리(이소룡), 재키 찬(성룡)도 뉴질랜더들에겐 유명하다. 무슨 연유인지는 모르지만, 이소룡과 성룡 다음 세대로 홍콩 르와르를 주름잡았던 주윤발, 유덕화, 장국영, 양조위 등과 아름다운 여배우 왕조현, 장만옥 등에 대해 뉴질랜더들은 깜깜하다. 뉴질랜드는 섬나라지만 넓은 대양처럼 가슴을 열고 문화를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좁은 강줄기 하나 내놓고 가늘고 길게 문화를 흡수하고 있다는 점이 특이하다.

실제로 닌자와 사무라이가 무엇을 했는지, 부루스 리와 재키 찬이 어떤 의미가 있는 인물들이었는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문화 코드는 고증도 필요 없고 논리적으로 설득할 이유도 없다. 다만, 포장을 잘해서 매력 있는 문화적 콘텐츠로 만들어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모은다면 그것으로 성공이다. 그런데 한국인들은 겸양지덕이 몸에 배어서인지, 중국 일본 사이에 끼어 주눅이 들어서인지 스스로 존재감을 살리는 일에는 서투르다. 요즘 세상은 비주얼과 포장으로 뻥튀기하고 부풀리거나 사람들이 좋아하는 환타지를 버무려서 매력을 스스로 발산하는 시대다.

세계 경제 규모 10위를 넘나들면서도 세계인들에게 한국이 잘 알려지지 않은 이유는
문화적 코드의 부재가 큰 원인이다. ‘한국’하면 떠오르는 대표적 콘텐츠가 없다. 그런데 한국인들은 그런 문제를 고민하지 않는다. 오히려 세계 1위의 인터넷 망을 자랑하는 한국에 게임을 팔아먹어야 하는 게임 개발 회사에서 한국의 문화 콘텐츠, 한국의 영웅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한 번 시작하면 끝내기 어려운 중독성이 있어 악마의 게임이라 불리는 ‘문명(Civilization)’은 세계 각국의 문명을 시뮬레이션 한 것. 게이머가 군사 외교 문화 과학적 측면을 두루두루 살피며 문명을 발전시켜나가는 과정이 신선노름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를 정도로 흥미진진하다. 원래 한국 문명이 포함되지 않았는데, 고심 끝에 몇 달 전 한국편이 개발되었다. 그래서 등장한 이가 세종대왕이다.

“조선의 궁궐에 당도한 것을 환영하오. 낯선이여, 나는 훌륭한 백성을 굽어살피는 깨우친 임금 세종이요.”

세종은 ‘가엾고 딱한 자로다’, ‘어림없는 소리’ 등을  용상에 앉아 외친다. 서투른 연기를 보는 듯 하다.

스타크래프트 이후 혜성같이 등장해 인기몰이 중인 온라인 게임 League of Legends. 개발 회사 Riot에서는 세 달 전 한국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한국을 대표하는 캐릭터로 구미호를 내놓았다. 한국 유저들의 투표를 통해 아리라는 이름을 갖게 된 구미호는 소녀시대의 Run Devil Run 춤을 추거나 한국 전통 춤사위를 뽐낸다. 중국 쪽 인물로는 진시왕릉에서 나왔을 법한 무사, 손오공, 서시 같은 절세 미인, 황비홍, 이소룡, 징기스칸 느낌의 인물들이 형상화되었다. 일본 쪽은 역시 대세가 닌자와 사무라이다. 세종대왕이나 구미호 아리의 파급력이 닌자, 사무라이,부루스 리를 뛰어넘을 수 있을까? 

활 잘 쏘았던 주몽, 신라시대판 ‘꽃보다 남자’ 화랑, 이순신, 장보고, 황진이 등을 매력적인 문화 콘텐츠로 만들면 어떨까? 닌자나 사무라이, 부루스 리보다 매력적인 인물이 세계인과 뉴질랜더들을 사로잡는 날을 꿈꿔본다.    

yooye841
좋은 지적이십니다. 이곳에서 살면서 항상 자신을 낮추는데 익숙한게 아닌가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영어못하더라도 자신있고 당당한 사람이 부러운 요즘입니다....자신감속에서 그런 창의력도 나오는것 같습니다.
ygna7
yooye841님!
키위들이 열광하는 한국의 문화 콘텐츠를 팔 수 있다면, 이민 생활이 좀 더 여유로워질 수 있지 않을까---고생하시는 교민들을 보면서 생각했었지요.
이민 2,3---세대들이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이민 1세들이 자리를 마련해줘야 할 터인데요---
youngluv
예,... 그래도 북미는 물론 유럽, 남미, 러시아 등 세계 곳곳에서 k-Pop 열풍과 드라마가 인기리에 각광을 받고 있으니,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현상을 선두로 게임산업, 한국적 문화 콘텐츠가 크나큰 발전을 이루었으면 좋겠습니다.수고하셨어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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