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9] 고국에서 가을 단풍이…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명사칼럼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새움터
멜리사 리
휴람
김준
박기태
Timothy Cho
독자기고

[349] 고국에서 가을 단풍이…

0 개 3,216 KoreaTimes
  해가 바뀌니 내가 원치 않아도 어김없이 또 나이 하나를 보탠다. “형님은 이제 ㅇ십대네요. 나는 아직 ㅇ십대인데…” 세살 아래인 흉허물없는 사이의 어떤 자매님이 짠한 메세지를 띄운게 엊그제만 같은데 벌써 새해의 카렌다를 바꿔 달았다. 서울에서는 육 백년만에 맞는 황금돼지해라나. 덕담이 적힌 카드와 편지들이 날아오고. 이제 나에게 좋은 일이란 그저 매일매일이 오늘처럼 건강하기만을 바랄 뿐 그 이상의 아무 것도 바랄 수 없는 그런 나이가 아닌가.

  편지를 펼쳐드는 순간 우수수 무언가가 발등으로 떨어지는 것이 있었다. 아기손같은 귀여운 빨간 단풍잎들. 지난 가을을 알리고 처연하게 떨어져 사람들 발밑에 채여 사라져 버릴 것들이 용케 행운을 얻어 여기까지 멀리로 날아온 고국의 단풍잎을 보면서 잠시 코끝이 시큰해졌다. 잎이 터서 자라고 파아란 청춘을 지나서 붉게 늙어 한세상 보내고 낙엽되어 떨어진 단풍잎. 그것들을 보며 마치 내 일생을 보는 것같아 마음이 착잡했다.

  “엄마 특별한 생일 그냥 넘기면 안되요. 친구들 모시고 멋진 잔치하세요.”선뜻 달려오지 못하고 안타까움, 송구스러워하며 정성으로 보내 온 값진 돈.(내 인생이 뭐 그리 대단하다고? 이 나이까지 내가 뭘 했다고?) 불황에 벌기 어려운 자식의 귀한 돈 헛되이 하고 싶지 않아 어느 ㅇㅇ에 기부해 버리고 입 싹 씻는 것도 어느 일면 내 나이를 세상에 알리고 싶지 않은 조용한 오기가 포함되었으리라.

  “오늘 제게 무슨 일이 생길지 저는 모릅니다.”로 시작되는 하느님께 맡기는 기도문이 내 가슴을 울렁거리게 한다. 보내준 분의 마음에 감동을 받으며 아직은 시시한 나이타령이나 하기보다는 시월이 한창인 설악산 단풍이나 떠올려 보는 게 나을 것같다. 내 고국 나드리는 단풍철 시월에 할꺼라고 늘 그렇게 생각해 왔는데 정곡을 찌른 데레사님의 마음 고맙기만 하다.

  온 산이 불빛으로 환하게 물드는 설악의 아름다운 가을단풍. 지치도록 사시사철 꽃 속에 묻혀 살아도 내 조국의 그것은 기억속에서 영원히 살아 꿈틀거리기 때문에 잊을 수가 없다. 그 유명한 가을 설악산을 말로만 듣다가 오 십대 첫나드리 때 접했기에 그 때의 흥분이 아직도 식지 않아 가을철만 되면 작은 동요가 일곤 하나보다. 유난스레 잘생긴 고운 빛의 잎새를 찾아 흐르는 계곡물에 내 염원을 담아 조용히 흘려 보내며 그 황홀감에 도취되어 발길을 돌릴 수가 없었다. 빨갛고 노랗고 진하고 연하고 형언할 수 없을만치 다양한 컬러의 조화로움은 그 어느 꽃동산보다 황홀하고 경이로웠다. 이글 이글 마치 불길속을 걷는 것처럼 가다보면 내가 단풍이 되고 단풍이 내가 된 것처럼 홀려 버린다. 투명하게 나풀거리는 붉은 잎들의 군무. 땅에 떨어져 깔린 잎새들은 밟기조차 안쓰럽게 곱디 고운 융단으로 철퍽 주저앉아 질펀하게 놀다 가기를 유혹하기도 한다. 그 오묘한 하느님의 작품을 내 짧은 필력으로 어찌 그려낸단 말인가. 그동안 접고 살았던 고국의 향수를 마냥 불러 일으키는 단풍잎들. 문득 데레사님의 얼굴을 떠올려 본다. 앗차! 아무리 생각해도 그의 얼굴모습을 확연히 찾아 낼 수가 없어 미안스럽고 안타깝다. 아주 짧은시간 만났다 헤어진 여인. 그리고 다시 만나지 못한 세월이 얼마인가. 사랑을 직접 실천으로 옮기는 마음씨 예쁜 그 분을 오래 오래 머리속에 각인시켜 두지 못한 내가 부끄럽고 민망스럽다.

  단풍잎을 오래 들고 드려다 보니 사물사물 시야로 들어오는 그림 하나가 또 떠오른다. 양손에 손뜨게로 뜬 장갑을 끼고 열 손가락을 부채살처럼 좍-펴서 든 내 아이의 귀여운 손이 그 단풍잎 위에 오버랩으로 보인다. 앙징스럽게 작은 손에 장갑을 끼워주면 아이는 늘 그런 모습으로 좋아하곤 했다. 귀찮아서 벗어 버리는 아이들이 많은데 그 아이는 유난히 장갑을 좋아해 심심풀이 내 뜨게질을 신나게 부추기곤 했었다. 이제 아이는 그 때의 내 나이보다 더 많은 중년이 되었고 나는 할머니가 되었다.

  별 것 아닌 지나간 일상들이 문득 견딜 수 없는 추억의 정서로 떠오르는 것을 보면 나도 어쩔 수 없이 늙었음에 틀림없다.
  “주님께서 원하시거나 허락하시는 모든 것을 어려움 중에 참으며 온전히 순종하게 하소서”
    하느님께 맡기는 기도의 끝자락이다. 보내신 데레사님의 뜻을 마음깊이 새기며 열정으로 붉은 단풍을 닮아 열심히 한 해를 살련다.

심전도(心電圖) 검사

댓글 0 | 조회 210 | 1일전
최근 어느 모임에서 만난 지인이 부정맥(不整脈)이 있어 심전도(心電圖) 검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심혈관 질환이 증가하고 있으므로 고령자는 정… 더보기

가족 및 자원 봉사 간병인을 위한 정부 실행 계획

댓글 0 | 조회 569 | 9일전
Consultation on Action Plan to Support Carers 사회개발부(Ministry of Social Development, MSD)는 … 더보기

타마키 마카우라우 경찰 소수민족 서비스팀 수상 안전 실시

댓글 0 | 조회 302 | 10일전
지난 11월 22일, 타마키 마카우라우 경찰 소수민족 서비스팀은 피하의 바넷 홀에서 소수민족 공동체 지도자들과 함께 수상 안전 교육을 실시하였다. 이번 세미나에서… 더보기

위험한 감정의 계절: 도박과 멘탈헬스 이야기

댓글 0 | 조회 192 | 2025.12.10
12월은 흔히 ‘축제의 달’로 불린다. 거리의 불빛은 화려하고, 사람들은 마치 잠시 현실을 잊은 듯 들뜬 기운을 뿜어낸다. 그러나 그 화려한 분위기 뒤에는 또 다… 더보기

에델바이스(Edelweiss)의 추억

댓글 0 | 조회 204 | 2025.12.10
음악은 개인적, 사회적 차원에서 감정 표현, 미적 즐거움, 소통, 그리고 심리적 및 신체적 치유 등 다양한 기능을 발휘한다. 또한 집단 정체성 확립, 사회통합, … 더보기

18. 루아페후의 고독한 지혜

댓글 0 | 조회 143 | 2025.12.10
# 산 속의 침묵루아페후 산은 뉴질랜드 북섬에서 가장 높은 화산이다. 높고 험하며 사계절 내내 눈이 덮인 이 산은 항상 침묵 속에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듯한 모… 더보기

뉴질랜드 학생들이 국내 대학과 해외 대학 중 어느 곳에서 공부하는 것이 더 비용 …

댓글 0 | 조회 532 | 2025.12.10
비용 효율성과 미래 발전에 대한 종합적인 비교 - 2지난호에 이어서 계속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3. 영국 및 미국 대학 유학하버드 대학교미국과 영국은 뉴질랜드 유… 더보기

그 해 여름은

댓글 0 | 조회 141 | 2025.12.10
터키의 국기처럼 큰 별 하나를 옆에 둔 상현달이 초저녁 하늘에 떠 있고, 검푸른 하늘엔 뱃전에 부딪혀 흩어지는 하얀 포말처럼 은하수가 끝도 없이 펼쳐져 있다. 그… 더보기

어둠은 자세히 봐도 역시 어둡다

댓글 0 | 조회 136 | 2025.12.10
시인 오 규원1어둠이 내 코 앞, 내 귀 앞, 내 눈 앞에 있다어둠은 역시 자세히 봐도 어둡다 라고 말하면 사람들은 말장난이라고 나를 욕한다그러나 어둠은 자세히 … 더보기

아주 오래된 공동체

댓글 0 | 조회 176 | 2025.12.10
처서가 지나면 물에 들어가지 말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올해는 처서가 지났는데도 더위는 꺾이지 않고 도심과 해안을 중심으로 열대야 현상이 계속되었다. ‘습식 사우… 더보기

이삿짐을 싸며

댓글 0 | 조회 573 | 2025.12.09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하루에 조금씩만이삿짐을 꾸렸습니다그래야 헤어짐이늦게 올 것 같았습니다차곡차곡 넣고구석구석 채웠습니다그래야 천천히 올 것 같았습니다짐 드러낸 … 더보기

뉴질랜드 학생에게 독서가 특별히 중요한 이유

댓글 0 | 조회 534 | 2025.12.09
우리는 뉴질랜드라는 다문화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아이들은 영어로 배우고 말하고 평가받지만, 단순한 영어 실력만으로는 뉴질랜드 교육에서 깊이 있는 성취를 보… 더보기

깔끔하게 요약해 본 파트너쉽 비자

댓글 0 | 조회 341 | 2025.12.09
뉴질랜드에서 배우자 또는 파트너로 체류하는 방법은 크게 2가지가 있습니다. 사실혼(파트너쉽) 관계를 바탕으로 하여 신청할 수 있는 영주권 비자와 비영주권 비자가 … 더보기

2026 의대 진학을 위한 연말 전략: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댓글 0 | 조회 235 | 2025.12.09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안녕하세요? 뉴질랜드, 호주 의치약대 입시 및 고등학교 내신관리 전문 컨설턴트 크리스틴입니다. 2026년 뉴질랜드 및 호… 더보기

시큰둥 심드렁

댓글 0 | 조회 110 | 2025.12.09
어떤 사람이 SNS에 적은 글에 뜨끔한 적이 있었다. “눈팅만 말고 ‘좋아요’ 좀 누르면 안 되나요?” 마치 눈팅만 했던 나를 두고 하는 말 같았다. 발이 저려서… 더보기

언론가처분, 신상 정보 공개 금지 및 국민들의 알 권리

댓글 0 | 조회 227 | 2025.12.09
지난 9월 8월, 본인의 자녀들을 수년간 납치해서 숨어 살았던 톰 필립스 (Tom Phillips)가 경찰에 발견되었고 결국 총격전 끝에 사망했습니다. 그 소식 … 더보기

고대 수메르 문명은 왜 사라졌는가

댓글 0 | 조회 148 | 2025.12.09
메소포타미아 사막 위로 붉은 해가 떠오를 때면, 거친 바람은 먼지를 일으키며 과거의 귓속말을 실어 나른다. 그 속삭임은 무너진 벽돌과 부서진 신전 기둥 사이를 스… 더보기

스코어카드와 인생의 기록 – 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과정

댓글 0 | 조회 116 | 2025.12.09
골프를 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스코어카드를 손에 쥐고 라운드를 시작한다. 한 홀 한 홀마다 몇 타에 공을 넣었는지를 적어 내려가며, 18홀을 돌고 나면 총합이 자… 더보기

나도 의대 들어갈 수 있을까 : 의대 경쟁률 10:1 그 진실은?

댓글 0 | 조회 319 | 2025.12.07
출처: https://www.istockphoto.com/kr/%EC%9D%BC%EB%9F%AC%EC%8A%A4%ED%8A% B8/%EC%9D%98%EA%B3%B… 더보기

‘인공 방광’이란

댓글 0 | 조회 289 | 2025.12.06
국민보험공단이 발표한 ‘2024 지역별 의료 이용 통계 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병원에서 진료받은 6대 주요 암 환자 중 유방암 환자가 인구 10만명당 52… 더보기

수공하는 법

댓글 0 | 조회 166 | 2025.12.06
수공(收功)은 기운을 거두어들이는 동작으로서, 명상을 하면서 자신의 주변에 형성된 기운을 거두어 단전으로 끌어내리는 것이다.명상 중 급한 용무로 명상을 멈추어야 … 더보기

AI 시대의 독서: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독서가 필요한 이유

댓글 0 | 조회 624 | 2025.12.01
공자는 논어 첫 문장에서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學而時習之 不亦說乎)”라고 했다. 배움 자체가 인생의 의미가 되던 시대의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더보기

AI 시대의 새로운 교육 방향: AI와 함께 생각하는 힘

댓글 0 | 조회 562 | 2025.11.28
기술의 발전은 언제나 교육의 변화를 이끌어 왔다. 그러나 인공지능(AI)의 등장은 그 속도와 영향력에서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전환점을 만들어 내고 있… 더보기

무료 유방암 검진 연령 확대

댓글 0 | 조회 334 | 2025.11.26
무료 유방암 검진 연령이 74세까지 전면 확대된다.

에이전시 (대리인) 관련 법

댓글 0 | 조회 230 | 2025.11.26
우리는 어려서부터 누군가를 ‘대신’ 해주는 걸 자연스럽게 배우면서 자랍니다. 친구가 멀리 던진 공으로부터 내가 더 가까우면 친구 대신 공을 주워서 던져주기도 하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