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귀비꽃 하루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명사칼럼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Danielle Park
김도형
Timothy Cho
강승민
크리스틴 강
들 풀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보문
멜리사 리
Jessica Phuang
휴람
박기태
채수연
독자기고
EduExperts
이주연
Richard Matson
수필기행

양귀비꽃 하루

0 개 3,004 뉴질랜드 코리아타임스
찌프린 하늘이 회색으로 어둡다. 그 침침함 속에 문득 시야를 밝혀 오는 화사한 다홍색 물결, 두리번거리는 낯선이의 발길을 유혹하는 곳은 잘 정돈된 넓직한 파크였다. 하늘하늘하는 몸짓으로 아양을 떠는 꽃들은 양귀비 무리, 그들 아름다움에 넋을 빼앗기고 오래 쉬어가라는듯 날렵하게 자리한 벤취에 드디어 주저앉고 만다. 질세라 대각선 방향에선 보라색으로 출렁이는 라벤다 무리가 양귀비보다는 조금 투박한 춤으로 제 자랑의 한창이다. 국적 모르는 어느 빵집의 케익 한 조각으로 가볍게 소풍나온 여기 사람들처럼 점심을 해결하고 또 다른 나라에 온 것 같은 생소함에 찌들어가던 영혼이 새롭게 꿈틀대는 것을 느낀다. 눈으로 바라보는 현란함보다 가슴으로 받아 드리며 눈물이 나도록 감동스러워 몸을 떨게 되는 자연과의 교감, 게걸스럽도록 아름다움에 탐닉하는 것도 결국은 나이탓이련가?

찌프린 하늘에선 금방 비가 쏟아져 내릴 것 같은데도 용케 참아 내고 있는 것이 내게 마냥 기회를 주는 것 같아 고마웠다.

(공짜 교통편 이용해 보기) 시니어들에게 주어진 새로운 특혜제도. "수퍼골드"카드를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해 보는 시도로 오늘을 비워 놓았다. 서울에서는 할일 없는 노인들이 방황하듯 종일 지하철 타고 다니다가 저녁에 집에 돌아간다던가. 러쉬아워가 끝난 늦은 아침 역에 들어서면 마치 노인들의 모임같은 분위기에 그 사실을 실감했었다. 무표정이 지나쳐 불쾌감까지 주는 불친절한 직원이 던지듯이 내미는 티켓을 받아 들 때 참으로 민망하고 참담했었던 생각이 떠 올랐다. 그런 경험 때문에 잔뜩 겁을 집어먹고 움츠린채 버스에 올랐고 과감하게 기차도 타 보았다. (아- 여기는 다르구나) 무거운 나이가 부담스럽지 않게 대해 주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차츰 어깨가 펴지고 자신감이 생겨 특권층 패스 내밀 듯 당당해져 가는 것을 깨달으며 절로 웃음이 나왔다. 느긋한 문화의 여유랄까?

문득 언제인가 인천공항에 내렸을 때의 어떤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 오클랜드 공항에서 어느 젊은 분이 몸이 자유롭지 못한 노모를 배웅하면서 내게 당부를 했다. 기내에서 말벗도 하고 인천에 내리면 꼭 김포행 버스를 태워 드렸으면 하는 간곡한 부탁도 겸했다. 마중 나온 바쁜 애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버스정류장으로 가서 두리번거렸다. 다행스럽게도 멀지 않은 곳에 김포행이 빈 차로 있었다. 서둘러 노인을 버스에 모시려는 순간 "타지 말아욧-" 하는 기사의 무서운 목소리에 자즈러질뻔 했다. "왜요-"? 우리 말이 시원스럽게 통하는 고국에 왔는데 물음에 대답도 없다. 창밖으로 시선을 돌린 그에게 우리는 관심 밖의 천덕꾸러기일 뿐이었다. (여기가 내가 그리던 고국이었구나) 실망과 분노로 끓어오르는 화를 삭이면서 한참을 서있자니 젊은이들이 와악 몰려와 그 차에 오르고 맨 나중에서야 허락이 떨어졌다. 노약자 도와주려고 운전석에서 벌떡 일이나 서비스 해주는 여기 기사들을 생각하면서 그렇게 밖에 할 수 없는 이유를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내가 살던 땅. 내 뿌리가 있는 조국의 일이기에---.

오늘 내가 버스와 기차를 열번 가까이 바꿔타기 했으니 사람들을 꽤 많이 만난편이다. 한 번도 불쾌감을 준 사람이 없으니 기분이 나이스 했다. 집 속에 혼자 앉아 잡념이나 생길 때 가끔씩 이 짓(?) 해도 괜찮겠다는 답을 얻었다. (다리 성할 때 다니자) 맨 나중에 탔던 버스 기사에게 오늘의 내 테스트에 우승컵을 안겨 주었다. 얼굴 검은 중년의 사나이니 그도 결국은 이민자였을텐데. 반팔을 입은 튼실한 팔 목에는 탐스럽게 번쩍이는 황금의 팔찌가 여러겹으로 흘러내려 눈길을 사로 잡았다. 진짜일까? 가짜일까? 사람들 시선에 경이와 의문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자기 어머니를 반기듯이 활짝 웃으며 맞아 드리는 모습도 유난스럽게 "댕큐"를 연발해 쑥스럽지만 기분 좋은 게 사실이었다. 운전을 하면서 내내 흥겨운 노래를 웅얼거리면서 가끔씩 어깨마져 들썩거리는데 금방 일어나 춤이라도 출 듯하지 않은가. 신호등에 걸리면 박수까지 치면서 신나 하는게 자기집 방안에서 혼자 노는 모습을 훔쳐보는 기분이 들어 그 차를 내리고 싶지가 않았다. 무엇이 그리도 기쁘고 흥겨울까? 이 불황의 소용돌이 시대에, 뒤에서 보고 있으려니 웃음이 절로 나와 하루 종일 쌓였던 피로마져 싹 가시는 느낌이 들었다. 삶이 여유로워서? 아니면 느긋한 성격탓? 생업을 짜증스럽지 않게 하는 것은 사회제도가 만든 것도 있을 터. 많은 인파 속에서 그 사람들을 관리해야하는 스트레스의 고국의 기사들을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해야 할 것 같다. 발 쭉 뻗고 편하게 앉아 창 밖을 감상하던 내게 "굿 아이디어" 하면서 웃고 지나치던 기차에서의 차장 모습이 떠올라 피식 웃음이 나온다. 널널한 자리, 널널한 땅, 그 초원에서 풀을 뜯는 양떼 만큼이나 한가로운 모습으로 여기에 살아야겠다.

이제 정권도 바뀌고 새로운 변화의 시대가 열려 오고 있다. 고국을 두고 선택한 이 나라가 밝은 희망의 미래를 열어 줄 것을 열망하면서 우리의 젊은이들도 여유로운 마음으로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 뉴질랜드 코리아타임스(http://www.koreatimes.co.nz),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청소년 도박 문제와 온라인 게임의 연관성: 팬데믹과 게임 플랫폼의 영향

댓글 0 | 조회 152 | 5일전
최근 시드니 대학교 연구진은 로블록스와 같은 게임에서의 인게임 결제가 어린이들에게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조사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복잡한 가상 화폐 시스템과… 더보기

2. 마우이와 태양을 길들인 이야기

댓글 0 | 조회 89 | 5일전
태초의 뉴질랜드, 이곳은 마오리 전설이 살아 숨 쉬는 땅이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용감하고 영리한 영웅은 반신반인의 존재, ‘마우이(Maui)’ 였다. 마우이는 신… 더보기

전생에 시아버지를 안 모신 업

댓글 0 | 조회 209 | 5일전
제 먼 친척 중에 굉장히 선(善)을 많이 베푼 분이 계셨습니다. 천주교에서 큰 활동을 한 분이셨죠. 그런데 병석에서 3년을 보내고 돌아가셨습니다. 넘어지는 바람에… 더보기

성공적으로 AE워크비자를 옮기려면?

댓글 0 | 조회 288 | 6일전
뉴질랜드에서 합법적인 체류를 위해서는 영주권 비자(뉴질랜드 국적자 제외) 또는 임시체류 비자를 소지해야만 가능합니다. 임시체류 비자의 대표주자인 워크비자(Work… 더보기

IT가 세상을 바꾼다

댓글 0 | 조회 258 | 6일전
40여 년 전 미국을 처음 방문한 이래 20세기 중 몇 차례 방문한 일이 있지만 21세기 들어 25년 만에 개별 방문 차원에서 미국의 샌프란시스코를 돌아보고 몇 … 더보기

누수 피해 보험 청구 어떻게 진행되나요?

댓글 0 | 조회 330 | 6일전
안녕하세요, Nexus Plumbing의 김도형입니다. 저희는 배관 전문 회사지만, 고객님들로부터 집 관련 보험 청구에 대한 문의를 자주 받습니다. 집을 소유하신… 더보기

과거도 미래도 아닌 지금 이 순간 존재하는 행복

댓글 0 | 조회 114 | 6일전
템플스테이 50회 참가자 - 신동천·민혜련 부부퇴직 후 상실감 템플스테이로 극복“햇볕이 쨍쨍해도 좋고, 없어도 괜찮아요. 비가 와도 좋습니다. 있는 그대로 지금 … 더보기

계약법 (contract law) 주요 분쟁

댓글 0 | 조회 225 | 6일전
뉴질랜드 법을 비롯한 “보통법” (common law) 체계에서는 계약법을 상당히 중요하게 다루는 것 같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상업활동을 하다보면 사람 사이에 … 더보기

초개인화 시대, 우리의 아이들은 어디로 가는가

댓글 0 | 조회 182 | 6일전
우리는 지금 초개인화(Hyper-Personalization)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개인화라는 개념은 영화를 볼 때 각자 취향에 맞는… 더보기

벙커에서 배우는 인생의 탈출법

댓글 0 | 조회 147 | 6일전
골프를 하다 보면 한 번쯤 벙커에 빠진 경험이 있을 것이다. 페어웨이를 잘 따라가다가도 작은 실수 하나로 모래 속에 공이 파묻혀 버린다. 벙커는 단순한 장애물이 … 더보기

뉴질랜드의대 정원확대! 합격 전략은?

댓글 0 | 조회 445 | 7일전
올해도 오클랜드 대학교 또는 오타고 대학교에 진학하여 뉴질랜드 의대를 도전하는 학생들에게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그것은 바로 뉴질랜드 의대 정원이 다시 한번 확대… 더보기

전기차(EV)와 내연기관차의 유지보수 차이, 하이브리드 차량 관리법

댓글 0 | 조회 389 | 7일전
최근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EV)와 하이브리드 차량의 점유율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기존 내연기관 차량과의 유지보수 차이, 전기차의 배터리 관리… 더보기

지지익선(知知益善)

댓글 0 | 조회 89 | 7일전
분신처럼 함께하는 스마트폰 없이 살아갈 수 있겠는가? 새로운 동반자가 된 스마트폰도 컴퓨터다. 입력, 처리, 출력, 저장장치가 있고 컴퓨터와 달리 전원을 공급하는… 더보기

고칼륨혈증과 만성콩팥병

댓글 0 | 조회 176 | 2025.04.04
필자는 다양한 채소와 과일을 좋아하며 즐겨 먹었다. 그러나 최근 세브란스병원에서 혈액검사를 한 결과 혈청 칼륨 농도가 정상치인 3.5-5.5mmol/L를 초과한 … 더보기

드라이버 한 방의 유혹 - 인생도 한 번에 해결될까?

댓글 0 | 조회 176 | 2025.04.04
골프장에서 가장 짜릿한 순간은 티샷을 날릴 때다. 드라이버를 손에 쥐고 300m를 가뿐히 날려보낼 상상을 하는 순간, 우리는 마치 PGA 투어 선수라도 된 듯한 … 더보기

강제적인 시간외 근무

댓글 0 | 조회 959 | 2025.03.26
일반적으로 고용계약서에는 정해진 근무시간이 있습니다. 정해진 근무시간을 초과해서 근무한 경우 고용주는 초과 근무한 시간에 대한 임금만을 지급하면 되며 시간외 근로… 더보기

1. 타네 마후타(Tane Mahuta) – 거대한 생명의 나무

댓글 0 | 조회 387 | 2025.03.26
뉴질랜드의 북섬 깊은 곳, 와이포우아 숲(Waipoua Forest)에는 신비로운 나무가 우뚝 서 있다. ‘숲의 신’이라 불리는 타네 마후타(Tane Mahuta… 더보기

아, 놀라워라,“은퇴 부모 영주권”

댓글 0 | 조회 2,439 | 2025.03.26
고국의 은퇴하신 부모님이 늘 마음에 남는 영주권자 또는 시민권자 신분의 뉴질랜드 자녀라면, 그 분들과 함께 뉴질랜드에서 영구히 거주할 수 있을 방법이 있는지 늘 … 더보기

맑은 차 한잔에 담긴 선의 경지를 엿보다

댓글 0 | 조회 151 | 2025.03.26
<해남 대흥사 일지암>최상의 옥과 같이 맑은 차 한잔, 과연 그 차는 얼마나 특별했기에 한 잔에 겨드랑이에 바람이 일고 선경에 이르렀을까. 달과 구름조… 더보기

아픈 분들을 생각하며

댓글 0 | 조회 297 | 2025.03.26
새벽에 잠이 깨어 일어나 앉았습니다. 어제는 잇몸병이 아닌가 했는데 통증이 잠을 깨우는 것을 보니 충치가 생겼나 봅니다. 가만히 통증을 들여다보며 아픔이 빚어내는… 더보기

법인 파산 (Liquidation) 및 개인파산 (Bankruptcy)

댓글 0 | 조회 573 | 2025.03.25
지난 칼럼에서는 법인 상대로 최후통보를 날리는 statutory demand에 대해서 다루었습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그 이후의 단계인 법인파산, 그리고 그것과 거… 더보기

밥 한 번 먹자

댓글 0 | 조회 326 | 2025.03.25
문밖을 나서기 불편했던 추위가 사그라지니 거리에 발길이 늘었다. 동네 식당에도 활기가 도는 것 같다. 푸성귀가 나오기 시작하니 식당에서도 찬거리 만들기가 쉬울 것… 더보기

찬란한 배신

댓글 0 | 조회 375 | 2025.03.25
<미수(米壽, 88세) 기념작> - 단편소설주말 늦잠을 자던 시연이 눈을 떴다. 고소한 기름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뭘 이렇게 일찍부터 지지고 볶을까?… 더보기

대학 입시를 잘 준비하는 법

댓글 0 | 조회 292 | 2025.03.25
필자는 오는 4월 5일 한국대학 및 호주 뉴질랜드 의약계열 입시 세미나를 준비하고 있다. 매년 4~5회 정도의 세미나를 개최하는데 이번 세미나는 2025년 첫 세… 더보기

여수

댓글 0 | 조회 187 | 2025.03.25
시인 김 명인여수, 이 말이 떨려올 때 생애 전체가한 울림 속으로 이은 줄 잊은 때가 있나만곡진 연안들이 마음의 구봉을 세워그 능선에 엎어놓은 집들과 부두의 가건… 더보기